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이규리
한 사람들은 한쪽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 저녁에 취기들이 모여 모처럼 명랑했다
조금 후에 제가 저를 부인해도
그 명랑을 사고 싶어
시대는 자유한가 우울은 가고 있는가
일행이 조금씩 더 기울어지고 있을 때
자신을 남쪽에 산다고 소개한 사람이 일어나
내 슬픔을 사겠다고 했다
내 것이랄 수도 아니랄 수도 없는 이 헛헛한 소유를,
그러자 다음 사람은 내 유언을 받겠다고 했다
불빛이 조금 더 취하였다
더운 공기 웃음소리 있음과 없음 너머
다른 걸 받겠다는 건 자신을 잃어도 좋다는 고백일 텐데
나도 모르게
나의 것엔 불운이 깃들어 있다고 말해버렸어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지
내일 아침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면
사람아, 내가 그 명랑을 살게
안개 자욱한
밤이, 현실의 밤이 있었다
이규리
1994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앤디 워홀의 생각』 『뒷모습』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당신은 첫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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