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거리는 광장의 오후
조수일
출렁거리는 풍경 속에 당신이 있고 내가 있습니다
거리는 팔딱이는 청춘들로 넘실거립니다
희고 싱싱한 팔들이 칡넝쿨처럼 목덜미나 허리께로 오솔길을 냅니다
갓 돋아난 잎새처럼 앙증스럽고 추앙스럽습니다
지구 저편의 어느 광장 같은
낯선 듯
친밀한 듯
숨 막히는 일상을 비켜선 오후가
손등 위로 돋는 정맥처럼 푸르게 깊습니다
오후는 이울고
발꿈치를 치켜든 저물녘이 고요히 내립니다
테이블 저편
한 시절 분란했던 정염을 잠재운 당신이 문득
한풀 꺾인 오후 같다고,
들끓다 못해 허기졌을,
공허했을,
당신의 한나절 뼈마디를 생각합니다
하나, 둘씩 일렁이며 불빛이 돋습니다
흔들리듯, 출렁이듯 난무하는 거리에
쿵쾅거리던 붉은 심장을 다 소진한 당신과 나는,
줄곧 출렁이다 흘러내리지 않을 적정 수위를 상실한
한 점 정물로,
말이 없습니다
조수일
2002년 한국기독공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모과를 지나는 구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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