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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룡] 절대쌍교(絶代雙嬌)4권 57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09|조회수38 목록 댓글 1


 의외(意外)의 사태(事態) 
 
 
 포목이 떨어지자 심지어 모용산마저 약간의 품고 있던 의심을
버렸다. 소선녀와 모용쌍은 더욱 얼굴에 살기를 띠우며 당장이라
도 강별학을 죽일 듯한 기세였다.
 그러나 흑의인은 여전히 자기가 강별학이라고 인정하지도 않았
고 그렇다고 부인하지도 않았다. 그는 마치 죽은 듯이 잠잠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상대방 손에 들려 있는 장검을 주시하고
있었다.
 만약 예사사람이었다면 지금쯤 필시 큰소리로 열띤 변명을 했겠
지만 그는 결코 변명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남보다 뛰어나서
그렇게 태연한 것이 아니라 설사 자기가 변명한다 해도 믿어 줄
사람이 없음을 알고 있는 까닭에 해명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자신 역시 치밀한 계획으로 많은 사람을 곤경에 몰아 넣고
그들로 하여금 변명을 하지 못하도록 했었던 까닭에 자신의 입장
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또한 그는 변명하려 해도 어디서부터 해명해야 좋을지 몰랐다.
 지금 그들의 관계는 실로 복잡하고도 미묘했다. 이 세상에서 소
어아를 제외하고는 그들의 관계를 확실히 해명할 수 있는 자는 아
무도 없었다. 그러니 변명은 더욱 불가능했다.
 그가 여전히 응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모용쌍은 두 눈을 부릅뜨
며 모용산에게 눈길을 돌려 물었다.
 "삼매! 너는 지금도 할 말이 있느냐?"
 "우선 저 자를 반항 못하게 잡고 보아요."
 소선녀는 그녀의 이런 말을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 그녀의 말
이 떨어지자 마자 재빨리 손에 쥐고 있던 장검으로 일격을 뿜어냈
다.
 그녀의 검법은 신속하고 날카로운 반면 모용쌍의 검법은 악독하
고 거셌다.
 모용산의 검법은 비록 소선녀보다 신속하지도 못했고 모용쌍보
다 악독하지도 못했지만 눈만은 매우 날카로왔고 정신 또한 맑았
기에 뿜어낸 매 일 검마다 깨끗하여 상대방이 반드시 막아야만 했
다.
 이들 세 사람의 장검은 모두 만만치 않았다. 그녀들은 어릴 때
부터 같이 자라왔고 또한 같이 무공과 검법을 연마했던 까닭에 초
식의 배합은 물셀 틈 없었다.
 이렇게 되자 흑의인의 무공이 비록 고강하고 뛰어났지만 과히
상대하기가 어려웠다. 그녀들의 공세를 몇 초 막던 그는 갑자기
검법을 격렬하게 변경했다. 그것은 그가 진격으로 후퇴한 작전이
었다. 쉽게 말해서 그녀들로 하여금 공세를 조금 늦추게 하고 도
망가려는 방법이었다.
 그녀들은 모두 격투의 경력이 많아 그가 갑자기 검법을 변경하
는 것을 보자 이미 그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이렇게 되자 그는 자승자박(自繩自縛)에 삐지고 말았다. 왜냐하
면 그가 도망가려 하자 그녀들이 더욱 그가 비밀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소선녀와 모용쌍은 점점 목숨을 걸고 그에게 덮
쳐갔기 때문이다.
 시간은 점점 흘러갔고 흑의인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솟아나 흑
두건을 적셨다! 그는 그제서야 비로소 천하에 이름을 떨친 모용가
문의 자매들이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모용자매의 진실한 장점은 검법이 아니고 암기와 경공에
있었다. 다만 그녀들이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은 것은 그가 도망갈
까봐 방어에만 급급했기 때문에 뿜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이때 '휙' 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모용산산은 이미 '분화불유'라
는 일 초로 흑의인의 얼굴을 향해 덮쳐갔다. 그러나 그는 검빛이
그칠 줄 모르게 현란했기 때문에 허초인지 실초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사실 그녀의 이 초식은 적을 상하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었으며
다만 상대방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소선녀와
모용쌍에게 좋은 공격의 기회를 만들어 주어 그를 붙잡고자 함이
었다.
