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모인 사람들 구양 형제는 조금 전까지도 열심히 변명을 했었으나 두살의 얼 굴을 보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도 못했다. 소어아는 혈수 두살을 보자 웬지 모르게 친밀한 느낌이 들고 반 가와 인사를 올렸다. "두 대숙, 안녕하셨습니까?" "음, 잘 있었는가?" 소어아를 바라보는 그 순간만은 그의 눈길 속에도 부드러움이 담뿍 담겨 있었다. 그러나 눈길을 구양 형제의 몸으로 옮겼을 때 는 살기가 철철 넘쳐 몸이 오싹할 정도로 싸늘하게 변해 있었다. '탁'하는 소리가 나며 쇠뭉치와 같은 것이 마차의 창문 위에 걸 쳐졌다. 바로 혈수 두살의 손이었다. 그는 마차 문을 연 후 아무말도 하지 않고 구양당의 얼굴을 강 타하기 시작했다. 이십여 차례나 주먹질을 하고 나서야 그는 싸늘 하게 입을 열었다. "날 알아 보겠지?" 구양당의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는 웃음을 억지로 지으 며 겨우 입을 열었다. "동...... 동생이 어찌 두 형님을 몰라 보겠소?" 두살은 여전히 싸늘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알아본다는 말이지!" 두살은 구양 형제의 오른쪽 무릎의 독비혈을 짚고는 구양정을 몇대 후려쳤다. 그리고는 마차에서 내리면서 무서운 소리로 외쳤 다. "내려와!" "동...... 동생의 다리는 이미 움직일 수 없는데 어찌 내려 가 겠소?" "다리를 쓰지 못하면 기어서라도 내려 와야지." 구양 형제는 서로 바라본 후 얌전히 기어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도교교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대소를 터뜨렸다. "역시 두 노대는 수단이 좋군. 구양 형제가 꼼짝하지 못하고 쥐 가 고양이를 본 것 처럼 벌벌 기니 말이야." 합합아가 마차 밑에서 나오며 끼어들었다. "흉악하고 교활한 사람일수록 내가 상대할 방법이 있지." 마차는 황야의 한 저택에 멈추어져 있었다. 마차를 몰던 사람은 언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합합아는 소어아의 손을 잡으며 말을 걸어왔다. "하하, 그간 얼마나 많은 여자를 유혹하고 죽게 했지?" 소어아는 웃으며 대꾸했다. "아직 삼백 명도 못되요." 합합아는 그의 어깨를 치며 크게 웃었다. "아직 멀었군. 금후에는 더욱 노력을 해!" "더 유혹을 계속하면 나도 죽고 말 게요?" 소어아는 말을 하면서 돌연 다리를 뻗어 뒤에 걸어 오던 백개심 을 걸어 넘어뜨렸다. 백개심은 곧 벌떡 일어나면서 안색도 변하지 않은 채 그 독특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결코 손해를 보려 하지 않는구나." "아직도 멀었으니 더 두고 보시지." 백개심은 머리를 매만지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되면 난 견딜 수가 없는데. 더 하다간 나의 목숨을 앗 아가겠는 걸!" 그들은 모두 황야의 저택으로 들어섰다. 낡은 대청 위엔 불이 피워져 있었고 그 무엇인가가 끓고 있었다. 한 사람이 불가에 앉아 있었는데 그는 조금 전에 마차를 몰고 왔던 사람 같았다. 인피가면을 했는지 이렇게 더운 날씨에 불가에 앉아 있는데도 이마에 한 방울의 땀도 보이질 않았다. 사람들은 들어 오면서도 마치 그를 보지 못한 척 했다. 도교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소어아야, 빨리 이 대숙을 만나 보고 싶지 않느냐? 요 몇 년 사이에 그는 매일 같이 너를 생각했었지. 어쩌면 그는 너의 살을 먹고 싶어서 그러는지도 몰라." 소어아는 웃으면서 대꾸했다. "한 번 인사도 못갔으니 이 대숙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요?" 합합아가 끼어들었다. "그건 몰라도 적어도 오늘 만큼은 화가 나있지...... 하하 도교 교가 그에게는 마차를 몰게 하고 백씨는 마차에 앉게 했으니 그는 가슴 속이 터질 것만 같았을 거야." 소어아는 걸어 가면서 한바탕 웃었다. "이 대숙, 정말 화를 내지 마세요. 