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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찾아온 불볕더위로 올해 여름은 온 나라가 불가마가 된 듯싶다. 한 달 이상을 계속하여 섭씨 30도를 웃돈 살인 더위(?)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몸과 마음을 제대로 추스르기 힘들었다. 이런 때에는 빙과(氷菓, 얼음과자)만 한 게 없다. 얼음과자 하나만 먹어도 어느 정도는 더위를 식힐 수 있다.
빙과류는 크게 봐서 ‘아이스바’와 ‘아이스콘(또는 아이스크림)’ 두 가지로 나뉜다. 그런데 이들 이름은 ‘ice bar/stick’와 ‘ice cone/ice cream’ 따위처럼 모두 외래어나 외국어이다. 이처럼 빙과류를 포함한 과자류의 이름에서 외래어나 외국어의 남용이 심각하다.
과자류의 이름에서는 ‘바(bar)’, ‘콘(cone)’ 따위 외에도 ‘캔디(candy)’, ‘크래커(cracker)’, ‘비스킷(biscuit)’, ‘초콜릿(chocolate)’, ‘껌(←gum)’, ‘쿠키(cookie)’, ‘캐러멜(caramel)’, ‘칩(chip)’, ‘와플(waffle)’, ‘파이(pie)’, ‘웨하스(←wafers)’, ‘젤리(jelly)’, ‘콘플레이크(cornflakes)’, ‘커스터드(custard)’, ‘팝콘(popcorn)’, ‘포테이토칩(potato chip)’ 따위와 같은 외래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오래 전에 우리말로 이미 확고하게 정착된 말로 과자류를 가리켜 이르는 이름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이 밖에도 ‘샌드(sand)’, ‘산도(sando)’, ‘초코파이(choco pie)’, ‘구미(←gummy)’, ‘스낵(snack)’, ‘링(ring)’, ‘볼(ball)’, ‘스틱(stick)’ 등 따위와 같은 외국어나 국적 불명의 외국어(대개는 한국식 영어)도 과자류의 이름처럼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샌드’는 ‘sandwich’에서 앞부분인 ‘sand’만을 단절해 만든 말이고 ‘산도’는 이를 일본어식으로 읽은 말이다. 모두 정통 영어라 하기 어려운 가짜 영어다. ‘초코파이’도 ‘chocolate’의 앞부분을 단절한 ‘초코(choco)’에 ‘파이(pie)’를 결합하여 만들어 낸 한국식 영어[일명 콩글리시(Konglish)]로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파이류의 하나가 되었다. 또한 ‘구미’는 영어 ‘gummy’를 일본어식으로 읽은 말인데 ‘초코파이’처럼 이 또한 대표적인 젤리류의 하나가 되었다.
반면 ‘스낵’의 경우, 영어에서는 ‘가벼운 식사, 간식’ 정도를 의미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과자류를 통칭하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링(ring)’, ‘볼(ball)’, ‘스틱(stick)’ 등도 영어에서는 어떤 특정한 모양을 가진 물체를 가리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모양을 가진 과자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렇게 과자류의 이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외래어나 외국어는 그 표기가 엉망인 것이 특징이다. ‘비스킷’이 ‘비스켓’으로, ‘캐러멜’이 ‘카라멜’/‘캬라멜’로, ‘젤리’가 ‘제리’로, ‘커스터드’가 ‘카스타드’로, ‘포테이토칩’이 ‘포테토칩’으로, ‘초코파이’가 ‘쵸코파이’로 잘못 적히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웨하스’와 ‘구미’는 각각 ‘웨이퍼(wafer)’의 복수형인 ‘wafers’와 ‘거미(gummy)’가 일본어식으로 잘못 적힌 것이지만 상품명에서 이들은 과자나 식품의 명칭으로 굳어져 버렸다. 이는 ‘gum’이 잘못 적힌 ‘껌’이 대표적인 과자의 명칭으로 굳어져 버린 것과 유사하다.
빙과류를 포함한 과자류의 이름에서 외래어나 외국어를 남용하는 것은 아직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않은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외국어를 중시하고 우리말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조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업이나 광고주가 앞장서서 아름답고 정겨운 우리말을 이용하여 상품의 이름을 짓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