삼국지(三國志) (243) 위기일발에 처한 조조
한편, 아버지 마등과 막내동생 마철이 조조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간신히 살아 돌아온 마대로부터 전해 들은 마초는 원통함을 참지 못해 땅을 치고 통곡하며,
"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원수는 갚고야 말리라 !"
하고, 이를 북북 갈았다.
때마침 마등의 의형제 진서장군 한수(鎭西將軍 韓遂)가 마등이 조조 제거에 실패하고, 마철과 함께 절명한 것을 알고 찾아왔다.
"이보게 조카, 형님과 마철이 조조 제거에 실패하고 참혹하게 절명했네. 이 원수를 어찌 갚을꼬 ?"
하고, 탄식하며 말하였다. 그러자 마대는 분연한 어조로,
"숙부님, 저는 이미 원수를 갚기로 각오가 돼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한수가,
"조조가 우리 사이를 이간하려고 내게 이런 밀서를 보내왔네."
하고, 말하며, 품안에서 편지 한 통을 꺼내 마초에게 건네주었다.
마초가 그 밀서를 읽어 보니, <만약 마초를 사로잡아 오기만 하면 한수를 서량후(西凉侯)로 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마초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풀어 놓고 두 팔을 내밀어 보이며,
"숙부님께서 저를 잡아 조조에게 바치시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자, 저를 묶어 가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한수는 천만의 말씀이라며,
"이 사람아 ! 내가 자네를 잡아 가려면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겠는가. 자네가 형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절치부심 할 것 같아, 나도 힘을 도우려고 온 걸세."
하고, 대꾸하였다. 그러자 마초는 고개를 숙여 보이며,
"고맙습니다. 숙부님, 그러면 곧 군사를 일으키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당장 출전할 기세를 보였다.
마초는 곧이어, 수하 장수들을 급히 소집하였다.
마초의 수하에는 후선(侯選), 정은(程銀), 이감(李堪), 장횡(張橫), 양흥(梁興), 성의(成宜), 마완(馬玩), 양추(楊秋) 등의 여덞 명의 맹장이 있었다.
게다가 모사(謨士) 방덕(龐德), 마대(馬垈)에 한수까지 어울려 마침내 이십만 대군을 이끌고 장안부터 쳐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불시의 공격에 놀란 사람은 장안 태수 종요(鍾繇)였다. 그는 이 사실을 조조에게 급히 알리는 동시에, 전력을 다해 방어하였다. 그러나 죽은 마등의 둘째 아들 선봉장 마대의 치열한 공격을 당해낼 재주는 없었다. 그러자 종요는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싸우려 하지 않았다.
장안성은 서한(西漢)의 옛 도읍지로서 성벽이 매우 튼튼한 난공불락의 철옹성이었다.
서량군이 십여 일을 공략하였으나 장안성 안에서는 성 밖으로 나와서 싸우는 등의 반응을 일체 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방어하는데만 치중하였다. 그러다보니 북방 서량군의 주 특기인 근접 백병전이 벌어질 수가 없었다. 마침내 모사 방덕이 꾀를 써서 이런 말을 퍼뜨리게 하였다.
<장안의 물은 짜서 서량 군사들이 토질을 일으키고, 화목(火木)조차 부족해서 밥을 짓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나날이 추워지는 날씨에 불을 피우지 못해 모두 한기에 떨고 있다. 그리하여 불가피, 장안성 포위를 풀고 모두 퇴군(退軍) 하였다.>
그리고 마초 자신도 포위망을 풀고 군사들을 수십 리 밖으로 이동시켰다.
장안 태수 종요는 며칠을 두고 경계만 할 뿐,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였다.
그러나 닷새가 지나고 칠팔 일이 넘어도 아무런 변고가 없이 잠잠하므로, 적들이 물러간 것으로 보고, 그때부터는 성문을 열어 놓고 백성들을 마음대로 드나들게 하였다.
