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애비를 위한 면죄부가 아닌가? 조엘의 죽음에 대한 정당화가 아닌가? 결국 이것은 조엘과 전작을 사랑한 이들에 대한 모욕이자 배신 아닌가? 미리 말하자면, 아니다. 오히려 라오어2는 위대한 전작의 엔딩에 내포된 문제의식을 외면하지 않고 근본적으로 천착하는, 가장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그래서 더 유의미한 길을 택한 속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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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라오어2는 안 좋은 것과 더 안 좋은 것 사이에서 더 안 좋은 것을 선택할 백 가지 정당한 이유 앞에서 그럼에도 그 길을 걷지 않을 단 한 가지 이유를 인물들이 어떻게 선택하는지 보여준다. 좀 더 정확히는 경험시켜준다.
피범벅이 되도록 싸운 엘리가 마지막 순간 애비를 죽이지 않은 건, 인과응보의 악연을 끊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지금 이 순간 악마가 되지 않는 길을 택한 것이다. 아무것도 해결된 건 없지만 가장 영웅적인 반항이다. 라오어2는 게임 초반 엘리와 우리가 느꼈던 극렬한 분노가 사실 애비 입장에선 부당한 것이니 참아야 한다고 한 수 가르치는 오만한 작품이 아니다. 그 분노가 정말 상당히 정당한 것인데, 그럼에도 그 분노에 잠식되지 않고 한 줌의 존엄을 지키는 길이 무엇일지, 혹은 있긴 한지 함께 탐구해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물론 해소되지 않은 분노를 게임과 제작진에게 기어코 쏟아내겠다면 그것을 말릴 수는 없다. 단지 나의 견고한 세계를 한 번 무너뜨리고 다시 새롭게 세우는 놀라운 경험을 놓치는 게 조금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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