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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룡] 절대쌍교(絶代雙嬌)4권 54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07|조회수49 목록 댓글 1


두 사람은 박쥐같이 성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흑 지주는 부지런히 달리면서도 무슨 생각에 곰곰이 잠겨있는
듯 하더니 돌연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호설이란 놈이 나에게 화를 안겨줘서 무슨
이익을 봤는지 모르겠는 걸?"
 소어아는 흑 지주를 바라보며 웃음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가 말한 그 호설이란 놈은 아마 백개심일 것이다. 그는 '손
인불이기'란 칭호를 받고 있는데, 그저 남이 골탕먹는 것을 보는
것이 그의 취미란다."
 흑 지주는 이 말을 듣자 놀라움이 가득찬 음성으로 물었다.
 "이 세상에 그런 괴상한 취미를 가진 작자도 있단 말이냐?"
 "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지. 그는 모용집안의 사위들이 모용
구매를 찾으러 온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완아란 소저를 잡아
와 삶아 놓은 것은 모용집안의 사위들로 하여금 모용구매가 이미
남의 배 속에 들어가 있다고 믿게 하려는 수작이지. 그들이 슬퍼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저지른 짓일거다."
 "하지만 나는......."
 "처음에는 자기가 이대취로 변장하려 했겠지. 그런 와중에 너를
알게 되자 너마저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야. 모용집안 사람들
을 골탕 먹였을 뿐 아니라 너까지도 골탕을 먹였으니 그 계획의
치밀함이 과연 십대악인답다. 굉장한 놈이야."
 흑 지주는 이 말을 듣자 이를 갈듯 말했다.
 "그토록 나쁜 놈을 칭찬하고 있다니 너도 참 어지간하구나!"
 "만약 그의 그런 묘한 계획이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내 계획을
세울 수 있었겠느냔 말이다!"
 "세상에는 백개심이란 작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너같은 사
람이 있으니...... 너희들이 서로 머리를 쓰는 바람에 당한 놈은
나 흑 지주뿐이군!"
 "하하, 오늘밤 내가 없었다면 너의 입장은 아마 더 비참했을 것
이다. 그 당시의 상황은 너에게 백 개의 입이 있다 해도 변명할
수 없었던 것이니 말이다."
 "어쨌든 간에 부인했어야 옳지 않았겠나?"
 "그렇다고 나는 자인하지도 않았어. 내가 언제 모용구매를 먹었
다고 했느냐? 단지 그녀를 어떻게 했는지 말할 필요가 없다고 말
했지. 그리 대수롭지도 않은 일인데 뭘 두려워 하느냐?"
 흑 지주는 그의 말을 듣고 잠시 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박장대소 했다.
 "맞다! 그 당시 너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지. 하지만 그렇게
말한 것은 먹었다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
 "교묘한 것이 바로 그것이야."
 말을 주고 받는 동안 그들은 구양 형제의 집에 도착했다. 거리
의 등불은 모두 이미 꺼져 있었고 다만 다락방 속에서만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모용구매는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아마 자신도 모르게 잠든 것 같았다.
 소어아가 입을 열었다.
 "저 소녀는 너의 말을 가장 잘 듣는다. 네가 칼을 가지고 있으
라 하자 그녀는 그렇게 했고, 자신에게 손을 대는 사람을 죽이라
고 하자 정말 그렇게 했다. 그러니 네가 그녀에게 쪽지 한 장을
써 달라고 그래라."
 흑 지주는 의아심이 가득찬 음성으로 물었다.
 "무슨 쪽지를 쓰게 하라는 것이냐?"
 "네가 이렇게 쓰라고 해. '만약 제 생명을 구하고 싶으면 은 팔
십만 냥을 약속된 장소에 갖다 놓으십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는 남의 배 속에 들어갈 것입니다. 부디 그들의 말을 따라 주십
시오!' 알아 들었느냐?"
 "뭐? 팔십만 냥이나?"
 "팔십만 냥이란 돈은 비록 적지 않지만 남궁유와 진검 같은 집
안에서는 그리 대수로운 것도 아니야. 다른 사람은 하루 안으로
그 많은 은을 준비할 수 없지만 그들은 아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해 주리라 생각하느냐?"
