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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록 시모음

작성자미소|작성시간07.01.30|조회수302 목록 댓글 0

본명 정재영

1952년 전남 승주 출생.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졸업.

현재 국세청 전산정보 관리관실 근무.

2007년 부산일보.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붉고 향기로운 실탄

 

 

드티봉 숲길을 타다가 느닷없이 총을 겨누고 나오는

딱총나무에게 딱 걸려 발을 뗄 수가 없다

우듬지마다 한 클립씩 장전된 다크레드의 탄환들

그 와글와글 불땀을 일으킨 잉걸 빛 열매를 따 네게 건넨다

실은 햇솜처럼 피어오르는 네 영혼을 향하여

붉게 무르익은 과육을 팡팡 쏘고 싶은 것이다
선홍빛에 조금 어둠이 밴 딱총나무 열매에 붙어
이놈들 보게,알락수염노린재 두 마리가 꽁지를 맞대고
저희들도 한창 실탄을 장전 중이다
딱총을 쏘듯 불같은 알을 낳고 싶은 것이다
그게 네 뺨에 딱총나무 붉은 과육 빛을 번지게 해서
갑자기 확 산색이 짙어지고
내 가슴에서 때 아닌 다듬이질 소리가 들리고…
막장 같은 초록에 갇히면 누구든 한 번쯤 쏘고 싶을 것이다
새처럼 여린 가슴에 붉고 향긋한 과육의 실탄을
딱총나무만이 총알을 장전하는 게 아니라고
딱따구리가 나무둥치에 화약을 넣고
여문 외로움을 딱딱 쪼아대는 해 설핏 기운 오후
멀리서 뻐꾸기 짝을 부르는 소리 딱총나무 열매 빛 목청
딱총나무의 초록이 슬어 놓은 잉걸 빛 알들이
겨누는 위험한 숲 내 손을 꼭 잡는다.

 

*빛나는 뼈

 

 

칼끝이 비집고 들어가 전복의 살을 따낸다

삼태기 같이 생긴 전복껍데기

전복이 한 삼태기 살을 비운 자리에

무지개가 감도는 은빛이 다시 한 삼태기 그득하다

갈끝을 들이대야 할 만큼

아귀차게 붙들었던 살 아래 숨긴 패각의 광채

반질반질 매끄러운 전복 껍질이 그 빛을 숨쉬고 있었다

칼로 따내야 할만큼 강한 흡인력의 숨구멍으로

살 속의 빛을 흡입하고 있었다

내 뼈도 그  보이지 않는 여러 숨구멍으로

호흡이 통하고 신경이 통하여 살과 맞물려 왔으리라

칼끝이 비집고 들어가 뚜껑을 따버린

내 순결 같은 빛

전복의 살이 패각에 찍어놓은 은빛 족적

모든 호흡이 모든 신경이 그 빛을 키웠다

칼로도 따낼 수 없는 광채를

결국은 뼈 한 벌의 빛으로 남을 너와 나의 몸

패각의 무지개빛이 칼끝을 스친다

 

*치자빛 등불

 

요도에 호스를 꽂은 아버지

일테면, 요도가 한 발쯤 밖으로 빠져나온 거에요

플러그를 꽂자마자 전류가 흐르듯

도뇨관이 치자빛 소변을 비닐 팩에 흘러 보내고 있어요

몸에 호스를 꽂고 배터리처럼 치자빛 등을 켠 아버지

육십 평생을 앞가림해 온 생의 표피를 딸 같은 수련의에게

한순간 뚫리고 말았어요

고무장갑을 낀 핀셋이 드륵, 커튼을 치고 들어가

당신의 주글주글 쳐진 생의 중심에 바로 플르그를 꽂았어요

내 생명이 거기서 조팝꽃처럼 터진 적도 있는

생의 도관을 관통당한 아버지

도뇨관이 당신의 몸을 스위치 없는 전원처럼

계속 치자빛을 흐르게 하고 있어요

아버지의 요도는 당신의 몸을 열고 닫는

문 중의 하나였어요

육십 평생 그 여러 문들 열고 닫기가 힘에 부쳤는지

운신조차 못하게 된 아버지

호스가 그 문 대신으로 치자빛 등을 내걸었어요.

 

*펜의 연주

 

김영택의 펜화는 캔트지를 악기로 쓰는 연주다

오늘의 레퍼토리는 '존덕정'

그가 키타의 피크처럼 펜을 잡고 선을 치기 시작한다

연못에 그림자를 던진 육모정을 화폭에 담아내는 펜의 선율

펜촉에 먹물을 찍어 스타카토로 툭툭 선율을 치다가

간혹 레카토로 바꿔 슥슥 긋기도 하면서

연못 속 두개의 육각 돌기둥 위에 반쯤 얹힌

정자 한 채를 연주한다 연주가 끝날 때까지

펜촉에 걸려 나오는 몸의 신경줄이

스타카토로 때로는 레카토로 오십만 번은 끊겨나간다

그의 눈을 거쳐 뇌에서 공명하는 스타카토와 레카토의 선율

혼신을 다하는 연주처럼

선 한 줄 허투로 긋지않는 극세밀화

김영택의 펜화는 켄트지 위에 덕을 받드는 작업이다

세밀하고 정교한 펜 터치로

경쾌한 악곡같은 육모정을 탄주하는 선율의 작업

덕은 세밀하고 정교한 터치다

네 괴로움과 슬픔을 어루만져 경쾌한 키타의 선울을 내게한다

깅영택의 펜화는 켄트지를 악기로 쓰는

장장 십오일의 마라톤 연주다

 

 

*동백꽃 화인

 

선창가 뒷골목의 동백여인숙 비닐 장판에

800 'C짜리 동백 한 송이 졌던가 보다

보일러의 파이프 자국이 물결치는 노르께한 비닐 바닥에

섬처럼 던져진 까만 점 하나

 

아까 다방에서 티켓 끊어 차 배달 나가던

핫팬츠의 손목에도 세 개나 찍혀 있던 동백꽃 자국

여인숙의 장판만이 아니라 사람의 살 속으로도

불을 찔러 넣을 수 있다는 증표

불의 도장을 꾹 찔러 넣은 화인火印

 

불이 심어놓은 뿌리는 깊고 깊다

보온병을 든 손목을 종두자국만하게 파고든 불도

이 막다른 선창까지 뿌리가 한참 깊을 것이다

 

그 불씨 한 점 가슴에 묻고

이 선창가 후비진 여창에서 너를 생각한다

네 속 깊이 찍혔을 화인을 눈여겨보고 있다

네 몸 속에 숙명처럼 떠 있을 섬 하나를

이 허름한 여인숙 비닐장판에서 본다 

 

불 덴 자국을 증거인멸할 수도 없는 너

그 깊은 뿌리를 더듬어 너에게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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