 그러나 흑의인은 재빨리 이 초식을 피해냈으며 동시에 검을 위
로 뻗쳐냈다. 과연 그는 역시 고강한 고수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소선녀와 모용쌍은 마치 그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 검을
서로 엇갈리며 허공에 무지개빛을 발하였다. 그녀들은 좌우로 나
누어 검을 뿜어냈던 것이다.
 그녀들이 사용한 이 초식들은 별로 신기하고 교묘한 것은 아니
었지만 두 개의 검이 배합된 지금 실로 더없이 거센 위력을 발휘
하였다.
 이리하여 그녀들은 흑의인의 사방을 완전히 봉쇄하였다. 그는
죽음을 앞둔 일보직전의 하루살이 같았다.
 그러나 흑의인은 모용산의 일격을 막은 후 갑자기 손에 쥐고 있
던 장검을 버렸다. 그리고는 번개를 잡을 듯한 속도로 몸을 솟구
쳐 모용산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 일 초의 변화는 실로 위험천만한 것이었고 아울러 완전무결
에 가까운 교묘함도 곁들어 있었다. 그와 같은 사람 외에는 생각
해낼 수 없는 초식이었다. 심지어 소어아마저 갈채를 터뜨릴 뻔하
였다.
 모용산산은 그가 검을 버리고 자신의 손목을 낚아챌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 하고, 그녀가 그 점을 발견했을 땐 이미 손목이 그에
게 잡혀 있었으며, 그의 몸은 또한 자신의 품안으로 달려옴을 발
견할 수 있었다.
 흑의인은 곧 남은 한쪽 손으로 그녀의 목을 살며시 누르며 사나
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이 계집애의 생명을 살리고 싶으냐?"
 이때 흑의인의 등은 완전히 소선녀와 모용쌍의 공격권 내로 들
어와 있었다. 언제라도 그의 등에다 쥐고 있는 장검을 꽂을 수 있
었다.
 그렇건만 모용산의 생명이 그의 손아귀에 쥐여있는 지금 그녀들
은 그저 장검으로 흑의인을 겨누고 있을 뿐 감히 섣부른 행동을
취하지는 못했다.
 그녀들이 검을 움직이기만 하면 모용산산은 즉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흑의인도 감히 경거망동
을 하지는 못했다.
 모용쌍은 이때 안타까움이 가득찬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빨리 내 동생을 놓아 주어라! 그렇지 않는다면 이 검이 심장에
박힐 것이다!"
 흑의인은 그녀의 이러한 말을 듣고도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냉소만을 터뜨렸다.
 "너희들이 이 검을 거두지 않으면 내가 먼저 이 계집을 죽이겠
다."
 "당신이 먼저 놓아요. 그러면 우리도 당신을 놓아 주겠소!
 소선녀는 날카로운 음성으로 쏘아부쳤다.
 흑의인은 소선녀의 이러한 말을 듣자 껄껄 웃으며 눈알을 부라
렸다.
 "여인이 선(先)이고 남자는 후(後)하란 것이 이 세상의 예의이
고 도리이니 너희들이 먼저 검을 거두어라!"
 이번에는 모용쌍이 나섰다.
 "우리가 어떻게 당신을 믿을 수 있단 말이오?"
  "나 역시 너희들을 믿을 수 없다!"
 쌍방은 모두 경거망동들을 하지 못했고, 또한 섣불리 놓아 주지
도 못했기에 잠시 동안 서로 버티게 되었다. 소선녀와 모용쌍은
모두 다급한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너무 조급한 나머지 얼굴
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러나 모용산산은 추호의 다급함이나 초조한 감을 찾아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목소리조차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언니, 절대로 검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이 자는 나에게 해된
짓을 할 용기가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흑의인은 여유만만했다.
 "참는데는 나도 남보다 뛰어난 소질을 지니고 있으니 이대로 버
티어 간다해도 나에게는 무방하오."
 소선녀는 점점 크게 화가 돋았다.
 "당신은 도대체 언제까지 버틸 작정이오?"
 "당신들이 나를 놓아줄 때까지 버틸 작정이오."
 이렇게 되자 소선녀는 너무나도 조급한 나머지 몸이 비틀리는
것 같았다.
 소어아는 쓰디쓴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바보 같은 계집! 네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조급해 하냔 말이
다. 때가 되면 도울 사람이 어련히 오지 않을까봐.......)
