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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여정ㅡ24회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20|조회수59 목록 댓글 3

제 24장,
 
그들은 건강하고 평범한 남자와 여자였다.
 
아주 지극히 정상적인 초로의 남자와 여자인 것이다.
 
아직은 쇠퇴하지 않은 정상적인 기능을 가진 남자와 여자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뜨거운 불꽃을 피워내는 아름다운 한쌍이다.
 
김형우는 민희보다 먼저 잠에서 깬다.
 
자신의 가슴에 안겨서 잠이 들어 있는 민희의 모습이 참으로 평화스럽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을 안고 잠을 잤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속에 행복이 피어오르면서 잠이 든 민희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형우의 손길을 느꼈는지 민희 또한 눈을 뜬다.
 
“나 때문에 깼소?”
 
“당신 손길과 숨결은 느끼면서 잠에서 깨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민희는 형우의 가슴으로 파고든다.
 
“정말 이런 행복을 처음 느끼는 것이오.
눈을 떠서 당신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당신을 이렇게 만지고 안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줄 모르겠소.“
 
“너무 편안하고 정말 행복이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민희!
우리 오늘 쇼핑을 합시다.
당신도 나도 아무것도 준비한 것도 없이 제주에 오지 않았소?
갈아입을 옷도 양말도 없이 왔으니 나가서 쇼핑도 하고 구경도 하고 맛난 것도 먹읍시다.
열두시까지 렌터카를 불러달라고 했소.“
 
“그랬어요?”
 
“아침은 이곳에서 간단한 것으로 먹고 나가서 바닷가에서 싱싱한 회를 먹을까?”
 
“네!
당신하고 무엇이든 어디든 좋지요.“
 
민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운을 걸치고 욕실로 간다.
 
그들은 호텔 내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나서 부탁을 한 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김형우의 휴대폰이 울린다.
 
큰 며느리 유혜영의 전화다.
 
“왜 그러냐?”
 
김형우의 음성은 무뚝뚝해진다.
 
“아버님!
어디 계세요?“
 
”내가 있는 곳을 알아서 뭐하려고 그러냐?
할 말이 있거든 하거라!”
 
“아버님!
다른 것이 아니고 이달에 입금이 되지 않아서.........“
 
“너 지금 입금이라고 했냐?”
 
“네!
매달 입금이 되던 것이 들어오지 않아서...........“
 
“넌 이 애비에게 그것 때문에 전화를 한 것이냐?”
 
“.........................”
 
김형우는 며느리가 밉다.
 
아니, 모든 자식들이 모두 야속하고 밉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매달 너희들에게 돈을 줘야 할 의무라도 있니?”
 
“지금까지 임대료를 주셨잖아요?
갑자기 끊어버리시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그러냐?
그렇다면 너희들 모두 함께 모일 날짜를 정해서 연락을 하거라!
내가 일일이 너희들을 찾아다니면서 설명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
 
“그리고 나도 너희들에게 할 말도 있다.
세집이 모두 모일 날짜를 정해서 연락을 해라.
단 모이는 장소는 집으로 해야 한다.“
 
“네?
집에서 말인가요?”
 
“그래!
그것이 귀찮고 힘들다면 모이지 않아도 좋다.
나도 더 이상 너희들에게 비싼 음식을 사 먹이면서 식당에서 말을 하고 싶지 않다.“
 
김형우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는다.
 
유혜영은 우두커니 휴대폰을 바라본다.
 
시아버님이 변하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행여 치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매달 주시던 임대료를 끊어버리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시아버님의 성품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실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유혜영은 스키장에서 막내 동서의 전화통화로서 입금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동서들 모두에게도 입금을 시키지 않은 것이다.
 
“노인네가 이제는 망령이 나셨어!
이제는 모든 재산권을 물려받을 수밖에 없지.
노망이 난 노인네에게 어떻게 안심을 하고 맡길 수가 있어?“
 
유혜영은 동서들과 통화를 통해서 시아버지를 노망이 난 노인으로 몰고 간다.
 
