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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감상실

아연하다 - 이혜민

작성자미소|작성시간21.10.03|조회수130 목록 댓글 0

아연하다

이혜민

 

 

 

 

구름 공원을 건너는 발자국이 구불텅,가파른 내 안 저쪽

나란 심급은 피 묻은 치맛자락보다 못해 하늘을 보지 못하지

 

나는 자연 질서법 7조 위반혐의라니

사차원 세계에서나 벌어질 일이라고  고발당했지

벌건 백주 대낮에 숲 속에서 가슴을 열어놓은 채

오, 나의 이브를 낭송했다는 붉은 죄

기원전에 살았다는 아담 시는 내게 어떤 존재냐고 물어오더군

 

나는 햇살론 가득한 시절 먹혀버린

​그녀의 물먹은 몸뚱어리를 만져 주지 못했지

​별똥별 쌓인 골짜기마다

​안개로  떠다니느라 병색 짙은  낮달로 곤두박질쳤거든

​머리카락 풀어 헤치고 산자락을 넘어 간 후

​집으로 돌아 올 줄 모르는 내 영혼도

몸이 깨져버린 순간에야 알았어

 

무화과가 수십 번 나뭇가지에 열릴 때까지 기다리던 삶은 숲으로 향했다고

안이 울면 밖의 울음통도 자동 열리는 법이라고

​내 뒤통수에서 피가 흘렀어 상처로 피어났지

​숯검댕이 육신이

​깨져 버린 눈물방울이

진물과 녹물이 같은 값이 란걸

 

에덴에도 토마토가 붉은 치마끈을*곧 푼다더군

꼬리 썩은 뱀이 몸뚱어리로 울면 얼마나 운다고

그 죄목이 뭔데

 

쇠사슬을 끌고 달팽이가 낸 길을 따라 밖으로 기어 나왔지

 

​ *토마토가 치마끈을 풀었다 이혜민의 첫 시집 제목 

 

 -웹진 『시인광장』 2021년 10월호 발표

 

이헤민

경기도 여주 출생. 2003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토마토가치마끈을 풀었다』와 『나를 깁다』, 전자책 시집 『봄봄 클럽』이 있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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