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쌍교 제 5 권 고 룡 지음 강 호 옮김 절대쌍교 제 5 권 지은이 / 고 룡 옮긴이 / 강 호 옮긴이에 대하여 - 강 호 - 강호는 1955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났다.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하여 7년 동안 대만에서 근무하였다. 그러다가 뜻하는 바가 있어 전업. 현재는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 작품으로는 [비검록 전 6 권] [절대쌍교 전 8 권], [애마애검 전 7 권]외 다수. 역자서문 이 작품은 고룡(古龍)의 대표작 절대쌍교(絶代銳驕)를 전 여덟 권으로 완역한 것이다. 1950년대 중기에 이르러 중국 본토에서의 무협소설 붐이 일단락 되자 홍콩과 대만을 중심으로 이른바 신파(新派)무협소설이 형 성된다. 60년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고룡은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 가들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무협탐정소설의 거장이라 불리우는 그는 단순한 무공의 초식이 나 격투에서 벗어나 신묘한 술책이나 계략으로 빚어지는 무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천편일률적이라 할 수 있는 일반 무협지와는 달리 치밀한 사건전개의 묘미가 출중하며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뚜렷하 고도 독특한 개성으로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하다. 더우기 읽는 이 들이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사건들의 반전이 연속됨으로써 한번 책을 손에 잡게 되면 도저히 마지막 장을 다 읽을 때까지 놓 지 못 하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천하제일의 풍류공자 강풍(强風)을 애모(愛慕)하는 이화궁(梨花 宮)의 두 궁주(宮主)는 자신들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강풍 을 살해하고 그의 갓난 두 쌍둥이 아들에게까지 악독한 계책을 써 서 그 한(恨)을 풀려하는데....... 기상천외한 인물들의 개입 속 에 사건은 얼키고 설킨다. 서로가 형제인줄 모르고 판이한 환경에 서 자란 그들은 성년이 되자 한 사람은 계교의 천재가 되고, 또다 른 한 사람은 절세의 무공을 지니게 되어 강호에서 마주치는데 십 수 년을 기다린 두 궁주의 계략은 과연 성공할 것인지? 이 섬짓하고, 우습고, 기괴하고, 호방하고, 통쾌하고 기상천외 한 이야기 속에는 눈물과 웃음이 있고, 애틋한 사랑과 뼈에 사무 친 저주가 있으며, 무릎을 치게하는 기지와 숨막히는 긴박감이 전 편을 수놓고 있다. 진정 무협탐정소설의 거장 고룡의 진면목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이 역작(力作)을 독자 여러분께 자신있게 권하는 바이다. 1992년 11월 옮긴이 강별학의 봉변(逢變) 화무결은 그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소어아에게 자기 얼굴의 변화를 보여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한참 후에야 담담히 입을 열었다. "철 아가씨는?" "철 아가씨가 누구요?" 화무결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그녀를 이해 못 해........" 소어아는 싸늘하게 그의 말을 막았다. "나는 그녀를 모르니 이해할 필요조차 없소." 화무결은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왜 나를 구했소?" "당신도 나를 구한 적이 있기 때문이오." "그것은 내가 직접 당신을 죽이기 위해서였소!" 소어아는 눈에서 빛을 내며 말했다. "흥! 당신이 내 손에 죽게 될 것이오. 삼개월 후면 판가름이 날 테니 그때까지 몸을 잘 보존하시오." 화무결이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꼭 만납시다." 이때 소어아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빙긋이 웃으며 입을 열었 다. "우리 둘이 석 달 후에 꼭 만나려면 서로 무사해야 되지 않겠 소?" "그렇소." "그러니 이 석 달 동안 우리는 서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이오." 