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처참하게 무너진 나의 일상이 있었다.
| 내가 놓친게 있다면, 지혜
외로움이란, 외롭지 않았던 적이 있는 자만이 두려워하는
감정이라는 걸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 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나는 그 누구에게도 영원을 약속할 수가 없었다. 세상은 변하고 나도 너도 변하게 되면서 기뻤던 순간까지 사라지는 게 견딜수가 없었다. 외로워서 사람을 만나면 더욱 외로워졌다. 사실 모두 내 탓이다. 내가 사람을 외롭게 만들었다. 내가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상처를 주고 있었다. 나만 외로운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외롭게 삶을 살고 있었다. 사랑하며
살아야 했다. 외로움도 슬픔도 견뎌내야 했다. 나는 그러지 못했었다.
|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봉현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사람에게 연연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상하고 망가지고
비뚤어진다고 생각했으니까.
구질구질하고 비뚤어진 인간이 되느니
차라리 초연하고 외로운 인간이 되는 편을 선택하고 싶었다.
|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아무도 없이,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혼자서,
대부분의 삶을 지나왔다.
혼자라는 사실이 너무나 익숙한 평생이었다.
| 내 이름은 술래, 김선재
사춘기 시절, 그녀는 뭔가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는, 뭔가를 바꾸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체념했다.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 꽃이 지는 것을 보고 알았다.
기절하지 않으려고 눈동자를 깜빡였다. 한 번으로 부족해 두 번 깜빡였다.
너는 긴 인생을 틀린 맞춤법으로 살았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었다.
해가 떠오른다. 꽃이 핀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주기도문을 외우는 음독의 시간.
| 밤의 공벌레, 이제니
먹구름 가득한 하늘은
비를 쏟아야 맑은 하늘이 돼요.
그러니 지금 울어도 돼요.
금세 맑아질 거예요.
당신 마음도.
|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 정영욱
우는 구나
펑펑울고 마는구나
기어이 울고 말것을
왜 한나절이나 참았니
견딘다는 건 그렇게
울음을 참는게 아니란다
| 그리고 비, 최옥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 말자.
희망과 절망은 해와 달 같은 것이어서
하나가 뜨면 하나가 지고
하나가 지면 또 하나가 뜨는 법이니까.
우리는 그저 비바람이 치는 이 순간이 영원할 거라고 믿지만 않으면 된다.
|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이석원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
그런 때 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이정하
어떤 악마는 스스로 악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어떤 천사는 혹시 자신이 바로 그 악마가 아닐까 평생을 고뇌한다.
| 은닉, 배명훈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네가 살아 내는 오늘이 되기를.
당연한 것을 한 번 더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 보기를,
아무것도 두려워 말고 네 날개를 맘껏 펼치기를.
약속해.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엄마는 너를 응원할 거야.
|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너의 새벽이 될게
혼자 보내는 깊은 밤,
괜히 잠들지 못하는 너의 새벽이 될게
너의 외로움 모두 덮을 만큼
간절한 너의 새벽이 될게
| 이 밤을 너에게, 가린
이 길고 괴로운 새벽을 보내고 내일을 온전하게 맞이하려면 한 시간이라도 빨리 잠에 들어야만 할 것이다.
베개의 가장자리가 축축했다. 그런 한 때를 보내고 나면 어떤 일들은 그럭저럭 괜찮아지고,
어떤 일들은 오랜 상처로 남아 나중엔 흉이 질 것이다.
무수히 많은 날 중에 오늘은 아무도 모르게 상처를 받고 혼자인 날이었다.
단지 간혹 찾아오는 그런 날이다.
창밖에 붉고 푸른 동이 틀때까지, 동이 트고 하늘이 밝아지기 전까지만.
| 내가 놓친게 있다면,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