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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룡] 절대쌍교(絶代雙嬌)5권 70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23|조회수43 목록 댓글 1


활로를 찾아서 
 
 
 동 선생은 무서운 소리로 쏘아부쳤다.
 "하지만 너는 이 사람 때문에 웃은 것이 아니냐?"
 "제가.....저는"
 그녀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얼굴을 가리며 울기 시작했
다.
 "썩 나가거라!"
 "제발 부탁이에요..... 저를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께
요."
 소어아는 크게 놀랐다.
 "당신....... 당신이 그녀를 죽이겠소?"
 동 선생은 소어아를 노려보았다.
 "죽여? 그럴 필요는 없다. 다만 혀를 잘라버리고 영원히 웃지
못하게 할 뿐이야."
 소어아는 더욱 크게 놀랐다.
 "그저 웃었을 뿐인데 혀를 자른단 말이오?"
 "너 때문이야. 그녀를 웃게 해서는 안 되었지."
 "나는 다만 그녀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을 뿐인데 당
신...... 당신이 질투할 필요는 없잖소?"
 동 선생은 돌연 소어아의 따귀를 올려부쳤다.
 소어아는 바닥에 쓰러지면서도 여전히 입을 다물지 않았다.
 "나를 때리는 것은 좋지만 그녀를 처벌해서는 안 되오."
 동 선생의 눈에는 빛이 번쩍였다.
 "너..... 네가 감히 그녀를 옹호하는 말을 하다니?"
 그는 마침내 극도로 분노하며 몸까지 떨기 시작했다.
 소어아는 모른 척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 일은 그녀를 문책할 것이 아니고 나의 책임이오."
 동 선생의 목소리는 떨렸다.
  "좋아...... 좋아! 그녀의 혀를 자르지는 않겠다. 너....... 너
는 너의 아버지처럼 정이 많구나!"
 그는 돌연 손을 내밀어 일장을 뿜어냈다. 그 둥근 얼굴의 소녀
는 그 일격을 맞고 문 쪽으로 떨어져 다시는 움직이지를 못 했다.
소어아는 일어서며 분을 못 이겨 소리쳤다.
 "당신..... 당신이 기어이 그녀를 죽였군요!"
 동 선생은 온 몸을 몇 번 떨더니 고개를 들어서 크게 웃었다.
 "그렇다. 나는 그녀를 죽였다. 네가 그녀와 몰래 달아나지는 못
할 거야."
 "당신 미쳤소? 그녀가 언제 나와 몰래 달아난다고 했소?"
 "이미 달아난 후 그녀를 죽이려면 때가 이미 늦은 거야."
 "당신 미쳤군요. 당신은 미쳤어...... 나는 당신이 차가운 사람
인 줄만 알았지 악독한 사람이라고는 보지 않았는데, 당신은 여자
에게도 독수를 가하는군요."말을 할수록 노기가 일어나서 자신도
모르게 달려들어 그는 양손을 뻗쳤다.
 지금의 소어아의 무공은 실로 무림 고수들과 비교할 수 있을 정
도였다. 그가 극도로 화가 치밀어 가한 두 장은 무당(武堂), 곤륜
(崑崙) 양 파의 정기를 합한 것과 같은 기묘하고도 거센 위력을
지니고 뻗쳐 나갔다.
 그러나 무림을 뒤흔들만한 이 두장을 동 선생은 마치 몸이 두
개인 것처럼 재빠르게 피해버렸다.
 동시에 그의 손이 소어아를 향해 뻗쳤다.
 소어아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비록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희귀한 무공에 놀라 입이 제대로 닫히지 않을 정도였다.
 동 선생이 그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
 "너 같은 무술로는 많아야 화무결의 수법을 오십 번 이상 받아
내지 못 한다. 나는 네가 그와 상대가 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나
를 실망 시키는 걸."
 소어아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내가 그와 상대가 되든 안 되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오?"
 "너는 그를 이길 생각이 없나?"
 "내가 이기면 어떻고 이기지 못 하면 또 어떻소?".
