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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룡] 절대쌍교(絶代雙嬌)5권 69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21|조회수46 목록 댓글 1


 목 부인 
 
 
 강별학은 자신의 가슴이 크게 고동치고 있음을 느꼈다. 만약 강
호의 왕이 되려면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였다.
 강별학의 마음 속에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강별학아 강별학아, 모험을 해선 안 돼. 연남천과 화무결이 어
떤 사람들인데 그렇게 쉽게 피살되겠느냐!)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의 손은 온통 땀투성이었다.
 (하지만 강별학아, 지금 그냥 지나치면 영원히 다시 이런 기회
가 오지 않을 것이다. 오늘 그들을 죽이지 않으면 나중에는 그들
의 손에 네가 당하고 말 것이다. 무엇을 두려워하지? 무엇을 주저
하느냐? 두 사람은 이미 취해 세상 모르게 골아 떨어져 있는데 너
는 왜 손을 쓰지 않지?)
  강별학은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섰다가 다시 주저 앉았다.
 "안 돼! 일이 이렇게 쉽게 될 리가 없어.)
 그의 손은 더욱 떨리고 있었다. 그는 의자를 꽉 움켜잡았다.
 (하지만 이런 일은 나 자신조차도 믿지 못 하니 그들은 더욱 믿
지 못 할 것이다.)
 이때 갑자기 강별학의 눈에서 빛이 번득였다.
 (그렇다. 화무결과 연남천은 절대로 내가 그들을 죽이리라고 생
각지는 못 했을 것이다. 이것은 정말 두 번 다시 만나기 어려운
기회다....... 강별학아, 너는 평소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더니
오늘은 왜 그리도 두려워 하느냐? 지금 손을 쓰면 천하가 너의 것
이 된다.)
 강별학은 결심한 듯 분연히 일어서더니 탁자로 달려가 전력을
다해 연남천의 머리에 일격을 가했다.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천하를 종횡무진하던 연남천이 결국 이 비겁한 자의 손에 의해
죽게된 순간이었다.
 바로 이때 화무결이 돌연 몸을 일으키더니 소리치며 몸을 날렸
다.
 "강별학, 오늘에야말로 당신을 알겠소. 과연 강소어는 당신을
억울하게 한 것이 아니었소!"
 그러나 연남천 역시 술에 취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강별학이
일장을 내려치는 순간 연남천도 번쩍 손을 쳐들었다.
 '퍽' 하는 소리가 나며 강별학의 몸이 튕겨져 벽에 부딪쳤다.
그는 온 몸의 골격이 부셔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화무결은 놀라움에 눈을 크게 뜨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당신도 취한 척하고 있었군요?"
 연남천도 따라서 크게 웃었다.
 "몇 잔 술로 취할 내가 아니야. 나는 이 녀석이 술을 토해내기
에 무엇을 하는지 한 번 보고 싶었지!"
 그는 돌연 웃음을 멈추더니 큰소리로 말했다.
 "강별학, 아직도 할 말이 있느냐?"
 강별학의 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만 내......이십 년 동안 무술을 연마하고도 당신의 일장 조
차 받지 못 했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소."
 "나는 너와 아무 원한이 없는데 너는 왜 나를 해치려고 하느
냐?"
 강별학은 순간 눈앞이 확 밝아지는 것 같았다.
 "그 원인을 모른다는 말이오?"
 "내가 묻고 싶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강별학은 일부러 길게 탄식을 했다.
 "영웅은 서로 공존해서 살지 못 하오. 당신과 나는 같은 하늘
아래 설 수가 없소."
 그는 입술을 깨물면서 목청을 돋우었다.
 "그러나 무술로는 이기지 못 하니 어찌 하겠소."
 "비록 무술이 천하무적이라도 그런 심보로는 '대협'의 자격이
없다!"
 연남천은 양주먹을 불끈 쥐고 한발 한 발 강별학 쪽으로 다가갔
다.
 "당신....... 당신 어떻게 하겠다는 거요?"
 연남천은 무서운 소리로 말을 받았다.
 "너는 대협의 이름을 더럽혔고 수단도 비겁했다. 오늘 내가 강
호를 위해 너를 해치우지 않으면 금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너의
손에 죽을지 몰라."
 "나를 죽이겠소?"
 "그렇다."
 대답을 하는 것과 동시에 연남천은 격렬한 일장을 뿜어냈다.
