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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여정ㅡ10회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06|조회수45 목록 댓글 1

제 10장,
 
떡 벌어진 상차림이다.
 
말이 어머니 생신이지 형제들이 모여 마시고 먹고 즐기는 시간들이다.
 
모든 형제들은 그동안 일어난 이야기들을 하면서 연신 마시고 먹는다.
 
민희는 주방에서 계속 음식을 하며 묵묵히 자신의 일만 한다.
 
누구 하나 들어와 함께 자리를 하자고 권하는 사람들도 없다.
 
잠시 인사만 나누었을 뿐 민희는 그들에게 일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민희는 개의치 않는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당연한 일로 받아드리며 자신의 일만 한다.
 
웃음소리가 요란스럽다.
 
민희는 잠시 두 어깨를 두드린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상당히 힘이 든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일손을 쉬며 밖으로 나간다.
 
공연히 자리에 끼어 좋은 분위기를 망칠 생각이 없어서였다.
 
친정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는 생각을 하며 밤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들을 바라본다.
 
이 별들을 언제 바라보았는지 기억에 없다.
 
“아, 참 별들이 많기도 많구나!”
 
“정말 별들이 참 많네!”
 
언제 따라 나왔는지 바로 밑의 동생인 민우다.
 
“왜 나왔어?”
 
“응, 담배를 피려고 나왔는데 작은 누나가 보여서 왔지.”
 
“이제 그만 담배를 끊어!
육십이 되어 가는데 아직도 담배를 피우면 건강에 해롭잖아?“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아직도 끊지 못하고 있네!
집사람이 담배 끊으라고 성화를 하는데도...“
 
“그래!
옆 사람에게도 많은 지장을 준다더라!“
 
“그래야지요.
누나!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응!“
 
“이사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가 보지도 못하고.........”
 
“바쁜데 뭣 하러 와?
내 집도 아니고 임대아파트로 가는 이사를 봐서 뭘 하게?”
 
“내가 아니었으면 누나도 다른 형제들처럼 대학을 다녔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다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나를 학교에 보내느라고 누나가 희생한 것을 다 알지.”
 
“새삼스럽게 지난 이야기를 왜 하니?
이미 아주 옛날이야기인데.“
 
”누나가 어렵고 힘들 때 도움을 주지도 못하고 정말 미안해요.“
 
”그런 생각하지 마!
엄마 말씀대로 모든 것은 타고난 제 운명대로 살아가는 것인가 보다.
내가 공부를 할 운명이었다면 어떤 일이 있었어도 공부를 했겠지.
아마 공부할 팔자도 아니었고 남들처럼 보란 듯이 잘 살아갈 팔자도 아닌 게지.“
 
“그런 것이 어디 있어요?
곁에서 누군가 보살펴주는 사람도 없이 순진하게 살아가다 보니 그런 일을 당한 것이지 뭐가 팔자야?“
 
”민우야!
난 이제 아무것도 욕심이 없어!
그저 내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면서 그렇게 조용하게 살아갈 것이다.
형제들에게 피해주지도 않고 도움을 바라지도 않고 그저 내 능력대로 그렇게 살면 돼!“
 
민우는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낸다.
 
미리 준비를 해 가지고 온 듯한 것이다.
 
“누나!
얼마 되지 않지만 받아 둬!“
 
“이게 뭐냐?”
 
“얼마 되지 않는 액수야!
내가 누나에게 받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조금은 갚을 수 있게 해 줘!“
 
“아니!
남이면 모를까 형제들끼리 이러는 것 아니다.
더구나 네 처가 알면 어쩌려고 그래?“
 
”그 사람하고 상의를 한 거야!
좀 더 많이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우리도 어디 그렇게 여유롭게 살고 있지 않으니 이해를 하고 받아 둬요.“
 
민우는 민희의 앞치마 주머니에 봉투를 넣어준다.
 
“이러지 않아도 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어!”
 
“그럼!
작은 누나가 누군데?
분명히 잘 살아갈 날이 있을 것이라고 믿어!“
 
민우는 담배를 끄고는 집안으로 들어간다.
 
민희는 민우가 넣어준 봉투를 손으로 만져본다.
 
받아도 되는 것인지 잠시 혼동이 온다.
 