사람이 화를 내면 고기가 쉬 어요." 이대취는 참을 수 없었던지 웃기 시작했다. 그는 소어아의 손을 잡으면서 입을 열었다. "너 이자식아, 아직 그 말을 기억하고 있구나." "그것이야 말로 진리인데 내가 어찌 잊겠어요?" 이때 구양 형제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기어들어 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온몸과 얼굴이 흙투성이였고 두 마리의 큰 돼지 같았다. 혈수 두살은 싸늘한 얼굴로 그들의 뒤를 따라오면서 그들이 느 려지기만 하면 옆구리를 한 번씩 걷어찼다. 두 사람을 대하는 것 이 집에서 키우는 집 짐승을 다루는 것 보다도 못하였다. "이십 년 이래 처음으로 우리 형제들이 이렇게 많이 모였군. 크 게 경축하는 연회라도 열어야지." 도교교는 껄껄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강호에서 우리가 모두 모였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놀라서 간이 떨어질 거야." 이대취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간이 떨어져 버리면 안 되지. 간이 얼마나 맛있는데." 소어아는 가만히 그들을 보며 자기 어린시절을 회상하자 마음 속에 아련한 감정이 가득찼다. 이 사람들은 비록 악인들이었지만 그러나 그의 눈에는 사람마다 친숙한 얼굴이었다. 소어아는 기뻤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다시 강호에 나타나 많은 사람들을 해칠 생각을 하자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도교교가 침묵을 깨뜨렸다. "음 노구만 아직 도착을 안했군. 무슨 일이 생겼나? 왜 아직도 오질 않을까?" 이대취가 그녀의 말을 받았다. "그 사람은 일을 할 때 극히 비밀스럽게 하지. 어쩌면 벌써 와 있는지도 몰라. 혹시 지금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이때 구양정이 땅을 기면서 웃음 섞인 말로 이야기 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저도 여러 형님들이 모인 것을 보니 매우 기쁘오." 구양당 역시 급히 웃으면서 구양정의 말에 한마디를 더 부언했 다. "정말 술을 마시고 경축을 해야겠군요." "그래! 하지만 우리 돈을 너희가 다 가로챘으니 어찌 술을 살 여유가 있겠나?" 도교교의 말이었다. 구양정이 그 말을 황급히 받았다. "도 누님이 동생을 놓아주시기만 하면 동생은 즉각 그 노씨를 찾아서 목숨을 걸고라도 물건을 빼앗아 오겠소."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살이 그의 팔을 잡어 비틀었 다. "두형, 나는 거짓말을 안 했소. 제발 살려주시오." 두살의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싸늘했다. "물건이 어디에 있지, 말해봐?" "정말...... 정말 노중달이......." 두살은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다시 후려쳤다. 그의 입에서는 ' 달'이란 소리와 함께 피가 쏟아졌고 그 속에는 세 개의 이빨이 함 께 섞여 있었다. 도교교는 화로에 꽂혀 있던 벌겋게 단 쇠젓가락을 뽑아 들고 가 볍게 구양당의 목에 대며 애교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두형처럼 수단이 악독하지 못해서 너를 때리지는 못한다. 하지만 네가 말을 하지 않는다면 불덩어리의 맛을 좀 봐야지." 구양당은 땅을 뒹굴다가 이대취의 앞으로 굴러 애원을 했다. "제가 말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오. 이형, 당신...... 옛날의 친분을 보아서라도 제발 좀 봐 주시오." 이대취는 탄식을 했다. "도 누나가 너를 아프게 했는가?" "아파...... 죽겠오." "어디가 아픈가?" "온 몸이 아프오. 더욱이...... 더욱이 목은......." 이대취는 손을 들어 그의 목을 가만히 매만졌다. "여긴가?" 그의 목소리에는 농담기가 담뿍 들어 있었다. 구양당은 쓴웃음을 지었다. "음...... 