그런데 열흘째 되는 날 마초의 군사들이 또다시 장안으로 쳐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성 밖의 백성들은 너도나도 물밀듯이 성안으로 몰려 들어왔다.
마초가 성밖에서 큰소리로 외친다.
"너희가 성문을 열지 않으면 불화살로 성안의 군사와 백성들을 모두 불에 태워 죽이겠다 !"
성루에서 장수인 종요의 동생 종진(鍾進)이 마초를 굽어보며 크게 비웃었다.
"하하하 ! 장안의 철옹성이 네 놈의 주둥이로 함락될 줄을 아느냐 ?"
그러자 성안에서 별안간 큰불이 일어나며,
"서량의 방덕이 이미 며칠 전부터 성안에 들어와 오늘이 오기를 기다렸노라 !"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이에 종진이 크게 놀라 뒤를 돌아다보니, 누군지 모르는 자가 달려들어 그의 목을 베어 버렸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사방에서 성문이 활짝 열리며, 한수, 마초의 군사들이 물밀 듯이 성안으로 쳐들어와 장안성 군사들을 마구 무찌르는 것이었다.
장안 태수 종요는 간신히 동문으로 쫒겨나와, 다음 요처인 동관(潼關)에 진을 구축하고 급히 허창에 지원을 요청하였다.
허저가 승상부로 급히 들어와 보고한다.
"승상, 급보입니다. 마초와 한수가 이십만 대군으로 장안성을 공격하여 태수 종요가 동관으로 피신했고, 놈들은 이어서 허창으로 진격하고 있답니다."
"서량에서 장안까지는 꽤 먼거리인데, 어째 이리도 빨리 올 수 있단 말이오 ?"
옆에서 듣던 순욱이 허저에게 걱정하는 어조로 물었다. 그러자 조조가,
"빠른 게 아니지, 병마는 사전에 준비해 놨겠지. 마등을 지원하려구 말이야, 잘 왔어 ! 이번엔 내가 친히 출정을 해서 서량군의 뿌리를 뽑아버릴 것이다."
하고, 말하면서, 먼저 조홍과 서황에게 일만 군사를 주어 동관으로 피신한 종요를 돕게 하고, 자신은 군비를 충분히 갖춘 연후에 대군을 이끌고 떠나기로 하였다.
이윽고 십여 일의 준비를 거쳐, 조조가 조홍과 서황의 뒤를 이어 대군을 이끌고 장안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그리하여 여러날 행군을 하여 서량군을 목전에 둔 동관이 가까워질 무렵, 난데없이 조홍과 서황이 대군의 길을 막고, 땅바닥에 꿇어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
대군은 행진을 멈추고, 이런 사실을 즉각 조조에게 보고 하였다.
조조가 수레의 휘장을 걷으며 밖을 내다 보았다.
조조가 바라보니, 거기에는 장안태수 종요를 도우라며 먼저 보낸 선봉장 조홍과 서황, 두 장수가 죄를 청하는 자세로 땅바닥에 꿇어 앉은 것이 보였다.
조조가 수레에서 내려 이들 두 장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조홍과 서황은 두 손을 올려 예를 표하며,
"승상 !"
"승상 !"
하고, 풀이 죽은 모습으로 조조를 불러댔다. 그러자 조조는 이미 사태를 짐작하고,
"조홍, 서황 ?..출발할 때에 열흘 간 동관을 지키되 교전을 하지 말라고 누누히 당부를 했거늘,어째 아흐레 만에 동관을 잃은건가 ?"
하고, 침울한 표정으로 물었다. 조홍이 사색이 되어 말한다.
"아룁니다. 마초군이 밤,낮으로 욕을 해대며 우리 조씨 가문의 조상님들 까지 모욕하기에 여드레는 참았지만,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성문을 열고 쫒아 나가, 필사의 전투를 벌이게 된 겁니다."