소어아는 크게 소리를 내어 웃고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 우리 석 달 동안만은 서로 친구가 되는 것이 어떻소?" 화무결은 그를 주시하면서 오랫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다 만 입가에 웃음을 띠워 자기의 뜻을 나타냈다. 두 사람은 동시에 화림을 걸어나왔다. 검기에 날려 떨어진 꽃잎 이 어지러히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화무결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소어아의 탄식소리도 동시에 들렸다. 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다가 결국 웃고 말았다. 이 두 사람은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게 되자 마음이 지극 히 유쾌하고 편안했으며 서로가 통하는 점이 있다고 느끼게 되었 다. 화무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사람과 석 달 동안 친구가 되는 것도 한평생의 일대 낙이 지.) 이때 소어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과 석 달 동안 친구가 될 수 있는 것도 한평생의 일대 낙 이오." 화무결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파안대소하며 웃어버렸다. 그는 일생 동안 이렇게 통쾌하게 웃어본 적이 없었다. 화림 밖에는 여전히 강별학이 타고온 마차가 그 자리에 세워져 있었다. 소어아는 마차 문을 열고 시체를 가리켰다. "이 사람을 누가 죽였는지 아오?" 화무결은 눈을 크게 떴다. "누구요?" "말을 해도 믿지 않을 테니 그만 두겠소. 그러나 자연히 알게 될 것이오." 어느덧 밤이 오고 강별학이 손님을 초대한 술집은 손님들로 북 적거렸다. 강별학은 파란 옷을 입고 손님들 틈에 끼어 있었다. 얼굴에는 비록 웃음을 띠우고 있었지만 눈에는 수심기가 가득했다. 합비에서 온 무사 금도무적(金刀無敵) 팽천수는 좌석에 앉아서 수염을 매만지고 있었다. "강 대협은 화 공자를 생각하고 계신 것이 아니오?" 강별학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나왔다. "아직까지 오지를 않으니 후배가 약간 걱정이 되는군요." 팽천수는 크게 웃었다."화 공자는 이화궁의 유일한 전인인데 강 호에서 그 누가 그를 가볍게 제압하겠소. 강 대협은 쓸데없는 것 을 걱정하고 있소." 강별학이 쓴웃음을 보이면서 말했다. "아까 단귀가 소식을 전했을 때 아무래도 따라 나섰어야 했던 모양이오. 그러나 손님을 만나고 있었던데다 오늘 이 회연을 준비 하느라......."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이렇게 안절부절 못 하는 것이 강호의 친구들에게 알려지면 난 웃음거리가 될 것이오." 팽천수도 탄식을 하며 입을 열었다. "강 대협의 친구에 대한 의리에는 정말 놀랐소. 강 대협 같은 친구가 있는 것은 정말 영광이라고 할 수 있소........" 이때 한 사람이 크게 웃으면서 팽천수의 말을 받았다. "그렇소. 누구든 강 대협 같은 친구가 있는 것은 큰 복이오." 이때 몸이 날씬하고 얼굴에 긴 칼자국이 나 있는, 그렇지만 사 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묘한 매력을 발하고 있는 한 소년이 큰걸 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매우 힘차게 보였으며 눈에서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 같은 정기가 뻗쳐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누구도 이 소년이 누구인지 몰랐으나 그 당당한 기세 를 보고 필시 명문파의 제자일 것이라고 추측을 했다. 강별학은 그 소년을 보자 돌연 안색이 크게 변했다. "네가...... 네가 어떻게 여기에 왔느냐?" 소어아는 가볍게 웃었다. "왜? 난 오면 안 되는 곳이오?" 소어아가 말을 하는 사이 화무결이 미소를 띠우면서 걸어 들어 오더니 소어아의 곁에 섰다. 강별학은 소어아가 나타난 데다가 화무결이 살아서 나타나자 크 게 놀랐다. 사람들은 화무결이 들어오자 모두 일어서서 인사를 할 뿐 그 누 구도 강별학이 넋을 잃고 있는 것을 유의하지는 않았다. 강별학은 화무결이 무슨 수로 연남천의 신검을 피했는지도 알 길이 없었고, 또 소어아와 화무결이 어떻게 어울리게 되었는지는 더욱 알 수가 없었다. 그는 한동안 넋을 잃고 서있다가 퍼뜩 정신이 들어 화무결을 향 해 입을 열려고 했다. 이때 소어아는 강별학을 향해 무언가 암시를 주는 미소를 지으 며 사람들이 앉아있는 자리로 향하자 강별학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장내에는 사람들이 서로 사양을 했기 때문에 수석의 자리 가 몇개 비어 있었다. 