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쭉빵게녀들
오늘은 요즘들어 더욱 자주 보이는
"난 남성 장애인들 인권은 안 챙겨. 남장애인이 무슨 약자야?"라는 류의 말들에 대해 이야기 할 거야
미리 말하지만 이 글은 페미니즘을 지적하는 글이 아니고,
여성/남성이 아닌 장애인/비장애인 관점의 윤리에 관한 글임을 미리 이야기할게
우리가 페미니즘 이야기 할 때 인종차별이나 가난차별을 끌어들이지 않듯이
이 글을 페미니즘에 대한 지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관련 없는 이야기로 의도를 왜곡하지 말아주길 바라!
그럼 시작할게
자, 먼저 저 문장에서 말하는 '남성 장애인'이란 어떤 장애인일까?
장애에는 아주 넓은 스펙트럼이 있어.
겉으로만 봐서는 모르는 장애일수도 있고, 사지마비라서 몸만 큰 아기와 같은 경우도 있지.
하지만 저 문장에서 이야기하는 남성 장애인은 단 두 가지의 케이스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거라고 생각해.
1. 장애가 인지능력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나쁜 의도'를 가진 남성 장애인
2. 장애가 인지능력과 관련이 있으며, 그로 인해 행동 통제가 어려운 '난폭한' 남성 장애인
1번의 경우부터 살펴볼까?
장애가 인지능력과 관련이 없으며, 나쁜 의도를 가지고 나쁜 행동을 하는 남성 장애인의 경우
과연 이 사람의 행동은 장애에서 비롯된걸까?
당연히 아니라고 할 수 있지.
이 남성의 나쁜 행동은 오롯이 이 남성의 자기의지에서 비롯된것이고, 이건 장애의 유무와 관련없이
이 남성이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했을 일이지.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나는 이래서 남성 장애인 인권 안 챙겨' 라는 이야기가 나와.
이것은 이 사람을 어떤 행동을 저지른 '개인'이나 '남성'이 아닌, 행위와 관련 없는 특성인 '장애인'으로 라벨링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두 번째로, 인지능력이 낮고 그로 인해 행동 통제가 어려운 난폭한 남성 장애인의 경우를 이야기 할게.
1. 이러한 특성의 장애인은 전체 장애인 중 몇 퍼센트나 될까?
가뜩이나 비장애인에 비해 수가 적은 장애인 중에서도, 저러한 특성을 가진 장애인이 대다수를 차지할까?
절대로 그렇지 않아.
하지만 '남성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은 그런 넓은 장애의 다른 스펙트럼은 무시하고 저런 장애의 특성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하지만 '남성 장애인의 인권'에 속하는 장애인 중에서는, 폭력적이지 않거나, 혹은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신체능력조차 없는 장애인 또한 포함된다는 걸 알아야 해.
그런 장애의 특성을 무시하고 장애인은 통제가 어렵다/위험하다는 인식은 명백한 장애에 대한 편견이야.
2. 비장애인이 용서해줄 수 없는 난폭함 의 범위란 어디까지일까?
신체능력이 원활하고 인지능력에 장애가 있는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에 비해 행동 통제가 어렵고 시끄러울수 있는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장애인의 범죄율은 비장애인에 비해 극도로 낮고,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비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보다 수적으로도, 확률적으로도 훨씬 낮다고 할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흔히 생각하는 '타인에게 위협이 되는 난폭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굉장히 편견적인 것이지.
그렇다면, 범죄가 아닌 난폭한 행동의 경우는 어떨까?
예를들어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한다거나, 상대방의 경계나 거리감을 고려치 않고 다가온다거나, 물건을 함부로 다룬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야.
물론 장애인의 보호자가 케어해야 하는 일은 맞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 구성원은 약자와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고, 사회적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 의무가 있어.
이건 '해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해야 한다'는 의무의 개념이야.
왜 이런 의무가 생기냐고?
누구나 알고있듯이 사람은 타인을 장애, 성별, 인종, 종교등등의 이유로 차별할 수 없게 되어있어.
그리고 장애는 본인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따라서 우리는 사회구성원으로써 장애인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울 의무가 있어.
그 의무에는 장애인이 장애로 인해 어떠한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보는것이 아니라
장애에서 비롯된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의무 또한 포함되어 있어.
사실 이래도 내 일이 아니라서 잘 와닿지 않지? 그래서 페미니즘적으로 예를 들어줄게.
우리나라에서 임신/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흔한건 알지?
