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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여정ㅡ20회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16|조회수61 목록 댓글 3


20회
김형우는 거의 매일을 민희의 집을 찾는다.


그들은 함께 식사를 하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가끔 찜질방을 찾아 땀을 빼고 함께 밤을 보내곤 한다.


그러나 더 이상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그들이다.


김형우로서는 이미 자신이 남자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위축이 모든 것을 막고 있다.


마음과는 달리 이미 자신의 몸은 그 모든 것을 상실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남자로서 보다는 인간으로서 친구 이상의 그 어떤 행동을 보이지 못하고 만다.


한해가 지나고 새해로 접어들면서 구정을 앞두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집에서는 명절이라는 것이 없다.


또 다시 절에 가서 차례를 모시고 나면 자신들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곧 바로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곤 하는 자식들이다.


맏며느리인 유혜령은 이번 구정연휴에 아이들과 함께 스키장을 갈 계획을 세운다.


어차피 집에서 명절을 보낼 것도 아니다.


더구나 둘째 네는 직장을 핑계로 참석하지도 않을 것이고 막내역시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유혜령은 아침이 되어 시아버님이 내려오시길 기다린다.


요즘은 시아버님께서 조금 늦게 집에서 나가시는 것을 알고 있다.


늘 언제 나가시는지도 모르게 새벽에 나가시던 아버님이 언제부터인가 새벽에 나가시는 것이 아니
라 조금 늦게 일어나셔서 나가신다는 것을 안다.


유혜령의 생각대로 김형우는 아침이 되어서 이층에서 내려온다.


“아버님!”


“네가 나가지 않고 웬일이냐?”


“드릴 말씀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커피라도 한 잔 다오.“


“네!”


유혜령은 커피를 준비해서 시아버님이 기다리고 계시는 거실로 가지고 온다.


“무슨 할 말이 있니?”


“이번 구정에 저희들 참석을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고 물어도 되겠니?”


김형우는 언짢은 기색을 보이며 차분한 음성으로 묻는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데리고 스키장엘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방학 때 어학연수를 때문에 아이들이 공부에만 매달려 지쳐있는 상태거든요.
그래서 몸과 마음을 풀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형우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마음대로 할 수만 있다면 아들 며느리들을 호통을 치며 나무라고 싶은 마음이지만 이미 결정을 한 일을 자신의 말로서 변경을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 너희들에게는 조상보다는 네 자식들이 우선이구나!
그러나 네 자식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가르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김형우는 커피를 다 마시지 않고 그대로 집을 나선다.


더 이상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해 보았자 달라질 것이 없다.


학원에 도착한 김형우는 마음을 안정하고 서예에 몰두할 수 없다.


자꾸만 화가 치밀어 오른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을 해 보지만 마음을 조절하기 힘들다.


그 시간 민희 역시 엄마의 전화를 받는다.


“너 아직도 그대로 집에 있는 것이냐?”


박윤숙은 빨리 내려오지 않는 민희를 보며 하는 말이다.


“엄마!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웬 성화를 하세요?“


”일주일 남았다는 것이 뭐야?
지금 할 일이 얼마나 태산인 줄 아니?
식혜도 해야 하고 나박김치도 담가야 하고 수정과도 해야 하고 할 일이 태산이다.
대체 네가 혼자서 무슨 할 일이 있다고 명절이 다가와도 전화 한통화도 없이 이렇게 태만하게 집에 있는 것이냐?
당장 내려와!“


”당장 갈 수 없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이삼일 안에는 내려갈 수 없습니다.“


“네 아버지가 너를 편애를 하신다마는 너 엄마 말을 무시하지 마라!
엄마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을 해 보거라!
이 많은 일들을 내 어찌 혼자서 감당을 하겠니?“


민희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당장 내려 올 거지?”


박윤숙은 다시 더 채근을 하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민희는 길게 한숨을 내 쉰다.


무슨 때가 되기만 하면 내려오라고 성화를 해 대는 엄마다.


이젠 그 모든 일을 하기가 참으로 힘겹다는 생각을 하며 긴 한숨을 내 쉬며 물을 한 컵 따라 마신다.


또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아버지의 전화다.


“네, 아버지!”


“잘 지내고 있냐?”


우영감의 음성은 늘 따뜻하다.


“아버지!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네 에미가 전화를 했지?“


”네!“


“민희야!
아버지가 부탁을 한다.
절대로 네 에미 말에 따라 움직이지 마라!
우리 조상을 언제까지 출가외인인 네 손에서 받들어 모실 수 없는 일이다.
이번 명절은 이 집안의 며느리들 손에서 음식을 하게 할 생각이다.
못하면 못하는 대로 차례 상을 준비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고 너도 네 언니나 민영이처럼 차례를 지낸 다음에 오너라!“


“아버지!
그래도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이삼일 후에 내려갈 생각입니다.“


“아니다!
네 올케들이 모든 것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할머니 기일부터 너를 믿지 않고 자신들의 손으로 할 생각을 할 것이야!
이번 명절만 지내고 나면 다음부터는 우리가 올라간다.“


”............................“


“애비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


“네!
그럼 제가 내려가지 않겠습니다.
명절이 지나고 나서 찾아뵙겠습니다.“


“오냐!
어떤 일이 있어도 네 에미부터 마음을 고쳐놓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 집안의 며느리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만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그래, 잘 먹고 잘 지내야 한다.“


민희는 아버지와의 통화를 끝내고 나서 안도의 숨을 쉰다.