소어아는 큰걸음으로 걸어가 모르는 척하며 그 자리에 앉았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눈 한 번 깜짝 하 지 않았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대뜸 술잔을 들더니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강 대협은 손님을 대접하는데 술도 없소?" 강별학이 두어 번 기침 소리를 낸 후 소리쳤다. "술을 올려라!" "강 대협의 위명으로 보아선 나 같은 손님을 반길 것 같지가 않 군, 그러나 난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오. 화무결이 나를 청했기 때문이오." 강별학은 안색이 변하는 것을 억지로 감추면서 입을 열었다. "화형(花兄)의 손님은 바로 나의 손님이오." "그렇다면 화무결의 친구는 당신의 친구가 되겠군?" 강별학은 머뭇거리다가 시인을 하고 말았다. "그렇소." 그 말을 들은 소어아는 안색이 무거워지면서 싸늘하게 내뱉았 다. "그러나 화무결의 친구가 반드시 나의 친구는 아니오." 사실 그가 수석에 앉을 때부터 사람들은 그를 못마땅하게 생각 했지만 그 누구도 그와 강별학의 관계를 몰랐고 또 대놓고 물어보 기도 곤란해서 그저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강별학과 소어아의 대화를 듣게 되자 비로소 그들이 아무 관계가 없음을 알았다. 금도무적(金刀無敵) 팽천수는 불쾌함을 참지 못 하고 결국 입을 열었다. "여보시오. 친구의 말은 이해하기가 어렵군." 소어아는 눈동자를 굴리며 그를 힐끔 바라보았다. "내 말 뜻을 모르겠다는 말이오?" "그렇소!" "내 말은 내가 만약 화무결의 친구를 내 친구로 삼는다면 앞으 로의 내 일생이 곰팡이 냄새가 물씬 풍기게 될 것이라는 거요. 화 무결은 사람이 좋지만 그가 사귀는 친구는...... 흐흐 흐흐." 팽천수가 다그쳐 물었다. "그 친구가 어떻다는 말이오?" "흥! 자기 친구가 죽게 된 것을 보고도 도망이나 가는 그런 비 겁하고 졸렬한 인물이지......." 팽천수는 크게 분노를 터뜨리고 말았다. "너는 지금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화무결의 친구라는 바로 그 사람을 가리키고 있소!" 팽천수는 대노했다. "강 대협은 화 공자의 좋은 친구인데 너는 그를........" "하하! 난 당신을 말한 것이 아닌데 당신이 왜 그리 흥분하시 오. 하긴 당신은 화무결의 친구가 될 자격도 없지. 강별학을 위하 여 아양이나 떠는 계집 노릇밖에 못 하는 위인이니까." 팽천수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듯 탁자를 '쾅' 소리가 나게 두드리며 거칠게 소리쳤다. "너는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 "글쎄! 모르겠소." 그는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팽천수는 분함을 참지 못 하면서도 기가 차서 할 말을 잊어버렸다. 옆에 있던 사람이 얼굴 을 붉히며 말참견을 했다. "너는 금도무적이란 영웅도 모르면서 강호에서 밥을 먹고 돌아 다니느냐?" "어...... 알고 보니 팽노영웅이시군요." 팽천수는 소어아가 자기의 이름을 듣고는 자세를 고쳐먹을 것이 라 생각하고 비로소 흥분을 가라 앉히려 했다. 그러나 소어아는 싸늘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팽노영웅은 그 금도무적이란 이름을 갈아야겠소." 팽천수가 응수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지?" "팽노영웅은 이름을 마비무적(馬脾無敵)이라 고쳐야겠소." 순간 장내는 잠잠해졌고 무거운 긴장이 감돌았다. 그러나 강별 학은 말릴 생각도 하지 않고 마치 듣지도 못 한 척 가만히 외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소어아에게 원수가 많아지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돌연 팽천수는 분기탱천한 대갈일성을 지르며 소어아를 향하여 달려들었다. 그것은 소어아가 바라던 바였다. 그는 싸움을 하기 위해 그 자 리에 온 것이다. 그는 펭천수가 달려들자 젓가락을 들어 가볍게 상대했다. 순간 팽천수는 갑자기 몸이 무감각하게 되어 힘을 잃고 쓰러지 고 말았다. '우당탕' 하는 소리가 나면서 그는 연회 음식상 위로 나동그라진 것이다. 소어아는 만면에 웃음을 띠웠다. "강별학, 과연 네 친구들은 되먹지 못 하게 손님들 상에나 올라 가는구나." 사람들은 팽천수가 봉변을 당하자 분노했다. 몇몇은 소리를 질 렀고 가까운 곳에 있던 사람들은 소어아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때 화무결은 조용히 강별학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별학은 손 님을 초대한 주인답지 않게 그 모든 상황에 무관한 듯한 태도를 취했다. 