많은 사람들이 그것은 차별이라고 말하고 있고, 규탄하고 있어.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임신, 출산으로 인한 휴직이 기업에 손해를 가져다 주는것은 사실이니, 경력단절은 어쩔 수 없다"
실제로 휴직이 기업에 손해가 되는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왜 우리는 이것에 분노하는걸까?
바로 임신, 출산으로 인한 휴직은 기업이 "관용적으로 베풀어야 할"태도가 아니라
여성의 인권을 위해 감당해야 할 "의무"이기 때문이야.
남성이 아닌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하는 신체구조는 여성 본인이 원하거나 선택한게 아니야.
따라서 임신과 출산이 기업에 손해를 가져온다고 해도, 기업은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불이익을 주지 않을 의무가 있는거지.
어때?장애인의 예시하고도 일맥상통하지 않아?
그렇기에 '장애가 인지능력과 관련이 있으며, 그로 인해 행동 통제가 어려운 '난폭한' 남성 장애인' 에 대한 인식의 많은 부분은 차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
두번째로, 소수자의 교집합, 절대적 약자성에 대한 생각이 어떠한 모순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할게.
남성 장애인의 인권을 챙기지 않을거야,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장애인'이란 특성을 가진 집단 중에서 '여성'이라는 특성을 가진 집단만을 다시 추린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어떤 여성 장애인이
"나는 '장애인'여성 인권에만 신경쓸래. 비장애인 여성이 무슨 짓을 당하던지 알 바 아니야." 라고 말하고,
"여성이 여혐범죄를 당했다고? '장애인'여성이 당한게 아니잖아. 그럼 난 방관할래"
"여성이 여성이란 이유로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장애인'여성이 당한게 아니잖아. 그럼 난 방관할래."
라고 이야기한다면,
과연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물론 '난 남성 장애인 인권 안 챙긴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서 저렇게까지 상세한 예시를 드는 사람은 별로 없어.
하지만 '나는 여성 장애인만 챙긴다' 라는 문장에서,
'남성 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인권 침해를 당한다고 하더라도 남성이기 때문에 방관한다' 라는 말을 포함하는 거나 마판가지야.
비장애인 여성이 성별을 이유로 인권 침해를 당할 때, 장애 여부로 차별을 묵인하는 것이 논점에 맞지 않듯이
장애인 남성이 장애를 이유로 인권 침해를 당할 때, 성별 여부로 차별을 묵인하는 것 역시 논점에 맞지 않지.
분명히 말해두지만,
남성 장애인의 남성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생기는 일과
남성 장애인의 장애인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생기는 일은 구분된다고 생각해.
세번째로, 남성 장애인이 여성보다 기득권이라는 말, 정말 맞을까?
물론 성별적인 관점, 즉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본다면 남성이라는 특성은 여성이라는 특성보다 기득권인게 맞아.
하지만 장애의 관점에서 본다면 비장애인이라는 특성이 장애인이라는 특성보다 기득권이지.
이런 상황에서 쭉빵에서도 종종 보이는 남성 장애인이 여성 비장애인보다 기득권이다, 라는 말은
명백히 비장애인 집단에서 일어나는 장애인의 약자성에 대한 기득권의 차별 이라고 생각해.
내가 당사자가 아닌 약자성에 대해서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하는거, 한남들이 잘 하는 짓이잖아?그렇지?
애초에 각각의 관점(페미니즘, 장애, 인종)을 가지고서, 다양한 특성을 가진 개인의 절대적 약자성을 주장할수는 없어.
나는 여성이라는 약자성을 가지고 있지만, 남성에 장애인이고 성소수자이며 가난한 제3세계 남성이 있다면
내가 여성이라는 사실만으로 둘 사이에서 절대적 약자성을 주장할 수 없듯이 말이야.
그리고, 이런 글에서 종종 보이는 댓글들로
'나는 남장애인한테 ~이런일 당해서 남장애인 인권 안챙길래'
같은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하는 경우에 대해서 이야기할게
이런 장애인 인권 글에 특히 많이 보이는게 이런 류의 댓글이야.
"나는 남장애인한테 이런 일을 당한적이 있는데~...그래서 난 남장애인 안챙겨"
내가 왜 이런 댓글을 보고 답답해지는지를 설명할게.
우선 설명하기에 앞서, 트라우마를 가진 것 자체를 뭐라하거나 부정하는게 아님을 밝힐게.
