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장, 민희는 이른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한다. 며칠 진한 사골 국을 드신 아버지를 위해서 얼큰한 매운탕을 준비한다. 아버진 아직도 얼큰한 것을 좋아하시는 식성이다. “냄새가 아주 좋구나!” “네! 아침이지만 매운탕을 준비해 봤습니다. 속 풀이에 좋으실 것 같아서요.“ ”참 잘했구나! 안 그래도 매운탕이라도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나저나 너도 얼른 준비를 해서 집으로 가야지?“ ”당신은 왜 자꾸만 민희를 보내지 못해서 안달을 하세요?“ 박윤숙이 퉁명스럽게 말을 한다. “그럼 언제까지 이곳에 잡고 있을 참이요? 민희도 나름대로 뭔가를 해야 하고 제 삶이 있는데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거요?“ ”지금 당장은 하는 것이 없으니 며칠 더 있다가 가도 되잖아요? 그동안 김장을 하느라고 도와준 이웃들에게 밥이라도 한 끼 해 먹이고.........“ “또 그따위 망발을 하고 있을 거요?당신은 내가 정말 양로원으로 들어가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오?” 우영감은 아내의 말에 언성을 높인다. “아버지! 역정을 내지 마세요. 어머니가 아무리 잡으셔도 저는 오늘 가야 합니다. 그러니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마세요.“ ”그래, 네 어머니 말을 무시 하거라!“ 박윤숙은 그런 남편의 말이 야속하지만 더 이상 대꾸를 했다가는 남편의 성정에 정말 양로원으로 가 버릴 기세가 같아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엄마! 더 이상 어떤 일이 있어도 친정에 와서 혼자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젠 저도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힘에 겹고 몸이 아파서 할 수가 없습니다.“ ”아직 네 나이에 몸이 그리도 부실해서 어떻게 하냐? 그런 몸을 해 가지고 어디를 가서 돈을 벌어먹고 살겠니?“ ”네! 그저 능력대로 살아가지요. 적게 벌면 적게 쓰고 많이 벌면 좋고요.“ 민희는 엄마의 말에 웃으면서 대꾸를 한다. 서운한 마음을 감추기 위함이다. 아침을 먹고 택배회사에 전화를 한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민희가 보낼 짐을 가지러 온 택배다. 김치를 종류별로 민희는 준비해 놓았다. 혼자서라도 밥을 해 먹어야 하는 것이 사람이다. 박윤숙은 민희가 가지고 가는 김치가 못마땅스럽다. 김치를 가지고 갈 것이 아니라 이곳에 와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택배를 보내고 나서 민희는 집안 청소를 하고 부모님의 빨래까지 다 해 놓는다. 점심까지 챙겨드리고 민희는 떠나기 위해 부모님의 집을 나서려고 한다. “이것을 가지고 가거라!” 우영감이 검은 봉다리에 쌓인 것을 가지고 나오며 민희에게 준다. “아버지, 이게 뭐예요?” “네가 어디 변변히 먹기라도 했냐? 내가 진국과 맛있는 데만 골라서 일부러 준비를 해 두었다. 가지고 가서 두고두고 먹도록 해!“ 아버지는 언제 통에다 진한 국과 맛있는 고기 부위를 따로 준비해 두셨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두고 드세요.“ “아니다! 네 어미는 이것이 있는 것을 알면 사람들을 불러 모두 퍼 먹이느라 정신이 없을 거다. 남을 줄 필요가 어디 있어? 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말고 가져가거라. 택배로 함께 보내려다 행여 빨리 들어가지 않으면 상할까 싶어서 힘들지만 들고 가거라!“ “네! 잘 먹겠습니다.“ ”오냐! 잘 먹고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한다. 언젠가는 너도 모든 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날이 있을 것이다.“ 민희는 아버지의 마음을 안다. 늘 걱정해주시고 근심을 하시는 아버지의 마음을 언젠가는 편안하게 해 드릴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파오고 죄인처럼 마음이 무겁다. 민희는 아버지가 주시는 통을 들고 차에 오른다. 작은 통이 아니기에 제법 무겁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가져오지 않을 수가 없다. 차는 정확한 시간에 출발을 한다. 김형우와의 약속시간에 늦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안심이 된다. 