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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감상실

강물에 띄운 편지 - 이학성

작성자미소.|작성시간22.07.29|조회수112 목록 댓글 0

강물에 띄운 편지

 

이학성

 

 

 

흐르는 물 위에 편지를 쓴다.

달무리가 곱게 피어났다고 첫줄을 쓴다.

어디선가 요정들의 아름다운 군무가 그치지 않으리니

이런 밤은 많은 것들을 떠오르게 한다고 쓴다.

저 물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것처럼

도무지 당신의 마음도 알 수 없다고 쓴다.

이곳에 나와 앉은 지 백 년,

저 강물은 백 년 전의 그것이 아니라고 쓴다.

마음을 벨 듯하던 격렬한 상처는

어느 때인가는 모두 다 아물어 잊히리라 쓴다.

그럼에도 어떤 일은 잊히지 않으니

몇날며칠 같은 꿈을 꾸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쓴다.

알 수 없는 게 그것뿐이 아니지만

어떤 하나의 물음이

꼭 하나의 답만 있는 게 아니기에

저물어 어두워가는 물 위에 편지를 쓴다.

그러나 강물에 띄운 편지는

누구에게도 닿지 못하고 깊은 곳으로 흘러간다

 

 

이학성

경기 안양 출생. 199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여우를 살리기 위해』, 『고요를 잃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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