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처럼
배영옥
나도 이미 그 소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다만 내게 먼지는 소리가 아니라
손끝에 만져지는 희미한 이름이거나
가슴의 분노처럼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어서
먼지 앓는 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의 끝에 끝내 도달하지 못했다
마치 그 소리는 내 영혼을 해석하는 거울 같아서
낯선 풍토와 낯선 이름 사이에서
나를 두어야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다
아마 나 아닌 그 누구도 그 암호문을 해석할 수 없겠지만
짐작만으로도 끝내 알 수 없겠지만
먼지 없이 티끌 하나 없이
말갛게 오늘 하루도 가는데
어디서 먼지를 찾나
어디서 먼지를 찾아 먼지의 배후를 추적하나
대체 언제 먼지가 다가와 내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소리 없는 소리의 극한을 경험하게 해주려나
먼지 앓는 소리를 찾아서
나는 국경으로 떠났다
-웹진《공정한시인의사회》2016년 10월'이달의시인' 신작시
배영옥
199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등단. 2018년 여름 별세
시집『뭇별이 총총』 유고시집『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여행 산문집『쿠바에 애인을 홀로 보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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