다른 해 보다도 더욱 힘들고 피곤한 것만 같아 몸이 조금은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나이 먹은 것을 숨길 수 없는 모양이라는 생각을 하며 한숨이 새어나온다.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 통을 들고 김형우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간다. 김형우는 승용차에서 민희가 무거운 것을 들고 오는 것을 보고 차에서 내려 민희가 오는 곳으로 가서 민희의 손에 들려진 것을 받아든다. “이 무거운 것을 들고 와요?” “아버지가 주시는 것인데 가져오지 않을 수 없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가 어떻게 이 무거운 것을 들고 서울까지 가요?“ “여기가 서울이에요? 형우씨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곳까지만 들고 오면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져온 것이지요. 그래도 자식을 챙겨주고 싶어 하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외면할 수도 없고요.“ 김형우는 차 트렁크에 싣는다. “뭔지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아마 그럴 겁니다. 사골과 우족 그리고 도가니를 푹 고은 것이거든요.“ “아, 정말 좋은 것이네요. 자, 어서 타십시오.“ 민희가 차에 오르자 차는 이내 출발한다. “많이 힘드셨던 모양입니다. 얼굴이 많이 해쓱해졌습니다.“ ”그럴 리가요? 허긴 이제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작년보다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그다지 힘들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금년에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럼 해마다 민희씨가 김장을 다 하셨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큰 올케가 아직 직장을 나가고 언니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고 막내 여동생하고 작은 올케는 일이라고는 전혀 할 줄 모르니 어쩝니까? 그렇다고 부모님께만 맡겨놓고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참으로 착한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민희씨도 건강을 돌봐야 할 나이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민희씨가 고생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고 안쓰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라고요.“ ”정말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응석을 부릴 상대가 있으니 더 힘들다는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네! 받아줄게요. 얼마든지 나한테 기대고 응석이라도 부려요.“ 김형우는 민희의 손을 살포시 잡는다. “일을 많이 한 손 같지 않아요. 참으로 보드랍고 따뜻해요. 아마 민희씨 마음도 이렇게 보드랍고 따뜻할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좋게만 봐주시네요. 장갑을 끼지 않고 일을 한 손이라서 엉망인데요.“ “이 추운 날 장갑을 끼지 않고 일을 했어요? 더구나 그 독한 고춧가루를 만지면서도 장갑을 끼지 않아요?“ ”네! 장갑을 끼면 답답해서 일을 못해요.“ ”안 되지요. 피부가 망가지고 손이 엉망이 됩니다. 아무리 답답하더라도 꼭 장갑을 끼셔야 해요. 요즘 사람들 잠시 설거지만 해도 장갑을 꼭 끼는데 독한 고춧가루에 온갖 양념을 맨손으로 한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김형우는 더욱 손에 힘을 주어 민희의 손을 꼭 쥔다. 손을 놓기라도 하면 금방 어디론가 날아갈 버릴 것처럼 잡은 손에 힘을 준다. “민희씨! 오늘 꼭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지요?“ “네?” 민희는 형우의 말뜻을 몰라 놀라면서 되묻는다. “너무 피곤해 보이고 힘들어 보여서 어디 가서 저녁을 먹고 사우나에 갑시다. 찜질방에서 하루 밤 온 몸을 푹 찜질을 하면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몸이 조금은 개운해 질 것이 아닌가요?“ ”네! 그렇지만 형우씨가 집에 들어가지 못하면 자식들이 걱정을 할 텐데요.“ “저는 아무런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하는 겁니다.