 바로 이때 먼 곳에서 세 인영이 나는 듯이 다가왔는데 눈 깜짝
할 사이에 사당 안까지 당도했다. 그들은 바로 남궁유, 진검 그리
고 고인옥이었다!
 소어아, 모용자매 그리고 소선녀는 모두 크게 기뻐했다. 반면
그 흑의인은 모용산을 손아귀에 넣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놀라거
나 당황해 하지는 않았다. 진검이 온 이상 더욱 모용산을 죽게 내
버려 두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저 자기가 모용산을 잡고 동안은 도망갈 궁리를 할 필요가 없
다고 생각했다.
 진검은 자기 처가 남의 손에 잡혀 있는 것을 보자 얼굴색이 크
게 변했고, 고인옥은 강호경력이 가장 적었기에 이 광경을 보자
더욱이 멈칫하며 놀랐다.
 소선녀가 발을 동동 구르며 고인옥에게 말을 던졌다.
 "이 바보 같은 사람아! 빨리 가서 도와주지 않고 왜 그렇게 멍
청하게 서있는 거야?"
 흑의인이 이 말을 듣자 재빨리 큰소리로 외쳤다.
 "누가 가까이 접근하기만 하면 내가 이 여인을 없애버리겠다!"
 진검이 제일 당황했다.
 "이...... 이것이 어떻게 된 영문이오? 서로 좋게 타협을 하십
시다."
 "이 일은 사실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이쯤 되어버렸으
니 설사 내가 해명을 한다해도 당신들은 믿어 주지 않을 것이오.
모든 말은 내가 이 사당을 나간 후에 하기로 합시다!"
 모용쌍은 진검을 향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절대로 저 자를 놓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저 자는 매우 교활
한 자니 그의 속임수에 넘어가서는 안 돼요!"
 이때 남궁유는 포목 위에 쓰인 글자를 발견하고 놀라움이 가득
찬 음성으로 흑의인을 향해 말했다.
 "각하께서는 정말 강 대협입니까?"
 흑의인은 그저 '흥!'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소선녀가 다시 큰소리로 외쳤다.
 "대협은 무슨 놈의 말라비틀어질 대협이오? 이 자가 바로 강별
학입니다!"
 모용산이 초조한 음성으로 한마디 거들었다.
 "제 걱정 마시고 구매를 찾으셔요."
 남궁유가 한숨을 쉬며 안타까운 듯 말을 했다.
 "우리들이 조금 전에 강 대협의 거처를 찾아 봤지만......."
 소어아는 이 말을 듣자 즉시 어딘가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
았다. 그들이 만약 강별학의 거처에서 모용구매를 찾았다면 절대
로 이토록 겸손하게 그를 '대협'이라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모용산산도 매우 조급하게 알고 싶은 듯 다그쳐 물었다.
 "구매가 그곳에 없단 말이지요?"
 모용산의 물음에 진검은 그녀에게 소리쳤다.
 "구매만 걱정하지 말고 우선 당신 자신의...... 자신의......."
  남궁유가 쓰디쓴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을 중단시켰다.
 "구매는 강 대협의 거처에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은 어쩌면
모두 어떤 자에게 놀림을 받았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이 말을 들은 소어아는 깜짝 놀랐다. 그는 하마터면 숨어있던
곳에서 뛰쳐 나올 뻔했다.
 (도대체 이 일이 어찌된 것일까? 모용구매가 어째서 그곳에 없
단 말인가? 혹시 이 녀석들이 집을 잘못 찾은 것이 아닐까?)
 그가 이렇게 혼란에 빠져 있을 때 다시 진검의 말소리가 들려왔
다.
 "우리들이 방금 화무결 화공자와 철심난 철 소저도 만나봤는데
그들의 말에 의하면 구매는 오래 전에 실종된 것이지 절대로 강
대협과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남궁유가 그의 말을 이어 받았다.
 "화공자께서 또한 이 일은 필시 무슨 곡절이 있는 것 같다고 하
며 우리에게 여간 조심해서는 안 된다고 일러주었지요. 그리고 만
약 철 소자의 병세가 완전히 완쾌되기만 했다면 당장이라도 와보
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모용쌍은 맥이 풀린 듯 고개를 숙인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소선녀가 한마디 중얼거렸다.
 "설마 철심난도 강별학과 한편이 되어 우리를 속이지는 않겠
지!"
