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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룡] 절대쌍교(絶代雙嬌)4권 61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13|조회수47 목록 댓글 1


화무결의 기지(機智) 
 
 
 한 발이 아니고 두 다리로 힘껏 서있는다 해도 그것은 당하기가
힘든 것이었다. 군중들은 그가 필시 패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 열 여덟 사나이가 힘을 합하여 밀었으나 화무결은 넘
어지지도 않았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그의 몸은 더
욱 땅속으로 묻혀갔다.
 열 여덟 명의 사나이들이 용을 쓰면 쓸수록 그의 몸은 더욱 땅
속으로 박혀들어 갔다. 열 여덟 명 사나이의 이마에서는 구슬 같
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화무결의 다리는 거의 두 자나 땅 속에 묻혔다. 그의 다리가 비
록 강철로 만들어졌다 해도 돌 속으로 박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
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떠올랐다. 아무런 힘
도 쓰지 않은 것 같았으며 마치 모래 위에 서있는 것 같기도 했
다.
 군중들은 모두 마법을 보는 것처럼 넋을 잃었다.
 소어아도 역시 넋을 잃고 말았다.
 화무결이 사용하는 방법은 사람을 놀라게 하고 탄복을 시키기에
충분했다.
 만약 화무결이 등을 산에 기댔다면 모용자매가 트집을 잡지는
않았겠지만 사방의 관중들은 크게 실망을 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
리고 화무결의 사람됨을 보는 눈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열 여덟 명의 사나이는 돌연 땅에 쓰러지면서 몸 속의 힘이 모
두 빠져버린 듯 일어나지도 못했다.
 화무결은 이미 이화접옥의 무술로 교묘하게 그들의 힘을 방향을
돌려 밑으로 처지게 했다. 그들은 화무결을 밀고 있는 것 같았으
나 사실은 땅을 밀고 있었던 것이다.
 군중들은 그것의 오묘함을 몰랐다. 그러나 모르면 모를수록 화
무결의 무술에 대해서 더욱 탄복했다. 우뢰와 같은 갈채가 곳곳에
서 터졌다.
 모용구매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러나 화무결은 미소를 띠면
서 입을 열었다.
 "작은 재주라 부끄럽소?"
 모용산산은 나오지 않는 웃음을 억지로 웃어 보였다.
 "공자의 무공은 과연 불가사의하군요. 우리는 탄복했소."
 소선녀가 큰소리로 외쳤다.
 "첫번째의 일은 당신이 성공했다치고 이젠 두번째의 일이 기다
리고 있소."
 화무결은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땅에서 뽑았다.
 군중들의 갈채 소리는 한참 후에야 사라졌다. 그러나 마차 속에
서는 여전히 박수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소어아의 가슴은 아파왔
다.
 그 역시 비록 화무결의 무공에 대해서 탄복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박수소리는 그의 가슴을 찢어놓는 듯 했다.
 화무결이 다시 말했다.
 "그 두번째의 일은 무엇이오? 부인께서는 분부를 하시지요."
 모용산산은 눈동자를 굴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경성에 점심을 파는 집이 있는데 소소주라고 하오. 공자께선
알고 계신지요? 그 소소주에서 만든 팔보반, 천충고는 정말 맛이
좋은 음식들이오."
 이때 그녀가 돌연 소소주의 음식 종류를 말하자 군중들은 그녀
의 뜻을 몰라 모두 다 이상하게 여겼다.
 화무결은 여전히 태연자약했다.
 "나에게는 두 사람의 친구가 있지요. 그들 모두가 이 두 가지
음식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을 들었오."
 소어아는 자연히 그가 말하는 친구가 누구와 누구인지를 알고,
철심난이 그와 같이 팔보반을 먹는 모양을 생각하니 극도로 화가
치밀었다.
 모용산이 조용히 애교있게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는 이 두 가지의 음식을 좋아하고 있으며 지금도 잊지 못
하고 있는데 공자께서 좀 구해줄 수 있을까요?"
  그녀의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했다. 화무결더러 점심을 구
해오라 하다니? 이것이 바로 그녀들이 화무결에게 하라는 두번째
의 일일까? 이 일은 너무 도리에 맞지 않았고 또 너무 쉬운 일이
아닌까?
 화무결도 마음 속으로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들의 요구
에 대해서는 종래에 거절을 하지 못해온 그였다. 그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결국 웃으면서 답했다.
