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처럼 낮아지는 마음, 문학으로 치유를
제1회 청해문학상ᅠ대상ᅠ수상 오봉옥 시인 인터뷰
[한미경 칼럼니스트의 기별]
지난 9일 완도군에서 제정한 제1회 청해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백수인 심사위원장의 심사평에 따라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영예의 대상에 오봉옥 시인의 시집 『나비 도둑』이 선정됐다. 또한 일반부 우수상에 소설 『몽유도원』의 민해숙 작가, 청해작가상에 시 ‘세월호 아직 끝나지 않은 기도’의 한용제 시인, 청소년부 시부문에 김예지 양과 수필 부문에 박상우 학생 등이 첫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수상자 오봉옥 시인
이날 대상을 받은 오봉옥 시인의 시집 『나비 도둑』은 삶의 고단함과 그 안에 깃든 온기를 특유의 구어적 리듬으로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으며 심사위원ᅠ만장일치로 선정되었다. 축하 인사를 전하며ᅠ수상 소감을 묻자, 오봉옥 시인은 먼저 바다를 이야기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바다 자체가 치유의 본질을 잘 담고 있습니다.”
평생 시를 쓰고 또 시를 가르쳐온 그는 문학이 사람을 치유하는 과정을 수없이 지켜보았다. 특히 시 창작 수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시로 쓰고, 함께 다듬고, 낭송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시를 읽으며 눈물을 흘린다고 말한다. 그렇게 6개월 정도 꾸준히 시를 쓰다 보면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해 왔다.
그는 한국 사회가 겉으로는 활기차 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상처와 우울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문학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자신을 마주하게 하는 치유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번 시집 '나비 도둑' 속에는 다양한 사물과 경험들이 등장하지만 정작 저는 없습니다. 제가 완전히 대상과 하나가 되어 말해집니다. 결국 그 모든 것이 저이기도 한 것이지요.”
그가 말하는 치유의 핵심은 ‘성찰’이다. 오 시인은 마흔 무렵부터 자신의 시가 크게 달라졌다고 회고한다. 젊은 시절의 시가 세상을 향한 외침이었다면, 이후의 시는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 되었다.
“그 이후 제가 써온 모든 시는 결국 성찰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수상에서 가장 기뻤던 점도 심사위원들이 바로 그 지점을 읽어주었다는 사실이었다. 젊은 시절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도 담담했다. 그는 1980년 5월 광주를 직접 겪었고, 마지막 순간 가까스로 현장을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다. 그 기억과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시를 쓰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이후 필화를 겪으며 세상에 자신을 아낌없이 던져보았다.
“그때의 제가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습니다. 후회 없고,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오늘날 글을 쓰는 젊은 세대에게도 그는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글쓰기는 누군가에게 취미일 수도 있고 오락일 수도 있다. 그것 또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글쓰기가 자신의 길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 끝없이 대화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을 꺼내어 남처럼 바라보고 끊임없이 대화해야 합니다. 도망치지 말고, 회피하지 말고, 끝까지 계속해야 합니다.”
홀로 수행하는 큰 스님들이 세상 이치를 꿰뚫어 보게 되는 이유 역시 철저한 자기 성찰 때문이라며, 결국 문학도 수행도 모두 자기 자신을 거짓 없이 마주하는 일, 그 진정성에 달린 것이라 그는 말한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곧 결혼을 앞둔 딸과 예비 사위에게 해준 덕담을 들려주었다.
“부부는 남과 남이 만난 것인데, 안 싸울 수는 없지요. 하지만 먼저 자기가 조금 기운다고 생각하면, 서로를 모실 수 있습니다.”
상대보다 내가 조금 더 낮아지겠다는 마음.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것을 품어내는 바다의 마음과도 닮아있다. 그래서 오봉옥 시인은 만나는 모든 사람과 사물로부터 새로운 배움과 깨달음을 얻는다고 말한다.
그의 시와 삶을 관통하는 단어는 결국 하나였다. 성찰. 그리고 그 성찰이 만들어내는 치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