“ “네!” “그리고 트렁크에 있는 것은 날씨가 춥기 때문에 하룻밤 정도는 상관없을 것입니다.” “네! 괜찮을 겁니다. 지금 얼어 있는 상태니까 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김형우는 전문적인 갈비 집으로 민희를 데리고 간다. 암소갈비로 유명한 곳이다. 민희에게 그동안 지치고 힘든 몸을 풀어주고 싶고 맛있는 것을 먹게 해 주고 싶은 김형우의 마음이다. 며칠 사이에 얼굴이 많이 상했고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민희의 모습이 안타깝다. 갈비를 구워 먹기 좋게 잘라서 민희 앞으로 놓아준다. “어서 많이 먹어요.” “네! 형우씨도 어서 드세요.“ ”난 민희씨가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참으로 좋소. 그러니까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맛있게 많이 먹었으면 좋겠소.“ ”네, 그럴게요.“ 우민희는 고기를 집어 입으로 가져간다. 그러나 민희는 목이 메어온다. 지금까지 누가 있어 자신을 이렇게 걱정을 해주고 챙겨주었던가? 누가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정성을 다해서 보살펴주려는 생각을 했던 것인가? 민희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두 눈을 꼭 감아 버린다. 그 모습 또한 김형우는 바라본다. 참으로 가여운 여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나자 김형우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다시 차를 출발시킨다. 그리곤 민희의 손을 꼭 잡는다. “민희씨! 어렵고 힘들면 나에게 기대요. 아무리 내가 보잘것없다고 해도 민희씨를 위해서 그늘이 되어주고 기둥이 되어주고 싶소.“ ”정말 고마워요. 형우씨의 그 말을 들으니 더 이상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아요.“ 민희 역시 형우의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오늘 이대로 집으로 보내지 않을 것이오. 가끔 힘들면 가서 쉬는 곳이 있소. 사우나에 가면 찜질방이 함께 있는 곳인데 그곳에 가서 땀도 내고 지친 몸도 푹 쉽시다. 그럴 수 있겠소?“ “네! 안 그래도 뜨거운 곳에 가서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난 이따금씩 그곳에 가서 하루를 푹 쉬고 올 때가 있소. 몸이 무겁고 지치면 참으로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더구나 그곳은 숯가마 한증막도 함께 하고 있어서 땀을 푹 내기엔 아주 좋은 곳이오.“ ”네! 땀을 푹 내고 쉬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질 것 같아요.“ 민희는 형우의 말에 선뜻 찬성한다. 김장을 하는 동안 춥고 힘들기도 했지만 땀도 많이 흘려서 몸이 무겁고 여기저기 아프다. 그때마다 진통제를 먹고 견디며 일을 했다. 이제 그 모든 것들을 말끔하게 씻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도착한다. “어떻소? 한 시간이면 찜질방으로 올라 올 수 있겠소?“ ”충분합니다. 한 시간 뒤에 올라갈게요.“ 민희는 그렇게 여탕으로 들어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시작한다. 마침 여탕 안에 시계가 걸려 있어 시간을 보며 씻는다. 그리고 시간에 맞추어 찜질방으로 올라간다.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그리 붐비지 않고 조용한 편이다. 이미 김형우는 민희를 기다리고 있다. “우선 무엇으로 목이라도 축입시다. 얼음 식혜가 있어 사 두었으니 목이라도 축이고 잠시 쉬었다 숯가마에 들어가 땀을 내도록 합시다.“ 김형우는 이곳에 익숙한 듯이 민희를 데리고 쉴 수 있는 곳으로 간다. 참으로 넓고 대단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며 민희는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자신이 지금까지 다니던 곳하고는 달리 각종 시설들이 잘 구비가 된 곳이다. “당신의 생 얼굴이 더 아름답고 건강해 보이는 것이 참으로 보기 좋소.” “아름답기는요. 이젠 늙어서 아름다운 것하고는 거리가 멀지요.“ 민희는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지만 기분은 매우 좋아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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