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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룡] 절대쌍교(絶代雙嬌)4권 60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13|조회수56 목록 댓글 1

 



계곡(溪谷)의 무술 시합 
 
 
 소어아는 도교교가 동 선생을 이야기할 때 말을 더듬자 속이 시
원치 않았으나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큰 마차도 서쪽
에서 동쪽을 향하면서 바로 그 강호 친구들과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는 참을 수가 없어 다시 물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이리 바삐 몰려가는 거지요."
 "재미보러 가는 거지."
 소어아는 웃음 섞인 말로 다시 물었다.
 "재미있는 것을 보는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지요. 어떤
재미있는 일이지요?"
 "천하에서 무공이 가장 뛰어난 문파의 제자와, 강호에서 지위가
가장 높고 힘이 센 집단이 싸우니 재미있는 일이 아니냐?"
 소어아는 눈동자를 굴리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화무결과 모용가의 사람들이 아니오?"
 도교교는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바로 그렇다."
 "강별학의 일 때문이 아닌지요?"
 "그 일이 아니면 또 무슨 일이겠느냐?"
 그녀는 한바탕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나서야 말을 계속했
다.
 "남궁유와 진검이 강별학을 찾아서 싸우려고 들었는데 화무결이
계속 강별학이 깨끗하다고 보증을 하자, 무술로 옳고 그른 것을
가릴 수밖에 없다고 결정한 모양이야. 강호 사람은 이화궁의 사람
도 좋고 무림세가의 사람도 좋지만 화를 내게 되면 모두 마차를
끄는 사람이나 가마를 드는 사람과 같이 유일하게 일을 해결하는
방법은 싸움이야!"
 소어아는 눈에서 빛을 냈다.
 "그렇다면 이번 싸움은 정말 재미있을 거예요. 그러나 이 일은
오늘 새벽에야 일어났는데 어째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알고 왔지
요?"
 "이것은 필시 강별학이 사람을 시켜서 그들에게 통지 했을 거
야. 그는 자신이 화무결의 도움이 있으니 반드시 이길 것으로 생
각하여 그것을 알리기 위해 자연히 많은 사람의 구경꾼이 필요 했
겠지."
 "그렇지요, 모용가가 비록 강하더라도 화무결에 비하면 약간의
손색이 있지요...... 그렇다면 세상에는 정말 화무결을 상대할 사
람이 없을까요?"
 "오직 너 뿐이지."
 소어아는 도교교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나......."
 이런 문제를 그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마침 이때
그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그는 눈동자를 굴리며 즉
시 화제를 바꾸었다.
 "고모와 하던 말이 흑 지주에 의해 중단되었었는데, 악인곡에서
도대체 무슨 큰 일이 벌어졌었지요?"
 도교교의 입에서 또다시 예의 탄식이 새어나왔다.
 "너는 곡에 만춘류가 있다는 것을 알지?"
 "내가 왜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 그는 매일 나를 약물에 담구어
서 난 머리가 돌 정도였는데요. 그 결과 지금 나는 사람을 때릴
재주는 없어도 맞는 재주는 있지요. 바로 그가 나를 훈련시킨 결
과입니다."
 "너는 만춘류의 집에 있는 사람 중에 약상자라 하는 사람을 아
니?"
 소어아는 놀랐으나 안색을 바꾸지는 않았다.
 "물론 알지요. 그는 나보다 더 많은 약을 먹었지요. 만춘류가
새로 구해온 약을 꼭 그가 먼저 먹어 보았으니까요."
 도교교는 눈동자만 움직여 그를 바라보면서 한 자 한 자 또렷하
게 말했다.
 "십 개월 전에 만춘류와 그 약상자가 실종됐어."
  소어아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는 담담히 웃고난 뒤 말했다.
 "그게 무슨 큰 문제라도 되나요? 왜 그 말을 하며 긴장하지요?"
 "너는 그 약상자가 누구인줄을 아느냐?"
 소어아는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색을 하며 시치미를 뗐다.
