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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여정ㅡ22회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18|조회수56 목록 댓글 3


제 22장,


막히는 도로에서도 그들은 마냥 즐겁다.


아침을 먹고 나왔으니 속도 든든하고 서로 원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이 이상 더 행복하고 편안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민희!
당신 같은 여자가 왜 재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소?“


”재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냥 먹고 살기 급급하다보니 재혼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고 봐야지요.
또한 남의 자식을 키운다는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고요.
그러는 당신은 왜 안 했어요?“


”나야 아들놈들만 셋인데 누가 오겠소?
그리고 어머니가 아이들을 키워주시니 굳이 재혼을 해서 피가 섞이지 않는 아이들과 한집에서 살아간다는 것도 무리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그 말이 맞을 것입니다.
아무리 바다처럼 넓은 아량을 베푼다고 해도 남의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힘든 일이겠지요.
또한 아이들에게도 상처를 주기 쉬울 테니까요.“


그들은 서로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 나간다.


서로가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피로하시면 가다가 제가 운전을 할게요.”


“무슨 말이오?
이제부터는 당신을 보호하는 남자인 거요.
내가 믿어지지 못하는 것이오?“


”아뇨!
믿고 있어요.
그렇지만 당신이 피로하면 안 되니까요.“


김형우는 그런 말을 해 주는 민희가 더욱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도로는 말 그대로 주차장이 되어버린다.


민족의 대이동인 설 명절의 전날이니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민희는 준비해 가지고 온 커피를 따른다.


“커피 마셔요.”


“고맙소!”


휴게소에는 아예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차는 쉬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간다.


그렇게 대전까지 가서야 조금씩 정체가 풀리면서 제 속도를 낼 수가 있다.


시간은 벌써 정오를 향해서 가고 있다.


“시장하지 않아요?”


“아직은 상관없소.
조금 더 가서 국도로 내려가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읍시다.“


굳이 고속도로를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도는 그다지 밀리지 않고 제 속도로 갈 수 있었다.


길가에서 보이는 집집마다 자식들이 내려왔는지 북적이는 모습과 세워져 있는 승용차들이 풍요로움을 더 해주고 행복한 모습들로 비쳐진다.


“명절에 우리처럼 절에나 찾아드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걸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가보시면 알겠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산사를 찾아오고 있지요.
북적이는 것이 싫어서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도 있고 아무도 없이 외로운 사람들이 오기도 하고 형우씨처럼 집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고 절에 와서 지내고 가는 사람들 또한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그런가요?
사람 사는 모습들이 정말 다양합니다.
예전에야 어디 그럴 마음을 먹기나 했겠습니까?
이것도 모두 변해가는 세태의 증거겠죠?“


”네!
그렇게 봐야겠지요.
젊은 사람들이 잠시 절에서 제를 지내고 나서 나름대로 시간을 즐기고 있으니까요.“


”허허허...........“


김형우는 그저 허허로운 웃음을 날린다.


“이제 적당한 곳에서 잠시 점심을 먹고 가지요.”


“네, 그럽시다.”


마침 인가도 멀리 떨어진 조용한 곳에 차를 세운다.


날이 추워서 나가지는 않더라도 차안에서 준비해 가지고 온 점심을 꺼낸다.


“민희씨가 준비하지 않으셨다면 점심을 굶어야 했겠는데요?”


“오늘 같은 날 어디 가서 사 먹는 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먹는 것도 즐거움이 아닌가요?“


밥과 국은 식지 않고 따뜻하다.


김형우는 민희의 세심함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반찬 역시 골고루 준비한 것이 진수성찬이다.


“생각하지도 못한 진수성찬입니다.
따뜻한 밥과 국에 맛있는 반찬들!
정말 보기만 해도 입안으로 가득 군침이 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좁은 차안에서 식사를 한다.


꿀맛이었다.


어느 곳에서 사 먹는다고 해도 이 보다는 더한 맛을 즐길 수가 없을 것이다.


“정말 꿀맛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식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김형우는 밥을 먹으면서 민희를 다시 보게 된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곳이 없는 사람이다.


참으로 섬세하면서도 다정하고 애교가 넘치고 재치가 함께 깃들어 있는 사람이다.


맵씨, 솜씨, 맘씨!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김형우는 맛있게 밥을 다 비운다.


후식으로 준비한 과일까지도 맛나게 먹는 김형우다.


그들은 다시 서서히 출발을 한다.


마음 같아서는 꼭 품어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지만 그저 손을 꼭 잡는다.


“고마웠소!
내 지금까지 이렇게 맛나고 즐거운 식사를 해 본 기억이 없소.
참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던 성찬이었소.“


”맛있게 드셨다니 제가 고맙지요.
별 것도 아닌 것을 그렇게 맛있게 드셨으니 해 가지고 온 보람도 생기고요.“


“민희!
당신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오.
점점 더 내 마음속 깊숙이 당신이 파고드는 것 같소.“


“형우씨!
참으로 편안하고 행복한 생각을 하는 요즘이에요.“


”민희!
솔직한 내 마음으로는 당신과 남은여생을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오.
허나, 난 이미 오래전에 남자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것 같아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으로 인해 내 마음을 표현하지를 못하고 있소.“


”육체적인 것이 그리도 대단한 것인가요?
이제 우리는 서로 의지하고 기대고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남자와 여자 아니오?
성생활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또한 남녀사이의 정이 아닌가 싶소.“


“........................”