 "제가 만약에 부인들을 그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영광
이겠오!"
 모용산이 그의 말을 받았다.
 "그러나 이 두 가지의 음식은 따뜻할 때 먹어야 하오."
 화무결이 한참 생각한 뒤에 그녀들에게 말했다.
 "제가 사 가지고 올 때는 필시 더운 것일 거요."
 모용산이 더욱 달콤하게 웃었다.
 "그러나 공자께서는 두 발을 땅에 닿게 하지 않고 다녀올 수 있
겠습니까?"
 이 말이 나오자 군중들은 난점이 여기에 있는 것을 알았다. 어
떻게 두 발이 땅에 닿지 않고 안경성에 갔다 올 수 있단 말인가!
 안경성은 비록 멀지는 않아도 결코 가까운 곳이 아니었다. 화무
결의 경공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한 번에 그토록 나를 수는 없었
다.
 군중들은 화무결이 가볍게 응답하는 것을 보자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일은 또 하나의 계교였다. 그러나 화무결이 하지 못하고 모
용산이 하게 된다면 화무결의 사람됨으로써 지는 수밖에 없었다.
 이때 화무결이 돌연 신발을 벗고 웃으며 말했다.
 "나의 양발이 땅에 닿는가 그렇지 않는가의 여부는 이 버선으로
알 수가 있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이미 연기처럼 날아가 버렸다.
 그는 마차를 타지 않고 말도 타지도 않았지만 두 개의 나무가지
를 양손에 나누어 들고 왼손의 가지로 땅을 접하면서 이미 석장밖
으로 날았다. 다시 오른손의 가지로 접하니 사람은 이미 여섯장
밖으로 날라갔다. 멀리서 그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부인, 잠깐만 기다리시오. 제가 즉각 올 테니."
 그는 한 손으로 한기회수의 경공으로 절정의 무술을 전개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경공을 사용할 수는 있었지만 잠깐의 시간으
로 수십 리를 왔다 갔다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군중들은 모두 수근거리며 화무결이 한 손으로 견딜 수 있는지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모용자매의 얼굴은 벌써 웃음을 볼 수
없었다. 이미 긴장에 싸여 있었다.
 의논이 분분하던 중에 시간은 무척 빨리 지나간 것 같이 느껴졌
다. 잠시 후 멀리서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더니 화무결이 이미 눈
앞까지 다가왔다. 그의 입에는 물건이 물려 있었던 것이다.
 한쌍의 버선은 여전히 흙이 묻지 않은 채 깨끗한 그대로였다.
 군중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치면서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
다.
 "화공자는 과연 발이 땅에 닿지 않고 안경성을 갔다왔구나."
 환호성 속에 화무결은 몸을 뒤짚으며 벗었던 신발을 신었다. 곧
이어 물건을 모용산의 앞으로 내밀며 빙그레 웃었다.
 "제가 명령대로 가지고 왔으니 부인께서는 식기 전에 잡수시지
요."
 모용산이 억지 웃음을 보이면서 말했다.
 "공자, 고맙소!"
 그녀는 포장을 뜯었다. 그 속에는 과연 뜨거운 팔보반과 천충고
가 들어 있었다. 그녀는 그중 하나를 잡고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이 달고 향기로운 천충고가 그녀의 입속에서는 매우 썼다.
 화무결이 사용한 것은 영리한 방법이 아니었다. 그러나 소어아
는 그가 비록 영리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끝내는 탄복을 했다.
 그는 첫번째의 방법으로 그의 놀라운 내력을 나타냈고, 두번째
의 방법으로 그의 경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가 만약에 이 두 가지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군중들은
비단 칭찬하지 않았을 분더러 그를 욕했을 것이다.
 소어아는 억지로 쓴웃음을 지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정말 때때로 사람의 머리는 영리하지 말아야 돼. 이 모용자매
 는 너무 영리해서 남을 놀려볼까 하였으나 결국 손해 보는 측은
그들 자신이야.)
 그는 비록 모용자매를 이야기하지만 그 자신도 그렇다고 느꼈
다.
 모용산산은 억지로 천충고를 먹었지만 정말 그렇게 맛있던 음식
이 이렇게 먹기 어려울지는 몰랐다.
 화무결은 안색이 변하지 않고 있다가 그녀가 다 먹은 후에야 입
을 열었다.