 "오늘밤 그 일로 그들은 반드시 우리가 완아를 죽여 자기들을
위협한 것이라 생각할거야. 일이 우연히 이렇게 됐으니 그들에게
는 의심할 여지도 없겠지."
 그는 말을 잠시 중단하더니 웃음띤 얼굴로 다시 말을 이었다.
 "더군다나 쪽지는 틀림없는 모용구의 필적이니...... 그리고 문
 제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을 꼭 적어야 한다. 필히 팔십만 냥의
은이어야 되고 금이나 보물 같은 것은 절대로 안 된다고 말이다."
 흑 지주는 잠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드디어 한숨을 내쉬며 결
정을 내렸다.
 "좋다...... 그런데 왜 꼭 은이어야 되는지 모르겠구나!"
 "때가 되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야."
 "편지를 전한 후 또 무슨 할 일이 있느냐?"
 "그저 편지만 전하고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발생하기를 고대하면
돼!"
 "그때 가서 정말 은을 받아 갈 작정이냐?"
 "은을 받으러 갈 자는 바로 내가 골탕먹일 상대야!"
 "그런데...... 진검과 남궁유가 네가 없는 것을 보고 의심하지
는 않을까?"
 "진검과 남궁유가 내가 누군인지 어떻게 안단 말이냐? 그들은
단지 나의 이 노란 얼굴을 보았을 뿐이야. 또한 나의 그 일 초의
무공을 보고 나를 이화궁의 제자가 변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야. 하지만 그 진짜 이화궁의 제자는 지금 바로 강별학
과 같이 있으니 얘기가 재미있게 됐지."
 흑 지주는 잠시 동안 생각해 보더니 드디어 결정을 내린 듯 말
했다.
 "너의 일거일동은 모두 뜻을 품고 있구나. 만약 너 같은 놈이
세상에 몇 명만 더 있다면 다른 사람은 마음놓고 살 수 없을 것이
다."
 이 말을 들은 소어아는 껄껄 웃었다.
 "하지만 마음놓아도 된다. 나 같은 놈은 이 세상에 둘도 없으니
말이다."
 날이 무렵 경여당의 대리주인은 소어아에게 침대 위에서 끌려
내려왔고, 삼소저에게 편지 한 장을 전해 주러갔다.
 날이 밝았을 때 소어아는 이미 약방의 종업원 모습으로 돌아 갔
고, 경여당 뒤뜰에 있는 그의 방에서 잠에 빠졌다.
 얼마 후 삼소저가 그를 찾아 왔다.
 이번에는 창문을 통해서 그를 부르지 않고 직접 방으로 들어왔
다. 그녀는 침대 위에서 잠에 골아 떨어져 있는 소어아를 끌어 내
리면서 기쁨과 원망이 엇갈리는 음성으로 발을 구르듯 말했다.
 "이틀 동안 어디 갔었어요? 내가 얼마나 걱정 했다고요."
 소어아는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이 정말로 나를 걱정했다면 나를 좀 도와 주시오."
 삼소저는 그윽한 음성으로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하라는 일을 내가 언제 복종하지 않은 적이 있어요?"
 "그러나 이번 일은 조금도 남에게 누설해서는 안되오."
 "나를 믿지 못한단 말예요?"
 소어아는 즉시 웃음띤 얼굴로 표정을 바꾸었다.
 "난 당신을 믿소. 그런데 한 가지 물어 볼 말이 있소. 당신은
혹 이 이틀 동안 강옥랑을 봤소?"
 "못봤는데요."
 소어아는 그녀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매우 중대한 일이니 자세히 생각해 보시오. 강별학의 주위에
강옥랑이 변장한 사람이 없는가 말이오."
 삼소저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자신만만하
게 대답했다.
 "절대로 그럴 가능성이 없어요. 이 이틀동안 강옥랑은 절대로
이곳에 있지 않았어요."
 소어아는 그제서야 숨을 돌리며 가벼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마음을 놓았소. 여자들의 직감은 정확하고 틀리는 법
이 드무니 당신이 이토록 확신할 수 있는 이상 강옥랑은 이곳에
있지 않을 것이오."