 "누군데?"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니? 옛날 강호에 검을 휘두르면 십
장밖에서도 검풍을 느끼게 할 수 있고, 또 수염과 머리를 다 잘라
도 아무런 느낌을 느낄 수 없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
를 말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지요. 그는 연남천 같은데 그
렇지요?"
 도교교의 입에서 다시 탄식 소리가 새어나왔다.
 "연남천 외에 누가 있겠니?"
 "그러나 그는 벌써 죽은 게 아니에요?"
 "그는 죽지 않았어! 그가 바로 그 약상자야."
 소어아는 일부러 놀란 듯 물었다.
 "약상자가 바로 천하에서 검법이 가장 날쌘 사람이라니, 정말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인데요. 그러나 검법이 그토록 뛰어났다면
어찌 그런 모양이 되었을까요?"
 "이것도 너 때문이지. 우리는 그의 손에서 너를 구하기 위해 부
득이 그를 상하게 한 거야."
 그녀는 아주 영리하게 말을 했다. 소어아가 만춘류에게서 이 일
의 비밀을 듣지 못했다면 정말로 그녀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
 그는 몰래 탄식을 하면서 혼자 생각했다.
 (연남천은 비록 나의 은인이고 또한 대협이라 하더라도 나와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 당신들이 비록 악인이라도 이 몇 년 사이에
이미 나와 많은 정이 들었는데 내가 어찌 그를 위해서 너희들에게
복수를 하겠는가. 왜 나를 속이려 하지!)
 엄격히 말해서 소어아는 아주 좋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그는 피가 끓고 감정이 풍부하고 표면에는 강직하게 보여도 속으
로는 매우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만 하면 그를 불덩어리에 집어 넣었다. 그
는 좋아할 것이다.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비록 자기가 속았
고 피해를 봐도 그는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그를 화나게
하면 그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싸우는 성미였다. 그는 자기가 매우
냉정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충동을 느끼면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과 같았다.
 그는 자기가 매우 똑똑하다고 생각했지만, 때때로는 누구보다도
바보스럽다고 느꼈다.
 바로 이런 성질 때문에 그의 일생은 다채로운 일생이었다. 옛날
이나 지금이나 어느 영웅도 모두 의지를 중시하지 않고 감정을 내
세워 왔던 것이다.
 소어아는 속으로 탄식을 하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띠웠다.
 "나를 위해서라고요? 그와 내가 무슨 관계이지요?"
 "이 일을 이야기하면 길어지니 천천히 하기로 하자. 다만 네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너 때문에 연남천과 싸우게 되었고, 연
남천이 가버렸으니 우리는 이 악인곡에도 계속 머물 수 없게 되었
어."
 "왜요?"
 "악인곡은 비록 강호인에게는 금지로 취급되고 있으나, 연남천
이 다시 들어 올려고 하면 천하에 또 누가 그를 막겠느냐? 그는
옛날에도 한 번 속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더욱 조
심할 것이다."
 그녀의 교활스러운 눈에 공포의 빛이 번쩍였다. 그녀는 길게 한
숨을 내쉬면서 힘없는 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가 이번에 다시 오게 되면 우리 같은 악인은 귀신이 되어 버
릴 것이야......."
 "고모가 생각하기엔...... 그의 무술이 다시 예전과 같아졌다고
생각해요?"
 "그의 무술은 비록 아직은 다 회복되지 않았겠지만 그러나 그
만춘류가 반드시 그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약초를 연구했을 거
야. 그렇지 않으면 어찌 그를 악인곡에서 데리고 나갔겠니!"
 "그렇겠군요. 무공은 필시 얼마 동안은 회복되지 않았을 거예
 요. 그렇지 않다면 그는 벌써 그들에게 복수하러 갔을 거예요. 그
러나 만춘류는 그를 데리고 달아났으니 필시 그를 치료할 자신이
있었을 걸요."
 "그의 상처가 언제 완쾌 될런지는 모르지. 어쩌면 삼 년이나 오
년을 기다려야 하고 어쩌면 팔 년이나 십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도 모르지. 난 다만 시간이 갈수록 좋다고 생각해."