 "그럼 세번째의 일은?"
 성미가 급한 소선녀는 참을 수가 없어서 큰소리로 외쳤다.
 "하나의 집이 있는데 문은 닫혀 있어요. 당신은 몸을 위 아래로
문에 부딪치지 않고 또 다른 물건으로도 부딪치지 말고 들어갈 수
있겠오?"
 이것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군중들은 더 어려운 일
이라도 화무결은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소어아는 몰래 웃으면서 중얼댔다.
 "이 세번째의 일은 두번째의 일보다 더 어려운데. 어떻게 손을
문에 대지 않고 문을 열 수 있단 말인가?"
 화무결이 한참 동안 침울하게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여기에는 집이 없는데 이 마차는......."
 모용쌍이 말을 받았다.
 "마차도 좋아요. 당신의 손이 마차의 문을 건드리지 않고 마차
속으로 들어갈 수 있으면 당신이 이긴 것으로 하겠어요."
 화무결은 눈길을 모용산 쪽으로 돌리면서 다짐하듯 물었다.
 "정말 그렇소?"
 모용산이 가만히 계산을 하는 듯 해보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마차와 집은 한 가지에요."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화무결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갔다.
 "내가 이 일을 해내면 부인은 다른 의견이 없겠죠?"
 모용산산은 결정한 듯 말했다.
 "공자께서 일을 할 수 있으면 우리들은 물러가겠소."
 "정 그렇다면 부인께선 보시오......."
 그는 말을 하면서 마차쪽으로 향했다.
 소어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자식이 격산타우(隔山打牛)의 벽공장력으로 마차 문을 열려
는 것일까?)
 화무결이 마차 앞으로 다가오더니 돌연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
다.
 "철(鐵) 아가씨, 문을 여시오!"
 마차 속에서 곧이어 은방울 같은 웃음을 웃으면서 한 여인의 목
소리가 새어나왔다.
 "네 그러지요."
 군중들은 놀라고 이상히 여겼다. 그리고는 드디어 크게 웃었다.
소어아까지도 참지 못하여 웃어버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은
방울 같은 목소리가 누구인지 알자마자 더 이상 웃지를 못했다.
 모용자매는 화무결이 마차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넋을 잃
고 말았다.
 화무결은 마차 속에서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부인들의 규칙을 위반하지는 않았소. 이미 마차 속에 들
어왔으니 부인께서는 내가 승리한 것으로 하겠지요?"
 모용자매는 넋을 잃은 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군중들은 모두 웃어버렸다.
 화무결이 사용한 방법은 모용자매보다도 또 소어아보다도 더욱
영리했다. 그가 이러한 방법을 마지막으로 사용하자 군중들은 비
록 그를 경멸도 실망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의 기지에 대해 탄
복하는 한편 환호성을 올리기도 했다.
 "화공자는 당연히 이겼으니 그 누구도 할 말이 없지!"
 모용자매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모용쌍은 다시 모용산을 바라보
았다.
 모용산산은 억지 웃음을 지을 뿐 아무 방법도 없는 듯 보였다.
 그녀가 발을 딛으면서 가마에 올라 타자 모용쌍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소선녀는 강별학을 바라본 후 한마디를 던졌다.
 "당신은 만족하지 마시오. 우리는 기회를 기다릴 테니."
 강별학은 그녀를 바라보면서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소선녀도 고개를 돌렸다. 열 여덟 명의 사나이는 세 채의 큰 가
마와 작은 가마를 들고 급히 산곡을 빠져나갔다.
 강별학이 그제서야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화형(花兄)의 기지와 무술은 과연 둘도 없으니 제가 정말 탄복
을 했오!"
 군중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화무결은 손을 들어 인사
를 하면서 마차에 올랐다.
 소어아는 마차를 바라보면서 마차 속의 철심난을 생각했다. 가
슴이 찢어지는 듯이 아파왔다. 한참 후 그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내가 왜 그녀 때문에 이렇게 가슴이 아파해야 하나? 이건 확실
히 이상한데?"
 철심난이 그의 곁에 있을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녀가 남과 함께 다니게 되자 그는 그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
각 되었다.
 그 자신도 철심난이 어찌 이렇게 중요하게 여겨지는지 이상스러
웠다. 그는 전에 절대로 그녀가 자기를 이토록 가슴 아프게 할 줄
은 몰랐다.