 강별학은 땅을 튕굴며 그의 일장을 피한 후 돌연 크게 웃었다.
 "당신은 절대로 나를 죽이지 못 할 거요!"
 연남천은 눈을 치떴다.
 "왜 너를 죽이지 못 해?"
 "나를 죽이면 천하의 어느 누구도 강금의 행방을 모르게 될 것
이오. 나를 죽인다면 영원히 그를 찾을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
오!"
 연남천은 놀랐다.
 "너...... 네가 강금의 행방을 안단 말이냐?"
  강별학은 유유히 일어서며 말했다.
 "그렇소."
 연남천은 그의 멱살을 움켜 잡으며 소리쳤다.
 "그놈이 어디에 있지?"
 강별학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나를 죽일 수 있겠지만 나는 영원히 그 사람의 행방을
말하지 않을 것이오."
 "난 네가 말을 하게 만들 수 있다."
 강별학은 빙긋이 웃었다.
 "일대의 대협이 가혹한 형을 가하여 협박을 하는 것은 그 신분
을 더럽히는 것이 아닐까요?"
 연남천은 그 말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리고 말았다.
 강별학은 미소를 보이면서 다시 말을 계속했다.
 "당신이 정히 그것을 알고 싶다면 나의 두 가지 요구를 들어줘
야 하오."
 연남천은 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좋아, 말을 한다면 너를 놓아주겠다."
 "연 대협께서는 나의 조건을 너무 무시하는 데요?"
 "네가 어떻게 하자는 거냐?"
 "한 가지는 오늘 나를 보낸 후 금후에도 나를 해치지 않겠다는
것이오."
 연남천은 한참 동안 생각해보더니 얼굴을 들었다.
 "좋아,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너를 해치울 수도 있을 테니까!"
 강별학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내가 강금의 행방을 말하면 당신은 그 비밀을 지켜야
하오. 우리 세 사람 외에는 그 누구도 강금의 행방을 알게 해서는
안 되오."
 연남천이 역시 큰소리로 말했다.
 "이건 나 자신의 일이다. 내가 직접 그를 죽여야 하는데 왜 남
에게 알리겠느냐?"
 강별학은 야릇한 웃음을 지으면서 그 말을 받았다.
 "좋소. 하지만 당신이 그 사람을 죽이지 못 하면 어떻게 하겠
소?"
 "내가 만약 직접 그를 죽이지 못 하면 다른 사람들도 죽이지 못
하겠지!"
 "정말이오?"
 "나의 말에는 거짓이 없어!"
 강별학은 고개를 화무결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화 공자, 그대는?"
 화무결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
 "이것은 연 대협의 일이오. 그가 대답을 했으니 나는 할 말이
없소."
 강별학은 하늘을 향해 크게 대소했다.
 "좋아. 하하하!"
 "이제 말해보아라. 강금은 도대체 어디에 있지?"
 강별학은 서서히 웃음을 거두면서 연남천을 향해 한 자 한 자
똑똑히 말했다.
 "바로 여기에 있소!"
 연남천은 경악해서 소리쳤다.
 "네......가.......?"
 강별학은 계속해서 크게 웃었다.
 "내가 바로 강금이오. 그러나 당신은 영원히 나를 해치지 않겠
다고 약속했소!"
 연남천은 채찍이라도 맞은 것처럼 뒤로 물러서더니 양주먹을 잡
고 온 몸을 떨기 시작했다. 화무결도 놀라움을 금치 못 하며 물러
섰다.
 강별학은 다시 광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당신은 강금의 행방을 알기 위해서 나를 놓아주었소. 이제 강
금의 행방을 알았지만 영원히 그를 죽이지는 못 하오."
 그는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웃음거리가 없다는 듯 웃어제꼈다.
연남천의 눈동자가 빨갛게 변해갔다. 그는 몸을 앞으로 내밀며 무
섭게 소리쳤다.
 "내가 너를 용서할 것 같으냐?"
 그러나 강별학은 눈을 크게 뜬 채 무섭게 소리쳤다.
  "당대의 대협 연남천이 자기가 한 말을 땅에 던질 셈이오?"
 그의 말이 떨어지자 연남천은 몸을 떨면서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버렸다.
 한참을 서있던 그는 결국 몇 발을 물러서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
고 말았다.
 "좋아..... 좋다. 내가 약속 했으니 가거라."