더 이상 엄마에게 시달림을 당하게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엄마의 전화를 받지 않으리라는 각오를 하며 시간을 본다.


형우씨를 위해서 점심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늘 함께 먹는 점심이다.


요즘처럼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한 적이 일찍이 없던 일이다.


이제 말하지 않아도 통장으로 돈이 입금이 된다.


염치없는 일이지만 민희는 받아서 쓰기로 한 것이다.


또한 이젠 어디를 가든 둘이서 함께 한다는 것이 마음의 위로가 되고 편안하면서 행복함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희는 잠시 김형우와의 재혼을 생각해본다.


그러나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을 한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재혼이라는 것은 누구 보더라도 흉할 것이라는 생각이었고 자신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기대어 살고 싶다는 의존적인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여자로서 모든 것이 다 사라져버린 지금 남자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남자와 잠자리에 민희는 더욱 자신이 서질 않는다.


마음과는 달리 이제 노년기에 접어든 자신이 과연 여자로서 무슨 구실을 할 수가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자신이 없다.


김형우가 도착할 시간이 넘었는데도 아직 도착하지 않고 있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늦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초조하게 기다리는 자신을 보며 피식하는 웃음을 터트린다.


마치 아내가 남편을 기다리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눈은 자꾸만 시계를 보면서 귀는 바깥쪽을 향해서 있다.


행여 그의 발자국소리가 들리지나 않나 하고 온 신경을 쓴다.


김형우는 한 시간이 넘었는데도 아무런 연락도 없이 오질 않고 있다.


“무슨 일이 생겼나?”


다른 날과는 달리 전화 한 통도 없다.


아침이면 학원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꼭 하는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아무런 기별도 없이 벌써 한 시
간이 넘는 시간을 무소식이다.


민희는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해 보려고 마음을 먹고는 막 휴대폰을 누르려고 하는데 벨이 울린다.
엄마의 전화다.


민희는 전화가 울리도록 내 버려두고 받지를 않는다.


전화는 한참을 울리고 나서야 잠잠해진다.


잠시 그런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던 민희는 다시 휴대폰을 들어 김형우의 저장된 번호를 누른다.


그때 현관의 부저소리가 들린다.


전화를 덮고 얼른 현관문을 연다.


김형우다.


커다란 상자를 안고 서 있는 김형우다.


“기다렸소?”


“왜 늦었어요?
게다가 전화도 안 해주시고요.“


민희의 표정에 자신을 걱정해주는 모습을 본 김형우는 큰 상자를 들고 들어서면서 상자를 아무렇게나 놓고 민희를 끌어안는다.


“내 걱정을 했었소?”


“그럼요!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불안했어요.“


”고맙소!
나를 걱정해주는 당신이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소.“


김형우는 가만히 민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갠다.


처음으로 서로의 입술을 포개어 보는 그들이다.


“민희!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소.“


”...............저도요.“


그들은 또 다시 서로의 입술을 포개며 잠시 포옹을 풀지 않는다.


“이제 그만해요.
배고플 텐데 어서 식사를 해야지요.“


“아, 그 전에 우선 저것을 푸러보시오.”


“뭔데요?
뭔데 상자가 저렇게 큰가요?“


민희는 고급스럽고 정성들여서 포장이 된 상자의 포장을 조심스럽게 푼다.


“아, 이것은 모피코트 아닌가요?”


은회색의 우아한 모피코드다.


모자까지 겸비한 고급스럽고도 우아하고 세련된 모피코트를 보며 민희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형우를 바라본다.


“명절 선물로 당신을 위해서 산 것이오.”


“제게 이런 옷은 너무 과한 것입니다.
이렇게 고급스럽고 값비싼 옷을 제가 어떻게 소화를 시킬 수 있나요?“


”왜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소?
당신은 이 옷을 입을 충분한 자격이 있소.
그리고 그것을 내가 모두 보충을 해 줄 것이오.
잠시 입어 보시오.“


김형우는 코트를 직접 민희에게 입혀준다.


“너무나 잘 어울려요.
아주 멋지고 근사해요.
화장을 하고 이 코드를 입고 모자까지 쓰고 나면 더욱 아름답고 우아할 것이오.“


”형우씨!
정말 이런 고급스러운 옷을 입어도 될까요?“


”아주 잘 어울려요.
내가 생각하고 상상했던 바로 그 모습이오.
우리 어서 점심을 먹고 나갑시다.“


민희는 김형우의 목을 끌어안고 자신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다.


“고마워요!
그리고 너무나 감사해요.
이런 행복이 내 삶에 안배가 되어 있을 줄을 몰랐어요.
당신을 만나게 될 줄을 어찌 짐작이나 했겠어요?“


”민희!
그 역시 나도 마찬가지요.
내가 당신을 만나게 된 것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할 일이오.“


형우는 다신 민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갠다.


그리고 조금씩 여자의 입술을 열고 뜨거운 키스를 한다.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뜨겁고도 긴 키스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다시 긴 포옹을 풀고 식탁에 앉는다.


“참으로 황홀한 순간이었소.
당신 입안의 향긋한 것이 퍼지면서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소.“


김형우의 말이다.


“당신도 그랬어요.
담배를 피우지 않는 당신의 입안이 상큼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었어요.
입맞춤이라는 것이 이렇게 황홀한 것인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에요.“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얼굴이 벌개진다.


아직도 부끄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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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16 즐감 하고 갑니다
  • 작성자실로암 | 작성시간 26.06.16 즐독 감사합니다
  • 작성자규돌짱 | 작성시간 26.06.16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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