 모용산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나는 벌써부터 이 일은 어떤 곡절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생각해 보세요. 만약 강 대협께서 정말 그 은이 탐났다면 구태여
자신이 이곳까지 올 필요가 있었겠습니까? 설사 그 자신이 이곳에
왔다해도 우리를 몰라볼 리가 만무하지 않겠어요? 더구나 그는 구
매를 숨기려면 다른 곳도 많은데 무엇하러 자신의 거처에 숨긴단
말입니까?"
 이 문제점들은 사실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
러나 남궁유와 진검이 강별학의 거처에서 모용구매를 찾아냈다면
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진검이 발을 굴렀다.
 "당신은 벌써부터 의심을 품고 있었으면서도 왜 강 대협과 싸움
을 벌렸던 것이오?"
 그는 흑의인이 놓아줄 기세가 없는 것을 보고 당연히 자기 처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모용쌍은 억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가...... 강 대협께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니 우리가 어떻
게 오해란 것을 알겠어요?"
 침묵만 지키던 흑의인은 그제서야 껄껄 웃으며 말을 꺼냈다.
 "조금 전에 설사 불초가 해명한다해도 소저께서 불초의 말을 믿
어 줄 수 있었단 말이오?"
 모용산산은 눈알을 굴리며 갑자기 흑의인에게 물었다.
 "그런데...... 귀하가 정말 강별학 강 대협입니까?"
 이 한마디가 떨어지자 다른 사람들은 다시금 의심을 품게 되었
다.
 이때 흑의인은 모용산의 목을 누르고 있던 손을 천천히 걷어 올
리며 입을 열었다.
 "이제 오해가 풀렸으니 불초가 강별학이든 아니든 그 결과는 마
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그는 여전히 얼굴을 가린 흑두건을 벗으려 하지 않았다.
 진검은 이때 모용산의 옆까지 다가서서 작은 음성으로 살며시
물었다.
 "여보 당신은 아무 일도 당하지 않았소?"
 모용산산은 웃음띤 얼굴로 남편의 손을 잡는 한편 두 눈은 유심
히 흑의인을 지켜 보았다.
 "저희들이 강 대협님인줄 모르고 이렇게 많은 강 대협님의 부하
를 죽였으니 참으로 백 번 죽어 마땅합니다. 오직 강 대협님의 처
벌을 바랄 뿐이에요."
 그녀는 일부러 '강 대협'이란 세 글자를 매우 힘주어 불렀고 또
한 연거퍼 세 번이나 그것을 강조해서 말했다.
 그러나 흑의인은 여전히 부인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았다.
 "쌍방이 싸움을 하게 되면 자연히 부상당하는 자도 있고 사망한
자도 있기 마련인데 어찌 부인을 탓하겠습니까? 오직 암암리에 우
 리에게 골탕을 먹인 자를 정말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갑자기 소어아가 숨어있는 곳으로 돌려
졌다. 곧이어 다른 사람들의 눈길도 일제히 그의 시선을 따라 그
곳으로 향했다.
 모용쌍이 먼저 큰소리로 외쳤다.
 "옳은 말씀이오! 그런 사람은 절대로 살려 두어서는 안 됩니
다!"
 소선녀도 원한이 가득찬 음성으로 말했다.
 "만약 그런 자가 나에게 잡힌다면 나는 먼저 그의 팔 다리를 분
질러 놓고 그에게 왜 이렇게 악독한 계책을 꾸몄는가를 물어 보겠
습니다."
 그러나 흑의인은 웬일인지 냉소만을 터뜨렸다.
 "소저에게 그런 수고를 끼쳐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불초 자신부
터 그를 놓아줄 수 없으니 말이오."
 그들은 말을 주고받으며 소어아의 은신처를 완전히 포위했다.
이렇게 많은 절정의 고수들이 한 사람을 포위했으니 제아무리 무
공이 뛰어난 사람이라해도 그 포위망을 뚫고 나갈 생각은 버려야
할 판이었다.
 소어아의 손바닥은 식은땀으로 미끈거렸다. 그는 자신이 그들에
게 잡히는 날엔 필시 사지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
고 있었다.
 그는 그야말로 스스로 파 놓은 구덩이에 자기가 빠지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는 이 경각에 백여 가지의 방법을 강구해 보았다. 그러나 이
포위망을 뚫고 나갈 방법은 없었다.
