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에렉투스
정끝별
의자를 밟고 책상을 밟고 책장꼭대기에 꽂힌 갈매기의 꿈을 손에 쥐려는 순간
폭탄처럼 날았다
두 발을 떼고 두 팔을 퍼덕이다
한발 먼저 추락한 한 발이 바닥에 깨지고서야
부서진 한 발은 종교가 되었다 성물처럼 깁스붕대로 감싸 심장보다 높이 떠받들
어야 하는
엉덩이로 밀고 다니니, 먼먼 바닥
휠체어에 앉으니, 어딜 가든 섬
목발을 짚으니, 언제 가든 때아닌
바닥이 넘치고 시선이 떨어지고 속도가 멈췄다
한 발을 잠시 잃고서야
두 발이 날개였음을
발자국이 있어야 바닥을 날 수 있음을
중력에 맞서 한 뼘 남짓한 두 발바닥에 저를 세워 저를 내딛는 이 사소한 직립보
행이
인간 기적의 등뼈임을 말미암아 믿겠다
정끝별
전남 나주 출생. 1988년 《문학사상》(시),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평론)로 등단.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 『삼천갑자 복사빛』 『와락』 『은는이가』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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