 "그러나 지금쯤 이미 치료를 끝냈는지도 모르지 않아요?"
 도교교는 몸을 흔들면서 그를 바라보더니 불쑥 말을 던졌다.
 "너는 그가 빨리 쾌유되기를 바란단 말이지!"
 "그렇게 희망하지는 않지만, 그러나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
을 수는 없지요."
 도교교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며 생각하더니 다시 탄식을 발하며
말했다.
 "그렇지, 어쩌면 그가 벌써 회복되었는지도 모르지. 또 이미 우
리를 찾고 있을지도......."
 눈길을 창 밖으로 돌린 그녀는 다시는 말을 하지 못했다.
 마차가 빨리 달려 갈수록 채찍의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빨
리 그 용호의 혈투를 보고 싶은 것 같았다.
 소어아는 창 밖으로 눈을 주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연남천이 지금 어디에 갔을까? 우리는 정말로 그가 보고 싶은
데......."
 삼면이 둘러싸인 능선 밑에 하나의 작은 계곡이 있었고 능선 위
에는 남녀 노소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심지
어는 나무 위에도 사람이 앉아 있었다.
 마차는 계곡 입구에서 멈추어 섰다.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기에 저 얌전한 서생 차림이 이화궁의 사람이란 말인가? 그
가 그토록 뛰어난 무공을 지녔다고는 믿기 힘든데."
 "들리는 말에는 지금 강호에서 그를 능가할 사람이 없으며, 심
지어는 강 대협도 그에게 매우 탄복하였다는 데 이 말이 정말인지
가짜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한 사람이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네가 믿지 못하면 한 번 시험해보지 그래."
 그 사람은 혀를 내밀면서 웃음 속에 농섞인 말투로 말했다.
 "나는 살아서 우리 마누라를 봐야겠어."
 또 한 사람의 탄식 소리도 들려온다.
 "그는 나이가 젊고 무술도 천하 제일 고수이며 사람도 그렇게
잘생겼으니 그를 능가할 사람이 없을 거야."
 또 하나의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다.
 "이것은 마치 천지교자란 넉자가 그를 표현하기 위하여 생긴 말
처럼 느껴지는 걸. 나도 그와 같은 날이 돌아오면 만족하겠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부러움의 소리가 들리므로 소어아는 매우
듣기 언짢았다. 도교교가 그를 바라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너는 이 말을 듣기가 마음 속으로는 매우 거북하겠지?"
 소어아는 눈을 크게 뜨면서 언짢은 표정을 했다.
 "내가 속이 거북하다고요? 난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그는 확실히 천지교자이지. 하느님은 마치 좋은 것으로만 모두
그의 몸에 모아놓은 것 같애. 그렇지?"
 소어아가 짖궂게 그녀에게 이상한 얼굴을 하면서 그녀의 말투를
그대로 흉내냈다.
 "그렇지?"
 "그가 설사 천지교자라지만 우리 소어아도 그보다 못하지는 않
지. 미래의 강호는 너희 두 사람의 천하가 될 것이야."
 소어아는 돌면 마차 문을 열고 밖을 보며 말했다.
 "나는 구경을 해야겠는데 고모는?"
 "너나 가 봐라. 나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 그러나...... 너는
나를 위해서 한 가지 일을 해야돼."
 "무슨 일이오?"
 "방법을 생각해서 그 구양 형...... 나구 형제를 이 마차로 데
리고 올 수 있겠니?"
 "이 마차에 태울수만 있다면 온 능선의 사람을 모두 이 마차로
데려올 수도 있어요."
 마차에서 내린 소어아는 큰 걸음으로 걸어갔다.
 마부를 바라보니 그 마부도 수염을 매만지면서 그를 향해 웃고
 있었다.
 소어아는 사람 틈에 끼어들어가 능선 위로 올라갔다.
 능선 주위에는 수많은 나무가 있었는데 그 위에 올라 앉으면 모
든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나무 위에는 이미 먼저
온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소어아는 눈동자를 굴리다가 돌연 고개
를 저으면서 탄식을 했다.
