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장, 김형우는 민희의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저녁은 뭘 먹었어요?” “네! 올케하고 모처럼 갈비를 먹었어요. 이번에 큰 도움을 받았기에 큰마음을 먹고 제가 사 주었지요.“ ”잘 하셨군요. 변변찮은 것을 드셨으면 어디 맛있는 것이라도 사 드리려고 했는데 어쩐다?“ ”미안해서 어쩌지요? 마음먹고 제 집에까지 오셨는데 집에 들어가셔서 차라도 할 걸 그랬나 봐요.“ ”제가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가도 됩니까?“ ”그런가요?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지는 않겠죠?“ “그럼요! 낮에 같으면 몰라도 늦은 시간에는 좋아보지 않죠. 우리 잠시 이대로 바람이라도 쏘이면서 가 봅시다.“ ”네!“ 김형우는 잠시 말없이 운전만 계속한다. 자신의 마음이 어떤 것인가를 모르는 것 또한 사실이다. 김형우는 멀리 나가지 않고 근처의 조용한 곳에 차를 세운다. 지나가는 차량이 많지 않은 한적한 곳이다. “바람이 차지요?” “시원해서 괜찮아요.” “내일 우리 가까운 곳에 등산이라도 갈까요?” “등산 자주 하세요?” “자주는 아니고 가끔 혼자서 가곤 합니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울적할 때 그리고 혼자라는 외로움을 달래고 싶을 때 산에 올라 마음을 달래곤 합니다.“ ”저도 전에는 주말이면 등산을 하곤 했었습니다. 이젠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등산도 잊고 살아가고 있네요.“ ”그럼 함께 등산이라도 갑시다.“ ”네! 그러지요. 모처럼 등산이라도 하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네요.“ ”너무 이른 시간 말고 오전 열시쯤 출발을 합시다. 집으로 모시러 갈게요.“ ”번번이 데리러 오시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닐까요?제가 중간까지 나가지요.“ “그럴 것 뭐가 있겠어요? 어차피 차를 가지고 나가는데 민희씨를 불편하게 해드릴 것이 뭐가 있어요? 열시 정각에 다시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 얼마 있지 않고 다시 민희의 아파트로 돌아온다. 김형우는 다시 약속을 하고 나서 민희를 내려주고 되돌아간다. 우민희는 모처럼 등산을 간다는 생각에 깊숙이 넣어두었던 등산복을 찾아낸다. 집을 날려버리기 전에는 등산을 자주 다니곤 하던 우민희다. 산악회에 가입을 해서 산을 좋아하는 산악인들과 등산을 함께 하면서 삶의 활력과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으며 등산을 다니곤 했다. 등산용 일체를 구입할 정도로 산을 좋아하곤 했던 우민희다. 겨울 등산도 다녔기에 아이젠과 스틱과 등산 가방에 그 모든 것들을 준비해서 다녔던 우민희였기에 등산에 필요한 것들을 챙긴다. 마침 오이도 냉장고 안에 있고 간단하게 점심을 준비할 수 있는 재료들이 있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간단하게 김밥을 준비하고 물과 커피 그리고 필요한 모든 것을 챙긴다. 모든 준비가 되어 시간을 보며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등산복이 너무 잘 어울리네요.” 김형우는 민희의 새로운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 한 군데 군살이 찌지도 않은 몸매였고 적당한 키에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릴 것만 같은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오랜 만에 등산복을 입으니 마음이 날아갈 것만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형우씨 덕분입니다.“ 날씨는 등산을 하기에 참으로 쾌적한 날씨다. 늦가을의 기온에 맞게 조금은 쌀쌀한 날씨지만 등산을 하기에는 덥지 않아 아주 쾌적하고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날씨다. 형우는 가까운 수락산으로 차를 몰고 간다. 멀리 나가지 않고도 많은 등산객들이 등산을 하고 있는 유명한 곳이다. 그들은 많은 등산객들과 나란히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빠르게도 느리게도 아닌 적당한 보폭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주 잘 걷습니다.” “아직은 이 정도는 자신이 있습니다. 건강 하나만큼은 타고 태어난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몸매도 적당하신 것 같습니다. 등산을 오래 하셨나보네요.“ ”한 십여 년 매주 주말이면 거의 다녔다고 할 수 있지요. 다른 별일이 없으면 거의 빠지지 않고 다니곤 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저는 등산을 다닌 것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퇴직을 하고 나서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으니 건강을 생각해서 등산을 다녀보자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지만 매주 다니지도 못하고 그저 생각날 때만 조금씩 다녔을 뿐입니다. 남들처럼 등산복과 장비를 구입하기는 했지만 실은 별로 사용한 적도 없지요.“ ”네! 아무래도 직장에 계실 때는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이제는 건강을 생각하셔서 자주 다니세요.“ ”우리 매주 이렇게 주변의 가까운 산들을 시작으로 등산을 할까요?“ ”글쎄요? 별 일이 없다면 그럴 수 있겠지요.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어서.........“ “그러시다면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저와 함께 등산을 합시다.” “네! 그렇게 하도록 노력을 해 보지요.“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정상에 다다른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상쾌함이다. 가슴에 시원한 바람이 깊숙하게 파고드는 듯한 느낌인 것이다. 점심시간을 넘기기는 했지만 정상에서 조금 내려온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언제 이렇게 준비를 하셨습니까?” “준비한 것도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집에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간단하게 준비를 해 봤습니다.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어요.“ 김형우는 김밥을 하나 집어서 입안으로 가져간다. “참 맛이 좋군요. 등산을 하면서 한 줄씩 사가지고 와서 먹던 김밥하고는 그 맛이 아주 다릅니다. 정말 맛이 좋습니다. 음식솜씨가 아주 뛰어난 것 같아요.