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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생정

[기타]문학 전공자의 2019년 리스트에서 골라잡은 책 추천 (장르 불문)

작성자아이두|작성시간20.01.14|조회수37,913 목록 댓글 87




안녕하세요! 2019년에 총 134권의 책을 읽고 추천드리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추천글을 들고 왔답니다. 정말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었더라고요. 소설, 시, 과학, 철학, 정치, 미술, 음악..... 권수에 의미를 두고 싶진 않지만 양으로보나 질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정말 풍족한 독서를 한 작년 2019년이었습니다. 이 기분을, 이 책들을 나누고 싶어요. 장르도 구분하지 않았고, 순위도 매기지 않았어요. 그냥 본인에게 맞을 것 같은, 끌리는 책을 골라 잡으쎄요!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 이종산, 김금희, 박상영, 임솔아, 강화길, 김봉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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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퀴어 단편 소설 모음집입니다. 작가진 보세요, 세상 화려하지 않나요? 요즘 한국 문학계를 휩쓸고 있는 작가들이 모여서 퀴어 소설을 집필한 책이랍니다. 이런 단비같은 책... 저는 임솔아 작가님과 김금회 작가님 처돌이인데요, 이 분들이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남성 작가 중 퀴어 문학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박상영 작가님과 김봉곤 작가님의 글 역시 좋았습니다. 퀴어 관련 시들을 모아놓은 시집도 있는데 그건 제가 사놓고 아직 안 읽어서.. 우선 소설집 먼저! 각 소설의 분량도 길지 않아서 빠르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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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키스. 그 말이 무슨 대단한 농담이라도 되는 듯이.

"오늘 하게 될 줄은 몰랐네. 너랑 할 줄도 몰랐지만."

"나라서 싫어?"

"너라서 행운이라고 생각해."

행운이라니. 내가 다른 사람의 행운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가슴이 기쁨으로 쿵쿵 뛴다. 방이 아까보다 환해졌다.

( 별과 그림자, 이종산)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 김하나, 이슬아, 김금희, 최은영, 백수린, 백세희, 이석원, 임진아, 김동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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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카라 아시나요? 카라에서는 1:1결연이라는 방식으로 분양되지 못하고 있는 유기견과 유기묘를 후원하는 단체입니다. 카라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우리의 후원을 기다리는 많은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있어요. 이 책은 그 단체에서 1:1결연을 맺으며 아이들을 후원하는 작가들이 동물에 대해, 반려동물에 대해 쓴 글을 모은 작품집입니다. 저는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늘 반려견과 함께 살았고,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꾸준히 유기견 보호단체에 기부를 하고 후원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을 더 꼼꼼히, 깊숙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분도, 키우지 않는 분들도 꼭 한 번쯤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그동안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동물 문제에 대해 깊은 사유를 하게 해준답니다.

(참고로 이 책은 꼭 사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책의 수익금이 동물보호단체에 기부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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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특별한 상처가 있는 내게는 장군이가 마치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 견뎌준 것처럼 느껴진다. 나를 봐, 갑자기 떠나지 않지, 어디 한 부분을 잃었다고 모두를 다 저버리지 않지, 내가 너를 떠나지 않지, 당당하지. 그러면 나는 장군이가 지내온 그 시간들을 돌아보다가 금세 눈물이 차오르고 마는데 그건 지극한 고마움 때문이다.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이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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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최애! 소설가 중에 한 분이신 이주란 작가님의 신작입니다. 단편소설집이고요. 저는 이주란 작가님의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넌 쉽게 말했지만>을 읽고 완전 푹 빠졌어요. 그 단편을 여러 번 읽다가 신작 소설집을 내셨다고 하길래 출판사 메일 보자마자 바로 주문해서 그 다음날 하루만에 읽어버린 책입니다. 이주란 작가님 진짜 싸랑해오... 저는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그 아픔이 고통에서 비롯된 아픔이 아니라 잊고 지냈던 소망들, 외면했던 희망들에서 비롯된 감정이었기에 책을 읽는 동안 참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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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참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네"라고 말했고 나는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해명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만두자. 그렇게 생각했다.나를 다 알지 못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니까.

( 넌 쉽게 말했지만 )












자화상

(에두아르 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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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처럼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끊임없는 소개를 늘어놓는 책이에요. 마땅한 스토리도 없고, 거의 모든 문장이 '나는~'으로 시작해요. 뭔가 리듬감이 느껴져요. 빨리 읽을 수 있는데 다 읽고 나면 "그럼 나는? 나는 어떤 사람이지?"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날 일기를 엄청나게 썼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이 선물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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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내게 큰 기쁨을 주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외과 의사의 메스가 내 장기를 보여주듯 사랑은 나 자신의 다른 모습을 소개하는데 그것의 외설적인 새로움이 나를 구역질 나게 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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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강 처돌이... 사강 책 다 읽었어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하기는 하죠! 사강이 24살에 쓴 책인데, 24살이 이런소설을?! 하는 놀라움도 있지만 다 읽고 나니까 뭔가 24살의 젊은이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그 때에 가장 생생한 표현으로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진짜 개인적으로 이 소설 영화화 되면 짱일 것 같다고 생각했고요.. 극 중에서도 연하남인 '시몽'이 지나가는 시선들을 다 끌어당길 정도로 잘생겼다고 표현되니까 영화화 되면 존잘 프랑스 남배우가 시몽 해줘야 하는데 음...(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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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답 없이 몸을 굽히고는 그녀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묻었다. 그의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갑자기 당혹감을 느꼈다.