 "꼭 나를 보내줄 것으로 알았소."
 연남천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끊어 놓을 것 같은 소리로 크
게 소리쳤다.
 "빨리 꺼져라. 내마음이 변하기 전에 빨리 꺼져!"
 강별학은 공손히 인사를 했다.
 그는 크게 웃으면서 사라져갔다. 방 안은 거친 숨소리만 들릴
뿐 죽은 듯 조용하기만 했다. 연남천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느라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화무결이 침묵을 깨고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연 대협, 저는 지금에야 당신에게 진정 탄복했소."
 연남천이 비참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는 주먹과 검으로 두 번이나 나에게 패했으면서도 나에게 승
복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내가 멀건히 눈을 뜬 채 원수가 가
는 것을 보고 있는데 나에게 탄복을 한다는 것이냐?"
 "나는 당신이 강별학을 그냥 보내는 것을 보고야 연남천이라는
분이 과연 일대 대협이라는 것을 실감했소. 당신이 그를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오. 그러나 그를 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오, 세상
에 강별학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소. 그렇지만 그를
그냥 보낼 수 있는 사람은 연남천 한 사람 별일 것이오1"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계속했다.
 "세상에 당신보다 더욱 사람을 두렵게 하고 당신보다 더욱 무공
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해도 당신이야 말로 '대협'의 이름을 더럽
히지 않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오!"
 "하지만 너는 알고 있는가? G대협'의 이름을 보존하려면 얼마
만큼의 고통을 참아야 하며, 얼마나 많은 외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지......."
 "저도 지금에야 알았소. 대협이란 명성을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것을....wi 남이 하지 못 하는 일을 해야 하
고 남이 참지 못 하는 것을 참아야 하며......."
 그는 연남천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나 어떻든 간에 그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니오?"
 
 강별학은 방문을 나서자 만면에 돌던 희색을 감추었다. 그는 비
록 오늘은 연남천을 속였어도 금후로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
각했다.
 뜰의 한구석에는 대나무가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강별학은 대나무 숲에 몸을 숨기고 연남천과 화무결의 동정을
살폈다.
 그는 그 두 사람이 필시 많은 고민과 깊은 분노에 잠겨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난 후 연남천의 큰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연남천과 화무결은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어두움
속으로 사라져갔다.
 (저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강소어를 찾으러 가는 것일까? 저
세 사람은 서로 원수인데 어떻게 해서 같이 어울리게 됐을까?)
 강별학은 도저히 그 진상을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이 그를 불안
하게 만들었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입술을 깨물면서 한동
안 서있었지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때 돌연 사람의 그림자가
번쩍이더니 동 선생이 돌아왔다.
 강별학은 급히 달려나가려 하다가 그의 곁에 또 한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 사람은 바로 강소어가 아닌
가!
 강소어의 얼굴은 잘익은 사과처럼 발갛게 물들어 있었으며 만면
에 웃음을 띠우고 있었다. 동 선생이 강소어와 어울리다니! 그리
고 술까지 취하고 돌아오다니!
 강별학은 뭐가 뭔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는 동 선생을 이용해 연남천과 화무결을 상대하려고 했었다.
 그것만이 그들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
 런데 그 동 선생이 강소어와 같이 있는 것이 아닌가.
 (저 늙은 것과 조그만 괴물이 언제부터 친구가 됐을까? 동 선생
은 분명히 강소어를 죽이고 싶어 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변했단 말
인가? 그가 이미 강소어의 말에 유혹된 것은 아닐까?)
 강별학은 놀랍고도 무서웠다. 동 선생과 소어아가 방으로 들어
갈 때까지 그는 여전히 넋을 잃고 서있었다.
 그는 자신이 완전히 고립되었다고 느꼈고, 도처에 자기의 적들
만이 우글거리고 있다고 느꼈다.
 그는 주먹을 움켜쥐며 생각에 잠겼다.
 "소어아 한 사람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연남천, 화무결, 동 선
생까지 나를 대적하는구나. 이제 죽는 길밖에 없단 말인가! 이 네
사람이 서로 내통을 한다면 천하에 또 누가 그들을 상대할 수 있
단 말인가. 강별학아, 너는 가만히 있지만 말고 무슨 대책이라도
세워야겠다.)
