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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여정ㅡ9회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06|조회수44 목록 댓글 1

제 9장,
 
다음날 이른 새벽에 우민희는 친정엘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어제 밤 어머니로부터 빨리 오라는 독촉을 받고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서는 것이다.
 
버스터미널로 나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다시 안성터미널에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쉽지 않은 길이다.
 
집을 날려버리기 전에는 그래도 소형이지만 승용차가 있어 친정에 가는 것이 그다지 부담스럽고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면서부터는 몇 번을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인해 힘든 여정이 된다.
 
우민희는 아무런 선물도 없이 빈손으로 간다.
 
지금 자신의 처지에 무엇을 들고 가야 반가워할 어머니도 아니고 이미 다른 자식들로부터 좋은 선물과 돈을 두둑하게 받으셨을 것이기에 자신의 선물은 눈에 차지도 마음에 들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집을 가지고 있을 때는 집에서 나오는 돈으로 궁색한 삶은 아니었다.
 
아래층 안채에 방이 두 개에 넓은 거실과 욕실 주방이 있기에 혼자서는 상당히 넓게 살아가고 다섯 가구에서 나오는 셋돈으로 충분하게 혼자만의 삶을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 여유가 있기에 일주일이면 한 번씩 봉사활동을 하면서 편안한 삶을 살았다.
 
고생 끝에 낙이라는 옛말도 있듯이 이제 고생은 끝났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일만 없었다면 아무런 걱정도 없이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나름대로 조금씩 저축을 하며 형제들에게 흉한 꼴도 보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민희는 사치할 줄을 모른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명품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며 살아간다.
 
명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언니가 주는 옷과 가방에서 그것들이 명품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하니까 그런 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한다.
 
명품을 식별할 줄 아는 눈도 없고 명품을 탐을 내 본적도 없다.
 
다행히 언니하고는 체격이 거의 비슷해서인지 언니가 주는 옷들이 잘 맞는다.
 
친정으로 내려가면서 우민희는 언니가 준 옷에서도 좋은 것으로 골라 입고 간다.
 
초라하고 추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가뜩이나 못마땅스럽게 보시는 어머니의 눈에 초라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얼굴에 조금 화장도 하고 옷도 신경을 써서 입고 가는 길이다.
 
안성 터미널에서 삼십 여분 정도 기다려서야 버스가 들어온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집 부근에서 내려 걸어 들어간다.
 
이제 들판은 누런 황금빛 물결로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롭다.
 
서둘 것도 없이 서서히 들판을 둘러보며 집을 향해서 간다.
 
마당에 부모님 두 분이 나와 계신 것이 보인다.
 
“저 왔어요.”
 
“왜 이제야 와?”
 
어머니의 퉁명스러운 소리다.
 
“오느라고 고생했구나!”
 
역시 언제나 인자하시고 따뜻한 아버지의 음성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 준다.
 
마당에는 언제 절였는지 배추가 소금물에 담가져 있다.
 
“제가 하게 내버려두지요.”
 
“네가 언제 와서 다하니?
그러기에 어제 왔으면 좀 좋으냐?“
 
“어제는 약속이 있어서 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놈의 약속?
뭐가 그리 바쁘고 할 일이 있다고 그러냐?”
 
“아, 왜 아이를 보자마자 성화를 대?”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보시면 꾸중을 하신다.
 
언제나 민희를 보면 곱게 보아주지 않는 아내의 성질머리가 고약스럽다고 생각하는 우영감은 그런 아내의 태도가 불만이다.
 
민희를 볼 때마다 늘 미안하고 죄스러운 당신의 마음과는 달리 아내는 늘 둘째딸이 미운오리새끼라도 되는 듯 불만이다.
 
“어 여 들어가!
새벽부터 잠도 못 자게 불러내려놓고 웬 퉁박을 그리도 하는 게야?“
 
우영감의 면박으로 어머니 박윤숙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슬그머니 안으로 들어간다.
 
민희 역시 안으로 들어가 옷을 바꾸어 입고 나와 절이는 배추를 손을 본다.
 
배추는 오십 여 포기나 되는 듯 상당히 많은 분량이다.
 
“아직 아침을 드시지 않으셨지요?”
 
“그래, 네 에미가 너를 기다렸다가 먹자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네!
얼른 준비를 하겠습니다.“
 
주방으로 들어가 보니 아직 밥을 하지도 않았고 반찬을 할 것들만 내 놓으셨다.
 