"날 보내 줘요, 시몽... 이러면 곤란해요."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아주 낮은 목소리로 "폴, 폴."하고 그녀의 이름을 두어 차례 중얼거렸을 뿐이다.












질문 있습니다

( 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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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시인이신데요, 시인이 쓴 산문은 문장들이 정말 좋아요. 그래서 저는 평소에도 시인이 산문집을 썼다고 하면 꼭 챙겨 읽곤 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산문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이는 글이에요. 나의 인생이 아닌 우리의 사회에 대한 것이죠. 빨리 읽는게 좋은 게 아니라서 이 책은 유독 꼼꼼히 소화하며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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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삶의 가까이에서 늘 희망적이라면 문학은 삶의 최초를 구할 수 있는 걸까요, 최후를 구할 수 있는 걸까요. 문학은 삶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있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또 그럴 수 있을까요.











단순한 열정

( 아니 에르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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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에르노의 소설을 도장깨기 하고 있는데요, 가장 편하고 빠르게 읽은 작품이 이 <단순한 열정>이에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사랑 그 가까이에 사는 사람이 어떤 감정과 욕망과 고통과 혼란을 겪는지 아주 잘 썼다고 생각해요. 읽으면서 공감되기도 하고, 의문이 들기도 하고, 겁을 먹기도 하고, 그랬어요. 사랑과 가까이에서 글을 쓰는 것, 이 작품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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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고통은 도처에 있었다. 차라리 방에 강도라도 들어와 나를 죽여주었으면 싶었다. 낮 동안 버려졌다는 상실감에 사로잡혀 하는 일 없이 우두커니 앉아 있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무슨 일이든 하려고 노력했다.











문학의 기쁨

( 정지돈, 금정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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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 소설가와 금정연 평론가가 한국 문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주고 받은 대화들로 엮은 책이에요.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금정연 평론가의 글을 평소에도 좋아는데요, 굉장히 유쾌해요. '서평'이라고 하면 굉장히 딱딱하고 전문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금정연 평론가님의 글은 진짜 밝고 재밌어요. 문학에 대한 책은 어렵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고, 다 읽고나면 한국 문학에 대한 또 다른 새로운 호기심이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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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은 가능한가라는 제목은 하나의 상투적이고 무의미한 레토릭에 불과하다는데에 우리는 동의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을 하자고 말한 것에는 뭔가가 가능하기라도 할까, 우리가 지속할 수 있는 뭔가가 있을까, 라는 의미로서, 우리가 즐겁거나 괴롭거나 슬프거나 기쁘거나 할 뭔가가, 불가능을 가장한 아카데미즘과도 결별하고 독자들을 현혹하려는 상업주의와도 결별하고 나이브만 자기만족이나 자기애와도 결별하고 거창한 대의명분이나 이상과도 결별하고도 가능한 무언가가 있을까 하는 생각.













물류창고

( 이수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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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죽음으로부터 다시 한번 튕겨 나와

무언가로 죽음을 내려치고 있었다

<이디야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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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환해서 아주 많이 환해져서 우리가 하는 말은 모두 틀려버릴 거야

그러나 아침이 오면

나는 아직 눈을 뜨고 있는 것 같다

<물류창고>











반과거

( 장승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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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 없이 설거지를 계속하는 엄마

괜찮아요

엄마는 언젠가 내게

커튼 대신 눈물을 바꿔보라고 말했으니까요

<한여름 밤의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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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주는

내 죽음을 지켜주는

너무 많은 브레이크가

내게 물었다

왜 바퀴가 없냐고

<호위병들>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 임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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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무수했다

나를 모래처럼 수북하게 쌓아두고 끝까지 세어보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말은 얼마나 오래 혼자였던 것일까

<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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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그지 않은 가스밸브처럼 가만히 누워 있는 내가 무섭다. 아무도 없어서 무섭고 누군가 있을까 봐 더 무섭다.

엄마한테 할 말 없니

엄마의 그 말이 내 말문을 닫는다.

할 말이 없어서 무섭고

할 말이 생길까 봐 더 무섭다.

<그래서 그랬다>











우선 여기까지만! 2019년 한 해동안 너무 좋은 책들을 많이 읽고 배워서 참 보람찼어요. 2020년이 이제 약 15일정도 지났는데 벌써 8권을 읽었고요, 어제는 또 3권을 책을 사기도 했어요. 읽을 책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 사실때문에 종종 아주 부자가 된 기분이 들어요.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글귀는 너무 올드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많이 외롭고 공허한 기분이 들 때 꼭 책을 집어들게 되니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의미 있는 독서, 혹은 나를 즐겁게 해 주는 독서를 하시기를 소망해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새해에는 더 많이 웃으세요!







문제 시 알려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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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6435978 | 작성시간 20.11.10 좋다
  • 작성자엎질러진 | 작성시간 20.12.13 지금도 책 꾸준히 읽고 있어! 하반기도 돌아와 줄거지?
  • 작성자마늘빵야빵야 | 작성시간 21.04.20 나 게녀 추천글 다 정독하고 읽고 있어~~다음글도 기다리고 있을게!!!
  • 작성자잠오는바다 | 작성시간 21.12.27 게녀에게 덧글 한 번 쓰기 위해서 쭉빵 가입했어.. 여태 추천해준 책들 너무 재밌고 또 의미 있게 읽은 것들이 많고 내가 책 읽는 취미를 다시 붙이게 해줘서 개인적으로 너무 고맙다고 꼭 말하고 싶었어. 이렇게 양질의 추천글을 정성스럽게 써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 작성자흠냐뤼흠냐륑 | 작성시간 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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