네...... 바로 거기요." "좋아, 내가 그 살을 베어버리지. 그러면 아프지 않을 거야." 구양당의 놀라움은 대단했다. 그는 말조차 제대로 잊지 못했다. "이...... 이형, 당신이......." 구양당이 더듬거리는 사이 이대취는 벌써 신발 속에서 작은 칼 을 빼어 들고는 구양당의 목에서 살점을 도려 내었다. 그는 그 살 점을 불 위에 올려 놓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중얼거렸다. "불고기는 소금과 후추가루를 치면 맛이 좋아지지. 그런데 오늘 은 후추가 없어." 그는 옆에 놓인 단지 속에서 소금을 꺼내서 살에다 뿌린 뒤 입 속에 넣고 우물거리며 씹었다. 소어아는 살점이 불에 타는 소리를 듣자 온 몸에 소름이 끼쳤 다. 더구나 먹는 소리를 듣고는 토하고 싶었다. 백개심, 도교교도 모두 고개를 돌리고 외면했다. '왝'하는 소리가 나면서 구양당은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자기 몸의 살점이 남에게 먹히는 것을 보자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 다. 이대취가 또 다시 중얼거렸다. "요 몇 년 사이에 너희들은 무술을 열심히 연마했구나. 살점이 탄탄한 것이 탄력이 있어." 구양당의 얼굴은 피가 범벅인데다 토한 것까지 묻어 있어서 사 람의 모습 같지도 않았다. 그는 짐승처럼 땅을 기면서 통곡을 했 다. 덩치가 큰 남자가 땅을 기면서 우는 모습은 정말 보기가 흉했 다. 이대취는 고개를 돌려 이번엔 구양정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너도 몸이 아프냐?" 구양정이 겁에 질려 우물거렸다. "아...... 아프지 않소. 조금도 아프지 않소." 이대취는 그의 얼굴을 만지면서 가련한 듯이 말했다. "정말 불쌍하군. 노대가 너를 이토록 만들었으니 어찌 아프지 않겠어?" 구양정이 파리하게 질렸다. "정말 아프지 않소......." 이때 두살이 다가서더니 발로 그의 얼굴을 걷어차며 싸늘하게 말했다. "지금은 아프겠지?" 구양정은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는데다 너무 아파서 말을 하지 도 못했다. 이대취가 싱긋 웃었다. "지금은 필시 아플 테니 내가 아프지 않게 해주지!" 그는 다시 칼로 그의 얼굴에서 살점을 베어 낸 후 불에다 구워 먹으면서 말했다. "이상한데. 이 고기는 돼지 간이 아닌데 어째서 돼지 간 냄새가 나지...... 부어 오른 살은 맛이 없구나. 네 놈은 요즘 몸이 안 좋은 모양인데." 소어아는 분명히 이 구양 형제가 누구보다도 악한 줄은 알고 있 었으나 그들의 모습을 보자 측은한 생각이 들어 그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구양정이 소리쳤다. "말을 하겠오. 그 물건들은 아직 건재하오. 노중달은 손을 대지 도 않았오. 모두 거짓말이었으니 용서하시오." 소어아는 탄식을 하며 중얼거렸다. (말을 할 바엔 왜 일찍 말을 하지 않고 꼭 남이 이런 방법으로 상대하게 하고야 마는가!) 도교교도 그제서야 웃었다. 두살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물건이 건재하다면 어디에 있지?" 구양정이 떨리는 소리로 말을 받았다. "말을 한 후에 우리를 죽이지는 않겠소?" 합합아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하하, 우리는 본래 형제와 같은데 어찌 너희들을 죽이겠느냐?" 그러나 구양당은 못 믿겠다는 눈치였다. "두 노대가 보증을 해야 마음을 놓을 수 있소." 혈수 두살이란 사람은 비록 악한 사람이었지만 말을 하면 꼭 실 천을 하는 사람이었고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두살이 싸늘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직하게 말을 하면 절대로 너의 목숨은 다치지 않겠다." 구양정은 안심이 된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물건들은 바로 구산의 어느 동굴에다......." 구양당이 급히 말을 받았다. "제가 지도를 그릴 수 있소." 