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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여정ㅡ16회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12|조회수53 목록 댓글 2

제 16장,
 
큰 딸인 민경은 놀라는 눈이 되어 아버지를 바라본다.
 
“아버지!
어디 편찮으신 데라도 있으세요?“
 
“잘들 들어라!
나와 네 엄마 나이가 몇이냐?
우리 이제 구십이 다 되어가는 노인들이다.
더 이상은 힘에 겨워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
 
”여보!
지금까지 아무런 말씀도 없으시다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박윤숙이 아이들보다 더 놀라는 얼굴이 된다.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젊은 아이들처럼 힘이 펄펄 나는 것 같소?
허긴 당신이야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밭에 나와 보지도 않는 사람이고 무슨 때가 되어도 민희만 불러대는 사람이니 다른 사람들 힘든 것을 알기나 하겠소?”
 
박윤숙은 남편의 말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한다.
 
“너희들 언제까지 이 늙은 애비를 부려먹을 참이더냐?
사골?
그것을 해 놓으니 참으로 잘들 먹는다마는 그것을 그렇게 먹게 하기까지 얼마나 힘든 노동을 해야 하고 땀을 흘려야 하는 것인지 생각이나 해 보았니?“
 
”.........................“
 
다들 아버지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다.
 
“사다가 던져 놓고 가면 저절로 그렇게 먹게끔 된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이젠 나도 너희들처럼 편안하게 남은 생애를 살아가고 싶다.
그러나 김장도 금년으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거라!“
 
“아버지!
사람을 시켜서 농사를 지으면 되잖아요?“
 
“그래?
그까짓 농서 얼마나 된다고 사람을 시켜서 농사를 짓겠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그렇지만 아버지!
시중에서 파는 것들이 거의 다 수입 산이니 마음 놓고 사 먹을 수 있는 것이 없잖아요?“
 
“그래? 그러냐?
그렇다면 막내야!
난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니 네가 내려와서 사람을 사든 시키든 농사를 짓거라!
애비가 그것까지는 말리지 않겠다.“
 
“제가 어떻게?”
 
“네가 하지 못하는 것을 남이 해 주기를 바라지 마라!
그리고 큰애야!“
 
아들 민우를 보며 말을 한다.
 
“네!”
 
"이번 구정차례까지는 이곳에서 지내고 다음 할머니 기일서부터는 모든 제사를 모시고 가도록 했으면 한다.
이제 우리 나이 구십이 다 되어가니 언제 어느 때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데 언제까지 우리가 맡아서 지낼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
 
”네!
잘 알겠습니다.
벌써 제가 모시고 가야 했는데 미처 생각이 짧았습니다.“
 
”오냐!
애비 마음을 알아주니 고맙다.“
 
우영감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온다.
 
마음 같아서는 민희를 생각해서 모두들에게 호통을 치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민희만 더욱 초라해지고 가엽게 될 것 같아서 그 정도로만 하고 나온다.
 
긴 한숨을 내 쉰다.
 
아버지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다른 자식들은 다음부터 김치를 어떻게 하냐고 걱정들이다.
 
우선 민경이만 해도 당장 큰 걱정이 앞선다.
 
결혼을 해서 지금까지 민희의 손에 의해서 김치를 먹은 것이다.
 
다른 곳에서의 김치는 이런 맛을 낼 수도 없다.
 
“아버지가 정말 많이 힘이 드신 모양이다.
내년부터는 각자의 집에서 민희를 오라고 해서 해야지 별 수 있겠니?“
 
민경이의 말이다.
 
“큰누나!
너무 하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어떻게 각자의 집으로 작은 누나를 불러서 김치를 할 생각을 해요?
이제 각자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바라고 원하시는 것도 바로 그런 것입니다.“
 
“큰오빠!
난 김치를 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해?“
 
민영이의 말이다.
 
“그것은 네가 걱정할 일이다.
앞으로는 작은 누나를 부를 생각도 하지 말고 설사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내가 나서서 말릴 것이다.
지금도 누구 한 사람 작은 누나를 도와서 부엌에 나가는 사람이 있어?“
 
민우는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린다.
 
“여러 소리들 할 것 없다.
내가 어떻게 하든 민희에게 너희들 김치를 해 주라고 할 테니까 걱정들 하지 마라!“
 
박윤숙의 말이다.
 
“지금 당신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게야?
누구 마음대로 민희가 형제들 집집마다 다 해주어야 해?“
 
“그럼 어떻게 해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는데 어떻게 하라고요?“
 
“당신, 그리고 너희들 잘 들어라!
내가 이 말만은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네 어머니 생각부터 고쳐야 할 것 같아서 말을 한다.
만일 네 어머니가 더 이상 민희를 고생을 시킨다면 난 이 집을 떠나 혼자서 양로원으로 들어갈 생각이다.
더 이상 아무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내가 죽는다고 해도 자식들에게조차 알리지 말라고 할 것이다.“
 
“아버지!
그런 말씀이 어디 있습니까?
아버지의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나서서라도 작은 누나를 하인처럼 부리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우리 모두 제일 못산다고 업신여기면서도 작은누나의 도움을 받아가며 살아왔습니다만 이제는 절대로 그런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민우는 아버지의 말씀에 기겁을 한다.
 
“그래, 네가 이 집안의 맏아들이니 모든 일들은 네가 맡아서 해 나가도록 해라.
절대로 네 어머니의 말에 함께 맞장구치며 놀아나는 일이 없도록 해라.“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만들 돌아들 가 봐라!“
 
우영감은 그 말을 남기고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버지가 노망이 나셨나?”
 