 삼소저는 또다시 그윽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이 나를 이곳까지 부른 것은 다만 그것을 물어보기 위해서
입니까?"
 "그것은 당신이 그와 큰 관련이 있기 때문이오."
 이러한 소어아의 말을 들은 삼소저는 못마땅한 듯 탁한 음성으
로 말했다.
 "말씀을 삼가하십시요. 내가 그와 무슨 관련이 있단 말예요?"
 소어아는 정색을 했다.
  "당신집안의 표은을 바로 그가 강탈한 것임을 알고 있소!"
 "정말이에요?"
 "그가 이 이틀 동안 갑자기 사라진 것은 나를 피하기 위해서이
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바로 강탈한 표은을 옮기기 위해서 일
것이오. 내가 알고 있는 비밀이 의외로 많다고 생각한 까닭이지
요."
 삼소저는 두 눈을 깜박거렸다.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죠? 그들은 왜 그렇게 당신을 두려워합니
까?"
 "엄격히 말한다면 그들도 지금까지 내가 누구인지를 모르고 있
소."
 삼소저는 또 한참이나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당신이 누구든 나는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소어아는 그녀가 말을 계속할까 봐 급히 가로챘다.
 "내 생각대로 그가 이곳에 있지 않다면 계획이 일단 성공했다고
볼 수 있소. 당신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가 그가 만약 다시 돌아
오면 즉시 나에게 알려주시오."
 "당신은 도대체 무슨 계획을 세웠습니까? 왜 그가 이곳에 있지
않아야 됩니까?"
 소어아는 그녀의 손을 쥐어 잡고 부드럽게 타이르듯 말했다.
 "당신도 차차 알게 될 것이오. 다만 지금은 내게 물어보지 마십
시오."
 이 세상에서 여자의 입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
로 그녀가 사랑하고 있는 남자의 부드러운 말일 것이다. 과연 삼
소저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그윽한 음성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
다.
 "당...... 당신은 나에게 다른 하실 말씀은 없어요?"
 "오늘밤 자정 때 당신집 뒷문밖에서 나를 기다려 주시오."
 이 말을 들은 삼소저의 눈에서 즉시 기쁜 빛이 솟아 나왔다. 떨
리는 음성으로 그녀는 입을 열었다.
 "오늘밤...... 뒷문에서 말입니까?"
 "그렇소. 부디 잊지 않기를 바라오. 제발 제 시간에 나와주시
오."
 삼소저의 웃음은 매우 아름다웠다.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설사 하늘이 두 조각 난다해도 꼭 시
간을 맞추어 나가겠어요."
 그녀의 눈동자 속엔 낭만적이며 아름다운 환상이 가득 담겨 있
었다.
 밤의 약속은 실로 꿈 많은 소녀에게 신비하고도 달콤한 것이었
다. 세상에 이보다 더욱 그녀들을 흥분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소어아는 성내를 왔다갔다하며 돌아다니다가 성의 동쪽 한 구석
에 자리잡고 있는 작고 초라한 식당앞에 도착하자 비로소 들어가
식사를 했다.
 그 식당 이름은 사향관(思鄕관)이었다.
 그 안으로 들어간 소어아는 한 그릇의 국수와 네 개의 계란을
먹었다. 그 식당의 주인은 삼 년 이상이나 목욕을 하지 않는 것
같이 지저분했다. 소어아는 그를 불러 문방사우와 칠팔십장의 종
이를 사오라고 했다.
 그는 종이 위에다 주먹만한 큰 글자를 내려 쓰기 시작했다.
 "개심이란 친구! 오늘밤 술시에 성의 동쪽에 위치한 사향관이란
식당에서 이씨란 친구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 설사 가고 싶지 않
아도 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는 이렇게 칠팔 십장을 썼다. 그리고 그는 불량배 같은 두 명
의 사내를 구하여 그 종이를 성 안의 눈에 띠는 곳에 붙이라고 분
부했다.
 식당의 주인장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든지 가까이 다가와 물었
다.