 그는 마치 자기가 바보인 것으로 느꼈고 미친 것 같이도 생각했
다.
 그는 세상에 자기와 같은 병신이 있는 줄 몰랐다. 병신도 가지
가지지만.
 병신 같은 사람은 언제든지 자기가 얻지 못하는 것 때문에 애를
태운다. 그러나 막상 얻고 나서는 그 즐거움을 모른다. 그러다가
잃어버릴 때는 다시 후회하는 게 통상이었다.
 이것도 세상 사람들의 통곡이 쾌락보다 많은 원인인가!
 소어아는 한동안 넋을 잃고 있다가 돌연 사람들 틈에서 두 명의
키가 크고 뚱뚱한 사람을 발견했다. 그제서야 그는 도교교의 일이
생각났다.
 그는 나무에서 내려와 나구(羅九) 구양정의 어깨를 가만히 쳤
다. 구양정이 고개를 돌리다가 안색이 변해버렸다.
 그는 수시로 남을 조심스럽게 방비해왔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
은 항상 긴장된 상태에 있게 되는 것이다.
 소어아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당신은 항상 이렇게 긴장하는 데도 마르지 않으니 정말 이상한
일이군."
 구양정이 그를 알아본 후에야 쓴웃음을 지었다.
 "미인도 없고 하니 자연히 매일 먹기만 하지. 그렇게 되면 살만
찌는 것도 당연하지 않소?"
 소어아는 눈길을 돌리며 웃고 나서 말했다.
 "두 분이 벌써부터 내가 그 아가씨를 데려간 줄 알고 있었군."
 구양정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당신 외에 그녀가 누구를 따라 가겠소?"
 구양정도 따라 웃었다.
 "그 계집에게도 흥미가 있어서 그녀를 데리고 갔는 줄 아는 데
요."
 그러나 두 사람은 이번에는 계산을 잘못했다. 더욱이 그 계집애
가 도교교인지 모르고 그 계집애도 소어아가 데리고 간줄 알았다.
 소어아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웃으면서 말했다.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좋지. 두 개는 하나보다 좋고."
 구양정은 크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렇소. 당신 말이 맞소. 그 말을 모든 사람들이 기억해야 하
오."
 세 사람은 계곡을 걸어 나와 어느덧 도교교의 마차 앞까지 다다
랐다. 소어아는 돌연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두 분께서는 가시오. 다음에 다시 봅시다."
 구양정이 뜻있는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형씨께서는 다시 여인을 만나러 가시는 것이 아니오?"
 "혹시......."
 그는 유의 무의간에 마차쪽으로 가면서 다시 말했다.
 "두 분은 왜 안가시오?"
 구양정이 눈동자를 굴리면서 다시금 웃었다.
 "우리는 할 일이 없으니 형씨와 이야기를 하고 싶소!"
 소어아는 일부러 애타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대답했다.
  "난 다른 곳으로 가야하오. 두 분......."
 구양당이 큰소리로 말을 받았다.
 "딴 곳으로 가는 것이라고?"
 구양정이 마차로 달려와서 문을 열었다. 그는 만면에 웃음을 띠
우며 박수를 쳤다.
 "나의 예상이 과연 맞군. 가인(佳人)이 여기에 있었어."
 구양정은 음탕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옛말에 복숭아를 줬으면 자두라도 받으라 했소. 형씨는 나의
복숭아를 먹었으니 자두라도 내어 놓으시오."
 형제 두 사람은 모두 마차에 올랐다.
 구양정이 웃으면서 말했다.
 "형씨도 올라 오시오."
 구양당도 따라 웃었다.
 "우리 형제는 두들겨 팬다 해도 가지 않을 거요."
 소어아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내심 웃고 있었다.
 (죽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오늘은 필시 큰 손해를 볼 것이
다.)
 그는 못 이기는 척하며 이맛살을 찌푸리더니 마차에 올랐다. 타
자마자 탄식이 그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이럴줄 알았으면 방금 당신들을 피할 걸 그랬어. 내가 왜 인사
를 했지...... 아 너무 재미에 빠져서 그랬나?"
 마차가 서서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양 형제는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교교는 고개를 숙이고 마치 부끄러운 것 같이 몸을 꼬았다.