그러나 동생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음을 깨닫고는 받기로 하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봉투는 앞치마에서 빼서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밤이 이슥하도록 상을 물리지 않아 민희는 주방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
 
“민희야!”
 
언니의 음성이 주방까지 들려온다.
 
민희는 앞치마를 벗고 거실로 나간다.
 
“거기 좀 앉아봐라!”
 
“응!”
 
“이사 할 때 가보지 못해서 미안하다.”
 
“괜찮아!”
 
“너 그러지 말고 여기에 들어와 부모님을 모시고 살면 어떠냐?
이젠 어머니도 연세가 드시어 진지를 해 드시기에도 힘들고 불편하시니 네가 들어오면 너도 생활비가 들지 않아서 좋을 것이고 어머니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 아니니?“
 
”언니!
생각해 주는 것은 고맙지만 그렇게는 하지 않겠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는 일은 내가 능력이 있다면 두 말할 것 없이 모시겠지만 나한테는 그런 능력도 없고 형제들의 도움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더구나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런 것이 자존심이 아냐!
네 능력이 없으면 그렇게라도 해서 살아야 고생을 면할 것이 아니냐?
우리 모두 그렇게 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민희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아니요!
누가 뭐라고 해도 친정살이는 하지 않습니다.
자존심이 아니고 아직은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갈 자신도 있고 이 나이에 친정에 더부살이 한다는 것은 제 자신을 죽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것이 뭐가 그렇게 어렵고 힘드는 일이니?
그 나이에 어디를 가서 돈을 벌어서 살겠다는 거야?
그 나이에 받아주는 곳이라도 있어?“
 
”어떻게 하든 살아지겠지요.
형제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살아가고 있으니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민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온다.
 
참으로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파온다.
 
자신의 생각은 아예 무시하고 자기들끼리 정하고 따르라는 말이 섭섭해온다.
 
민희가 자리를 뜨자 민경이 혀를 끌끌거리며 찬다.
 
“아직도 고생을 덜 해서 그러니 내버려두세요.
정 고생이 되면 그때는 우리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들어올 겁니다.“
 
”고집이 누굴 닮아서 저 모양인지 원!“
 
“엄마!
밥해 드시는 것이 힘들어요?“
 
”그럼 힘들지.
지금 내 나이가 몇이냐?
벌써 여든하고도 오년이다.“
 
”그러면 민우네로 들어가세요.“
 
”난들 왜 그 생각이 없겠냐?
그러나 네 아버지가 어디 그러고 사실 양반이냐?
민희가 들어와 산다면 살림도 맡기고 너희들에게 틈틈이 맛있는 반찬도 떨어지지 않게 해 보낼 수도 있는데 웬 고집인지 모르겠다.“
 
박윤숙의 푸념에 우영감이 혀를 찬다.
 
“허, 나 참!
민희가 이 집의 식모라도 돼?
모두들 하나같이 민희를 부려먹을 생각들이나 하고.....
진정으로 민희를 생각해서 들어와 살라는 거야?“
 
박윤숙은 영감님의 말에 찔끔한다.
 
“정 힘들면 당신 혼자서 아들네로 가든 딸네 집으로 가든 맘대로 해!
공연히 민희를 데려다 부려먹을 생각하지 말고.“
 
”아버지!
민희를 부려먹으려는 생각이 아닙니다.
저렇게 고생을 하고 있으니 이곳으로 들어와 살면 엄마 아버지도 좋으실 것이고 저도 그런 고생을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쯧쯧 쯧!
네 애미 생각은 그것이 아니다.
민희를 데려다 후딱하면 너희들 반찬을 해 보내고 싶고 김치도 이것저것 떨어지지 않게 해서 보내고 싶은 욕심이지.“
 
”그거야 민희의 요리 솜씨가 뛰어나니까 하시는 말씀이지요.
어디 민희를 부려먹을 생각으로 그러시는 것인가요?“
 
민경은 아버지의 말씀에 대꾸를 하면서도 양심이 찔리는 것은 사실이다.
 
민희가 들어와 살면 이것저것 반찬을 해 달라고 하고 싶은 것은 솔직한 마음인 것이다.
 
