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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감상실

우리 동네 - 홍윤숙

작성자김 철|작성시간22.04.20|조회수96 목록 댓글 0

우리 동네

 

                 홍윤숙



세탁소 이발소 미장원 양복점
도장포 지물포 문방구 철물점
한식 일식 고급 양식에 중화요리점
없는 게 없습니다 우리 동네엔
하루 종일 유리창 하나 가득 웃음을 파는
사내의 얼굴이 무성 영화 시대의 활동사진 같은
사진관 앞을 지나 약국을 지나
헐었다 지었다 헐었다 지었다
집짓기 놀이하는 교회당을 지나
내가 사는 골목 바람 속에 들어서면
헐어 빠진 구멍가게
시금치 몇 다발 알사탕 몇 개
시들시들 꿈을 앓던 그 모퉁이
흙과 해가 놀던 자리
오늘은 덩그렇게 빌딩이 서고
빌딩 창구마다 H 은행 개업 축하
꽃다발로 밀리더니
어느 날 최신형 슈퍼마켓이
총천연색으로 들어앉았습니다.
나의 손목시계는 '여기서 언제나 저녁 여섯 시'
멎어 버린 시계 속엔 황금빛 해바라기
일각 대문 집
치렁치렁 우물물 푸는 소리.

 

출생 1925년 황해도 연백 

사망 2015 (향년 90세)
서울대 교육학과 중퇴
1947년 <문예신보>로 등단.
1985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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