 동 선생은 노하지 않고 품속에서 하나의 수건을 꺼내며 천천히
말했다.
 "여기에는 이화궁의 무술을 격파하는 수법이 세 가지 적혀있다.
석 달 정도 연마하면 비록 화무결을 이기지는 못 한다 할지라도
적수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소어아에게 무술을 가르치려는 것이다. 소어아는 놀라 입
을 벌리며 말을 했다.
 "당신..... 당신은 무슨 연유로?"
 동 선생이 수건을 그의 앞에 놓더니 싸늘하게 웃으며 걸어나갔
다.
 "당신은 화무결에게 나를 죽이라고 하지 않았소? 그런데 이젠
나에게 화무결을 죽이라는 거요? 당신 혹시 몹쓸 병이 있는 것이
아니오?"
 동 선생이 몸을 돌리면서 한마디를 던졌다.
 "너의 일생은 이미 비참한 운명으로 결정되어 있다. 네가 화무
결을 죽이든 화무결이 너를 죽이든 간에 마찬가지야."
 "그것이 같다는 거요? 당신....... 당신은 도대체......."
 동 선생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꽝'
하는 소리가 나며 문이 닫혔다. 소어아는 멍하니 닫힌 문을 바라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혼자 방에 남은 아가씨가 눈물을 흘
리며 서있었다.
 그러나 소어아는 그녀에게 아무말도 건내지 못 했다. 그는 정말
그 아름다운 소녀가 자기 때문에 죽는 것을 보기는 싫었다.
 그 소녀는 넋을 잃고 서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소어아는 탄식을 하며 그 수건을 펴보았다.
 그 수건에는 과연 세 가지의 절묘한 수법이 그림과 함께 적혀
있었다. 그 매 수법은 간단했지만 예리하고 효과적으로 바로 화무
결을 대적할 수 있는 좋은 수법이었다.
 이화궁의 무술을 잘 알지 못 하는 사람으로서는 결코 절묘한 수
법을 창안할 수가 없었다. 이화궁의 무술은 강호 최대의 비밀인데
동 선생은 어떻게 그토록 그 수법을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소어아는 이런 점을 생각하지 못 했다. 그는 다만 그 그
 림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잠시 후 식사가 들어왔다. 모두가 사천요리였고 좋은 술도 곁들
여져 있었다.
 소어아는 밥을 먹으면서도 그 중 쇠고기와 오리고기는 건드리지
않았다.
 "이 두 가지는 맵지 않으니 먹으나 마나야."
 이때 시종 가만히 서있던 소녀가 돌연 손을 내밀더니 오리고기
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소어아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와있는 그녀가 음식을 먹자 크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아무소리 하지 않고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시간 계산기를
보며 부지런히 음식을 입에 넣었다.
 그 소녀는 음식을 두어 접시 먹고 나더니 조용히 말을 건냈다.
 "어서 더 드세요."
 그녀가 돌연 말을 하자 소어아는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
다.
 "지금은 말을 해도 괜찮아요. 사람이 오지 않을 테니까요."
 소어아는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나는 너무 배가 불러서 쌀 한 톨도 더 먹지를 못 하겠소."
 "되도록 많이 먹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앞으로 이틀 간은 아무
것도 먹지 못 할 테니까요."
 소어아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물었다.
 "그건 무슨 이유요?"
 "그건?"
 그 소녀의 눈이 번쩍였다.
 지금부터 도망을 해야하니까요. 도망가는 중에는 먹지 못 할 뿐
더러 물도 마시지 못 합니다."
 "도망?..... 여기서 나가자는 말이오?"
 "물론이지요. 내가 방금 음식을 먹은 것은 달아나기 위해서였어
요."
 "그러나 동 선생........"
 "지금 그는 입정을 했을 테니까 두 시간 내로 여기에 오지는 않
을 거예요."
 "확실한가?"
