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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등단시

[회원 등단시]등단 시- 하훈

작성자미소|작성시간06.09.25|조회수268 목록 댓글 5
 

23.5

-하훈




가지 끝에 새 한 마리 위험하게 걸려있다

자신만의 길이 있다는 듯, 날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며 텅 빈 하늘을 응시한다

함부로 길을 내지 않는 새가

오래 밀고 왔던 자국의 파문 속으로 투신할 때

가냘프게 떨리는 날개 짓은

하何! 많은 인연들이 불러온 파장의 모음,

지구가 그 주위를 기우뚱하게 운행을 하고

비 오는 날, 허름한 집들이 흘러내릴 듯

비탈길 산동네가 엉거추춤 허리춤을 부여잡고 있다

나는, 어스름밤 골목길에서 맞닥뜨린

낯선 사내의 적의(敵意)를 애써 피해 귀가 한다

간혹, 비상하는 새가 급반전할 때


자전의 한 축이 우지끈 무너지는 소리 들린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중략......


  2006년 상반기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 대략 35명 정도이다 . 그 35명중에서 내 눈에 들어온 몇 분의 시를 살펴본다

  위 시의 제목은 지구의 기울기이다. 지구는 남북극의 축이 약 23.5도 기운채로 하루 한번씩 자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에는 낮과 밤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비가 많이 오면 23.5도 기울어 있는 비탈길 산동네의 허름한 집들은 흘러내릴 듯 엉거추춤 허리춤을 부여잡게 된다. 위험에 대한 인지는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시인이 보기에 새도 비가 많이 오자 가지 끝에 위험하게 걸려있는 듯 하다. 제 1연 전반부는 지상의 위험을 감지하고 있는 새에 초첨이 맞춰져 있지만 후반에 가서는 불안의 근거를 보다 확실하게 전달한다. 시적 화자는 어스름 골목길에 맞닥뜨린 낯선 사내의 적의를 애써 피해 귀가 할 수 있었지만 집중호우는 끝내 지축을 흔든다. 제 1연의 마지막 행과 제 2연이 산동네 집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광경을 암시하고 있다

   이 시가 의도하는 것은 무엇일까?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 자연의 무서운 힘? 기우뚱한 지구에서 일어나는 비극적인 일들? 알 듯 모를듯한 주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시의 형식 이다. 첫 행부터 끝 행까지 긴장감이 한시도 늧춰지는 적이 없다. 김박감이 넘치는 시는 문예지 한권을 통독해도 한편 만나기 어려운데 하훈의 “재 개발 사무실 옆에/ 휘어진 느티나무 서있다”로 시작하는 ‘독거’ 외 “그대여 지지 마시라”로 시작하는 ‘무생화‘는 언어의 조율 능력이 뛰어난 시임에 틀림없다. 조율되지 않는 음이 기성시인의 작품에서 속출하는 요즈음 하훈 시인의 등장은 시를 쓰는 나를 긴장시킨다.


  계간 시평/이승하

  <문예지 신인상 제도 이대로 좋은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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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제비꽃 | 작성시간 06.09.26 예전에 본적이 있는 시인 거 같은데, 다시 읽으니 역시나 더 좋으네요. 앞으로 더 좋은 시로 문단을 긴장시키는 시인이 되시기를...
  • 작성자편지 | 작성시간 06.09.26 전에 본 적이 있는데 부분 부분 달라져서 제목을 못보고 다른 글인줄 알았네요. 하훈님 축하드립니다. 카페에는 가을 달빛 안고 오시렵니까?
  • 작성자폭포 | 작성시간 06.10.02 축하 드립니다!! 가을의 전령사처럼 좋은 소식 들리니 기쁩니다^6^
  • 작성자미산 | 작성시간 06.10.10 그동안의 시에대한 정열과 사랑 ,수고......기쁜 소식 축하 축하 드리옵니다 붉은 단풍잎이 불타는 가을 어느 오후, 훈소 가을 모두 모여 푸른 가을 하늘 향해 하훈님의 더 큰 발전 위하여 마음 모아 환호하고 싶어요......
  • 작성자범아가리 | 작성시간 06.11.11 좋은 게시물 스크랩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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