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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감상실

등굽은 시 - 이화은

작성자미소.|작성시간26.06.22|조회수13 목록 댓글 0

등굽은 시

 

이화은

 

 

시집을 읽다가 문득 읽는다

태풍이 때리고 간 이튿날 아침

사과나무 밑에서 낙과를 줍던

어머니의 굽은 등이 시였다고

아주 먼 훗날 비로소 읽는다

다시 읽어도 눈이 아픈 시

눈물이 아픈 시

어머니가 쓰신 그 한 편의 시에

나는 아직 한 걸음도 닿지 못했다

한 번 읽고 덮는 시

읽고 돌아서면 잊히는 내 시들을

먼 세월 저쪽에서

어머니 굽은 등이 줍고 계신다

어머니 낙과는 돈이 안돼요

소리쳐도

돌아보지 않으신다 어머니

 

 

이화은 

1991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절정을 복사하다』『미간』『절반의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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