 "수십 년 동안 지켜온 버릇이지요,. 제가 들은 말에 의하면 십
수년 전에 같은 신분의 여자가 바로 이 시간에 한 사람을 데리고
이길을 달아났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가 그토록 흥분했었군. 같은 일이 다시 생길까 봐
서......"
 그 소녀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기 시작했다.
 "방금 그가 죽인 소녀가 누구인지 아세요?"
 "글쎄....."
 그 소녀의 눈에서는 결국 눈물방울이 흘러 떨어졌다.
 "그녀는 나의 동생이에요."
 소어아는 비참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오. 내가 웃게 하지만 않았어도 아무일이 없었을 탠데."
 "우리는 그 사람을 칠 년간이나 따랐어요. 그는 조그마한 일 때
문에 독수를 가했는데, 당신은 나의 동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
면서 그녀를 위해 변명을 했고, 심지어는 목숨을 다하여...... ."
 "당신은 그런 원인 때문에 모험을 하여 나를 구하겠다는 것이
오?"
 그 소녀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비록 비단옷
을 입고 있지만 마음은 전혀 생기가 돌지 않아요........"
 "당신은 왜 여기에 왔소?"
 "우리두 자매는 고아였고 어릴 때부터 많은 구박을 받다 못 해
이화궁 문하에 뛰어든 것입니다. 우리는 출세를 하려고 했지요.
그러나 우리는 무술을 배운 후 그의 노예가 되어버렸던 거예요.
심지어는 아무말도 못 하고 살게 했지요."
 소어아는 길게 탄식했다.
 "고독...... 긴 시간의 고독은 무엇보다  견디기가  어렵
지......."
 그는 돌연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으며 무거운 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십여 년 전에도 똑 같은 일이 있었다면 더욱 삼엄하게
 경계를 할 텐데 과연 달아날 수가 있겠소?"
 "만약에 그의 금궁(禁宮)이라면 전혀 달아날 기회가 없겠죠. 그
러나 그곳은 다만 그가 잠시 쉬어 가는 곳이에요."
 그녀의 얼굴에 처음으로 미소가 나타났다.
 "더군다나 이곳은 최근에 내가 다시 수리를 했습니다. 꼭 달아
날 희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
보다는 나을 거예요."
 소어아는 사방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기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이오?"
 "이곳은 절간이에요."
 "절간이라고?"
 그는 눈동자를 사방으로 굴리면서 냄새를 맡아 보았지만 정말
절간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원래는 황폐된 절간이었는데 우리가 수리를 해서 이렇게 만들
었지요."
 "재주가 좋군."
 그는 웃으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시간이 소중할 텐데 왜 아직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지? 이
야기가 하고 싶으면 달아난 후에 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오."
 "사람이 와서 그릇을 치운 후에 떠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발
각되어 버릴 테니까요."
 소어아는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맞았어. 나는 그런 것에까지 세밀하지를 못 해. 여자들은 확실
히 세심하지."
 소녀는 그를 주시하다가 천천히 입술을 뗐다.
 "알고 있는 여자가 많아요?"
 소어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별로 그렇지는 않소..... 당신은 남자를 많이 아는가?"
 "나는 하나도 몰라요."
 "당신은 이제 나를 알게 되었군. 나의 성은 강이야, 이름은 소
어라고 부르고. 당신은?"
 소녀는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업을 열었다.
 "나는 철평고(鐵萍姑)라고 부르지요."
 소어아는 잠깐 놀라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성이 철(鐵) 씨야? 왜 철씨 성의 아가씨가 이렇게도 많
지........"
 철평고는 돌연 손짓을 해 그의 말을 끊어 버렸다.
 문 밖에 가벼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소어아는 재빨리 침대
에 누웠다. 곧 자색 옷을 입은 소녀가 청의 부인과 함께 들어왔
다.
 철평고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그들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 자색 옷의 소녀는 철평고 앞에 와서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너의 동생은 이미 죽었어 !"
 철평고도 싸늘하게 대꾸했다.
 "나도 알고 있다!"
 "가슴이 아프냐?"
 "내가 상심하면 네가 기뻐하겠지?"
