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의 말
오영숙
나를 밟지 않고 가는 이 아무도 없을 겁니다
태초부터 내 몸은 바닥이었으니까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가는 수행자도 있고
괜스레 애꿎은 돌부리를 걷어차는 이도 있지요
토해내지 못한 응어리가 울컥 솟구치던 걸까요
휘파람을 불며 활기차게 걷는다면
나 또한 경쾌한 봄의 리듬을 탈 텐데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 뚝뚝 떨어뜨리며 가는 이
무슨 말 못 할 사연이 있는 걸까요
수많은 사람 제각기 다른 무늬로
암호처럼 새겨놓은 발자국들
그들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침묵,
나는 절대로 누설하지 않을 겁니다
기쁨과 슬픔, 이 한 몸에 간직한 채
더불어 살아갈 것입니다
끊임없이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