 "손님, 그게 무슨 뜻입니까? 아무리 봐도 이해하지 못하겠군
요?"
 소어아는 그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알아야 할 사람은 당연히 알고, 몰라야 할 사람은 당연히 모르
 는 일이오."
 주인은 머리를 긁으며 계면쩍어 했다.
 "누가 알아야 할 사람입니까?"
 그러나 소어아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오직 의미 모를
미소를 남긴 채 그 식당을 나왔다.
 식당에서 나온 소어아는 옷가게를 찾아가 한 벌의 중고품인 검
은 옷을 산 후 잡화상에 가서 석고와 묵과 쇠가죽으로 된 주머니
를 샀다.
 그리고 난 후 그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객관에 투숙했다.
 거울있는 방을 찾아 들어간 그는 옷을 훌렁 벗어 던진 채 마음
껏 잠을 잤다.
 그가 다시금 깨어났을 때는 날이 이미 저물 무렵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소어아는 거울을 바라보며 여자 같이 한참이나
화장을 했다. 그리고는 낮에 산 검은 옷을 몸에 걸쳤다.
 거울에 비친 그의 모습은 소어아였다는 흔적은 눈씻고 찾아보아
도 찾을 수 없었고 이대취와 똑같았다.
 한참이나 찬찬히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본 소어아는 매우 만족
한 듯 껄껄 웃으며 뇌까렸다.
 "비록 완전히 똑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밤인데다가 그 백개심
이란 작자가 필시 이십여년 동안이나 이대취를 만나지 못했을 테
니 충분히 그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본래부터 키가 작지 않았고 또한 이년 동안 단련을 기울여
왔으므로 사지가 잘 발달되어 있었다. 그러기에 비단 변장한 그의
얼굴이 이대취와 매우 닮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몸집도 그 웅장
한 체격을 지닌 이대취와 별 차이가 없었다. 설사 매일 같이 이대
취와 만난 사람이라 해도 주의하지 않는다면 알아차리지 못 할 정
도였다.
 그는 벗어 놓은 옷을 한 뭉치로 꾸려 이불 속에 집어 넣고 밖에
서 보기에는 침대 위에 여전히 사람이 누워있는 것 같이 보이게
만들었다.
 그런 후 그는 왼손으로 편지 한 장을 썼다. 그 편지는 강별학에
게 보내는 것이었다. 그는 편지 봉투에다 이런 말을 덧붙였다.
 "강별학께서 친히 보십시오. 다른 사람이 보아서는 안됩니다."
 소어아는 그 편지를 품에 넣고 웃음띤 얼굴로 중얼거렸다.
 "강옥랑이 오늘밤 안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강별학이 설사 여
우라 해도 이 편지를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설사
편지 내용을 믿지 않는다해도 삼경이 되면 어떻게 된 영문인지를
알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하고 찾아갈 것이다!"
 그는 흥분이 가득찬 웃음을 지으며 창문으로 해서 밖으로 빠져
나갔다.
 소어아가 다시 사향관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
었다.
 저녁 식사시간이었지만 사향관 안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심
지어 그 주인장마저 어디론가 해방을 감추었고, 단지 한 명의 손
님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사람은 비단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에 쓴 모자 위에 진주가
하나 박혀 있는 것이 마치 큰 갑부인 듯 보였다.
 그러나 그의 태도는 불량배 같았고 마치 남에게 잡힐까봐 두려
워하는 도둑처럼 두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소어아는 그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껄껄 웃으며 말을 걸었다.
 "네 녀석이 과연 와 주었구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 했는데 너는
여전히 이씨란 친구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시간을 맞추어 왔구
나!"
 그는 사향관이 떠나갈듯 큰소리로 말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이
대취의 옆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이대취의 표정과 태도를 모방하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두 눈을 부릅뜨고 인상을 찌푸렸다.
 "너는 누구냐? 나는 너를 모르겠다!"
 "나를 속일 셈이냐? 네가 비록 옷은 사람답게 입었다만 그 비적
같이 생긴 모습은 여전히 나타나 있다."
 그 사람은 비로소 껄껄 웃으며 반가와했다.