옆에 있던 이대취가 그의 어깨를 치며 탄식을 했다. "진작 말을 했더라면 너의 고기를 먹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야." 잠시 후 지도가 완성되자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며 손을 동시에 내밀었다. '퍽 퍽' 하며 주먹이 오가다가는 네 쌍의 손이 동시에 거두어 졌다. 이대취는 분을 참아가며 큰소리로 말했다. "이 지도는 두 노대에게 보관하도록 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마 음이 놓이질 않으니까." "그렇소. 두 노대 외에는 나도 안심을 할 수 없소." 그들이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동안 창 밖에 그림자 하나가 나타 났다. 합합아가 재빠르게 말했다. "하하, 음 노구는 역시 영리한 사람이군. 우리는 한 나절의 시 간을 허비했는데 그는 힘도 들이지 않고 알맹이를 빼먹으 니......." "나는 편했는 줄 알아?" 도교교가 웃으면서 그의 말을 받았다. "왜, 귀신이라도 봤소?" "방금 귀신을 만났지." "무슨 귀신? 목 매어 죽은 귀신이라도 보았느냐?" 합합아의 조롱섞인 말이었다. 음구유는 눈길을 소어아의 몸으로 돌리며 돌연 음산하게 웃더니 서서히 입을 열었다. "소어아, 네가 말해 봐라. 무슨 귀신이지?" 소어아는 눈동자를 굴리면서 웃었다. "두 백부를 잡을 수 있는 귀신은 얼마 없지요. 그러나 두 백부 를 무섭게 하는 사람이 하나 있기는 있죠." 도교교는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연남천을 만난 것이오?" "그를 만났다면 여기에 올 수 있었겠오? 다만 멀리서 그를 봤을 뿐이야. 완전히 공력을 회복한 것 같았어." 소어아는 이 말을 듣자 기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이대취, 합합아, 백개심, 도교교 등 여러 사람들은 안색이 모두 변했다. 더욱이 도교교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한발 앞으로 나서며 재차 물 었다. "그...... 그는 어디로 갔지?" "내가 어찌 어디로 갔는지 알겠어? 이쪽으로 오는지도 모르지." 이 말이 떨어지자 천하에서 악명이 높은 십대악인들도 안절부절 했다. 이대취가 자리를 박차며 일어섰다. "여기는 확실히 오래 있을 곳이 못 돼. 빨리 가자." 합합아도 따라서 일어섰다. "누구 가지 않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탄복을 하겠어." 구양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 속에 끼어들었다. "제발 부탁이오. 나도 데리고 가 주시오. 나...... 나는 연남천 을 보고 싶지 않소." 백개심도 탄식했다. "연남천...... 연남천, 그를 본다면 바로 제삿날이 되는 거야." 소어아는 이 광경을 보며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서 몰래 탄 식을 했다. (어떤 사람이든 연남천과 만나게 되면...... 아! 내가 비록 혼 자 잘났다고 생각했지만 그와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야. 그러나 연남천도 사람이다. 연남천이 할 수 있는 일을 강소어가 왜 못한 단 말인가!) 이때 구양정의 처절한 비명 소리와 함께 피가 튕기더니 그의 한 팔과 하나의 다리가 도교교에 의해 날아가 버렸다. 구양당이 당황한 나머지 소리쳤다. "두 노대, 당신...... 약속을 하지 않았소. 당신...... 당 신......." 도교교가 웃으면서 그의 말에 대답했다. "두 노대는 다만 너의 목숨을 빼앗지 않는다고 했지 다른 것을 약속하지는 않았어!" 그녀는 말을 하면서 이번에는 구양당의 한 팔과 한 발도 짜르고 는 단지 속의 흰설탕을 그들의 몸에 뿌렸다. 개미들이 그들의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구양당이 큰소리로 외쳤다. "빨리 나를 죽이시오. 빨리!" "두 노대가 너희를 죽이지 않겠다고 했는데 내가 어떻게 죽이겠 어!' 도교교의 말에 구양정은 이를 부드득하며 갈았다. "당신...... 당신은 악독하군. 정말로 악독한 수단이야!" 