“우리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봅시다.
이제는 솔직한 말로 당신이 없으면 하루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오.“


”형우씨!
재혼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 일 일겁니다.
특히 당신은 아들들과 며느리들 손자와 손녀들이 있는 사람이 혼자만의 생각으로 결정하기엔 무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냥 지금의 이 상태라도 우리 관계가 오래 지속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에요.“


“늘 함께 있고 싶고 때로는 당신을 꼭 품어 안고 싶고 아침에 눈을 뜨면 당신의 모습을 보고 싶은 욕심이 나날이 커져만 가고 있소.
또한 당신이 고생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누리게 해 주고 싶고 더욱 편안하고 행복해 하는 당신의 모습이 보고 싶은 마음이오.“


”고마워요!
제 마음도 늘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
당신이 떠나고 나면 온 집안이 갑자기 허전해지고 또 다시 보고 싶어지고 그립고........“


김형우는 잠시 차를 멈춘다.


사방을 둘러보니 마침 오고 있는 차가 보이지 않는다.


김형우는 민희의 머리를 끌어 자신에게 기대게 하면서 뜨거운 키스를 한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지만 두 사람의 입술은 뜨거운 열기가 서로에게 전달이 된다.


“사랑하오.”


“형우씨!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서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 나도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는 처음일 것이오.“


김형우는 민희의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다시 시동을 걸어 차를 출발시킨다.


그렇게 그들이 산사에 도착한 것은 늦은 오후였다.


생각보다 북적거리는 산사엔 이미 스님의 불경소리가 온 경내를 퍼져 나가고 있다.


그들은 각각의 숙소가 배정이 되고 나서 저녁 공양을 하고 나서 경내를 돈다.


“이젠 잠자기 전에 백팔 배를 해야겠어요.”


“부처님께 절을 백팔 번을 하고 나면 지치지 않겠소?”


“그건 지치지 않지요.
오히려 몸과 마음이 가뿐해지고 마음속까지 후련해집니다.“


”난 그저 보고만 있겠소.
아직 백팔 배를 한다는 것에 자신이 없소이다.“


민희가 불당으로 들어가고 나서 김형우는 산사의 주변을 돈다.


이미 한 밤중이지만 경내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어 어둡지 않다.


평소라면 칠흑 같은 어둠에 묻혀 있을 것이지만 구정을 보내려고 찾아온 많은 신도들을 위해서 불을 밝혀둔 것이다.


김형우는 자신을 많이 생각해 본다.


과연 한 여인에게 남자로서 다가갈 수가 있을 것인가?


얼마나 남자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해 낼 수가 있을 것인가를 깊이 생각한다.


함께 살면서 육체적인 불만을 주게 된다면 여자들이 다시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


스스로의 욕정을 느껴보지 못한 김형우다.


젊은 시절부터 억누르고 억제되었던 육체의 욕망이 어느 때 쯤 해서인가 사라져 버리고 아무런 욕망도 느끼지 않고 살아온 오랜 세월이다.


이제 그것이 다시 되살아 날 수가 있을 것인가?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당장이라도 그녀 곁에만 머물고 싶다.


민희가 백발 배를 마치고 김형우를 찾아 나선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하게 하세요?”


“어? 끝났소?”


“네!
한참을 지켜보고 있었는데도 모르시더라고요.“


”그랬소?
나 자신과의 힘든 싸움이라고나 할까?
이제 그만 들어가 잡시다.“


“네!
밤이 너무 늦었어요.
새벽에 일어나 예불을 드리려면 자야 합니다.“


”그래요!
편안한 마음으로 잘 자요.“


민희를 숙소 들여보내고 나서 자신의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온다.


사람이 많아서 독방이 아닌 서너 사람과 함께 쓰는 잠자리다.


벌써 다른 사람들은 깊은 수면 속으로 빠져 있다.


김형우는 소리 나지 않게 조용하게 자신의 이부자리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새벽부터 시작이 된 예불은 하루 종일 걸려 오후가 되어서야 끝이 난다.


그들은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산사를 떠난다.


그동안 자식들에게 전화 한통화도 없다.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이 밀려오지만 내색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멀리 나가 있어도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전화 한통화도 없는 아들들에 대한 서운함을 감출 수가 없다.


그런 김형우의 마음을 민희는 간파하고 있다.


민희 또한 친정에 전화를 하지 않고 있다.


보나마나 엄마는 좋은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냉정하고 쌀쌀하게 자신의 전화를 끊어버릴 것이기에 전화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기로 하고 아무런 말도 없이 출발을 한다.


서울로 되돌아오는 길 역시 많은 차량들로 인해 붐비고 있다.


“형우씨!
많이 속상하시죠?“


“그럴 것도 없습니다.
잠시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젠 나도 뭔가를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자식들하고 마음을 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식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요.“


”.......................“


김형우는 무엇이라고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다.


내려갈 때와는 달리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늦은 밤 민희의 집에 도착한다.


“늦었으니 들어가 쉬세요.”


“이대로 가지 마세요.
들어오셔서 식사라도 해야지요.“


”민희!
들어가면 난 집으로 가기 싫어질 것 같소.“


”그러면 주무세요.
누가 가라는 사람도 없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정말 그래도 되겠소?“


”네!
오늘은 나도 당신을 잡고 싶어요.“


”내가 당신은 안고 싶은 생각이 들 텐데도 상관없겠소?“


”네!
나도 당신여자이고 싶어요.“


김형우는 민희의 손을 꼭 잡는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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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18 즐감 하고 갑니다
  • 작성자실로암 | 작성시간 26.06.18 즐독
  • 작성자규돌짱 | 작성시간 26.06.18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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