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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지금의 나를 그려나가며

작성자이종완|작성시간26.06.10|조회수2 목록 댓글 0

지금의 나를 그려나가며

 

 

직관이 아니고서는
세상의 결을 담아낼 수 없다고

조용히 침묵을 들여다보던 시간

 

표정 없는 형상들이 꿈틀거리며 살아나고
오래 숨겨 두었던 내면의 것들이
수면 위로 일렁인다

 

나도 모르는 사이
불쑥 돋아난 낯선 싹 하나

새로운 감각이라 여겼으나
실은 오래전부터
깊숙이 익어가던 감정이었다

 

정해진 대상도 없이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이

가슴 한편에
오래된 가능성만 품고 살아온
그 기다림

 

잠시 두려움이 밀물처럼 밀려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망설이지만

작디작은 고민들은
파도에 쓸린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착각도 아니었고
헛된 꿈도 아니었던 순간

머뭇거리던 눈빛 끝에서
마침내 손길 하나 뻗어 나간다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뛰고

한 번의 호흡이 지나기도 전에
세계는 더욱 선명해진다

 

세상이 정한 규칙도
조심하라던 목소리도

그 응시 앞에서
천천히 풀려내리고

그 자리에는
따스한 온기가 자라난다

 

명암으로도 붙잡을 수 없는 자태

짙어지는 저녁노을이 기대 선 창가에서
서글프게 번져가는 농담의 여운 사이로

빈 여백 하나가
죽비처럼 등을 스치고 지나간다

 

선이 지나간 자리마다
경계는 또렷해지는데

드러나지 않던 표정들은
오히려 살아나고

대칭과 비대칭의 아슬한 균형 위에서
낯선 변주가 시작된다

 

한 번도 배운 적 없기에
끝내 다가서게 된 공간

텅 빈 화폭 위에서

나는 나를 그리듯
처음 보는 나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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