 "정말 이상한데.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독사의 동굴 위에 앉다니. 만약에 엉덩이를 독사가 물기라도 하면
어찌 하려고......."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무 위에 있던 사람들이 뛰어 내리면
서 혼잡을 이루며 우왕좌왕했다. 많은 사람들은 탄식을 하던 그가
이미 나무 위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깨끗이 그의 탄식에
속은 셈이다.
 이 사람들은 그를 향하여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어이 친구, 너는 이 나무가 뱀의 동굴이라 하면서 왜 올라가는
것이지?"
 그러자 소어아는 웃으면서 답했다.
 "뭐? 내가 방금 그런 말을 했던가?"
 그 사람들이 다시 입을 모았다.
 "네가 분명히 말을 했잖아?"
 "난 다만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독사의 동굴에 앉는다고 했
지, 이 나무가 독사의 동굴이라고는 하지를 않았오. 여러분들이
잘못 들으셨겠지요?"
 그 사람들은 놀라움과 분노를 나타냈다. 소어아는 다시 혼잣말
로 중얼거렸다.
 "강남 대협과 모용집의 아가씨들이 여기에서 일을 하는데 떠들
어대는 사람은 죽고 싶은 거야."
 그 사람들은 서로 바라보면서 우러나는 분통을 참을 수밖에 없
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무 위로 다시 기어 올라갔고 올라가지
못하고 남은 사람들은 자기가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였다.
 소어아는 나무 위에서 계곡 안팎의 광경을 모두 볼 수 있었다.
그는 그 자리가 너무 좋다고 생각하여 몰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좋은 위치를 얻으려면 수단이 없어선 안 되지......."
 계곡 내의 빈터에서 하나의 마차가 멈추어 섰다. 그 마차를 타
고 온 화무결은 한가롭게 창문에 기댄 채 마침 마차 속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강별학이 그의 옆에 앉아서 계속 사방의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
다. 조금도 '대협'의 오만함은 보이지 않았다.
 강남 대협의 다정한 태도와 겸손한 생활은 바로 강호 사람들이
가장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점이다. 사람들은 그가 여전히 다른
많은 대협들보다 더욱 가깝게 지낼 수 있다고 느꼈다. 소어아는
쳐다보면서 욕을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소어아는 나구 형제를 발견했다. 이 두 사람은 크고 뚱뚱한데다
다른 사람들 머리 하나는 더 크게 보였다.
 그러나 모용집안의 사람들은 하나도 오지를 않았다. 사방의 강
호 친구들은 이미 그들이 너무 오만하다고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화무결은 조금도 애태우지 않고 얼굴은 더욱 유쾌한 표정을 지
었다. 그는 타고 온 마차 속을 들여다 볼 때마다 그의 예리한 두
눈은 부드럽게 변했다.
 소어아는 주먹을 불끈 쥐며 속으로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
 (마차 속의 사람이 누구일까? 화무결은 정말 철심난과 다정한
사이이며 그녀를 이 자리에도 데려왔단 말인가?)
 사람들이 소동을 벌리는 가운데 열두 명의 검은 옷을 입고 찬란
한 허리띠를 맨 덩치 큰 사나이들이 세 개의 가마를 들고 들어왔
다.
 또한 더불어 따르고 있었고 그 작은 가마에는 예쁜 세 사람의
계집애가 타고 있었다. 그녀들이 눈을 들어 사방을 바라보자 사람
들은 가려워도 어디를 긁어야 하는지를 모르는 듯한 태도를 짓곤
했다.
 가마가 정지하자 세 명의 계집애들이 내렸다. 그들이 큰 가마앞
으로 다가가 휘장을 젖히자 세 명의 절세가인이 걸어 나왔다.
 세 사람은 바로 모용쌍 모용산과 소선녀 장청이었다. 그들은 모
두 화려한 옷을 입고 화장도 했으며 마치 남의 집에 손님으로 가
는 귀족 집안의 아가씨와 같았다. 절대로 사람을 죽이는 여호걸
 강호 고수 같지는 않았다.