 이때 흑의인의 냉소가 들려왔다.
 "일이 이쯤 됐는데도 귀하께서는 나오지 않을 작정이오?"
 모용쌍이 질세라 한마디를 거들었다.
 "댁은 벌써부터 그놈이 이곳에 숨어 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도 왜 일찍 말하지 않았소?"
 흑의인이 그제서야 해명을 했다.
 "그것은 이곳에서 날아온 암기가 불초의 부하를 상하는 것을 보
자 부인들이 미리 설치한 매복인줄 알고 말하지 않았을 뿐이오."
 소어아는 속으로 욕설을 마구 퍼부었다.
 (네 놈의 눈알은 정말 개눈 같이 밝구나!)
 그는 생각나는 대로 욕을 뱉어내기는 했지만 이번에 자신이 이
곳에서 빠져 나가는 것은 하늘에 올라가는 것보다 더욱 어려울 것
같았다.
 이때 흑의인의 차디찬 음성이 다시금 들려왔다.
 "친구께서 그래도 나오지 않는다면 불초가 활을 쏘라고 명령하
겠소."
 모용쌍은 이때 갑자기 옆에 서 있던 흑의 대한의 손에서 화살을
 뺏아들고 큰소리로 소리쳤다.
 "모용집안의 활솜씨를 맛보아라!"
 소어아는 전에 모용쌍의 침실을 구경했을 때 그녀가 이미 활에
대하여 뛰어난 솜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는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죽든 살든 간에 갈 때까지 가 보자는 속셈이었다.
 그가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여인의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와 말하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호호호! 이곳은 참으로 번잡하군요. 혹시 무슨 재미난 구경거
리라도 발생했단 말이오?"
 이 말을 들은 사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렸
다.
 산발을 하고 바보 같이 깔깔 웃으며 유령처럼 서 있는 여인은
모용구매가 아니고 누구란 말인가!
 (모용구매는 도대체 어디 갔었단 말이냐? 어째서 또 갑자기 이
곳에 나타났단 말이냐?)
 이렇게 생각한 소어아도 너무 뜻밖이라 어리둥절해 하면서 그
여문을 몰랐다. 심지어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길이 없을
정도였다.
 모용자매는 모용구매를 보자 놀랍고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한
편 일제히 입을 열었다.
 "구매! 너를 보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들은 재빨리 모용구매에게 달려가 손목을 잡았다.
 그러나 언니들의 울음섞인 목소리와 반가운 행동과는 달리 모용
구매는 망연히 그녀들을 바라보며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깔깔
거리며 웃기만 했다.
 "당신들은 누구요? 나는 당신들을 모르겠는데요?"
 모용쌍이 이 말을 듣자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구매! 너...... 너는 이 언니도 몰라보겠단 말이야?"
 그녀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모용산산도 눈물이 가득찬 얼굴로 안타까운 듯 입을 열었다.
 "구매! 너는 어쩌다가 이 모양으로 되었단 말이냐?"
 모용구매는 그저 망연히 그녀를 바라볼 뿐 더 이상 아무런 대꾸
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고인옥은 드디어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
가가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구매! 나는 알겠느냐?"
 소선녀도 발을 굴렀다.
 "구매는 자기의 언니들도 알아보지 못했는데 하물며 당신을 어
떻게 알아본단 말예요?"
 소선녀의 이러한 말을 듣고 고인옥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에
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땅바닥에 떨어졌다.
 진검과 남궁유의 얼굴에도 비통함이 가득 서려 있었다.
 이때 남궁유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구매는 아마 어떤 큰 자극을 받고 이렇게 된 모양이니, 집으로
데려가서 안정시키고 한동안 요양시킨다면 차차 나을 것입니다."
 모용쌍이 울분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누가 얘를 이렇게 만들었느냐? 누구냔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소선녀도 울음이 복받쳤다.
 "구매는 죽은 소어아가 돌연 부활한 것을 보고 너무도 놀란 나
머지 이 모양이 된 거예요. 사실 소어아는 죽지 않았고 일부러 구
매를 놀려 주려는 것이었는데."
 모용쌍은 큰소리로 외쳤다.
 "소어아가 누구냐?"
