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순서
신미나
나는 오리라 하였고 당신은 거위라 하였습니다
모양은 같은데 짝이 안맞는 양말처럼
당신은 엇비슷하게 걸어갑니다
나는 공복이라 하였고 당신은 기근이라 하였습니다
당신은 성북동이라 하였고 나는 종암동이라 하였습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일치합니다
노인들이 바둑두는 호숫가에 다시 와 생각합니다
흰 머리카락을 고르듯 무심히 당신을 뽑아냅니다
은행알을 으깨며 유모차가 지나갑니다
눈물 없이 우는 기분입니다
괜찮습니다, 아직은 괜찮아요 은행알도 초록인걸요
떼로 몰려드는 잉어의 벌린 입을 보세요
씨 없는 삭덩굴이 기어이 벽을 타고 오릅니다
-신미나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신미나
충남 청양 출생.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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