 자의 소녀는 돌연 몸을 돌리더니 소어아를 바라보았다. 소어아
는 그녀에게 얼굴을 찡그리며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청의 부인은 그릇을 다 치워 가지고 방문을 나섰다.
 자의 소녀가 불쑥 소어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나가라."
 소어아는 눈이 휘둥그레져 물었다.
 "당신은 내가 나갈 수 있다는 거요?"
 자의 소녀는 고개를 돌려 철평고를 바라보고는 싸늘하게 웃으면
서 말했다.
 "내가 너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알 텐데 왜 나가지 않는 거지?"
 소어아는 너무 뜻밖의 말이라 심장이 정지할 것만 같았다.
 철평고가 그녀의 말을 받았다.
 "왜 나를 나가라는 거야?"
 "교대할 시간이야. 가서 쉬어라."
 철평고는 더 말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소어아는 그녀가 나가는 것을 보자 속으로 애가 바싹 탔다. 자
의 소녀는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녀가 가는 것이 싫어요?"
 소어아는 일부러 하품을 하면서 웃었다.
 "가는 것이 좋지. 안 그래도 그녀의 얼굴에 싫증을 느끼던 참이
야. 네가 그녀보다 더 예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새로운 것이 좋
지."
 자의 소녀는 싸늘하게 웃었다.
 "나를 바라보면 당신의 눈알을 파겠어요."
 소어아는 철평고가 다시 조용히 들어오는 것을 보자 일부러 웃
으면서 말을 건냈다.
 "네 입으로는 내가 너를 바라보는 것이 싫다고 하지만, 마음 속
으로는 너를 안아주고 입맞춰 주기를 바라지? 그렇지 않다면 왜
그녀를 보내고 네가 여기에 남는 것이지?"
 자의 소녀는 화가 치밀어 안색이 변했다.
 "나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소어아는 혀를 날름 내밀고는 웃으면서 대꾸했다.
 "네가 암호랑이도 아닌데 내가 왜 못 해. 너를 빨아보고 싶은
데."
 "당신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은 알아요. 그러나 최소한 나
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아무소리도 내지 못
하고 쓰러졌다.
 철평고가 그녀의 급소를 눌러 죽여버렸던 것이다.
 소어아는 급히 일어섰다.
 "남에게 발각되는 것이 두렵지도 않소?"
 "시간이 없고 기회도 만나기 어려우니 모험을 할 수밖에 없어
요.
 더군다나 이곳 사람들은 남들의 일을 상관하지 않으니. 삼 일
동안 그녀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그녀를 찾을 사람은 아무
도 없을 거예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 침대를 반자쯤 밀어 놓고 손을 뻗쳐 벽을
한참 동안 더듬었다. 그러자 벽에서 하나의 문이 열렸다.
 철평고는 그 속으로 들어서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저를 따라오세요."
 벽 뒤에는 지하도가 있었다. 매우 길고 깊은 길이었고 어디로
통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습기와 퀴퀴한 냄새로 인해 구토가
날 것 같았다.
 소어아는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가운데 코를 막고 한참 동
안 걷다가 길게 탄식하며 말했다.
 "절간에도 이런 지하도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당신은 언제 여
기를 발견했소?"
 "이 집을 수리할 때 발견했어요."
 그녀는 말을 계속했다.
 "내가 알기로는 오호작란(五胡作亂)시대에 도적을 피해 많은 사
람들이 삭발을 하고 중이 되어 화를 벗어나려 했었대요. 그러나
절마저도 안전한 곳이 못 돼서 중들이 이 지하도를 건립한 것이래
요."
 소어아는 탄복했다.
 "당신은 확실히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여자들과는 틀려."
 "......."
 "당신은 머리가 좋아. 이 세상에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 점차로
줄어 들어가지. 게다가 어떤 여자들은 머리가 있어도 사용하지를
않고 오직 그들의 잘난 얼굴만 믿고 있지."
 "그건 남자들 때문이에요."
 "뭐?"