“ “입맛에 맞으신다니 다행스럽습니다. 이 정도를 가지고 음식솜씨랄 것도 없고요.“ 그러나 김형우는 민희의 음식솜씨에 감탄을 한다. 그들은 점심을 먹으면서 한참을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일찍 하산할 일도 없고 산의 맑은 공기와 좋은 경치를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에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민희 역시 잠시의 근심과 걱정을 잊고 그 모든 것을 감상하면서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그들의 만남은 이어진다. 별로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매일 전화통화를 하고 시간만 있으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함께 식사를 하며 시간을 즐긴다. 김형우는 삶에 대한 재미로 시간이 지루할 줄을 모른다. 그러나 민희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는다. 더 늦기 전에 김장을 해야겠다는 어머니의 호출이다. 당장 내려오라는 일방적인 어머니의 호출명령이다. “엄마! 내 사정은 묻지도 않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내려오라고 하시면 어떻게 해요?“ ”혼자 사는 네가 사정은 무슨 사정이야?“ 툭하면 혼자 산다는 것이 어머니의 이유다. “엄마! 혼자 산다고 빈둥거리며 지내는 것이 아닙니다. 내일은 나가야 할 일이 있어 갈 수 없습니다.“ ”네 볼일이 있다고 아버지 혼자서 저 많은 것을 수확을 해야 하겠니? 어서 딴 말 말고 내려와!" 그리고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신다. 민희는 긴 한숨을 내 쉰다. 배추와 무 총각무 갓과 쪽파 등이 적지 않게 심어져 있는 밭이다. 그 많은 것을 혼자서 농사를 지으시고 아버지 혼자서 거두어들이시려면 상당한 힘이 소모가 될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이제 구십을 바라보시는 연세다. 아무리 정정하시다고 해도 노인이다. 또한 아버지가 고생을 하시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온다. 민희는 아침 일찍 집으로 내려갈 준비를 한다. 그 모든 것을 수확하고 김장을 모두 해 놓으려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걸릴 것이다. 배추김치와 총각김치 동치미 등이 자신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민희는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다. 갈아입을 작업복과 속옷 등을 챙겨서 손에 든 가방이다. 언제나 이 일을 하지 않을 수가 있을 것인가 생각하며 긴 한숨이 새어 나온다. 시외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도중에 김형우의 전화를 받는다. “형우씨! 저 지금 친정으로 가고 있습니다.“ ”갑자기 친정엔 왜요?“ ”어제 어머니 전화를 받았지요.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배추와 무를 수확해야 하고 김장을 해 넣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성화에 내려가는 중입니다.“ ”그래요? 그럼 고생을 하러 가시는 겁니다.“ ”고생은요 무슨?“ ”언제 올라오시는 겁니까?“ ”아마 일주일 이상이 걸릴 것입니다. 제가 상황을 봐서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오래 걸려요? 자주 전화를 해도 될까요?“ ”아마 전화를 받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김장을 시작하면 손이 엉망이라서 전화를 받지 못할 것 같거든요.“ “아, 민희씨가 많이 보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그럼 전화를 자주 해 주실 거죠?“ ”시간이 나면 해 드릴게요.“ 민희는 김형우와의 통화를 끝내고 나서도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넣지를 못한다.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다. 따뜻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다정함을 보이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민희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민희가 친정에 도착한 시간은 조금 늦은 아침 시간이다. 아버지 우영감은 민희가 오는 것을 보고 놀란다. “네가 웬일이냐?” “아버지! 오늘 무 배추를 수확을 하신다면서요?“ ”네 에미가 전화를 한 모양이구나?어서 들어가자!“ 우영감은 민희를 앞장세우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엄마!” “일찍 출발을 하라고 했더니 이제 도착 하냐?” 박윤숙은 민희가 생각보다 늦게 도착한 것에 짜증을 낸다. “뭣 때문에 민희한테 전화를 하고 그래?” 우영감이 아내를 나무란다. “전화를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당신 혼자서 하실 거유? 그리고 김장을 해야 하는데 당연히 민희가 와야 할 것이 아뉴?“ ”왜 당연히 민희가 와야 한다는 생각을 해? 당신 말대로 혼자 사는 민희가 김치를 가져가지도 않는데 왜 아이를 부려먹지 못해서 안달을 하고 그런 거야? 이 배추를 수확을 하려면 사람을 사라고 해! 그리고 김장도 마찬가지야. 아이들에게 전화를 해서 사람을 살 돈을 보내던지 내려와서 수확을 하고 김장을 해서 가져가라고 하란 말이야!“ 우영감은 화를 낸다. “언제는 민희가 하지 않았던가요? 새삼스럽게 화는 왜 내고 그러우?“ ”그러니까 화가 나는 거야. 못사는 불쌍한 자식을 당신처럼 무시하고 멸시하는 엄마가 있다는 말을 내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일이야! 못사는 것도 불쌍하고 가슴이 아픈데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자식을 차별을 하고 그래? 민희는 내가 어디 나가서 데리고 들어온 자식이라도 돼? 어서 아이들에게 전화해!“ ”아버지! 그만 두세요. 어차피 제가 할 일입니다. 공연히 형제들을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다! 너는 잠자코 있거라! 내 다시는 너 혼자서 이 힘든 일을 맡아서 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 박윤숙은 남편의 불같은 호령에 큰딸에게 전화를 한다. 아직 남편의 말을 하늘처럼 떠받들고 살고 있는 박윤숙이다. 남편은 하늘이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그대로 따르며 지키고 있는 박윤숙은 큰 딸인 민경과 통화를 하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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