도교교는 껄껄웃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너의 손에 걸렸다면 몇 백 배나 더 악독하게 했을 걸." 소어아는 혼자 석양에 서 있었다. 도교교, 백개심, 이대취, 두 살, 음구유는 모두 가버렸다. 그들은 모두 귀산으로 갔다. 그들은 소어아에게는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았다. 소어아도 따라 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다만 그들의 마지막 말만을 기억했다. "좀 조심 하거라. 연남천을 조심하고 강별학을 무너뜨려라. 우 리를 따라 오면 불편도 많으니 그대로 지내거라. 금후에 우리가 찾아 오겠다." 소어아는 그들의 말을 그리 염두에 두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그의 마음은 돌연 연남천이라는 세 글자에 부풀어 있었다. 그의 몸에는 영웅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다만 약간 식어 있었 을 뿐이었는데 지금 또다시 연남천이 그의 피를 들끓게 만든 것이 었다. (연남천, 나는 왜 연남천을 따를 수 없을까? 왜 도교교에게 배 웠을까? 이대취, 두살, 합합아, 음구유...... 왜 나는 연남천처럼 떳떳하게 적과 맞설수가 없을까? 오히려 도교교와 이대취를 본받 고 있으니...... 몰래 못된 짓이나 하고.) 구양 형제의 비참한 신음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소어아는 돌연 몸을 돌려서 저택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구양 형제는 피밭에 누워 있었다. 개미들이 그들의 몸에 새까맣 게 붙어 있었다. 그들 몸의 고통은 정말 형용하기가 어려울 정도 였다. 그들은 소어아가 온 것을 보자 떨리는 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발 부탁이오. 나를 죽이면 감사하겠소." 소어아는 탄식을 하면서 두 사람을 우물가로 엎고 가 깨끗이 목 욕을 시켜 주었다. 구양 형제는 소어아가 그들을 구하러 올 줄은 몰랐다. 그들의 눈초리 속에는 놀라움과 감격의 빛이 감돌고 있었다. 소어아는 중얼거렸다. "내가 돌연 이렇게 자비롭게 된 것을 이상히 여기는가? 난 비록 너희들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너희들 을 처분하는 것은 너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양정이 그를 바라보면서 못 믿겠다는 눈치를 보였다. "당신...... 당신이 나를 구한다면 나는...... 필시 보답을 하 겠소." "네가 살 수 있다면 내가 구해주지. 그러나 보답은 필요 없어!" 구양정이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찬찬히 입을 열었다. "그 보물은 귀산에 있지 않소." 그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자 소어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귀산에 있지 않다고?" 구양정은 그 어느 누가 보아도 음침한 얼굴이었는데 그 얼굴에 쓴웃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 못했을 거 요." 구양당은 아픔을 참느라고 입술을 떨고 있었지만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만 한 번 헛걸음을 하게 되는 것만은 아니 야." 구양정이 역시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들이 산에서 돌아 온다고 해도 적어도 목숨의 반은 귀산에 두고 와야지." 소어아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왜?" "우리 형제가 말한 곳에는 보물이 없을 뿐더러 악마가 있지. 꿈 속에서도 귀산에 악마가 숨어 있을지는 모를 거야." 구양당은 말을 잠시 끊었다가 이었다. "그들은 연남천만 두려워 할 줄 알았지. 그러나 이 악마는 연남 천보다 십 배는 더 무서워. 