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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감상실

질 나쁜 연애 - 문혜진

작성자미소|작성시간21.04.02|조회수736 목록 댓글 0

질 나쁜 연애

 

문혜진

 

이 여름 낡은 책들과 연애하느니

불량한 남자와 바다로 놀러 가겠어

잠자리 선글라스를 끼고

낡은 오토바이의

바퀴를 갈아 끼우고

제니스 조플린의 머리카락 같은

구름의 일요일을 베고

그의 검고 단단한 등에

얼굴을 묻을 거야

어린 시절 왜 엄마는 나에게

바람도 안 통하는

긴 플레어스커트만 입혔을까?

난 다리가 못생긴 것도 아닌데

회오리바람 속으로

비틀거리며 오토바이를 몰아 가는

불량한 남자가 좋아

머리 아픈 책을

지루한 음악을 알아야 한다고

지껄이지도 않지

오토바이를 태워줘

바다가 펄럭이는

바람 부는 길로

태풍이 이곳을 버리기 전에

검은 구름을 몰고

나와 함께 이곳을 떠나지 않겠어?

 

 

문혜진

경북 김천에서 출생. 1998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질 나쁜 연애 『검은 표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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