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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바르게 서서 맞아라

작성자NYKUMDOⓜ|작성시간10.08.06|조회수735 목록 댓글 0
내가 보는 승단심사 착안점 Ⅰ― 5단부 [이종원 8단]
  번호 : 77
  작성일 : 2006-01-11

차라리 바르게 서서 맞아라


이 종 원
(수원대학교 교수. 8단)


그 전부터 도장에서 검도의 본을 연습하고 있으면 “너 심사 보냐?” 라고 묻는다. 요즘은 본국검법까지 추가되어 당일치기 할 것이 더 많아졌다. 심사 전날 중앙연수원에 가보면 자정을 넘는 시간까지 검도의 본과 본국검법을 하느라고 심사 응시자들이 밤을 지샌다.

거슬러 올라가면 필자는 1966년에 처음 승단심사에 응시하여(당시 심사위원 : 호익룡, 김영달 선생님) 초단이 되었다. 그 전까지는 실기 심사를 보지 않고도 서류심사로 대체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들었다. 심사를 보아도 거의 합격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1990년 경 어느 5단이 6단 심사를 보면서 자기는 생애 처음 보는 심사라고 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것이 점점 까다로워져 합격률이 잘하면 30%, 못하면 10% 대로 떨어졌으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있다. 서너 번 떨어지기는 다반사이고, 이제 심사결과를 ‘자기가 실력이 없어 떨어졌다’고 대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 특히, 중앙연수원이 건립된 이후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검도 수준이 크게 향상된 것 같으며, 심사도 많이 까다로워졌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며 대한검도회의 치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한검도회 규정에 의하면 4단까지는 지방에 심사가 위임되어 있고, 5단부터는 중앙에서 심사를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그 의미는 5단부터 고단자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이 아닐까. 5단부터는 전국적으로 수준이 같아지므로 시도를 걸쳐서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필자가 가끔 중앙심사위원으로 참가해 5단 심사를 보면 ‘저 사람이 어떻게 4단을 땄지?’ 라고 생각되는 5단 응시자가 더러 있다. 나름대로 수련을 했겠지만 그 정도가 4단이면 당해 지방의 심사에 문제가 좀 있어 보인다. 전국적으로 여러 시도(市道)가 있고, 또 고단자가 계시지 않는 곳도 있어 지방별로 수준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 단이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 중앙심사위원(또는 인근 지방심사위원)의 의무적 참가 제도도 고려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함으로써 지방 심사자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들은 바에 의하면 중앙심사보다 지방심사 응시자들의 불만이 훨씬 더 큰 것 같다. 부분적으로 늘 같은 사람들이 심사하니 인적 관계에서 비롯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글로벌 시대를 맞아 투명성(transparency)이 제고되었으면 한다.

한 지방의 젊은 8단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지방에서는 심사자들에게 본인들이 떨어진 이유를 알려준다고 한다. 고객 만족의 경영 마인드에 경탄한다. 참 바람직하지만 검도계의 보수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또 신비감이 사라짐으로써 다소 위험한 일도 생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요즘 대학에서 학생들이 답안지 공개를 요청하면 담당교수가 이를 보여주고 설명한다. 그리고 모든 교수 및 강사는 강의 평가를 받는다. 검도계도 이러한 시대적 추이를 조심스럽게 따라보는 것은 어떨까?

◆ 실기―연격, 대련
이제부터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승단심사에 합격할 수 있는 요령을 써야 할 텐데……기대에 못 미칠 것 같아 걱정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해답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건 아닐까? 평소 바른 방법으로 자주 검도 대련을 하며, 최소한 주 1회 검도의 본과 본국검법을 수련해야 않을까? 그리고 검도에 관한 서적이나 인터넷 자료를 읽는 등 수시로 검도교양을 쌓아서 하급자들이 묻는 검도 질문에 막힘없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검도 심사과목 중 실기대련이 가장 중요하나 평소 늘 수련하므로 특별히 준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5단이면 알아 두어야 할 승단심사 착안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심사는 경기와 다르므로 타격보다는 자세에 치중하라.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하는 것은 특히 금기사항이다.
   발로 피하든가 차라리 바르게 서서 맞는 편이 더 낫다.
2. 적절한 거리, 즉 일족일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절대로 밀리지 마라.
3. 막는 자세를 미리 취하고 있지 말고, 막으면 즉시 반격하라.
4. 연격을 잘 해야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크고 부드럽게’이다.
5. 머리를 잘 쳐야한다. 머리를 잘 치려면 우선 ‘공세(=세메)’에서 상대를 이겨야 하고, 치고 난 후의 자세가 좋아야
   한다.
6. 매 공격마다 유효타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라.

◆ 필기시험
다음은 필기시험인데, 사실 준비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글을 안 쓰다 쓰려면 힘들겠지만 검도의 수련 ‘모토’가 ‘문무겸전(文武兼全)’이니 논문을 안 쓸 수도 없다. 또한 검도 심사에서 논문을 쓴다는 것이 다른 종목 심사와 다른 자랑거리가 아닌가? 필자는 논문심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협회에서 주는 예상 주제 10개를 모두 한 번씩 써 보면 된다. 부정행위는 절대로 안 된다. 그렇게 하고 제자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가?

◆ 본국검법
본국검법은 순서와 자세를 알면 합격이니 제일 쉬운 셈이다. 그러나 조심하라. 한 바퀴 돌다가 순서를 잃어버리면 탈락이니…….

◆ 검도의 본
역시 심사에서는 검도의 본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검도 기본이 약한 응시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5단 승단심사 준비자들은 검도의 본 수련을 통해 자세를 교정하며 기본을 다지는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응시자들은 자기의 단 수준에 맞는 검도의 본을 시연할 줄 알아야 하며, 선후도의 역할을 다 잘해야 한다. 검도의 본에서의 간단한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 대도 1본 : 선도―후도의 칼자루까지 내려 벤다는 기세가 중요하며, 내려친 칼끝은 하단세보다 조금 더 내려간다.
▶ 대도 2본 : 선도―후도 오른손목보다 약간 아래까지 내려친다.
                  후도―오른발을 내디딜 때 왼발이 즉시 따라간다.
▶ 대도 3본 : 선후도―몸(허리)으로 찌를 것.
                   후도―두 번째 공격은 찌름이 아니라 위협이므로 재빠르고 단호한 동작이 요구됨.
▶ 대도 4본 : (1) 선도 및 후도가 좌상단으로 변화하여 내려칠 때 크게 한 박자로 할 것.
                  (2) 후도는 왼주먹을 머리 위로 감아올려 크게 정면을 친다.
▶ 대도 5본 : 후도의 스쳐올림은 이마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 대도 6본 : 후도는 호를 그리며 선도의 칼을 스쳐 떨어뜨림.
▶ 대도 7본 : 선도―후도의 가슴을 재빠르게 찌를 것.
                  후도―시선을 놓치지 말 것, 상대의 허리를 지나면서 정확히 벨 것.
▶ 소도 1본 : 후도는 선도가 내려치기 전에 미리 움직이지 말고, 후도는 선도의 칼을 정확하게 방어할 것.
▶ 소도 2본 : 후도―선도의 칼을 정확히 방어할 것, 존심시 발동작이 없으므로 거리를 가깝게 잡을 것.
▶ 소도 3본 : 후도―선도의 몸 안쪽으로 뿌릴 것, 허리를 좀 높게 방어할 것, 칼을 누른 후 선도를 밀지 말고 따라 갈 것.

‘심사에서는 수련한 칼을 보이려고 하지 말고, 수련한 마음을 보여라.’ 라는 말로 본고를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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