"전투를 벌였으면 이겨야 하지, 어째서 성까지 잃은거냐 ?"
조조는 화가 동한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자 면목없는 표정의 조홍이 주저하다가 대답한다.
"막상 붙어 보니, 서량군이 워낙 용맹하여, 상대가 안됬습니다."
"주장이란 자가 군령을 위반하고, 성까지 잃었으니, 참하라 !..."
조조가 주변을 향하여 냉혹한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명을 수행할 조조의 측근 병사가 두 장수의 앞으로 썩 나섰다.
"승상 ! 조홍과 서황이 패하긴 했으나, 적을 앞에 두고 장수를 참하는 것은 길조가 아닙니다. 승상, ! 부디 아량을 베푸시어 이들이 전공으로 속죄토록 기회를 주십시오 !"
조인이 이들의 죄를 당장은 묻지 말고 용서해 주기를 간청하였다. 그러자 나머지 장수들도 이에 동조하여,
"전공으로 속죄토록 해주십시오 !"
하고, 일제히 무릅을 꿇으며 외치는 것이 아닌가. 이에 조조가 주변을 돌아보며 한숨을 쉰다.
"하 !...조홍을 오장(伍長: 설명이 어려운데...장군이 학급의 반장이라면 오장은 줄반장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으로 강등시킨다 !"
"은혜에 감사합니다 !"
조홍은 죽을 뻔 한 목숨이 살아난 것에 대해, 조조에게 깊숙히 머리를 숙여 절을 하면서 밀하였다.
조조가 좌중을 돌아보며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모두 들어라 ! 또 패배 한다면 용서치 않겠다 ! "
"알겠습니다 !"
주변의 군사들이 일제히 한 소리로 복명한다.
"가자 !"
조조의 이 한 마디로 대군은 다시, 마초군을 공격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동관을 앞에 둔 벌판에서 조조군과 마초군이 대치하였다.
조조군이 방패로 철벽같은 방머막을 치고, 그 앞에 마초군은 연이은 승리에 도취되어 자못 기세가 등등하였다.
마초가 맨 앞으로 나와, 손을 들어 진고(晉鼓: 큰 북)소리를 막자, 조조도 수례에서 나와 진고를 제지하며 마초를 향해 큰 소리로 꾸짖는다.
"마초 ! 한 나라의 자손이면서 어찌 조정을 배신하는 것이냐 ?"
"조조, 이 역적 놈아 ! 그 더러운 입으로 조정을 들먹이지 마라 ! 황제를 기만하고 내 아버지와 동생을 죽인 놈 ! 내 기필코 네놈을 잡아, 살가죽을 벗기고 살점을 뜯어먹어 주마 !"
"하하하하 !... 내 살가죽을 노리는 자가 한 둘이 아니구만 ! 엉 ?... 하하하하 !...마초 ? 네 아버지는 욕심을 과하게 부려서 화를 자초한 것이다 ! "
"이 역적놈이 !... 각오해라, 이럇 !..."
마초가 단신으로 말을 몰아 조조군을 향해 달려나왔다. 그러자 조조가,
"헤헤헤헤 !... 누가 나서겠나 ?"
하고, 가소로운 웃음을 웃어 보이며, 장수들을 향해 말했다.
"건방진 놈 ! 내가 상대하마 ! 이랴, 이랴 !"
서황이 이렇게 외치며 마초를 마주보고 달려 나갔다.
이렇게 두 장수는 양군의 군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용호상박의 결투를 벌였다.
마초와 서황이 겨루기를 삼십 여합, 서황이 마초의 공격에 점차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장합이 창을 비껴들고 서황을 구원하기 위해 달려 나간다.
"마초야, 여기 장합이 있다 !"
서황은 장합의 합류로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벗어나며 면목없이 진지로 돌아왔다.
"과연, 여포를 견줄 인물은 마초로다 !"