 능선 위에서 관전을 기다리던 강호 친구들은 대부분이 모용구매
자매의 이름을 들어봤지만, 그녀들을 본 사람은 매우 적은 숫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눈앞이 밝아지면서 열 사람 중에 아홉
사람은 넋을 잃고 있는 것 같았다. 소어아도 얌전하게 뒤에서 따
라가는 아가씨가 바로 옛날 초원을 달리면서 사람을 죽이던 소선
녀라고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성숙하고 얌전했다.
 소선녀는 오늘 만큼은 각별히 치장을 잘 차렸다. 그녀는 긴 신
을 벗고 구슬신을 신었으며, 바지를 벗고 치마를 입었으니, 걸어
갈 때에도 옛날처럼 그렇게 급하지 않았다. 깨끗한 얼굴에 약간의
화장까지 했다.
 소어아는 몰래 엷은 미소를 띠웠다.
 (저러면 좋지. 저래야 여자 같군...... 그러나 그녀는 평일에는
싸움차림을 하고, 정말 싸울땐 또 이런 모양을 했는데 무엇 때문
일까? 혹시 화무결의 넋이라도 잃게 하여 싸우지 못하게 하려는
것은 아닐까?)
 화무결의 눈은 과연 마차 속에서 경계를 하는 것보다 놀라움에
차 있다고 하는 것이 적합했다.
 모용산인 연보산은 제일 앞에 걸어가면서 웃음띤 얼굴로 화무결
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들이 한발 늦게 와서 공자를 기다리게 한 것을 용서하시
오."
 그녀가 이토록 부드럽게 말을 하는데 화무결이 어찌 여자 앞에
서 실례를 할까. 그래서 즉각 길게 인사를 한 뒤 역시 미소를 띠
우며 말했다.
 "여러분들께서 늦게 온 것이 아니라 제가 너무 일찍 온 것 같
소."
 모용산이 흰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멋있는 공자님도 계시니 자연히 일찍 나와
서 구경을 해야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들은 일이 좀 바빠서 공
자와 같이 구경을 못 했오이다."
 "부인께서는 너무 겸손하시오. 제가 어찌 그럴 수가 있겠소?"
 "공자께서야말로 정말 겸손하고 다정하오. 어느 집의 아가씨가
복이 많아서 공자를 시중드릴 수 있겠소?"
 두 사람은 웃으면서 말을 하니 마치 정말 봄나들이 나온 명문규
수와 공자 같이 조금도 불쾌함을 찾을 수가 없다.
 여러 사람들은 모두 넋을 잃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것이 잘못 전해진 것은 아닐까? 그들의 모양으로 보아선 싸
울 것 같지 않은데!)
 화무결이 또 말했다.
 "남궁 공자와 진 공자도 곧 오시게 되겠지요?"
 "그들은 집에 볼 일이 있어서 모두 돌아갔소!"
 화무결은 잠깐 놀라운 빛을 보였다가 말했다.
 "그들 두 사람이 오지 않으면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죠?"
 "이 일은 다만 우리 자매와 공자간의 일이오!"
 모용쌍이 따라 말참견을 하였다.
 "모용가의 일은 남의 간섭을 받지 않아요."
 화무결은 다시 놀랐다.
 "그러나...... 부인들은 너무......."
 모용쌍이 웃으면서 그의 말을 받았다.
 "우리 자매가 비록 그들의 처이긴 해도 그러나 처의 일들은 때
때로 남편과는 아무 관련이 없을 수가 있소. 우리 모용자매가 어
찌 마누라의 일에 간섭을 하는 사람에게 시집을 갔겠소?"
 이번에는 모용산이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공자께서도 남편의 일에 참견하는 마누라를 좋아하지는 않으시
겠죠?"
 이 자매는 너 한마디 나 한마디 식으로 말해왔다. 화무결은 넋
을 잃고 아무 소리도 못했고 소어아는 몰래 웃으면서 혼자 생각했
다.