부지런히 아침을 준비한다.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아침을 먹고 나서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일이 숨을 돌릴 여유도 없다.
 
“네 언니 시어머님께서 우리 집에서 한 백김치가 그리도 맛이 좋다고 하시는구나!
그러니 언니네 보낼 백김치를 더욱 정성을 다해서 담그도록 해라.“
 
”네!“
 
민희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그저 ‘네‘ 라는 대답만을 한다.
 
아버지의 손으로 가꾸신 배추와 무가 아주 튼실하다.
 
김장을 하기 전에 먹는다고 가꾸신 것이다.
 
저녁을 먹기 전에 절여진 배추를 씻어 건져 놓고 속을 준비한다.
 
오늘 안으로 김치를 모두 끝내야 하는 것이다.
 
내일은 어머니 생신음식을 해야 하기에 김치를 모두 끝을 내야 한다.
 
새벽까지 김치를 담근다.
 
언니와 동생들 집으로 가져갈 것들을 김치 통에 담아 놓고 나니 새벽 세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마음 놓고 잠자리에 들 시간도 없다.
 
두어 시간 잠시 눈을 붙이고 나서 일어나 다시 일을 시작한다.
 
이미 모든 물건들이 준비가 다 되어 있다.
 
물론 언니가 보내준 육류와 생선들이고 야채들은 아버지 손으로 가꾸신 것이고 나머지는 두 분이서 장을 봐오신 것들이다.
 
천성이 부지런하신 아버지는 고향으로 오시고 나서 텃밭을 가꾸신다.
 
당신 혼자 힘으로 정성을 다해서 텃밭에 이것저것을 가꾸시면서 자식들을 나누어 주시는 기쁨으로 소일을 하신다.
 
해마다 김장은 아버지가 가꾸시는 것으로 모든 형제들이 다 가져다 먹곤 한다.
 
그 일은 늘 민희의 몫이다.
 
음식솜씨가 뛰어난 민희로서는 거절할 수 있을 수도 없다.
 
어머니 생신 때 한차례하고 추석 명절에 또 다시 형제들 집에 보낼 김치를 해야만 한다.
 
그리고 김장을 해서 보내면 따로 김치들을 해서 먹을 필요가 없다.
 
일 년이면 그렇게 세 차례 김치를 해서 형제들에게 보낸다.
 
그 일을 모두 민희 혼자서 맡아서 해 나가고 있다.
 
어머니 박윤숙은 당연한 일처럼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도 없다.
 
형제들을 위해서 그 정도는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다.
 
더구나 집을 날리고 나서부터는 매달 드리는 부모님의 생활비조차 드리지 못하고 있는 민희로서는 그렇게라도 해야 조금은 미안함을 달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너 혼자 일을 한다고 심통 부리지 마라!
모두들 오기 싫어서 안 오는 것이 아니니까!“
 
”네!“
 
일손을 거들어주며 박윤숙은 딸의 표정을 살핀다.
 
그래도 조금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너 그러지 말고 이곳으로 내려와 살거라!”
 
“제가 왜요?”
 
“그렇게 고생을 하지 말고 이곳으로 내려오면 벌어먹고 사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니냐?”
 
“엄마!
아직은 제 한입 건사하고 살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니 오죽하겠냐?
또 돈을 벌면 뭐하겠냐?
어떤 아가리에 한꺼번에 털어 넣을지도 모르는데 괜한 고생하지 말고 내려오도록 해라!“
 
“.........................”
 
민희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형제들의 덕을 보면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네가 오면 나도 더 이상 밥도 하지 않고 조금은 편안하게 살 것이 아니냐?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밥을 해 먹어야 할지 힘들다.”
 
“그러면 큰아들네로 들어가세요.
큰 아들이 모신다고 하는데도 두 분이서 굳이 이렇게 사시겠다고 하신 거잖아요?“
 
”그것이 어디 내 맘 대로냐?
네 아버지가 원하시니 어쩌겠니?
그러니 네가 들어와 살면 이 어미도 좀 편안하고 좋으냐?
아버지도 좋아하실 것이고.“
 
“엄마!
그렇게는 살고 싶지 않습니다.
형제들의 신세를 지면서 살아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평생을 그렇게 고생을 하고 살았으면서도 그런 말이 나오냐?
형제들이기에 그래도 그런 너를 받아주려는 생각을 하니 남 같으면 어림이나 있는 소리냐?
이럴 때 못이기는 척 하고 들어오너라!“
 
“싫습니다.
제가 타고난 운명대로 살아가겠습니다.“
 
“고생을 덜 했다면 맘대로 하든지............”
 
