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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즐거움과 보람

작성자가재용|작성시간26.06.23|조회수19 목록 댓글 0

쇼핑의 즐거움과 보람

■ 들어가는 말

젊은 시절의 나는 옷에 큰 관심이 없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젊음 자체가 가장 좋은 옷이었다.

낡은 셔츠를 입어도 꿈이 있었고, 해진 바지
를 입어도 희망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의복보다 삶을 개척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중년이 되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족을 돌보고 삶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자신을 꾸미는 일은 늘 뒤로 미뤄졌다.

그러나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 어느덧 75세라는 인생의 가을 언덕에 서게 되었다.

그 긴 세월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신을 가꾸는 일 또한 삶에 대한 소중한 예의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흔히 "의복은 날개"라고 말한다.

젊은 시절에는 그 의미를 깊이 알지 못했
지만, 이제는 그 말이 단순한 속담이 아니라 삶의 지혜라는 것을 깨닫는다.

옷은 몸을 감싸는 천 조각이 아니라 마음을 밝히고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 쇼핑의 즐거움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기쁨을 얻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듯이 쇼핑 또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작은 축복이다.

맛있는 음식은 먹는 순간 행복하다. 그러나 그 기쁨은 잠시 후 사라진다.

반면 마음에 드는 옷 한 벌은 오랫동안 즐거움을 선물한다.

옷장을 열 때마다 미소가 번지고, 외출을 준비할 때마다 마음이 설렌다.

새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면 마치 오래된 나무에 새순이 돋아나는 듯한 생기가 마음속에 피어난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움을 향한 마음만큼은 늙지 않는 모양이다.

더욱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옷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각별하다.

백화점에서 한 벌 살 비용으로 두세 벌의 옷을 마련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현명한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나 역시 상의 다섯 벌과 하의 두 벌을 마련하였다.

누군가는 그것을 단순한 소비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내게는 삶에 새로운 색깔을 입히는 작은 축제였다.

새 옷을 걸어 놓은 옷장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소년처럼 설레는 마음을 느꼈다.

■ 쇼핑의 보람

쇼핑의 진정한 가치는 옷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옷을 입고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단정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곱게 늙는다는 것은 얼굴의 주름을 감추는 일이 아니라 삶의 품격을 가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2018년 아내와 사별한 이후, 나는 종종 혼자라는 사실을 실감하곤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방치하거나 초라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단정한 옷을 입고, 깨끗한 모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존중이자 인생에 대한 예의이다.

사람은 누구나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내면의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기 위해
서는 외면 또한 그에 걸맞게 가꾸어질 필요가 있다.

아무리 많은 지식과 훌륭한 인품을 갖춘 사람이라 하더라도 스스로를 지나치게 방치한다면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반대로 단정하고 품위 있는 옷차림은 말보다 먼저 그 사람의 성실함과 자기 관리의 자세를 보여 준다.

나는 많은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일 또한 하나의 품격이라고 생각한다.

외모를 가꾼다는 것은 허영이 아니라 자신을 존중하는 삶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옷은 말이 없지만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밝은 색상의 셔츠 한 벌은 삶에 대한 긍정을 말하고, 단정한 재킷 한 벌은 성실하게 살아온 세월을 말해 준다.

■ 맺는 말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한다면 젊음은 꽃피는 봄이고, 중년은 열정의 여름이며, 노년은 아름답게 익어 가는 가을이다.

가을의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는 화려함 때문이 아니라 긴 세월을 견뎌 낸 깊이와 향기 때문이다.

사람의 노년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향기와 품격은 더욱 깊어져야 한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어두운 색보다는 밝은 색의 옷을 선택하려고 노력한다.

밝은 색은 얼굴을 환하게 만들고 마음에도 생기를 불어넣는다.

또한 실제 나이보다 조금 더 젊고 건강하게 보이게 한다.

노년은 결코 인생의 쇠퇴기가 아니다.

오히려 삶의 원숙미가 꽃피는 시기이다.

따라서 노년의 옷차림은 움츠러듦이 아니라 당당함을 담고 있어야 한다.

내 몸과 외모를 가꾸는 것은 단순히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상대방을 존중하는 배려이기도 하다.

단정한 모습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나는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무언의 인사와도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옷장을 열며 생각한다.

"아름답게 늙는다는 것은 세월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세월을 품위 있게 맞이하는 것이다."

많은 지식은 사람을 현명하게 만들고, 따뜻한 인품은 사람을 존경받게 만든다.

그리고 단정한 옷차림과 밝은 미소는 그 모든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인생의 가을길을 걷고 있는 지금, 나는 믿는다.

자신을 가꾸는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다.

그리고 그 배려가 쌓일 때 비로소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오늘도 나는 새 옷 한 벌 속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한다.

마치 늦가을 햇살이 붉게 물든 단풍잎 위에 조용히 내려앉듯이, 남은 생 또한 따뜻하고 품위 있게 물들어 가기를 소망하면서.

육사 31기 문우회
김명수(능화)드림
2026년 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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