 "네놈 같이 사람고기만 먹는 녀석이 오랫만에 이 형님을 만났는
데 좀 겸손하면 배라도 아프단 말인가?"
 소어아는 그의 맞은 편에 앉았다.
  상 위에는 젓가락과 술잔 등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한
가운데는 한 사라의 불고기가 놓여져 있었다. 그 불고기를 본 소
어아는 눈썹을 찡그렸다.
 "네 녀석은 정말 형편없이 가난한가 보구나! 우리가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렇게 초라하게 차렸으니 말이다. 빨리 주인장을 불러
오너라. 오늘밤 마음껏 먹고 마셔야 하지 않겠나!"
 "그는 올 수가 없어."
 "왜? 그가 어디에 있는데?"
 백개심은 웃음띤 얼굴로 불고기를 가리켰다.
 "바로 이 사라 속에 있다."
 그 말을 들은 소어아는 속으로는 깜짝 놀랐으나 겉으로는 여전
히 표정을 바꾸지 않고 껄껄 웃었다.
 "하하! 네 놈은 아직도 이 형님의 애호(愛好)를 기억하고 있었
구나! 그러나 그 주인장은 몇 년이나 목욕을 하지 않았던 것 같던
데 고기가 썩지나 않았는지 모르겠구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깨끗이 씻은 후 요리한 것이니 안심하고 먹
어 두어라!"
 그는 소어아에게 가득히 술 한 잔을 따라 부었다.
 소어아는 웃음띤 얼굴로 술을 따르는 그를 바라보았다.
 "네 녀석은 참으로 효성이 지극하구나!"
 소어아는 하는 수없이 한 토막의 고기를 집어 먹었다. 그러나
입 안에 넣고 두어 번을 씹은 그는 즉시 그 고기를 뱉으며 두 눈
을 부릅떴다. 그러더니 대노한 음성으로 외쳤다.
 "이것이 무슨 놈의 사람고기냐? 네 녀석이 감히 내 입을 속이려
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을 했느냐?"
 백개심은 껄껄 웃는 한편 박수를 치며 찬사를 보냈다.
 "네 놈의 입은 그래도 쓸만하구나. 이 고기가 즉시 사람고기가
아니란 것을 알아챘으니 말이다. 그러나 네 놈도 생각해 보아라.
내가 미쳤다고 사람을 죽여가면서 너에게 요리를 해준단 말이냐?"
 물론 그는 이 방법으로 자기를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 정말 이대
취인지 여부를 가리고자 한 것이었다.
 이 점을 알아 차린 소어아는 속으로 웃음을 금치 못했지만 겉으
로는 여전히 두 눈을 부릅뜨고 대노한 표정을 나타냈다.
 "왜? 나에게 효도하면 누가 너를 잡아먹기라도 한단 말이냐? 그
주인장은 비록 더럽기는 했지만 매우 튼튼해서 내가 벌써부터 요
리를 할려고 찍어 놓고 있었는데 너는 그를 어디에다 숨겼느냐?"
 "그놈은 아마 지금쯤 고향에 도착했을 것이다. 지금 이 점포의
주인은 나라네. 하하, 그 바보 같은 녀석은 내가 준 은색을 칠한
납을 받고 매우 기뻐하며 이 점포를 내게 양도했지. 내가 자기에
게 당한 줄 알고 말이야."
 소어아는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이 초라한 식당은 너에게 아무런 소용도 없는데, 너는 왜 그를
완전히 망하게 속이고 또한 노부로 하여금 그의 맛좋은 고기를 놓
치게 했느냐 말이다! 너의 그 이득을 상관하지 않고 남을 골탕먹
이는 나쁜 버릇을 아직도 고치지 못 했구나!"
 "그것은 나의 타고난 성격인 까닭에 고칠 수 없지만 너는 그 사
람 고기를 먹는 나쁜 버릇을 왜 고칠 수 없단 말이냐? 그나저나
오랫동안 악인곡에 숨어 있다가 뭣하러 갑자기 밖으로 나왔느냐?"
 소어아는 두 눈을 부릅뜨고 대노한 음성으로 외쳤다.