 (모용가의 아가씨를 아내로 맞이하면 정말 복이야. 분명 남궁유
와 진검은 화무결과 싸우는 것을 피하고 있는데도 그녀들에 의해
그들의 이름이 조금도 손상되지 않고 오히려 다정한 남편으로 취
급하게 되니 말이다.)
 남궁유와 진검의 신분으로는 남과 싸움을 피해서는 안 됐다. 그
 러나 그들이 화무결과 싸우면 필시 패하고야 말 일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가장 총명한 방법으로 오지 않았다.
 그들이 자기의 마누라들을 내보낼 수 있었던 것은 필시 그녀들
의 무술이 자신이 있는 것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어아는 이
런 추측을 했다.
 (이 영리한 모용자매는 무슨 묘책이 있을지?)
 강별학은 참고 있다가 그제서야 미소를 띠우면서 말을 걸어왔
다.
 "남궁 공자와 진 대협이 오지 않았으면 이 일을 어떻게 해결을
보겠오?"
 모용쌍의 눈이 그의 쪽으로 돌려졌다. 그러더니 얼굴의 웃음을
서서히 감추면서 말했다.
 "왜 해결을 못한다는 거요?"
 화무결은 기침소리를 낸 후 쓴웃음을 띠웠다.
 "제가 어찌 부인들과 싸우겠소?"
 소선녀가 큰소리를 치면서 끼어들었다.
 "당신이 왜 우리와 싸우지를 못한다는 거요? 왜 우리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오?"
 모용산이 말했다.
 "공자께서 우리와 싸우기 싫다면 다시는 우리와 강별학의 일에
참견을 마시오. 강별학은 이미 어린애가 아닌데 자기의 일을 처리
못하겠소?"
 그녀의 얼굴은 비록 웃고 있었다 해도 그 말투는 매우 날카로웠
다. 여러 사람들은 모두 웃으면서 강별학이 필시 이 말을 그냥 넘
기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강별학은 움직이지도 않고 미소를 띠우면서 말했다.
 "강호의 친구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오. 저는 평생에 사람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소. 더군다나 부인들은 잘못 판단하시고 오해
하신 거요."
 모용쌍이 화를 내며 큰소리로 외쳤다.
 "강별학, 당신 들으시오. 첫째, 이것은 절대로 오해가 아니고,
둘째, 당신은 우리를 다칠 수도 없을 것이오. 당신은 싸울 준비나
하시오!"
 "이 오해는 짧은 시간 동안에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알게 될 지도 모르오. 지금 제가 어찌 부인들에게
손을 쓰겠오? 부인께서 나를 죽인다 해도 나는 손을 아니 쓸 것이
오."
 이 말은 아주 극적으로 유효적절한 말이었다. 군중들은 이미 참
을 수 없어서 환호성을 올렸다. 소어아도 몰래 칭찬을 아끼지 않
으며 중얼거렸다.
 "천하에서 사람을 상대하는 데엔 그 누구도 강별학보다는 못 할
것이다. 더욱이 이런 장소에서 그의 재주를 보이다니."
 모용쌍이 분을 참지 못 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분명히 화공자가 당신을 못죽이게 할 것으로 알고 지금
이런 말을 하는데......."
 강별학은 담담한 여유를 보였다.
 "제가 만약 혼자서 일을 처리 못하면 지금 이곳에 오지를 않았
을 것이오."
 소선녀가 싸늘하게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구해 달라고 부탁을 할 땐 난처해야 할 텐데 당신은 입이 살아
서 말을 상당히 잘하니 얼굴 두꺼운 정도는 보기가 드물 정도군."
 강별학이 크게 한바탕 웃어제꼈다.
 "다행히 강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 누구도 내가 청원할 사
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돌연 한 사람이 큰소리로 외치면서 그들의 험악한 분위기 속에
끼어들었다.
 "최소한도 강 대협은 절대로 집으로 달아나서 마누라더러 싸우
라고 하지는 않겠지!"