소어아는 달려드는 사람들을 연달아 잡아 던져 버렸고 순식간에 술집은 난장판이 되었다. 사람들은 몇 명의 고수들이 별 힘도 써 보지 못 하고 소어아에게 당하는 것을 보자 그 누구도 함부로 덤 벼들지를 못 하고 있었다. 그때서야 강별학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참견했다. "화형,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겠소?" 화무결은 담담히 웃을 뿐이었다. "나도 모르오." 강별학은 그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짐작도 못 했었다. 그런데 막 상 화무결의 냉담한 태도를 보고 당황하고 있을 때 소어아가 신형 을 날려 공격해 오면서 소리를 질렀다. "강별학, 너는 화무결이 위급함을 알면서도 달아났고 마부가 그 것을 폭로할까봐서 죽이기까지 했다." 말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소어아는 이미 십여장을 가했다. 강별학은 가볍게 피할 뿐 반격을 하지는 않았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군." "그래? 넌 이번에도 나에게 증거가 있을 줄로 아는 모양이지?" "무슨 증거?" "그 마부는 네 칼을 맞고도 죽지 않았다." 순간 강별학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소어아는 뒤로 몇 발짝 물 러서며 손으로 문을 가리키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자, 봐라, 그가 여기에 왔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소어아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강별학은 고개를 흔들며 급히 소리쳤을 뿐이 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는........" 강별학은 돌연 말을 멈추더니 안색이 창백해졌다. 소어아는 크게 웃으며 외쳤다. "강별학, 넌 나를 속일 수가 없어. 다 고개를 돌리는데 너만 그 렇게 하지 않은 것은 그가 꼭 죽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야." 소어아가 지금껏 소란을 피운 것은 강별학을 당황하게 해서 그 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계산에서였다. 강별학은 사방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과연 의심이 가득찬 눈 초리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급히 화무결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화형, 그의 말을 믿으시오?" "이 일은 그만 둡시다......." 화무결은 그저 가볍게 대답했다. 이때 소어아가 쓴웃음을 보이면서 끼어들었다. "그 일을 믿든 안 믿든 좋소. 하지만 그와 내가 싸운다면 당신 은 누구를 돕겠소." 화무결 역시 쓴웃음을 보였다. "당신들 두 사람이 싸우고 싶다면 그 누구도 상관하지 못 할 것 이오." 소어아는 화무결의 말이 끝나자 급히 큰소리로 소리쳤다. "좋아, 누구든 상관한다면 당신이 처리하시오." 소어아는 강별학을 향해 다시 일장을 가했다. 강별학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게다가 소어아의 몇 장 공격이 의외로 별 위력을 가지지 못한 것을 보자 거세게 반격을 하며 소리쳤다. "네가 손을 쓰겠다면 나도 어쩔 수가 없다!" 강별학의 공격은 대협이라는 칭호에 어울리게 정말 고강한 위력 을 발휘하고 있었다. 소어아는 가까스로 연달아 퍼부어지는 공격 을 피해냈고 사람들은 모두 강별학에게 갈채를 보냈다. 강별학은 강호의 인물들은 승자의 말에 승복하는 기질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만약 자신이 소어아를 이기면 조금 전의 일은 덮어둘 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연달아 거센 공격을 퍼부으며 소리쳤다. "너는 영문모를 누명을 씌워 나를 해치려 하지만 그것은 네가 네 스스로의 묘혈을 파는 격이다." 소어아는 대꾸도 하지 못 하고 얼굴이 파리하게 질린 채 몸을 이리저리 피했다. 몇 번은 거의 강별학의 일격이 그에게 제대로 적중할 뻔 하기도 했다. 강별학은 소어아의 무공이 시시하다는 것을 느끼자 경계심이 풀 렸고 공세도 느려졌다. "너는 비록 도리를 모르고 떠들었지만 나이가 어리니 너무 난처 하게 하지는 않겠다. 