“모두들 쓰잘데기 없는 말들 하지 말고 내일은 너희들이 일을 좀 하거라!
어제 그제부터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했으니 그 몸이야 얼마나 힘들고 피곤하겠냐?
너희들은 힘들면 다독여 줄 서방들이나 있지 그 애는 어디에 대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을 하겠냐?
왜들 그런 생각을 못해?“
 
우영감은 늘 둘째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자신이 못나서 공부를 시키지 못한 딸이다.
 
집안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동생을 공부시킨 딸자식이다.
 
이제 제일 못산다고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이 일어난다.
 
다른 자식들이 잘 사는데 비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픈 자식이다.
 
늘 혼자서 그 많은 일을 맡아서 하면서도 힘들다는 내색 한 번 없는 불쌍한 자식이다.
 
우영감을 그저 한숨을 길게 내 쉰다.
 
다음 날은 정신없이 바삐 돌아간다.
 
생신이라고 하지만 어머니의 형제분들은 이미 모두 고인이 되셨고 가까운 일가들과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함께 즐기는 자리다.
 
민희 뿐만이 아니라 큰 며느리와 작은 며느리도 손을 걷어 부치고 나선다.
 
그러나 민경과 민영은 주방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음식은 모자라지도 남지도 않게 모든 손님들 접대가 끝이 난 것이 이미 늦은 오후로 접어드는 시간이다.
 
이제 형제들 모두들 돌아갈 차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김치와 백김치 그리고 깍두기를 담은 김치 통들을 싣느라 분주해진다.
 
“작은 형님!
맛있게 잘 먹을게요.“
 
두 올케들의 인사말이다.
 
민경이와 민영은 당연한 것을 가져간다는 표정들이다.
 
그렇게 모든 형제들이 떠나고 나서 또 다시 뒷설거지가 산더미다.
 
치우고 정리하고 그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이다.
 
이미 어머닌 피곤하신지 잠속으로 빠져드신 뒤다.
 
“민희야!”
 
우영감이 둘째 딸의 이름을 부른다.
 
“네, 아버지!”
 
“혼자서 애 많이 썼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을 벌이지 않도록 해야겠다.
늘 너 혼자서 이 많은 일들을 감당하니 이제는 네가 힘들어 보여서 안쓰럽다.“
 
“아버지!
그래도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니까 이런 일도 하지요.
저는 괜찮습니다.“
 
”괜찮기는?
이제 너도 환갑이 지난 나이가 아니더냐?
이제부터는 몸을 아껴야 할 나이다.
이제 그만 하고 어서 들어가 쉬어라!“
 
“네, 이제 다 끝났습니다.”
 
“오냐!
내일 아침 늦게까지 푹 자거라!“
 
“네!”
 
민희는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야 방으로 들어와 자리에 눕는다.
 
몸은 풀솜처럼 늘어진다.
 
아버지 말씀대로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삼일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해서 그런지 피곤이 쌓였다.
 
피곤하고 힘든 것에 비해서 잠이 들지 못하는 민희였다.
 
민희는 자리에 누워 갑자가 김형우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참으로 온화하고 다정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혼자서 피식 웃어본다.
 
그 사람하고 어떤 연관이 있다고 이 시간에 떠올리는 것인지 자신이 스스로 생각을 해도 웃음이 나온다.
 
두어 번 만나 함께 식사를 한 것뿐인 사람이다.
 
반드시 한 번은 자신이 대접을 해야만 다시는 만나지 않더라도 마음이 편안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회를 주지 않는 사람이다.
 
올라가는 대로 만나서 갚아야 할 것을 갚겠다는 생각을 하며 김형우의 생각을 떨쳐내려고 두 눈을 꼭 감는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쉽게 생각을 뿌리치지 못하고 얼굴을 떠 올려보기도 하고 그 사람의 음성을 떠 올려보기도 한다.
 
따뜻하면서도 듣기 좋은 그 사람의 음성이라는 생각을 한다.
 
또한 참으로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고 또 다짐하며 잠을 청한다.
 
그러나 쉽게 잠이 들지 못하는 민희였다.
 
그렇게 민희는 김형우의 생각에 잠기며 혼자 웃기도 하다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든다.
 
피곤이 쌓인 민희는 깊은 잠 속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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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06 즐감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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