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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Oasis 내한 공연

오아시스 내한 공연 내한 관람 후기

작성자Gem Archer|작성시간25.10.26|조회수1,031 목록 댓글 10

 

정말로, 하마터면 오아시스 공연을 놓칠 뻔했습니다. 재결합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기다려 온 순간을 말예요.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좌절과 불안과 초조가 기대와 감격과 환희로 반전하는 30시간이 되었네요. 블로그에 정리한 걸 후필즈에도 올려봅니다. 이하 존칭은 생략하는 점 너른 양해를 미리 구합니다.

10.20.(월) 08:00 귀국 당일 프랑크푸르트-인천 항공편 15시간 지연 소식 접수
10.20.(월) 11:00 프랑크푸르트-런던-인천 항공편으로 변경
10.20.(월) 18:00 프랑크푸르트-런던행
10.20.(월) 20:20 런던-인천 항공편 30분 지연 확인(20:40 → 21:10)
10.20.(월) 21:10 런던-인천행
10.21.(화) 18:00 인천공항 도착 및 수하물(캐리어) 수령
10.21.(화) 18:30 인천공항-대화역 이동
10.21.(화) 19:50 고양종합운동장 도착, 물품보관소 캐리어 접수
10.21.(화) 20:00 오아시스 Live '25 공연장 입장 및 공연 시작
10.21.(화) 22:00 오아시스 Live '25 공연 종료

대망의 귀국 당일 아침, 기분 좋게 숙소 근처 공원을 달리고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메시지가 들어왔다. 수하물 안내 메시지겠거니 했다. 아니었다.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 한두 시간도 아닌 무려 열다섯 시간 항공편 지연 소식. 이대로라면 한국에 도착했을 때 오아시스 공연은 진작 끝나 있는 것이었다. 달리기 중단, 곧장 숙소로 복귀했다.

동료 J가 항공사와 항공권 구매처로 연신 전화를 시도했다. 나는 출장자 단체 메시지방에 쏟아지는 참가사 문의에 할 수 있는 대응을 하고 정보를 교환했다. 조급함과 불안함과 애타는 기다림 끝에 항공권을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천 직항이 아니라 런던을 경유해야 했다. 비행과 대기 시간을 합쳐 4시간이 늘어나지만 그런 걸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원래 그날 계획은 달리기를 하고, 숙소 근처에 봐놨던 카페에서 여유롭게 아침을 시작한 뒤, 동료와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프랑크푸르트 시내(뢰머광장)를 좀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찾아 공항으로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연 사태'로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숙소 근처 카페에서 간단히 요기를 한 뒤 마트에 들르고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런던까진 순조롭게 이동했다. 이제 런던에서 인천까지 이동해야 했다. 탑승구에 가니 20:40이었던 출발 시각이 21:10분으로 연기되어 있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가지 말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억까' 아닌가? ('23년 캐리어 유실 사태와 함께) 해외 출장은 내 팔자에 맞지 않는가 보다, 따위 생각을 했다. 그래도, 정말로 여기까진 괜찮을 것 같았다. 더 이상의 변수만 없다면 빠듯하되 공연장 정시 도착까진 가능할 것 같았다. <Slide Away>의 노랫말 "I don't know I don't care / All I know is you can take me there"가 그렇게 마음을 후벼 판 적이 없다. 마음 속으로 따라 외쳤다. 'Take me there! Take me there!'

인천까지 제때 도착했고, 운 좋게 캐리어를 일찍 찾을 수 있었다(독일 도착했을 땐 거의 마지막에 수령했었다). 동료와 인사하고 인천공항에서 고양 대화역까지 이동하는 차편을 알아봤다. 택시와 버스 중에 선택해야 했고, 퇴근 시간임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전용 차로가 있는 버스가 나을 것 같았다. 버스 안에서 초조함에 떨며 지도 앱을 계속 새로 고침했다. 여차하면 택시로 갈아탈 생각을 하고.

19:40경 대화역에 내렸다. 예상보다 10분 정도 늦었지만 괜찮았다. 캐리어도 있고 공연장으로 향하는 인파에 발걸음을 재촉할 수 없었다. 종종 걸음으로 이동해 공연장에 도착해서, 출입 팔찌를 받고 캐리어를 물품보관소에 맡겼다. 이제 공연장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됐다. 달렸다. 운영 인력이 뛰지 말라고 했지만 뛰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장에 들어서면서 주먹을 불끈 쥐며 두 팔을 활짝 펼쳤다. 감격스러웠다.

공연 대기 곡으로 롤링 스톤스의 <We Love You>가 나오고 있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나니 노래가 끝났다. 무대 스크린에서 'THIS IS NOT A DRILL'하는 문구가 뜨더니 별안간 경쾌한 스네어 드럼 소리가 울렸다. 이것은 <Fuckin' In The Bushes>, 공연 시작을 뜻했다. 오졌다.