네가 사과를 한다면 더 이상 이 일을 문제삼 지 않고 너를 보내주겠다." 그의 말은 인자했고 강남 대협의 신분에 적합한 말이었다. 소어아는 거친 숨을 몰아 쉴 뿐 말을 하지 못 했다. 강별학은 체통을 세우려는 듯 더욱 공세를 늦추고 있었다. 사람들이 오히려 보다 못 하여 강별학에게 소리쳤다. "그런 사람에게는 너무 잘 대해 줄 필요가 없소." 또 한 사람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강 대협께서 교훈을 주지 않으면 결과가 두렵소." 강별학은 하는 수 없다는 듯 탄식을 하며 입을 열었다."너를 정 말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너를 교훈하지 않으면 남이 보기도 좋지 않으니......." 그가 이렇게 말을 하는 사이 소어아는 구석에까지 몰려 벽에 등 을 기대고 섰으며 일장도 반격할 힘이 없어 보였다. 강별학은 미소를 띠우면서 계속 말했다. "나의 분화불유가 너의 가슴을 향할 테니 조심해라! 피하지도 막지도 않는 것이 좋다. 만약 네가 어떤 행동을 취하면 더 크게 다칠 염려가 있으니까!" "견식을 넓혀 보겠소!" 소어아는 숨가쁘게 소리쳤다. 강별학은 오른손을 들어 소어아의 가슴을 향했다. 그 공격은 무슨 특별한 오묘함은 없었지만 변화의 속도는 무척 이나 빠르고 놀라웠다. 강별학이 미리 자기의 공격 부위를 알게 해주었으나 사람들은 그의 장법의 변화를 보고서 소어아가 더 이 상 정상적으로는 버티지 못 할 것으로 생각했다. 사람들은 다시 탄식을 하며 갈채를 보냈다. 이때 돌연 '펑'하는 소리가 나며 강별학과 소어아의 손이 맞부 딪쳤다. 소어아가 돌연 손을 뻗어 일장을 받아 버린 것이다. 강별학은 큰 충격을 느끼며 더 이상 힘을 쓰지 못 하고 몸을 날 려 뒤로 물러섰다. 정확히 말해서 반격해 오는 힘에 의해 몸이 날 아가 버린 것이다. 강별학의 몸은 구경하던 사람들 위로 떨어졌고 몇몇 사람들이 그와 부딪쳐 쓰러지고 말았다. 사람들이 모두 넋을 잃고 서있는 사이 소어아는 손뼉을 치며 크 게 웃은 뒤 창문으로 가볍게 빠져나갔다. 소어아는 비록 통쾌하게 강별학을 이기지는 못 했지만 망신을 톡톡히 주었기 때문에 속이 후련했다. 사실 그는 아직 강별학을 이길 자신은 없었다. 다만 사람들에게 강별학에 대한 약간의 의심을 가지도록만 하면 그의 의도는 반 정 도는 달성된 셈이다. 강별학의 이름이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는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는 다시 여관으로 돌아와 한 잠을 늘어지게 잔 후 밤이 으슥 해지자 대청으로 나왔다. 그 신비스러운 사람이 있던 방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방 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 인기척은 느낄 수가 없었다. 소어아는 사방을 살펴본 후 지붕 위로 올라갔다. 소어아는 지붕, 위에서 사태를 지켜볼 작정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자 뜰에서 은밀하게 들려오던 기생의 노래 소 리도 스러지고 주위는 완전한 정적 속으로 잠겨들었다. 한 종업원이 오른손에는 등불을 들고 왼손에는 주전자를 쥔 채 불빛이 새어 나오는 방으로 다가가 가볍게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손님, 뭐 필요하신 것은 없습니까?" 아무런 반응이 없자 종업원은 다시 몸을 돌리며 혼잣말을 했다. "이 나으리는 밥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사나 보지. 방 에 꾹 처박혀 대체 무얼하는 건지?" 소어아는 궁금했다. 어떤 사람이길래 이 사람의 행적은 이토록 신비스러울까? 그와 강별학은 무엇을 상의 했을까? 이때 돌연 바 람 소리가 일더니 한 사람이 연기처럼 달려왔다. 그 경공의 뛰어 남은 소어아가 평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는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소어아는 놀라는 중에도 그를 자세히 보려고 눈에 초점을 모았으나 그는 이미 방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방 안에서는 다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소어아는 이맛살 을 잔뜩 찌푸렸다. (이 사람의 경공은 나 뿐만 아니라 화무결도 휠씬 능가하는 것 이다. 무림 중에 이런 인물이 있단 말인가! 이런 인물이 강별학과 내통하고 있으니 기필코 무서운 사건이 벌어질 것이다.) 소어아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또 한 사람이 여관 안 으로 들어왔다. 그는 검은 옷을 입고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조용히 방 앞에까지 온 그는 가볍게 기침 소리를 내면서 문을 두드렸다. 