 그는 원래부터 의심이 많은 성격이었다. 더욱이 오늘 같은 상황
이 벌어지자 그는 강소어, 화무결, 동 선생이 힘을 합하여 자기를
상대하려는 것 같이만 느껴졌다.
 이미 밤이 깊었고, 대나무 잎에는 이슬이 알알하맺혀 있었다.
그의 얼굴을 타고 땀이 이슬방울이 되어 흘러내렸으며 옷도 함빡
젖어 버렸다.
 그러나 그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 하는 듯 혼자 중얼거렸다.
 "내가 이 네 사람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나 한 사람의 힘
으로는 도저히........"
 이때 나무잎에서 한 마리의 벌레가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강별학이 손을 머리 위로 올리자 그 벌레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치 한 마리의 뱀처럼 느껴졌다.
 일순간, 그의 얼굴에는 기쁜 빛이 감돌았다.
 "맞았어 내가 왜 그것을 생각해내지 못 했을까. 그들을 부르면
된다."
 그는 기별 표정으로 숲을 빠져나오려다 돌연 동 선생과 강소어
가 방에 있는 것이 생각나 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그 방에서는 아무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불이 켜져 있
을 뿐 창문에 사람의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았다. 동 선생과 소어
아는 이미 사라지고 만 것이었다.
 강별학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너무 생각에 골똘한 나머지 그들
이 언제 나갔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소어아가 다시 방으로 들어올 때는 방 안의 불이 이미 꺼져 있
었고 손을 내밀어도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비록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방 안의 향기가 그들이 나갈 때보다 더
욱 흩어진 것을 느꼈다.
 (이 방에 누가 다녀갔단 말인가?)
 소어아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돌연 동 선생이 싸늘하게
말을 내뱉었다.
 "너는 왜 이제야 왔느냐?"
 어둠 속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가 만족할 만한 곳을 찾으려니 힘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
가 늦었지요."
 그 목소리는 동 선생의 목소리보다는 부드러웠다. 그러나 말투
는 동 선생처럼 싸늘하기만 했다.
 소어아는 놀라면서 생각했다.
 (동 선생 같은 괴물도 여자 친구가 있군. 말소리가 똑 같이 괴
기하니 두 사람은 천생의 한쌍이군.)
 그는 불씨를 꺼내어 급히 불을 켰다. 불꽃이 타오르자 소어아는
머리가 어깨까지 늘어진 검은 옷을 입은 여자를 볼 수 있었다. 그
녀는 마치 유령처럼 음산하게 서있었다.
 그녀 역시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것은 나무로 조각한 것이었고
마치 죽은 자의 얼굴 같이 조각되어 있었다. 비록 불이 켜져 있었
지만 소어아는 소름이 쫙 끼쳐왔다.
 이 검은 옷의 여인은 소어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바로 강소어인가?"
 소어아는 코를 비비고는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렇소. 내가 강소어요. 나를 아시오?"
 검은 옷의 여인이 말을 받았다.
 "난 벌써부터 너를 알고 있었다."
  "당신이...... 어떻게 나를 알고 있었단 말이오?"
 "동 선생이 있다는 것은 알면서도 목 부인이 있다는 것은 몰랐
던 모양이지?"
 "목 부인?"
 목 부인은 다시 동 선생에게 얼굴을 돌렸다.
 "난 벌써 여기에 도착했는데 당신들 두 사람은......."
 "동 선생과 술을 마시러 나가느라 부인을 기다리게 했으니 죄송
스럽소."
 목 부인의 눈에 놀란 기색이 나타났다.
 "둘이 같이 술을 마시러 나갔었다는 말이냐?"
 "동 선생은 저에게 참 잘 대해 주고 있소. 술도 마음대로 마시
게 하고, 내가 매운 것을 좋아한다니까 음식점에 데리고 가서 천
채를 사주었소. 이렇게 좋은 사람은 처음 봤소."
 목 부인의 눈에서는 놀란 기색이 사라지지 않았다. 어찌보면 웃
음이 터져나올 것만 같은 표정이기도 했다.
 소어아는 목 부인이라는 여인이 말투는 비록 동 선생과 같이 싸
늘했지만 그 눈만은 동 선생보다 따뜻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는 탄식을 하며 말을 계속했다.
 "다만 동 선생은 나에게 지나치게 관심이 많아요, 나를 보살피
느라 자기는 밥도 먹지 못 하고 잠도 자지 못 합니다. 정말 몸이
못쓰게 될까봐 걱정이오. 부인이 만약 동 선생의 친구라면 동 선
생을 대신해서 나를 보살피고 그를 쉬게 할 수는 없겠소?"