조조는 부럼 반 경탄 반으로 이들의 결전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장합 역시 마초의 적수는 아니었다. 장합은 마초와 이십 여합 만에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승기를 잡은 마초가 뒤를 돌아다 보며 창을 높이 치켜들며 명한다.
"이제부터 총 공격이다 !"
서황과 장합 등의 쟁쟁한 조조의 장수들을 제압하는 것을 본 서량 마초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하였다. 그리하여 진고와 목청을 있는대로 두두리고 내지르며, 마초를 선두로 서량군이 조조군을 정면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와 아 !~..."
"다른 놈들 보다 조조를 먼저 쳐라 !"
마초는 이렇게 외치며 조조의 수레가 있는 쪽으로 돌진해 왔다.
조조를 호위하는 방패가 겹겹히 펼쳐졌다. 그러나 마초는 이를 뛰어 넘어 공격해 왔고, 뒤따르는 마초군에게 방패부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조조가 전투의 양상이 불리하게 전개되자 황급히 수레를 버리고 말로 갈아탔다.
"승상을 보호하라, 승상을 보호하라 !"
조조의 호위 대장인 허저가 급한 소리로 병사들을 독려하였다.
조조가 앞장 서서 전투현장을 빠져 나가자 전세는 금방 마초군에게 기울었다.
그리하여 조조군은 서량의 마초군에게 여지없이 박살나고 그나마 남은 병사들은 조조가 쫒긴 방향으로 도망치기 바빴다.
조조를 바짝 뒤쫒던 마초가 소리친다.
"붉은 홍포(紅袍)를 걸친 자가 조조다. 그놈을 사로잡아라 !"
조조는 말을 달리며 홍포를 급히 벗어 던졌다.
"수염이 긴 놈이 조조다, 죽여라 !"
마초가 조조의 행색을 보고, 소리쳤다.
조조는 저도 모르게 달리는 말 위에서 칼을 뽑아 수염을 잘라 버렸다.
뒤쫒던 마초가 그 광경을 보고, 또 다시 소리친다.
"수염이 짧은 자가 조조다, 그놈을 잡아라 !
그러자 조조는 깃발을 찢어 숫제 얼굴을 감싸고 죽을 힘을 다해 도망을 하였다.
그러나 마초의 추격은 여전히 맹렬하였다.
그리하여 조조는 도망치는 자기 병사들의 무리와 떨어져, 다른 방향으로 홀로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도망치길 십 여리, 어느 숲에 이르러서 조조는 말을 멈추고 가뿐 숨을 몰아쉬었다.
"헥 , 헥, 헥, 헥 !..."
그러면서 혹시 자신을 뒤쫒는 서량군이 있을까, 경계를 늦추지 않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 순간, 벼락같이 마초가 나타나 조조를 향해 창을 휘둘렀다.
"에 잇 ! ... 웃 ! 웃 !.."
느닺없는 마초의 출현과 날카로운 공격에 조조는 화들짝 놀라며, 그대로 말을 달렸다.
"게 섯거라 ! 에 잇 !"
마초가 조조를 향해 창을 집어 던졌다.
창은 말을 타고 도망치는 조조의 등짝을 향해 날아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조조는 마초가 집어 던진 창에 꿰뚫릴 상황이었다. 그 순간,
"챠 앙 ! ~"
하는 소리가 나며 마초가 집어던진 창을 튕겨내는 또 다른 창이 있었다.
"어 엇 ?"
마초가 놀라며 바라보니, 마초가 던진 창을 튕겨낸 적장은 허저였다.
마초와 허저는 그 자리에서 결전을 벌였다.
그러나 허저는 불과 서너 합을 겨루더니 급히 말을 돌려, 조조가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가 버리는 것이었다.
"에 잇 !..."
마초는 눈 앞에서 놓쳐버린 조조를 아까워하면서 조조를 빗겨가 나무에 꼿혀 버린 자신의 창을 뽑아들고 자기 군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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