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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감상실

어느 날 밤이 왔다 - 신용목

작성자미소|작성시간13.05.23|조회수91 목록 댓글 0

어느 날 밤이 왔다

 

신용목

 


이야기 끝에 나는 마침표를 찍었다 밤이 왔다
우주에 찍힌, 지구라는 점 하나

얼마나 많은 복선이 있었을까 가지런히 접으면 이야기도 뒷면을 보인다 다시 펼쳐질 때까지
어디론가 배송되는 지구를

가슴을 뚫고 가는 진압군이 총탄처럼
밤이 왔다,
도로에 가로수에 담벼락에 창문에 커튼에 가구에 천장에 방바닥에 까맣게 박히고 나면 죽은 듯

잠들어야 했다 그리하여 지나간 것들은
지나갈 것들의 군대,

운명은 기소되지 않는다 퇴각할 줄 모르는 반란군의 걸음처럼 비틀거리며 몸속으로 잠입하는
일상의 얼굴들이,
낡고 붉은 우편 가방을 메고

먼지 나는 풀색 트럭에 실려
가장 깊숙한 곳으로
가장 안전한 피난처로, 서러움과 슬픔과 쓸쓸함과 아리도록 그리운 분노와 함께
밤이 왔다 달리는 바퀴처럼

지구에 찍힌, 우주라는 점 하나
누군가 먼 하늘 접힌 별자리를 하나하나 펼치며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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