그러나 둘째 며느리 성민주는 그런 윗동서의 말을 곧이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형님!
갑자기 아버님이 노망이라니요?
그런 말씀은 너무 심하신 것이 아닌가요?“
 
”자네가 아버님을 알기나 해?지금 아버님이 제 정신으로 입금을 시키지 않으신 것이 아니야!
노망이 나지 않고서는 우리들에게 입금을 시키지 않으실 까닭이 어디 있겠어?“
 
”형님!
이번 구정에 아버님이 서운하셔서 그러시는 것일 겁니다.
우리 구정은 지났지만 모두 모여서 아버님의 마음을 풀어드리고 나면 다시 입금을 시켜주실 것이라고 생각해요.“
 
”참으로 자네 태평스러운 말을 하고 있네!
그러다 그 모든 재산이 엉뚱한 곳으로 넘어가고 나서야 가슴을 치겠어?
노망이 나신 노인네가 그 재산을 어떻게 하실지 불안하지도 않단 말이야?“
 
“.......................”
 
성민주는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 건물이 얼마짜리가 되는지 알지 못하기도 하지만 형님 말대로 연세가 드신 아버님이 어떻게 마음이 변하실지 장담을 할 수 없다는 형님의 말에 반박할 말이 없다.
 
“아무튼 자네네 시간을 정확하게 알아야만 날짜를 잡을 것이 아닌가?
그리고 굳이 집에서 모이라고 하시는 것이 정말 짜증나!“
 
“저희는 이번 주말 저녁이면 됩니다.”
 
성민주는 더 이상의 말을 회피하고 대답을 한다.
 
유혜영은 다시 막내 동서인 조은숙과 통화를 한다.
 
그래도 자신의 말이 먹혀드는 막내다.
 
유혜영은 한참을 시아버님이 노망이라는 말을 한다.
 
“어머머?
형님, 정말 큰일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번 기회에 아버님의 이름을 빼고 명의를 이전해야 합니다.“
 
”자네도 그런 생각이 들지?“
 
”그럼요!
노망이 나셨으면 약도 없다는데 그 재산을 어떻게 하실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조금이라도 맑은 정신이 있을 때 자식들 앞으로 이전을 하든지 아니면 처분해서 분배를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래,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지?“
 
막내 조은숙은 처분을 해서 자신들의 몫을 챙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업을 한다고는 하지만 늘 자금으로 인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 싫다.
 
그 건물만 처분을 한다면 삼등분을 해서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적지 않은 자금이다.
 
조은숙은 남편과 그 건물에 대해서 자산 가치를 이미 조사하고 있었다.
 
백억 대가 넘는 자산가치가 있는 건물이다.
 
세금을 공제한다고 해도 수십억이상이 들어올 수 있는 건물이다.
 
막내아들 성철 또한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이번 기회에 그 자금만 손에 쥘 수만 있다면 더욱 큰 사업을 벌일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하든 아버지의 손에서 넘겨받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형수님 말씀대로 노망이 나신 것이라면 얼마든지 법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치매 판정만 받게 된다면 상속이 될 것이다.
 
형수님 생각대로 큰 형님이 반을 차지할 수도 없다.
 
법이 많이 바뀐 요즘 세상에 맏이고 막내고 재산 상속권은 다 똑 같다.
 
이제 아버지의 시대는 끝이 난 것이라고 생각을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들이 그런 각자의 꿈과 상상에 젖어 있을 때 김형우는 자식들의 생각을 까맣게 잊는다.
 
큰며느리로부터 이번 주말이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아직 며칠의 날짜가 있다.
 
그동안 자신은 즐기면서 행복감속에 빠져들면 그만이다.
 
김형우는 민희에게 고급스러운 의상 서너 벌과 속옷 핸드백과 구두 그리고 소소한 용품들을 구입해 준다.
 
이제 자신에게 있는 모든 것은 우민희라는 여인의 것이다.
 
“일단 아이들에게 말을 하고 나서 당신과 만나도록 합시다.
그리고 당신 부모님과 형제들을 만나 재혼을 허락받고 나서 우리 결혼식을 올립시다.“
 
”결혼식을요?
이 나이에 무슨 결혼식을 올려요?
그냥 이대로 합치면 되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소.
우리 나이에도 재혼을 하면서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습디다.
보기도 좋고 아주 멋지고 근사한 일이오.
젊은 아이들처럼 예식장 말고 우리가 만났던 그리고 내 어머니가 계신 절에서 스님께 주례를 부탁해서 그곳에서 조용하고 간소하게나마 식을 올리고 싶소.“
 
”그러면 되겠네요.
부처님께서 우리를 만나게 해 주셨으니 그렇게 해요.“
 
”집은 아파트가 좋겠소 단독이 좋겠소?“
 
”어디면 무슨 상관인가요?
당신이 있는 곳이면 저는 어느 곳이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럼 일단 아이들에게 통보를 하고 나서 집을 구하러 다닙시다.”
 