 구양정은 다시 크게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하루 사이인데 아가씨가 어찌 이렇게 더 예뻐졌지?"
 구양당도 한마디 거들었다.
 "비가 오고나면 꽃이 더욱 예뻐지지. 이런 도리도 모르나!"
 도교교는 시종 수줍은 듯이 앉아 있었다.
 소어아도 도교교가 어떻게 손을 쓸지 궁금해하며 시치미를 뚝
떼고 앉아 있었다.
 마차는 갈수록 속도를 더해가며 인적을 빠져나가서 황야의 너른
교외를 달리고 있었다.
 구양정은 얼굴을 찌뿌리며 조급한 기색을 나타냈다.
 "형씨의 보금자리는 어찌 이토록 멀지?"
 소어아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자두를 먹고 싶으면 좀 참아야지."
 이번에는 구양당이 끼어들었다.
 "그건 그렇지만......."
 이때 도교교가 갑자기 고개를 들며 애교있게 웃었다.
 "다만 그 자두는 맛이 이상해서 당신들은 잘 먹지 못할 거예
요."
 구양 형제는 동시에 놀라면서 무엇인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그러나 구양정이 곧 껄껄 웃었다.
 "아가씨는 언제부터 이렇게 말을 잘하게 되었지?"
 도교교는 이제까지 부끄러워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맹랑하게
말을 받았다.
 "벌써부터죠. 이미 이십 년이 되었어요."
 구양 형제의 안색이 변했고 은근히 차문을 힐끔 바라보며 뛰어
내릴 생각이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소어아는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도 고모는 어찌 이렇게 참을성이 없어졌지. 일을 그르칠 텐
데.......)
 이때 '푸'하는 소리가 나면서 마차 좌석 밑에서 돌연 네 개의
손이 뻗쳐 나왔다. 구양 형제는 꿈 속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좁은 마차 안이라 앞에 있는 사람이 돌연 달려든다 해도
방비하기가 어려운데 엉덩이 밑에서 손이 뻗혀 나오다니!
 그들의 양팔은 이미 네 개의 손에 잡혔고 그 손은 굵은 쇠줄로
조이듯 둘을 꼼짝 못하게 해버렸다.
 구양정이 극도로 놀라서 떨리는 목소리로 우물거렸다.
 "형...... 형씨 당신이...... 어찌 이렇게?"
 소어아도 놀라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이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나에게 묻지 마시오."
 구양정은 도교교를 바라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이건 아가씨의 행위요?"
 도교교는 살살대며 말했다.
 "내가 아니면 누구냐?"
 그녀는 누가 말을 물어오면 '예' 혹은 '아니오'라는 대답을 하
지않고 오히려 반문하는 버릇이 있었다.
 구양 형제는 말투를 듣자 얼굴에 혈색이 조금도 남지 않을 만큼
창백해졌다.
 구양당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지금도 나를 모른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야."
 "나...... 우리 형제가 어찌 아가씨를 알겠소?"
 "나를 모른다면 왜 그토록 무서워하지?"
 구양정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끼어들었다.
 "무서워? 누가 누구를 무서워해......."
 구양당도 껄껄 웃으면서 농을 걸기 시작했다.
 "우리 형제는 아가씨가 장난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소!"
 도교교는 탄식을 했다.
 "구양정, 구양당, 시치미를 떼봐야 소용없어."
 구양정은 정말로 시치미를 뗐다.
 "구양정이 누구요?......."
 구양당 역시 딱 잡아뗐다.
 "우리가 듣기론 그들이 바싹 마른 사람이던데...... 하하......
하하......."
 그는 크게 웃고 싶었다. 그러나 긴장으로 얼굴의 근육이 딱딱해
져서 크게 웃을 수가 없었다. 도교교는 싸늘하게 그들을 바라보면
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구양당은 몇 번인가를 건성으로 웃고난
후 구양정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자네가 구양정인가?"
 구양정이 대꾸했다.
 "내가 만약에 구양정이면 너는 구양당이겠지."
 "알고보니 우리가 구양정, 구양당이군...... 하하 재미있어."
 "마른 사람이 이렇게 뚱뚱하게 되어 버릴 수도 있나? 원참!"
 도교교는 싸늘하게 쏘아 붙였다.
 "뚱뚱해지는 약이라도 먹은 모양이지."
 "그렇소. 우리 형제는 정말 그런 약을 먹었을 거요. 하하."