 "너는 우선 내 물음에 대답해라. 네가 내 이름으로 철무쌍 그
늙은이에게 깃발을 보내고 또한 내 이름으로 남의 집 시녀를 삶아
먹은 것은 도대체 무슨 목적이냐?"
 백개심은 흠칫하며 놀랐다.
 "네가 어떻게 그것을 다 알았지?"
 "흥! 나를 속이려면 너는 아직 몇 년을 더 배워야 하느니라."
 "그 녀석들이 할 일 없이 빌빌 대는 것이 보기에 하도 안타까워
일부러 그들에게 할 일을 마련해 준 것뿐이다. 또 사람의 고기를
삶아 가지고 먹을 사람을 초청한 후, 그들에게 밀고한 것은 그들
양쪽으로 하여금 큰 결투를 벌리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래야지
만 내가 기쁨을 느끼니 말이다. 네 녀석도 솔직히 말해 보아라.
내가 치룬 이번 계획이 치밀하지 않았느냐?"
 "흥! 다만 그 진가란 놈과 남궁이란 놈들이 매우 어리석다고 생
각할 뿐이다. 그들은 나이도 어리지 않은데 어째서 정체도 모르는
사람의 밀고를 함부로 믿는단 말이냐? 만약 내가 그들이었다면 우
 선 그 밀고자를 잡아 놓고 다른 사람이 사람고기를 먹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가 물어 보겠다."
 "그래서 편지를 써 보냈지. 무엇하러 내 자신이 직접갈 필요가
있단 말이냐?"
 "누가 보낸 지도 모르는 편지를 그들이 함부로 믿어 줄 수 있겠
느냐?"
 "설사 믿지 않는다고 할 망정 그래도 확인하러 가지는 않겠어?"
 소어아는 무릎을 탁 쳤다. 이대취가 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바로 그것이다. 내가 바로 너에게 그 말을 듣고 싶었단
다......."
 백개심은 눈알을 굴렸다.
 "너는 또 무슨 못된 계획을 짜고 있느냐? 설마 나를 골탕먹일
계획은 아니겠지?"
 "쓸데없는 생각은 말아라! 네가 비록 나의 이름을 남용했지만
나는 너에게 벌을 줄 생각은 없다. 그저 네가 다시 한 번 진씨란
놈과 남궁이란 놈에게 편지를 띄워 준다면 말이다! 너의 첫번째
편지가 그럴듯 하게 됐으니 그들은 당연히 너의 두번째 편지도 믿
을 것이다."
 "어떠한 내용의 편지를 띄우라는 말이냐?"
 "당연히 남을 골탕먹이는 편지지! 그렇지 않고서야 네가 써 줄
리 만무하지 않는가?"
 "남에게 골탕먹이는 일이라면 무조건 할 수 있지! 그런데 네가
골탕을 먹이고자 하는 상대는 누구냐?"
 "잔말말고 그들보고 오늘밤 삼경 때 단합비의 장원뒷뜰에 있는
손님방으로 가보라고 해라! 그곳에 그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물건
이 있다고 말이다. 다만 꼭 오늘밤 삼경이라야 된다고 말해라. 너
무 일러도 아니 되고 늦어도 아니 된다고 말이다. 골탕먹는 사람
이 누구인지에 관해서는 너도 차차 알게 될 것이다."
 "만약 내가 그 편지를 쓰지 못하겠다면?"
 소어아는 냉소를 터뜨렸다.
 "쓸 것이라 믿는다. 너는 남에게 골탕을 먹일 수 있는 일을 보
고도 하지 못한다면 잠도 못이루는 사실을 내가 잘 알고 있으니
까. 더군다나 네가 그 편지를 쓰지 않는다면 쓰게 할 방법이 따로
있단다......."
 여기까지 말한 그는 갑자기 강별학에게 주고자 하는 편지를 품
에서 꺼내면서 재빨리 일장을 뿜어 장풍으로 등불을 껐다.
 백개심은 얼굴색이 크게 변했다. 그는 놀라움이 가득찬 음성으
로 물었다.
 "너는 무엇을 하려는 속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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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07 즐감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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