 소어아는 자세히 보았다. 이 외침은 바로 그 이름이 나구(羅九)
인 구양정이었다. 그러나 모용자매는 외친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녀들은 듣지 못한 척하면서 마음 속으론 강별학과 이야기를
계속해야할까 망설였다. 쌍방의 수단이 비슷하니 더 이상 말싸움
만으로 끌수도 없었다.
 화무결은 시종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듣고만 있었다. 말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때에는 그는 절대로 말을 꺼내지 않는 성
미였다.
 소선녀는 돌연 큰소리로 외쳤다.
 "이렇게 말싸움만 하면 흑백을 가릴 수도 없으니 싸워 봅시다.
내가 먼저 화공자와 싸우는 게 어떻겠소?"
 화무결은 그녀를 아래 위로 훑어 본 후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과 나와 싸움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소?"
 소선녀는 눈을 치뜨면서 외쳤다.
 "왜 못해요? 우리가 전에는 친구였지만 지금은 틀려요!"
 화무결은 여전히 미소를 띠울 뿐 말을 하지 않았다.
 모용산이 다시 끼어들었다.
 "화공자는 필시 여자와는 싸우지 않으려는 속셈이군요?"
 "제가 만약 실수를 하여서 부인들이 화장을 못하게 하는 것도
죄인데, 어찌 부인들과 싸우겠소?"
 "그럼 공자께서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했으면 좋겠소?"
 화무결은 침울하게 모습을 바꾸었다.
 "제가 보기엔 이 일은 해결할 수 있을 것도 같소. 강형의 인품
은 강호에서 다 알고 있소. 부인......."
 모용쌍이 큰소리로 화무결의 말을 막으며 외쳤다.
 "이 일은 꼭 해결을 해야겠소. 공자께서 다른 수가 없으시다면
저에게 하나가 있는데."
 "어떤 것이오?"
 "우리들이 세 가지의 일을 말해서 공자께서 할 수 있다면 우리
들은 다시 강별학을 찾지 않을 것이오. 그러나 공자께서 할 수 없
다면 강별학의 일에 상관마시오."
 여기까지 들은 소어아는 드디어 깨달았다. 진검과 남궁유가 오
지않고 모용자매를 보낸 것은 다분히 화무결에게 손을 쓰지 못하
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녀들은 세 가지의 일을 가지고 화무결을
난처하게 만드려는 계산이었다. 다만 화무결이 유혹에 넘어가면
이번 싸움은 패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화무결도 바보가 아니라서 약간 침착하게 생각한 뒤 웃
으면서 말했다.
 "부인께서 세 가지의 일을 말한 뒤 제가 대답하지 못 한다
면?......."
 모용산이 웃었다.
 "우리가 어찌 공자가 하기 어려운 일을 말하겠소?"
 소선녀가 또 큰소리로 외치며 끼어들었다.
 "이 세 가지의 일을 말한 후 당신이 대답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해 보겠오. 이렇게 되면 공평하겠죠?"
 "부인께서 만약에 저보고 자수를 놓게 하면 저는 절대로 못하
오."
 모용산산이 말을 받았다.
 "이 세 가지의 일은 남녀 누구나 모두 할 수 있을 것이오. 난
다만 공자의 무공과 지혜를 시험해보려는 것뿐이에요."
 모용쌍이 따라서 말했다.
 "이 세 가지의 일을 공자께서 하지 못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다
면 공자의 지혜와 무공은 우리보다 못하다는 거요. 그럼 공자께서
는 다시는 우리의 일에 참견하지를 않겠죠. 그렇습니까?"
 화무결이 웃으면서 말했다.
 "정 그렇다면 저는 강호에서 물러나고 다시는 아무일도 참견하
지 않겠소."
 소어아는 이미 모용자매가 세 가지의 일 즉 이상한 일을 들고
나오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몰래 웃으며 혼자 중얼거렸
다.
 (화무결아, 화무결, 네가 대답을 하면 속는 것이다.)
 군중들은 모두 수근댔다.
 "시합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모용자매는 다른 수단을 쓸 모양
이지?"