 "소어아는...... 성은 강씨고 나이는 비록 많지 않지만 머리 속
은 온통 나쁜 생각으로 가득한 사람이고, 남을...... 남을 골탕
먹이는 것이 취미인 사람이에요."
 모용쌍은 소선녀의 말을 듣고 크게 대노했다.
 "지금 그 놈이 어디 있느냐?"
 "지금쯤은 아마 죽었을 겁니다."
 순간 모용쌍은 멈칫했다.
 "너는 방금 그가 죽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제와서 그가 죽었다니
도대체 그는 살아있느냐? 아니면 죽었느냐?"
 "처음에는 죽지 않았었지만 그 후 절벽 아래로 떨어져서 죽었을
거예요."
 그렇게 말하던 소선녀는 말을 잠시 중단하고 무언가 석연찮은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놈은 귀신도 놀라는 실력을 지니고 있어서 다른 사
람이 분명 그가 죽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나타나곤 했으니, 그의
시체를 확인하기 전에는 누구도 감히 그가 죽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어요!"
 이때 흑의인이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끼어들었다.
 "그 놈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소선녀가 그의 말을 재빨리 받으며 쳐다보았다.
 "당신이 어떻게 아시죠?"
 "최근에 와서 내가 그를 본 적이 있으니까요."
 모용쌍은 큰소리로 외쳤다.
 "지금 그가 어디에 있는지 당신은 알고 있소?"
 "내가 보기엔 그는 지금쯤 바로 이......."
 그는 마치 숨어있는 사람이 바로 소어아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
처럼 말했다. 순간 소어아는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그러나 흑
의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모용구매의 입에서 탄성이
발해졌다.
 "소어아!...... 소어아! 기억나는 것 같아요!"
 그녀가 무언가 기억을 되찾는 기미가 보이자 모든 사람들이 다
시금 놀라면서도 기쁜 표정을 지었다. 모용쌍이 다시 떨리는 음성
 으로 입을 열었다.
 "너...... 너는 모든 것을 완전히 생각해낼 수 있느냐?"
 모용구매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한참이나 그녀를 바라보더니 천
천히 입을 열었다.
 "아! 당신은 둘째 언니군요."
 모용쌍은 크게 기뻐하며 그녀를 껴안았다. 그리고는 기쁨의 눈
물을 흘렸다.
 모용산산도 너무 기뻐하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구매, 구매...... 하늘이 너를 불쌍하게 여긴 까닭에 다시 기
억할 수 있도록 한 모양이구나."
 모용구매가 활짝 웃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셋째 언니...... 제가 다시 언니를 뵐 수 있다니 이것이 꿈이
에요? 아니면 생시에요?"
 그러나 이 한 말을 던진 그녀는 두 눈썹 밑에 애수가 서리며 통
곡하기 시작했다.
 그들 자매가 서로 웃고 울며 한데 뭉친 것을 남몰래 지켜보던
소어아도 눈시울이 붉어져오는 것을 느꼈다.
 모용구매는 본시 그의 원수였고 또한 제 정신을 되찾은 지금,
그의 계획이 산산조각 났을 뿐만 아니라 모용자매가 그를 찾아 복
수할 것을 방비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웬일인지 가슴 속 깊
은 곳으로부터 뿌듯한 기쁨을 느꼈던 것이다. 그가 이런 마음을
느꼈던 것은 자신마저 자기를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
의 마음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피를 가진 인간이라고 보아야 했다.
 이때 그 흑의인이 갑자기 한숨을 내쉬며 희비가 교차되는 현상
속으로 끼어들었다.
 "그 강소어란 작자가 모용자매의 동생을 이 모양으로 만들었으
니 무예계의 인물은 누구라도 그를 가만 놓아 두지는 않을 것입니
다."
 그가 지금까지 가지 않은 것은 바로 소어아를 상대하기 위해서
였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모용가문의 아가씨들이 기쁨 때문에
그 일을 잊을까봐 다시금 일깨우려는 속셈이었다.
 과연 모용쌍이 눈물을 거두면서 원한이 서린 목소리로 입을 열
었다.
 "내가 만약 그 놈이 지금 어디에 있는 지를 알기만 하면 당장
잡아서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어요."
 "내가 보기에는 그 녀석이 지금쯤 아마 바로......."
 흑의인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모용구매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
 "사실 이번 일은 소어아만 탓할 수는 없어요."