막내 딸 민영의 말이다.
 
“민영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지?
아버지가 왜 저러시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으면 함부로 말을 하지 마라!
넌 말조차도 작은 누나를 위해서 해 준 적이 없지?
언제나 하찮게 보고 함부로 대한 것은 사실이지?“
 
”...........................“
 
민영은 큰 오빠의 말에 반박을 하지 못한다.
 
“자, 그만들 돌아갑시다.
그리고 더 이상은 이곳에 와서 어떤 음식이라도 해 가려는 생각들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너무 오랜 세월 우리는 작은 누나를 너무나 쉽게 부려먹으면서도 그 고마움에 대한 보답은커녕 늘 경멸하면서 살아왔지요.
안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아무도 대답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
 
민희는 형제들이 가는데도 내다볼 사이가 없다.
 
자신 때문에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으시겠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가슴이 뭉클해지도록 뜨거운 덩어리가 올라온다.
 
아버지의 깊고도 진한 사랑!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버티어 낸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항상 따뜻하고 살갑게 대해주시는 아버지의 사랑.
 
아마 아버지의 그런 사랑이 없었다면 자신은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친정에는 발걸음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집안이 다시 조용해진다.
 
어머닌 아버지의 충격적인 말씀에 더 이상 아무런 말씀도 하지 못하시고 방으로 들어가 내다보지도 않는다.
 
많이 놀라셨고 화가 나셨으리라는 생각을 하니 민희의 마음도 편치가 않다.
 
“아직 멀었니?”
 
우영감이 주방으로 들어서면서 묻는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공연히 저 때문에..........“
 
“그런 말 할 것 없다.
생각할수록 괘씸하고 못된 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을 누가 했는데 엄마 아버지 선물을 사면서 네 선물도 하나쯤 사면 어디가 덧난다던?
정작 고생을 하고 있는 사람은 개똥취급을 하면서 부모에게 생색을 내서 뭐하겠냐?“
 
”아버지!
저는 아무것도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형제들에게 그런 생각을 갖지 마십시오.
형제들의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고 도움을 받는다면 제 자신이 더 초라할 것입니다.“
 
”오냐!
악착스럽게 살아가거라!
앞으로는 네 어머니 말도 절대로 듣지 말고 일을 하러 내려오지 말거라!
아버지는 네가 혼자서 그 많은 일들을 감당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속이 아프고 송곳으로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심한 통증으로 견딜 수가 없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내려 올 수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살아가자면 무엇이든 해야만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남의 도움을 받으면 살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으니까요.“
 
”민희야!
아버진 항상 너에게 큰 죄인이다.
너를 더 공부시키지 못한 것이 다 애비 책임이고 애비가 못나서 그런 것이다.
절대로 형제들에게 굽히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가기만을 바랄 뿐이구나!“
 
“네!
공연히 평생을 부모님께 죄를 지으면서 살아가고 있어서 정말 죄송스럽습니다.
더 이상은 아픈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
 
”고맙다.
어서 들어가 푹 쉬고 내일 일찍 출발을 하렴!
네 짐들은 아버지가 택배로 보내 줄 것이다.“
 
”아닙니다.
제가 오전에 택배로 보내고 점심을 드리고 나서 출발을 해도 충분합니다.
두시 차로 나갈까 하는 생각입니다.“
 
”오냐!
네가 편안할 대로 하거라!“
 
우영감은 방으로 들어간다.
 
아내는 이미 잠 속으로 깊숙이 빠져든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 쉰다.
 
민희가 모든 일들을 끝내고 나서 방으로 들어온 시간이 밤 열시가 넘은 시간이다.
 
몸이 천근만근은 되는 것처럼 무겁다.
 
어깨가 빠질 듯이 아파온다.
 
민희는 진통제를 꺼내어 마신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민희는 휴대폰을 연다.
 
오늘도 김형우로부터 두어 번의 전화가 왔었다.
 
형제들이 있어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 놓았기에 일을 하느라 듣지 못한 것이다.
 
민희는 김형우의 번호를 누른다.
 
“민희씨!”
 
김형우는 전화를 기다렸다는 듯 반색을 하며 받는다.
 
“미안해요!
바빠서 전화를 받지 못했어요.“
 
“이제 다 끝난 것인가요?”
 
“네!
오늘 모두 돌아가고 내일 김장 한 것을 택배로 보내고 나서 부모님 점심을 챙겨드리고 출발을 할 것입니다.“
 
“택배로 보낼 만큼 많은 양인가요?”
 
"서너 박스가 되니까 어쩔 수 없지요.
들고 나가기엔 힘들고 부담스러우니까요.“
 
“제가 그곳까지 가면 안 되겠지요?”
 
“아무래도.......
부모님께 누구라고 인사를 시켜드릴 수도 없고.......“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볼일 보러 근처에 왔다가 올라가는 길에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하면 부모님을 기만하는 것이겠죠?”
 
“후후후..........네!
택배로 보내도 하루면 받으니까 아무런 염려가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내일 그곳에서 만나요.“
 
”네!
알겠습니다.
많이 힘들고 피곤할 텐데 어서 푹 주무세요.“
 
”네!“
 
“민희씨!
많이 아주 많이 보고 싶습니다.“
 
”............저도요.“
 
민희는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한다.
 
“어서 주무세요.
그리고 내일 만나요.“
 
김형우의 음성은 하늘을 날것처럼 가볍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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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12 즐감 하고 갑니다
  • 작성자규돌짱 | 작성시간 26.06.12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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