 목 부인은 동 선생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형...씨 형님이 귀찮으시다면 저에게 인계를 하세요."
 동 선생은 돌연 몸을 일으키면서 '착'하고 소어아의 따귀를 올
려부쳤다. 비록 힘있게 때리지는 않았으나 묘한 수법이었다.
 소어아는 별로 아픈 것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러나 머리가 어지
러운 것을 느끼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서 쓰러지고 말았다.
 동 선생이 싸늘하게 말했다.
 "그 누구도 내 몸에서 그를 때어놓을 수 없어. 그가 살아 있을
때도 지켜야 하고 그가 죽어서 시체가 썩는다 해도........"
 "그러나 저는......."
 동 선생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목 부인의 말을 가로챘다.
 "너도 나에게 충성을 다하지는 않아."
 "언니...... 언니는 나 까지도 믿지 못 한다는 거예요?"
 동 선생은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을 했다.
 "월노가 강풍을 데리고 간 그날부터 난 누구도 믿지 않아."
 목 부인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나는 언니가 아직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알아요. 제
가 강풍을......"
 "너도 그를 사랑했었단 말이지. 그렇지?"
 목 부인은 숙였던 고개를 쳐들며 큰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나도 그를 사랑했어요. 하지만 나는 그이를 얻을 생각
을 해보지는 않았어요. 언니와 싸울 생각도 없었고......"
 그녀의 싸늘한 말투는 오열로 떨리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나는 모든 것을 언니에게 양보해야 했어요, 언니
가 그 복숭아 나무에 남은 복숭아를 얻기 위해 나를 떨어뜨려 다
리를 부러뜨린 후, 나는 다시 언니와 경쟁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동 선생은 무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한참 후에야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숙이고서 담담히 말했다.
 "그 일은 잊어다오. 하여튼 간에 우리는 둘다 그이를 얻지 못
했어."
 목 부인 역시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
다.
 "언니, 미안해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나 봐요. 사실 나도
잊은 지 오래이고 생각하기도 싫었는데......."
 그녀는 확실히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것은 그녀들만
의 비밀이었다.
 안타깝게도 소어아는 혼수상태라서 그녀들이 주고받은 말을 듣
지 못 했다.
 소어아는 서서히 의식이 돌아오며 예의 그 이상한 향기를 맡을
수가 있었다.
 그는 자기가 아직 여관 방에 누워 있는 줄로 알았다. 그러나 눈
 을 떠보니 자기가 엉뚱한 곳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어아가 누워있는 방은 너무나 화려하고 호화스러웠다. 여관 방
이라면 결코 이렇게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고개를 돌리자 침대 곁에 두 명의 소녀가 서있는 것을 발
견했다.
 그녀들은 모두 엷은 옷을 걸치고 있었으며, 화려한 화관(花冠)
을 쓰고 있었다.
 얼굴은 꽃보다 더욱 향기롭고 아름다웠으나 아무런 표정도 없었
고 혈색마저 돌지 않아서 마치 눈사람 같았다.
 소어아는 눈을 비비면서 중얼거렸다.
 "내가 이미 죽은 것은 아닐까? 여기가 혹시 하늘나라는 아닌
가?"
 두 소녀는 꼼짝하지 않고 서서 앞을 바라볼 뿐 마치 그의 말을
듣지 못 하고 그를 보지도 못 한 듯한 표정이었다.
 소어아는 눈동자를 굴리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내가 죽은 것은 아니구나. 설사 내가 죽는다 해도 절대로 하늘
나라에 올라가지는 못 할 거야. 그리고 지옥에는 너희들처럼 아름
다운 여자들이 없어."
 그는 그녀들이 웃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들은 그를 바
라보지도 않았다.
 소어아는 코를 비비면서 다시 말을 계속했다.
 "당신들은 내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군. 난 은신법을 배운 적이
없는데."
 소녀들은 눈동자조차도 움직이지 않았다.
 소어아는 감탄을 했다.
 "너희들이 웃으면 더욱 아름다울 것 같아서 너희들을 웃기려 했
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가 않는군."
 소녀들은 여전히 그를 상관하지 않았다.
 소어아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소리쳤다.
