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뼈
유선철
수직의 운명이라 수평은 늘 꿈이었다
위에서 짓누르는 중력의 거친 무게
엎드린 시간 속에서 무늬가 쌓여갔다
가난의 행적이며 물살의 세기까지
빼곡히 새겨넣은 내 몸의 저 암각화
중심이 마구 흔들린 어린 날도 채록했다
박제된 기억들이 어둠을 털어낼 때
동그란 마디에서 피어난 통증의 꽃
안부를 물은 적 없어 모서리가 짠했다
세상을 떠받치는 수많은 등뼈들이
저마다의 함성으로 내지르는 붉은 함성
나 홀로 들판에 서면 더욱 크게 들린다
-《 오늘의시조 》2026년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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