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물귀신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
난 여름을 맞아 고등학교 동창들 다섯명과 함께 지리산에 있는 펜션으로 여행을 갔다.
우린 포항에서 나고 자라고 졸업한지 벌써 5년이 지나 다들 군대에도 다녀왔지만 어릴때의 치기어린 행동은 변함없었다
일행중의 한명인 윤호가 나서 랜터카를 빌리고 펜션을 예약했는데 렌터카는 신형이라 다들 만족했으나 펜션이 문제였다.
인터넷으로 볼땐 개울가옆에 있었고 주변보다 가격도 저렴하다고 소개되었는데 막상 가보니 위치가 아주 최악이었다.
그곳은 계곡의 최 상류에 있어서 주변의 다른 펜션과는 한참 떨어져있었다.
혈기왕성한 다섯명의 사내들은 낯선 여행지에서 한여름밤의 로맨스를 생각했으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김이 샌 나는 윤오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야 윤오 이새끼 잡아라"
우리는 윤오를 간단히 응징한 뒤 남자들끼리 재밌게 물놀이를 했고 맛있게 구운 고기에 술을 기울이며 우정을 다졌다.
밤이 되자 우린 또다시 윤오를 또다시 응징한 뒤 술을 마셨는데 광수의 제안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를 차례로 하기로 했다.
"물귀신 이야기 들어 본 적 있지? 이렇게 물가근처에서 오랫동안 머물면 물귀신이 다음 희생자를 선택한대."
"아 진짜? 근데 물귀신 여자야?"
광수의 진지한 말투에 내가 진지하게 묻자 옆에서 윤오가 거들었다.
"맞아 나도 어여쁜 물귀신 한번 보고싶다.
계곡 물의 물고기도 짝이 있는데 이게 뭐냐"
"물귀신 아가씨 한번 보고 싶다.
윤오야 근데 물귀신이 아가씨인지 아닌지 니가 어떻게 아냐"
친구들이 광수가 들려주는 이야기속 아리따운 물귀신을 떠올리며 웃자 광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너희들 우리 사촌 형 알지 해병대나온.."
그러자 신이 나서 깔깔거리던 일행들이 웃음을 뚝 그쳤다.
친구들이 모두 광수의 사촌형 사건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해병대 나온 네 사촌형이 저수지 낚시갔다가 죽었잖아.."
"맞아 그 때 사람들이 진짜 이상하다고 수근댔다며
깊은 바다에서 수영해도 멀쩡한 해병대 출신이 깊이가 어른키에 살짝 못미치는 저수지에서 빠져죽었다고.."
"그래 근데 우리 사촌형이 저수지에 빠져죽기 며칠 전에 작은엄마한테 이상한 이야기를 했댄다"
"뭔데"
"그게 하루는 형이 머리를 감는데 머리숱이 엄청 풍성하드래
형 머리가 그리 많지 않은데....그리고 또 형이 자기 방에서 물 비린내가 난다고 난리를 쳤다하더라
작은 엄마는 아무냄새도 못 맡았는데 말이야"
친구들은 어느 새 숨을 죽이고 광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 후 작은 엄마가 형 천도제 지낸다고 용한 무당집갔는데 무당이 작은 형이 물귀신한테 선택당해서 한동안 같이 살았다하더래 그러면서 형이 자기도 모르게 머리도 감겨주고 잠도 같이 자고 그랬다고.."
"와 개무섭네 시발.."
그런 광수의 말이 끝나자 친구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내가 먼저 나서 호들갑을 떨자 그제야 친구들도 무섭다고 한마디씩 했다.
그렇게 그날의 술자리는 끝이 났고 날이 밝았다.
"야...이거뭐고 "
윤오가 욕실에서 씻다말고 머리에 거품이그대로인체 밖으로 나왔다
"이새끼 쫄았네 ㅋㅋ이딴 펜션 예약한 복수다 임마 ㅋ"
사실은 이러했다.
간밤에 광수가 들려준 귀신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우리는 자기전에 윤오를 놀릴 장난을 모의했다.
광수의 물귀신 이야기대로 윤오가 머릴 감을 때 욕실 창문을 통해 몰래 가발을 집어넣기로했다.
가발은 광수가 친구를 놀리려고 자신의 동생것을 몰래 챙겨온 것이다.
"광수야 성공했다 들어온나 윤오 이새끼 면상좀 봐 ㅋㅋ"
"야 야 윤오 니 바지에 지린거아니제
야 오광수 들어오라고!!!"
아무런 반응이 없자 웃으며 밖으로 나가보니 광수가 랜터카안에서 고개를 숙인 체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마 니 여기서 뭐하노 윤오 표정 장난아니다"
그런데 그 말에 광수가 고개를 들고 영문 모를 표정을 지었다
" 아니 동생 가발이 안보인다. 이상하네...분명 차안에 숨겼는데... 근데 윤오 벌써 머리감고있나?"
"니가 윤오한테 가발로 장난친거아냐?"
"니 뭔소리하는데 가발이 없어졌다니까?
야 근데 어디서 물비린내나지않나?"
"야 이새끼 역으로 우릴 놀리려고하네
무슨 물비린내가 나노..
이 무슨 냄새지..."
광수와 대화를 하며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가던 우리는 어느순간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의 말대로 어디선가 심한 물비린내가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윤오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숙소 안 창가에 서서 소리쳤다.
"야 광수가 라면 끓였단다 빨리 들어온나 아침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