십대악인도 그와 비하면 어린애가 돼 버리는 거지." "내가 왜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을까?" "네가 모르는 일은 아직도 많아." 구양정이 다음 말을 이었다. "그런 악마를 만나면 그들의 비참함은 우리의 십 배나 더할 거 야." 소어아는 고개를 저으면서 탄식을 했다. "너희들은 죽어 가면서도 사람을 해치는구나!" 구양정은 눈 알을 몇 번 굴리더니 대답했다. "우리는 분명히 그들이 우리를 살려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그들을 사지(死地)로 가게 했지. 나 구양정은 바 로 목숨을 걸어서도 이익을 봐야 하는 사람이 아니야?" 구양당 역시 웃음을 지었다. "우리 두 사람 형제의 목숨으로 다섯 사람의 목숨과 바꾸는 것 은 큰 이익이야. 나 구양당은 바로 죽어도 손해는 안 보는 거야." 이 두 사람은 죽음 직전인데도 이때의 웃음은 그토록 만족스러 울 수가 없었다. 이미 고통이나 생사의 문제는 완전히 잊어 버린 사람들 같았다. 소어아는 그들이 고통스러움을 참아가며 웃는 모습을 보자 몸에 소름이 끼쳐왔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너희들이 분명 죽는 줄 알고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을 해치기 위해서 죽어가는 것이군. 참으로 보기 드문 녀석들이 야." 이 두 형제는 비록 웃고 있었지만 웃는 소리조차 점차로 미약해 져 갔다. 구양당은 구양정에게 뒹굴어 와서 수근대기 시작했다. "형, 우리 그 보물이 감추어져 있는 곳을 이 자식에게 말할까?" "이 자식은 천생에 좋은 놈이 아니야. 보물을 얻은 후 더욱 많 은 사람을 해칠 놈이야. 우리가 죽은 뒤 이 자식이 우리의 보물로 사람을 해치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 구양당이 크게 웃었다. "그래 그래. 형은 과연 현명한 사람이야." 그들은 웃으면서 말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숨을 이어가기 조차 힘들어 보였다. 소어아는 탄식했다. "사람이 죽을 때에는 좋은 말을 한다던데 너희들은 죽음을 앞에 두고도 좋은 말을 하지 못하는구나." "우리...... 우리는 살아서는 악인이고 죽어서도 악한 귀신이 될거야." 구양당이 한마디 하자 구양정이 말을 받았다. "너에게 말하는데 사실 보물은...... 한구성 팔보리상가 골목의 오른쪽 세번째 노랑색의 문이 있는 집에 있어." 구양당이 간신히 웃음띤 얼굴로 거들었다. "그들은 우리가 필시 보물을 인적이 드문 산골짜기에 숨겨 놓을 것으로 알겠지만 우리는 보물을 인적이 많은 곳에 숨겨 두었지. 그들은 꿈 속에서도 생각을 못할 거야." 두 사람의 말소리는 점차 약해졌다. 듣기 조차 어려워졌고 그들 의 상처에서도 차츰 피가 말라갔다. 소어아는 갑자기 미친 듯이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좋아, 귀신이 되고 싶다면 되어 보아라. 그러나 너희들은 잊지 말아라. 귀신이 되는 것도 많은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구양 형제는 일제히 웃음을 그쳤다. 그들은 동시에 지옥에서의 고생을 상상했다. (머리는 소, 얼굴은 말인 사나운 짐승, 또 칼과 같이 날카로운 산, 펄펄 끓는 기름 가마솥.......) 구양당이 돌연 소리쳤다. "난 악한 귀신이 되고 싶지는 않아. 나는...... 나는 지옥에 들 어가고 싶지 않아."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구양정은 방금까지도 크게 웃으며 호기를 부렸으나 지금은 이미 눈물이 얼굴 전체를 덮고 있었다. "제발 부탁이니 나를 용서해 주게." "용서해 주고 싶지만 그렇다고 내가 염라대왕은 아니오." 구양당이 사경을 헤매며 중얼거렸다. "제발 부탁이오. 우리의 보물로 좋은 일을 하시오." "그렇다. 우리는 나쁜 일들을 너무 많이 했으니 너는 우리를 위 해 대신 속죄할 기회를 가져라." 소어아는 두 형제를 번갈아가며 살피더니 고개를 저으면서 탄식 했다. "이상하군. 많은 사람들이 몇 푼 돈으로 속죄를 할 수 있다고 믿는데 이거 너무 웃기는 것이 아닐까? 만약에 정말 그렇다면 천 당에는 모두 부자만 있겠군. 