방 안에서 한 사람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누구냐!" 흑의인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후배입니다." 이 목소리를 듣고서야 소어아는 비로소 강별학이 온 줄을 알았 다. 문이 약간 열리자 강별학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몇 마디를 주고받는 모양이었지만 목소리가 너무 낮 았기 때문에 소어아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강별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배는 오늘 이상한 일을 보았습니다." "무슨 일이냐?" "연남천이 죽지 않고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 사람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 "연남천이 다시 나타났으면 어떤가?" "선배의 무공으로는 당연히 연남천도 눈에 보이지 않겠지 만........" "흥, 연남천이 죽지 않은 것이 더 좋다. 그가 죽으면 오히려 재 미가 없어지니까." 그는 여전히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말투였다. 소어아는 들을수록 놀라웠다. (이 사람이 연남천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니 연남천과 한 번이라도 싸워봤다는 얘긴가?) 연남천, 그를 당할 자가 누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강소어도 나타났습니다." 그 사람은 강소어라는 말을 듣자 연남천보다 더욱 흥미가 있다 는 듯 물었다. "그를 보았느냐?" 강별학이 쓴웃음을 지었다. "비단 봤을 뿐만 아니라 그와 싸우기도 했습니다." "그의 무공이 화무결에 비해 어떻더냐?" "화무결 보다는 뒤떨어집니다. 하지만 계책이 많아서 약간만 소 홀히 상대하면 그에게 당하게 됩니다." 그 사람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의 무공이 아주 형편 없는 줄 알았는데 그만하면 오히 려 안심이군!" 소어아는 점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이 왜 그토록 자 기에게 흥미를 갖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자기를 알고 있단 말인가? "강소어는 화무결이 상대할 테니 너는 염려할 것 없다." 강별학의 탄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지금 화무결과 강소어는 친구 사이가 됐습니다." 그 사람이 싸늘하게 웃었다. "그 두 사람은 천생의 원수이고 누구 하나는 꼭 죽어야 돼. 친 구가 된다해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야." 소어아는 크게 놀랐다. 저 사람이 어떻게 화무결과 자기의 일을 이토록 잘 알고 있단 말인가? "그건 그렇고 선배는 후배에게 무슨 분부가 계십니까?" "나는 다만...... ?" 말소리가 돌연 작아지더니 그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다만 강별학이 대답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네..... 네...... 네......" 그 사람이 말을 다 마쳤는지 강별학이 웃으면서 말했다. "모두 명심하여 처리하겠습니다." "이 몇 가지의 일은 너에게도 이익이 있으니 당연히 그렇게 해 야지!" "분부만 하시면 저는 필히 그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그러나 후 배는 지금까지 선배님의 성함도 모르는데......." 그 사람은 싸늘하게 웃었다. "내 신분을 모르면 내가 시킨 일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냐?" "아닙니다. 하지만.........." "내 이름을 알 필요는 없다. 천하에 나밖에는 너를 도울 수 있 는 사람이 없으니까. 만약 내가 없다면 너는 '대협'이 될 수 없을 뿐더러 목숨을 부지할 수도 없어." 강별학은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젠 가도 좋다. 때가 되면 내가 너를 다시 찾겠다." "네 !" "만약 내가 시킨 일에 무슨 실수가 있으면 연남천과 강소어가 손을 쓰기 전에 내가 너를 죽이겠다. 알았나?" "네, 잘 알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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