“네!
하자고 하시는 대로 하겠어요.
이제는 당신여자니까 당신 뜻에 따라야지요.“
 
”민희!
내 남은여생은 모두 당신만을 위해서 살겠소.
당신은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오.
그 어떤 사람도 더 이상 당신을 힘들게 하거나 건드리지 못하게 할 것이오.“
 
“형우씨!
너무 행복해요.
내 인생에 이렇듯 당신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어요.
당신을 만나 이렇듯 가슴 터지게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에요.“
 
“나 역시 그렇소.
당신을 만나고 나서 새롭게 내 인생이 꽃을 피우는 것 같소.
우리 비록 남들보다 상당히 늦게 만났지만 더욱 사랑하고 더욱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그들은 마치 꿈결 같은 나날들을 보낸다.
 
정상적인 남자와 여자로서 충분한 잠자리의 즐거움도 누리면서 그렇게 행복한 시간들속에 푹 빠진 며칠을 보내고 나서 서울로 돌아온다.
 
아이들과의 만남이 있는 날이다.
 
민희의 집에 도착한 김형우는 이내 다시 집을 나서려고 준비를 한다.
 
“내 다녀오리다.”
 
“네!
아무리 속이 상하시는 일이 있더라도 화내지 마시고 좋은 말로 타이르시고 자식들하고 절대로 마음 상하셔서는 안 됩니다.“
 
”알겠소!“
 
김형우는 민희의 볼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집을 나선다.
 
참으로 마음이 편안하고 즐겁다.
 
이제 한 여자의 남편으로 이렇게 외출을 할 때 아내의 배웅을 받고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집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워진다.
 
여자와 함께 산다는 것이 행복한 일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곁에 함께 있어준다는 것이 이렇게 마음을 안정시키고 편안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자신만을 믿고 의지하며 자신만을 위해서 모든 것을 해주는 사람!
 
눈을 뜨기도 전에 밥하는 냄새가 코를 자극을 하면서 행복감을 맛보게 되리라고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이었다.
 
비록 좁은 집이지만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함께 밥을 먹는 즐거움이 이렇게 자신의 삶에 의욕을 불어 넣어 주리라고는 꿈엔들 생각이나 할 수 있었던 일이었던가?
 
이제 이 모든 것을 지키며 남은 생애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리라는 생각을 하며 집에 도착을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호호 깔깔 웃음소리가 들린다.
 
무엇이 즐거운지 큰 소리로 웃는 자식들의 모습은 보기에 흐뭇하다.
 
“아버님!”
 
둘째 며느리가 반색을 하며 반긴다.
 
“벌써들 도착을 했냐?”
 
“네!
모두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이미 상차림은 거의 끝나가고 있는 중이다.
 
모든 음식은 집에서 한 것이 아니라 주문한 음식임을 한 눈에 보아도 알 수가 있다.
 
“앉으세요.”
 
유혜영이 자리를 권한다.
 
“난 생각이 없으니 너희들이나 먹어라!
그리고 식사가 다 끝난 다음에 할 말들을 해도 되겠지?“
 
김형우는 그 말을 하고 자신의 방으로 올라간다.
 
중요하고 필요한 것들을 챙기기 위함이다.
 
이제 거의 이 집에 올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자식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말소리를 들으면서 김형우는 금고의 문을 열고 중요한 것들을 챙긴다.
 
자신의 모든 통장과 건물의 중요서류와 등기부등본 등을 모조리 챙겨서 가방에 넣는다.
 
또한 귀중한 것들과 필요한 옷가지들을 챙겨서 가방에 차곡차곡 넣는다.
 
거의 모든 것을 다 챙겼을 때 방문을 노크하면서 유혜영의 모습이 보인다.
 
 
“아버님!
저희들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알았다, 잠시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거라!”
 
김형우는 다시 방안을 둘러본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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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리스트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20 즐감 하고 갑니다
  • 작성자규돌짱 | 작성시간 26.06.20 고맙습니다
  • 작성자실로암 | 작성시간 26.06.22 new 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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