가난한 자들은 모두 지옥에 들어가야 하고." 구양 형제는 동시에 비참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제발 부탁이니 우리의 말을 들어주시오." "너희들도 두려울 때가 있는 모양이구나." 구양정은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다시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계속 고개만 끄덕이는 것이었다. 소어아는 고개를 돌리면서 한마디를 던졌다. "만약 천하의 악인들이 모두 당신들의 모습을 본다면 나쁜 일을 할 마음을 고쳐먹을 거야." 그는 탄식을 하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너희들 말대로 하지. 지금에 와서 참회하는 것은 늦기는 했지 만 그러나 하지 않은 것보다는 좋지. 이제 안심을 해라." 소어아는 얼굴을 깨끗이 씻고 하늘색의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 었다. 그는 비록 만 하루 동안 눈을 부치지 못했지만 정신은 또렷하고 맑았다. 다만 배가 좀 고팠을 뿐이었다. 그는 가장 장사가 잘 되는 음식점인 장원루를 찾아서 배불리 식 사를 했다. 사방에서 모여든 강호 친구들은 여전히 안경성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이 장원루의 탁자도 반 이상을 무림 호걸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소어아의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조춘형도 오늘밤에는 이 장원루에 오셨군." 조춘형이라고 불리운 사람도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강 대협께서 고맙게도 청첩을 보내 주셨소. 그래서 오늘 밤에 는 나도 여기에 와서 한 잔하고 싶었오." 그가 말소리를 일부러 크게 하니 주위의 사람들은 자연히 그를 바라보게 되었다. 눈초리에는 부러움과 질투가 섞여 있었다. 이렇게 되자 또 많은 사람들이 청첩장을 꺼내서 자랑을 하니 청 첩장이 없는 사람은 얼굴이 불그락 푸르락 해졌다. 강남 대협께서 손님을 초대하는데 자기의 이름이 없다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 인가! 소어아는 우스워 하면서도 기분이 나빴다. 강별학은 무슨 낯으로 손님을 초대했으며 또 초대된 손님들은 그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니. 이건 정말 소어아에게는 웃기 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창가의 탁자에 앉아 있던 한 사람이 돌연 놀라면서 말했다. "강 대협이 잔치를 벌이자는 것은 화공자를 축하하려는 것인데 화공자는 강 대협의 체면도 보지 않고 가버리다니." 다른 한 사람이 또 말했다. "화공자와 강 대협은 생사를 초월한 교제관계이고 화공자는 강 대협을 도왔는데 어찌 강 대협에게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을까?" 세번째의 손님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오늘은 날씨도 청명하니 화공자는 필시 자기 미래의 처를 데리 고 성 밖으로 구경을 갔을 거요. 정말 떠난 것은 아닐 것이오." 소어아도 창가로 와서는 밖을 내다 보았다. 동쪽에서 달려오는 하나의 마차 속에서 검은 머리의 여인을 볼 수가 있었다. 화무결은 흰 옷을 입고 잘 생긴 얼굴에 천리마를 타고 마차의 옆을 따라가면서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소어아는 이런 광경을 바라보게 되자 넋을 잃고 말았다. 이때 이층의 사람들은 모두 창가로 몰려와 바라보고는 부러워하 는 소리를 냈다. "화공자, 재미가 좋소?" 화무결은 고개를 들고 담담히 웃어버렸다. 이층의 사람들은 자기를 보지 못할까봐서 서로 다투어 밖을 바 라보는데 소어아는 그에게 발견될까 봐서 급히 고개를 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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