 "말을 해라! 왜 말을 하지 않느냐? 당신들은 벙어리나 귀머거리
오? 아니면 장님이오?"
 그는 맨발로 그녀들의 앞에 다가가 한참을 바라보더니 다시 그
녀들의 주위를 두어 바퀴 돈 후 이맛살을 찌푸리며 혼자 중얼거렸
다.
 "이 둘은 사람이 아닌가? 정말 얼음으로 만들어졌나?"
 그는 손을 내밀어 한 소녀의 코를 만졌다.
 그때 그 소녀가 돌연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마치 봄철의 새순처럼 부드러웠다.
그러나 다섯 가지 색깔을 칠한 손가락은 마치 다섯 개의 작은 칼
처럼 소어아의 목을 향했다.
 소어아는 급히 침대로 뛰어오르며 크게 웃고 있었다.
 "당신들은 말을 하지는 못 해도 움직이기는 하는군."
 그 소녀는 다시 돌부처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표정을 하고 있으면 쉽게 늙어요."
 그는 다시 침대에서 뛰어 내려 버선을 신으며 혼자서 지껄이기
시작했다.
 "옛날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매사에 조심성이 없었지. 어느 날
외출을 하게 되었는데 신발을 잘못 신어서 양발 모두에 왼쪽 신발
을 신고 나간 거야. 그는 길을 걸으며 발이 불편하다고 생각했지.
그는 신발을 잘못 신은 것을 모른 채 친구 집에까지 도착했어, 그
리고 친구가 말을 해줘서야 종을 시켜 신발을 바꾸러 보냈지. 그
런데 그 종은 돌아올 때도 빈 손이었어. 왜 그랬는 줄 알고 있
소?"
 여기까지 말을 하고 소어아는 참을 수가 없어 웃어버렸다. 그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사람은 이상히 여겨 하인에게 물어봤지. 왜 신발을 갖고 오
지 않았는가를. 그런데 그 하인은 말하길, '바꿀 필요가 없었어
요. 집에 있는 두 짝은 모두 오른 쪽의 것이던데요' 하는 거야."
 그는 허리를 펴지 못 할 정도로 웃어버렸다.
 그러나 두 소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소어아는 탄식을 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내가 한 번 웃겨보지, 나에게 친구가 하나 있는데 이름
이 장삼이야. 그는 사람을 잘 웃기는 인물이지, 어느 날 그는 다
른 두명의 친구와 같이 길거리를 가다가 한 아가씨가 나무 밑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어. 너희들처럼 싸늘한 표정으로 말이야. 장
삼은 그 아가씨를 웃기게 할 수 있다고 자부 했지만 그 두 사람의
친구는 통 믿지를 않았어. 장삼은 말했어. '나는 단 한마디로 그
녀를 웃게 할수도 있고, 또 한마디로 그녀를 화나게 할 수도 있
어. 내기를 하겠는가. 한상의 술 내기 말이야., 그 두 사람의 친
구는 그와 내기를 했지."
 소어아는 본래 입재주가 좋았다. 사실 그 두 소녀는 비록 그를
쳐다보지는 않았지만 그 장삼( 드)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아가씨
를 웃기고, 또 화나게 했는지 듣고 싶었다.
 소어아는 계속 말을 엮어갔다.
 "장삼은 아가씨 앞에 오더니 돌연 그 앞에 있는 개를 향해 '아
버지'라고 부르며 절을 하는 거야. 그 소녀는 그가 한 마리 똥개
를 아버지라 부르자 참을 수가 없어 웃어버렸어. 그러자 장삼은
이번에는 그녀에게 꿇어 앉아 '어머니'라고 불렀지. 그 소녀는 얼
굴이 빨개지더니 입술을 깨물며 발길을 돌려 가버렸어. 장삼은 과
연 술 내기에 이겼던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왼쪽의 둥근 얼굴의 소녀가 더 이상
참지 못 하고 웃어버렸다.
 소어아는 기뻐서 손뼉을 치며 따라 웃었다.
 "웃었어! 웃었어! 드디어 웃고 말았어."
 그러자 그 소녀는 웃음을 거두며 안색이 창백해졌다.
 동 선생이 어느 사이에 들어왔는지 싸늘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 그리 재미있지?"
 그 소녀는 온 몸을 떨며 털썩 끓어 앉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
했다.
 "우리......우리가 그에게  청하여  말을  하지는  않았어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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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21 즐감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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