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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을 헤매다
-박창서
광평교에서 비행장 쪽으로 가는 길고 긴 갈대밭 숯내길 한 생각으로 보아도 보이지 않고 걸어도 걷는지 모르는 그 길을 총망히 걸으며 하루하루 살고 있다 이 세상 생긴 건 모두 멸한다는 생각에 슬프기도 하고 슬프지 않기도 하여 그만큼 고적하게 매일매일 죽고 있다 저마다의 삶은 저마다 사는 것인데 뜻대로 죽지 못한다며 심란해하시더니 별안간 사경을 헤매는 노친, 그 생각에 맘 단단히 먹고 걷고 있다 가실 때 가는 거지만 망백望百은 몰라도 졸수卒壽는 아쉬워 계실 때 잘하라는 말 후회하지 않으려고 죽도록 걷고 있다 박창서: 2004 계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발자국이 하나다』 사진출처 :daum img 제10 합동시집 "꽃의 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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