 그녀의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일제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
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란 사람은 당연히 소어아였고, 그 다음은
바로 소선녀였다.
 그녀는 참다 못해 다급하게 물었다.
 "그 놈을 탓하지 않고 누구를 탓한단 말이냐? 너는 그에게 뼈에
사무친 원한을 지니고 있지 않느냐?"
 모용구매의 입가에 처량한 미소가 번져 나왔다.
 "나는 그가 죽음에서 부활한 것을 보고 그 당시는 매우 놀라고
심지어 정신마저 조금 이상해졌지만, 얼마 안 되어 점점 맑은 정
신을 되찾았어요."
 모용쌍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그렇게 일찍 정신을 되찾았으면 왜 우리를 알아보지 못했단 말
이냐?"
 "그건 다른 한 사람이 해를 가했기 때문이에요."
 "그놈이 누군데?"
 "바로 강별학이에요."
 그녀가 원한에 서린 듯 이렇게 내뱉자 소어아마저 어리둥절해졌
다.
 (강별학이 왜 그녀에게 해를 가했을까? 만약 강별학이 그녀에게
해를 가했다면 그녀가 맑은 정신을 차린 것을 보고 벌써 도망가야
했을 텐데 왜 지금까지 이곳에 남아있단 말이냐? 혹시 그가 죽고
싶어서 환장이라도 했단 말인가?)
 소어아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 모용구매는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 놈은 제가 맑은 정신을 되찾은 것을 보고 다시 미혼약으로
 저의 정신을 흐리게 하고 저의...... 저의 정조를 빼앗으려 했어
요. 오직 그도 모용가문의 사위가 되기 위해서 말예요! 그는 매일
같이 저를 괴롭혀 왔는데 조금 전에야 비로소 저에게 도망갈 기회
가 생겨 이렇게 빠져나온 거예요."
 그들은 조금 전만 하더라도 강별학이 억울함을 당했다고 생각했
지만, 이제는 친히 모용구매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들었으니 당연히
믿지 않을 리가 만무했다.
 이리하여 모용쌍은 노여움이 가득찬 음성으로 흑의인을 향해 소
리쳤다.
 "강별학! 네 이 흉악하고도 악당 같은 놈아! 우리가 하마터면
너의 속임수에 넘어갈 뻔 했구나!"
 남궁유도 웬만하면 큰소리를 안 냈는데 이번에는 크게 노해 있
었다.
 "원래 구매가 스스로 도망 나왔구나! 어쩐지 우리가 조금 전에
강별학의 거처를 뒤졌을 때 찾지 못했지. 다행히 하느님의 도움으
로 구매를 이곳으로 보냈으니 이것은 정히 하늘의 뜻이다!"
 그의 이러한 외침 속에 그들은 흑의인을 완전히 포위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소아아는 정히 놀랍고도 기뻤지만 어
떻게 된 영문인지 몰랐다. 일이 이렇게 확대될 줄이야! 모용구매
가 그런 말을 할 줄이야...... 소어아가 설사 천하에서 제일가는
총명한 사람이라 해도 이것이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를 것이다.
 이때 모용쌍이 큰소리로 호통쳤다.
 "강별학! 네 놈은 또 무슨 할 말이 있느냐?"
 그러나 그 흑의인은 또다시 호탕하게 껄껄 웃으며 한 걸음 나섰
다.
 "내가 언제 강별학이라고 했소?"
 그리고는 얼굴을 가린 흑두건을 벗었다. 순간 모든 시선이 일제
히 그의 얼굴로 집중됐다. 그러나 덥수룩하게 수염이 자란 흑의인
의 얼굴은 과연 강별학이 아니었다.
 남궁유 등 사람들은 모두 강별학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강별학의 얼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들은 얼이
빠진 듯 망연자실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모용쌍이 물었다. 모용산산도 의아심이 가득찬 음성으로 물어왔
다.
 "만약 당신이 강별학이 아니라면 진짜 강별학은 어디에 있단 말
이오?"
 "흥! 강별학은 바로 이곳에 있소!"
 그 흑의인은 갑자기 소어아가 숨어 있는 곳을 향하여 달려가며
큰소리로 외쳤다.
 "강별학! 네 놈이 그래도 나오지 않겠느냐?"
 이러한 외침소리와 함께 그는 번개 같이 신속한 일격을 뿜어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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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09 즐감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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