박윤숙은 주방에서 나가 버린다.
 
둘째 딸이 들어와 살아준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딸린 가족이 없으니 만만하기도 하고 음식솜씨 좋으니 다른 자식들에게 마음 놓고 음식을 해서 보낼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엄마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는 민희는 조금도 부모님과 함께 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고생스럽고 힘들어도 자신의 삶은 따로 있는 것이다.
 
민희는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잠시도 숨을 쉴 수 있는 여유가 없다.
 
형제들이 도착을 해도 늦은 저녁때가 되어서일 것이다.
 
누구 하나 미리 오는 사람들이 없다.
 
늘 민희가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 내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형제들이다.
 
시간이 어떻게 되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물 묻은 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휴대폰을 들고 번호를 본다.
 
김형우의 번호다.
 
“네, 우민희입니다.”
 
“김형웁니다.”
 
“안녕하세요?”
 
“전화를 드려서 방해되시는 것은 아니신지요?”
 
“아닙니다.”
 
“지금 어디 계신가요?”
 
“조금 멀리 나와 있습니다.
안성에 있는 친정에 와 있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그러면 오늘 오지 않으시는 것인가요?”
 
“네!
내일이 어머니 생신이라서 아마 모래나 되야 올라갈 것 같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러면 올라오시는 대로 전화를 주십시오.“
 
“네!
그러겠습니다.“
 
우민희는 전화를 끊고 잠시 김형우를 생각한다.
 
참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잠시 하면서 다시 바쁜 일손을 놀린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바로 밑의 남동생 부부가 온다.
 
“어서들 오너라!”
 
박윤숙은 반색을 하며 반긴다.
 
“둘째야!
얘네들이 왔는데 저녁은 어찌 되어 가냐?“
 
주방에다 대고 묻는다.
 
“조금 기다리면 됩니다.”
 
동생부부가 도착을 했어도 민희는 나가 볼 여유가 없다.
 
“작은 누나!
또 혼자서 고생을 하시네!“
 
동생 민우가 주방으로 들어서며 아는 척을 한다.
 
“어서 오너라!
내가 바빠서 내다보지 못했어!“
 
“늘 이렇게 작은 누나가 고생을 하고 있으니 미안해!
저 사람이 정년퇴직을 하면 그때는 함께 도와서 할 수 있는데........“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어서 옷 갈아입고 저녁 먹을 준비를 해!“
 
잠시 뒤에 옷을 갈아입은 올케가 주방으로 들어선다.
 
“작은 형님!
이제 와서 미안합니다.“
 
”직장생활 하는 사람이 어쩌겠어?
우선 상을 좀 봐 줄래?“
 
“네!”
 
큰 올케인 성경미가 주방을 둘러보며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는 음식들을 본다.
 
“이 많은 것을 작은형님 혼자서 다 하셨으니 얼마나 힘드셨어요?”
 
“언제는 안 하던 일인가?
그래도 부모님이 계시니까 이런 일도 하지.“
 
민희는 웃음을 보이며 말을 한다.
 
그때 약속이나 한 듯이 언니 민경이와 막내 동생인 민정이 도착을 하고 뒤 이어 작은 남동생 부부가 도착을 한다.
 
집안은 언니의 도착으로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언니 민경은 차에 잔뜩 무언가를 싣고 온 것이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과일들과 아버지의 소주를 박스째 내리고 있다.
 
“어유!
너는 보내준 것도 많은데 뭘 이렇게 가져와!“
 
박윤숙의 입가엔 함박웃음이 번진다.
 
믿음직하고 든든한 맏딸이다.
 
씀씀이도 통이 큰 맏딸이 늘 반갑고 대견스럽다.
 
형제들은 저마다 가지고 온 것들을 내리느라 정신이 없다.
 
누구 하나 주방으로 들어와 일손을 거들려는 사람들이 없다.
 
모두들 부모님의 비위를 맞추는 일에만 신경을 쓴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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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06 즐감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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