 또 다른 사람의 말이다.
 "모용 아가씨가 만약에 화공자더러 땅을 개처럼 기어 다니게 하
면 화공자의 신분으로 어찌 그런 일을 하겠어? 그렇게 되면 지는
거지."
 그러나 어느 사람이 반박한다.
 "모용가도 강호에 이름이 퍼져 있으니 그런 일들은 하지 않을
 거야."
 화무결이 비록 말을 가볍게 하기는 했지만 퇴출강호(退出江湖)
네 글자의 비중은 너무 컸다. 그는 지금 명성이 점점 크게 퍼져가
고 있었으며 금후 수십 년의 강호 생애는 필시 화려할 텐데 오늘
지게 되면 그의 명성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만만한 자세였다.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긴장했고 모용자매는 조용히 상의를 했다.
 모용쌍이 드디어 결정을 본듯 돌아서며 말했다.
 "공자께서 '금계독립(金鷄獨立)'의 자세로 서서 남이 밀어도 넘
어지지 않는다면 공자가 이긴 셈이오."
 "그러나 부인께선 몇 사람으로 밀 작정이오?"
 모용쌍이 눈동자를 굴리면서 말했다.
 "약 이백 명으로 합시다."
 화무결은 잠시 동안 깊이 생각한 뒤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이 말이 나오자 군중들은 모두 놀랐다. 이백 명의 사람이 합하
면 그 힘은 상당한 것이다. 게다가 그는 '금계독립'의 자세로 서
있어야 하는 것이다.
 누구든 간에 한쪽 다리의 힘으로 이백 명의 힘을 견딜 수 있다
고 한다면 그는 머리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다. 화무결은 머리가
돈 사람도 아닌데 어찌 손쉽게 대답을 할 수 있었을까?
 이때 소어아는 속으로 가만히 생각했다.
 (다만 조금만 머리를 쓰면 당해낼 수 있다. 등을 벽에 대면 이
백 사람이 아니라 이백만 사람이라도 밀지 못할 것이다.)
 소어아는 화무결이 이런 점을 생각했는 줄로 알고 있었다. 그러
나 화무결은 산쪽으로 가지않고 빈터에 서서 한 다리를 들고 미소
를 띠우면서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셋까지 세면 시작하시오."
 모용자매는 서로 눈치를 교환했다. 그녀들의 눈길에서 기쁜 빛
이 나타났다.
 "좋소."
 계곡 내외의 몇 백 명의 사람들은 모두 화무결이 질 것으로 생
각하였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탄식을 하기도 했다. 화무결은 아
무 의지하는 것도 없이 빈터에 서있는 것이 이백 사람이 아니라
다만 두 사람으로도 그를 밀 수 있을 것 같이 보였다.
 화무결의 무공으로 말하면 백 명의 사나이도 그의 상대가 못됐
다. 그러나 이런 일은 아무런 기교도 사용할 수가 없는 일이다.
남이 백 근의 힘으로 밀면 상대방은 백 근의 힘으로 막아야하는
것이다.
 화무결이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그가 숫자를 헤아리는 동안 한쪽 발이 땅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
했다. 그 견고한 돌땅이 그의 발 밑에서 진흙과 같이 힘을 못썼
다.
 모용산이 마음 속으로 놀라면서 입을 열었다.
 "화공자는 이미 준비 되었는데 너희들은 무엇을 기다리지?"
 가마를 들던 열 여덟 사나이들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 그들
이 이미 합의가 돼 있었는지 달리면서 둘째 사람의 손이 첫째 사
람의 어깨에 잡고 셋째 사람의 손이 두번째 사람의 어깨에 잡는
식으로 힘을 모았다. 열 여덟 명은 발걸음을 더욱 빨리하면서 화
무결 쪽으로 달려 갔다.
 이렇게 미는 힘은 비단 여덟 사람의 힘을 합한 것일 뿐더러 그
들의 달리는 힘이 더해지는 것이다.
 화무결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 힘을 그대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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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13 즐감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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