한마디로 "그래도 장애인이니가 네가 이해하고 넘겨야지"라는 말이 아니라는거야. 무슨말인지 알겠지?
내가 저런 댓글에서 답답해하는 포인트를 설명하려면 이 예시가 적당할 것 같아. 페미니즘적 예시로.
예를들어, 여성의 인권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고 생각해보자. 내용은 당연히 여성에 대한 차별에 대한거겠지.
거기서 한남들이 이런 댓글을 달았다고 상상해보자.
"저번에 꽃뱀한테 걸려서 돈을 어쩌구~.."
"무고하게 성추행범이라고 몰려서 경찰서를 어쩌구~.."
"군대에서 부상을 입어서 후유증을 어쩌구~.."
이런 댓글을 본다면 많은 게녀들이 화가 날거야. 하지만 왜? 왜 화가 나는걸까? 내가 그 포인트를 짚어볼게.
저 사연들은 개개인의 기준으로 본다면 안됐고 불행한 사연이 맞아.
사랑이라고 속아 돈을 뜯긴다던가, 하지도 않은 일을 무고하게 덮어쓴다던가, 군대에서 부상으로 후유증을 가졌다던가..
개개인으로써는 불행이 맞지.
하지만 우리가 화나는 포인트가 있어.
만약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저런 내용을 말한다던가, 개인적을 지인에게 말한다면 저건 그저 저 사람의 불행으로 취급되겠지.
하지만 저 내용을 여성인권을 말하는 자리에서 말한다면 의미가 달라져.
여성에 대한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여성인권을 말하는 자리에서 말하는건, 명백하게 그 주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이고,
반박이며, 공격이라고 말할 수 있어. 그렇기에 우리가 화가 나는거지.
나는 장애인 인권에 대한 글에 달리는 "장애인에 대한 개인적인 트라우마" 댓글들도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해.
설사 본인이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해도, 내가 위에 든 예시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거야.
둘째로,
저 댓글들은 실제로 사회 권력구조가 누구에게 더 유리한지, 그렇기에 그 말들이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재생산하는 것임을 간과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선한 약자에 대한 환상, 즉 약자는 선하고 무해할 것이라는 편견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당연히 나쁘거나 위험한 장애인도 존재할 수 있고, 그로인해 피해를 받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지.
그런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트라우마를 가지는 일도 있을 수 있어. 그 트라우마 자체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아니야.
트라우마라는건 장소, 색, 맛, 행동, 옷차림, 성별 등등 어느것에라도 트리거가 생길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걸 저렇게 장애인 인권에 대해 논하는 자리에서 표출하거나, 그걸 근거로 분리교육을 찬성하는 경우는 달라.
하지만 예를들어 파란색 옷에 트라우마를 가지게 됐다고 생각해보자.
본인이 파란색 옷에 트라우마가 있다고 하면, 정석적인 대처방법은 치료를 통해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거지,
그 누구도 파란색 옷을 입지 못하는 규칙을 만들자고 하지 않아.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트라우마는 장애인을 분리해서 사회에서 지우는 쪽으로 해결책이 제시되지.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느끼는 시혜적 감정, 그것을 실제로 실행할 권력, 기득권으로써의 이기주의 등 많은것들이 결합되어서 그렇게 된다고 생각해.
개인이 약자에 대한 어떠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약자에게 불리한 사회구조를 반박할 수 있는 근거로는 쓰일 수 없어.
또한 기득권이 기득권의 권력을 갖고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근거로도 쓰일 수 없고.
따라서 저런 행동들이 실제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이상, 단순히 개인의 트라우마를 나열하는 행동이 아니라
기득권의 입장에서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재생산하는 행위가 되는거야.
http://cafe.daum.net/ok1221/9Zdf/1566636
이 글은 내가 쓴 다른 글인데, 본문에도 여기에서 발췌한 내용이 조금 들어있어
이 글보다 전체적인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있기 때문에, 이 글을 읽고도 반발심이 들거나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위의 글도 읽어보길 추천해
마지막으로 나는, 여성 비장애인vs남성 장애인의 구도에서 남성 장애인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야.
한가지의 약자성이 절대적 약자성이 될 수 없음을 인지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기득권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또다른 기득권으로써 차별을 행하지 말자는 취지의 이야기야.
페미니즘에 대립하는 글이 아니라, 누군가는 페미니즘 이야기를 하듯이 누군가는 장애인권 이야기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해주면 고맙겠어.
여기까지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