 도교교는 싸늘한 눈빛을 내며 말했다.
 "지금은 때가 됐어. 너희들이 약을 토할 시기가 말이야."
 "이거...... 하하 하하!"
 구양당이 구양정의 말을 받았다.
 "그거...... 하하 하하."
 이것을 본 소어아는 그들이 무슨 나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추측
하고 있었다.
 이때 돌연 마차 좌석 밑에서 한 사람의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구양 형제는 이십 년 동안 하얗게 늙었고 뚱뚱하게 되기도 했
지만 '하하하'고 웃는 법도 배웠군. 그들을 내 제자로 삼는 게 어
때?"
 심술궂은 목소리가 다시 뒤를 이었다.
 "정말 저 놈들을 제자로 삼게 되면 내 바지까지 빼앗기고 엉덩
이를 드러낸 채 길거리로 나앉게 될 것이오. 하하."
 형제 두 사람이 서로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한숨을 쉬었
다.
 그리고 곧 구양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두 분 형님을 엉덩이로 누르게 됐군요. 정말 죄송스럽
소."
 백개심이 자리 밑에서 그의 독특한 웃음을 지어가며 말했다.
 "그건 상관없어! 도 누님은 이 속을 내 집 침대보다 잘 꾸며 놓
았지. 술도 있고 고기도 있으니......."
 합합아도 다시 따라 웃으면서 말했다.
 "다만 너희들의 큰 엉덩이가 머리 위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니 구역질이 나서 먹지 못할 뿐이야."
 구양당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두 분이 손을 놓지 않으면 저희가 일어 설 수가 없고 일어서지
를 못하면 두 분이 밑에서 불편하게 있어야만 하니...... 도 누
님,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도교교가 재미있다는 듯 말을 받았다.
 "간단하지? 너희들이 먹은 약을 토하면 손을 놓을 것이야."
 백개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면 죽던가."
 합합아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하하, 그거 좋은 생각인데."
 구양정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나왔다.
 "도 누님께서 맡긴 물건은 벌써부터 악인곡에 갖다 줄 생각이었
는데, 다만......."
 도교교는 싸늘하게 비웃으며 말했다.
 "다만 물건이 보이지 않는단 말이지. 그렇지?"
 구양정은 쓴웃음을 지었다.
 "도 누님의 말이 틀림이 없소. 당신들이 입곡한 이듬해에 그 물
건들을 몽땅 남에게 빼앗겼소. 우리는 누님을 노하게 할까봐 그래
서...... 그래서......."
 구양당이 말끝을 이어 받았다.
 "그래서 피해다니며 나타나지를 못했소."
 도교교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심지어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
 "누가 빼앗아 갔지?"
 구양정이 탄식을 하면서 말했다.
 "노중달이오."
 구양당도 옆에서 거들었다.
 "바로 그 남천 대협이라는 사람이오. 바로 두살 형님이 처음 강
호에 들어섰을 때 팔을 자르려고 했던 그 자식이지요."
 도교교가 갑자기 깔깔 웃었다.
 "합형, 이놈들의 거짓말이 재미있지 않소?"
 합합아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하, 과연 그렇군. 우리가 노중달에게 묻지 못할 것을 알고
는......."
 백개심이 히히 하며 괴상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일은 증명하기가 어렵지."
 구양정이 큰소리로 외치다시피 말했다.
 "내가 말한 것은 모두 진실이오."
 구양당의 언성이 높아졌다.
 "만약에 조금의 거짓이라도 있으면 하늘이 나를 죽일 것이고 그
리고 다음 세대는 돼지로 태어날 것이오."
 도교교는 고개를 돌리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합합아와
백개심 두 사람도 잠잠했다.
 구양 형제는 번갈아 한마디씩 입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변명을
했지만 도교교는 한마디도 들리지 않는 듯 창 밖만을 쳐다보고 있
었다.
 이때 돌연 마차가 멈추더니 창 밖에서 한 사람이 얼굴을 안으로
들이 밀었다.
 그 얼굴은 매우 얼음처럼 싸늘하고 투명해 보였다.
 구양 형제는 그 얼굴을 보자 마치 머리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멍
해져 온 몸을 벌벌 떨었다. 구양정이 마른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
다.
 "알고보니...... 두살 형님도 여기네 계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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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13 즐감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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