갤러거 형제가 손을 잡고 입장했다. 첫 곡 <Hello>의 "It's good to be back", 다음 곡 <Acquiesce>의 "Because we need each other"하는 가사에 감개가 무량했다. 정말 갤러거 형제가 화해했고, 오아시스가 재결합했으며, 오아시스 공연장에 나도 있다는 것이 이제야 실감났다. 미치도록 신났다. <Cigarettes & Alcohol> 때는 옆에 있던 모르는 사내와 무대를 등지고 어깨 동무를 하고 기타 리프를 따라 부르며 방방 뛰었다. <Supersonic>, <Morning Glory>를 비롯 많은 곡을 드럼 박자, 기타 첫음만에 무슨 곡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노엘 갤러거가 <Talk Tonight>을 부를 때 친구 C와 잠시 회동했다. 그가 선사한 위스키 한모금으로 에너지를 보충했고 무대를 뒤로 한 채 사진을 서로 찍어준 뒤 헤어졌다. 원래도 손에 꼽을 만큼 좋아하는데 험난했던 귀국 길에 유독 애타게 들은 <Slide Away>가 나올 땐 울컥했다. 거의 모든 곡에서 그랬긴 하지만 목청껏 "Take me there! Take me there!"를 따라 불렀다. <Whatever>는 스크린에 싱글 자켓 이미지에 갤러거 형제가 합성된 것이 묘하게 드라마 '아내의 유혹' 엔딩 씬을 떠오르게 해서 웃음이 나왔다. <Live Forever>에서 다시 한 번 감정이 올라왔다. 무척이나 사랑하는 노엘 갤러거의 기타 솔로 연주를 영상으로 남겨놓았다. 공연 대미를 장식하는 <Champagne Supernova>는 일부러 영상을 찍지 않았다. 이미 다른 곡을 충분히 찍기도 했고, 결국 잊어버릴지언정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기고 싶었다.

이렇게 16년만의 오아시스 공연을 한껏 즐겼다. 리암 갤러거는 여전히 뒷짐 진 특유의 자세로, 2009년보다 쌩쌩한 목소리로 연신 힘주어 노래했다. 다소 푸근해진 모습의 노엘 갤러거는 공연 중간중간 활짝 웃으며 공연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역시 둘은 함께라야 온전히 빛이 난다. 겜 아처와 앤디 벨이 스크린에 거의 비춰지지 않은 것은 아쉬웠고, 본헤드는 패널로나마 불참의 아쉬움을 달랬다.

만약 공연을 포기했다면 어땠을까. 처음에 항공편 지연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만 해도 공연을 못 보겠다는 생각이 든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손을 놓아버렸다면 출장 자체에서 오는 피로함에, 출장 때문에 오아시스 공연을 놓쳤다는 허탈함이 더해져 한동안 실의와 허무, 염세에 빠졌을 것 같다. 그 대신 극적으로 만끽한 오아시스 공연은 명랑과 낙관을 그득하게 선사했다. 명랑과 낙관, 이것은 곧 브릿팝의 본령 아니겠는가! "Some might say / We will find a brighter day (Yeah-)"

지난해 고양종합운동장이 내한 공연 장소로 발표되었을 때는 사실 반갑지 않았다. 가본 적이 없었고 아무래도 고양은 서울보다 접근성이 떨어지니까. 그러나 가령 서울 잠실이나 올림픽공원 쪽에서 공연이 열렸다면, 이번 사태 하에선 정시 도착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스탠딩 B에서도 17000번대, 사실상 맨 끝이라는 불만족스러웠던 티켓팅도 전혀 중요하지 않아졌다. 인생사 새옹지마!

오아시스는 내게 더더욱 특별한 의미가 되어버렸다. 나의 영원한 로큰롤 스타여 아이돌이여, Live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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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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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Gem Arche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10.27 타임라인 다시 봐도 아찔하네요 ㅋㅋㅋ 다음 날 거의 뻗어서 집에 돌아갔어요 그치만 너무 즐거웠답니다
  • 작성자WonderwallOurLove | 작성시간 25.10.27 와,.제가 불안계획형이라 늘 항상 상상했던 억까 abc단계 다음 d단계를 마주하는듯한 후기라 손에 땀 났어요; 진짜 모든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져 잘 즐기셨다니 다행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Gem Arche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10.27 항공편 지연에 지연은 운이 따라주지 않았지만 또 공연 딱 맞춰 도착한 걸 보면 운이 아주 없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
  • 작성자와와왓 | 작성시간 25.10.27 항공편 지연이라니 ㅎㄷㄷ 그래도 무사히 공연장에 입성하셔서 다행입니다! 더욱 극적으로 다가오는 공연이었겠어요
  • 답댓글 작성자Gem Arche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10.29 정말 극적이었죠! 더더욱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되어버렸어요 ㅋㅋㅋㅋ 벌써 일주일이 더 지났네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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