 "남자들은 머리가 좋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 남자들은 천생
이 자기가 여자보다 강하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여자를 기를 쓰고
보호하려 하죠.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들을 고생시키는 거예요."
 소어아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웃었다.
 "그렇다면 병신은 남자군. 당신은 아는 남자가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남자를 그토록 잘 이해하지?"
 "여인이라는 동물은 천성이 남자를 이해하도록 되어 있지요. 그
러나 남자는 영원히 여자를 이해하지 못 해요."
 소어아는 탄복했다.
 "그 말은 맞아. 남자가 만약 여자를 이해하는 척 하면 고생길이
 훤히 열리는 거지."
 두 사람은 가슴에 공포와 불안이 가득차 있어서 될 수 있는대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 위로를 삼으려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긴장을 풀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어두운 지하도에서 자기의 목숨
이 언제 날아갈지도 모르는 판국에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면 정
말 참기 어려운 노릇일 것이다.
 지하도는 점점 더 습기가 짙어지고 어두워졌다.
 소어아는 손을 내밀어서 벽을 만져보며 입을 열었다.
 "이 절간의 벽은 산 가운데로 통해 있는 모양이지?"
 철평고는 대답을 하지 않고 불씨를 꺼냈다.
 이곳은 과연 산 허리였으며 동굴이 종횡으로 교차되는 곳이었
다.
 스산한 바람이 불어와 소름이 끼쳤다.
 "이런 곳이라면 동 선생이 아무리 재주가 좋다해도 우리를 쉽게
찾지는 못 할 거야."
 "하지만 나가는 것도 쉽지는 않아요."
 "당....... 당신도 나갈 길을 모르고 있단 말인가?"
 "나도 몰라요."
 소어아는 깜짝 놀랐다.
 "그럼..... 왜 같이 달아나자고 했지?"
 "하지만 길을 찾아내면 빠져나갈 수도 있는 것이지요."
 소어아는 쓴웃음을 띠웠다.
 "아가씨, 너무 일을 간단하게 보지 말아요. 당신도 알겠지만 산
허리의 동굴에서는 나갈 길을 찾기가 힘들어요."
 "그렇지만 분명히 나갈 길도 있겠죠. 그렇죠?"
 "설사 길이 있다해도 여기는 제갈량의 팔진법보다 더욱 복잡해
요. 빙빙 돌다가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게 될 지도 몰라."
 그는 길게 탄식을 하며 계속 입을 놀렸다.
 "고금 이래 이런 산에서 죽은 사람들로 지옥을 가득 메울 거
야."
 철평고는 앞장서 걸음을 계속하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을 계
속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두 명쯤 더 늘어난다 해도 상관없지 않겠어요?"
 "당....... 당신은 불안하지도 않는 모양이지?"
 "정히 불안하다면 지금 돌아가도 늦지는 않아요."
 "화내지 말아요, 내가 당신을 원망하는 것은 아니오. 다
만......."
 철평고는 소어아에게 고개를 돌리면서 큰소리를 질렀다.
 "내가 이곳의 위험성을 모르는줄 아세요? 그러나 하여튼 우리는
얼마 만큼의 기회가 있으니 충분히 달아날 수도 있어요. 앉아서
죽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당신이 이렇게 화를 낼 줄 알았다면 차라리 말을 하지 않을 것
을 그랬지?"
 철평고는 그를 한참 바라본 후 돌연 탄식을 하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이렇게 이상한 사람인 줄은 생각 못 했어요."
 "나도 당신의 성질이 이렇게 괴팍한 줄은 몰랐소."
 이때 그는 석벽의 풀속에 기호가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철평고도 그것을 보았다.
 그녀는 곧 그 기호의 방향을 따라 십여장이나 걸어갔다. 구석에
있는 석벽에도 역시 기호가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소어아는 뒤에 우두커니 서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
다.
 철평고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제 나갈 수 있게 됐는데 왜 움직이질 않죠?"
 "그 화살표를 따라 가면 동 선생 앞에 도착할 거야. 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아."
 철평고는 크게 놀랐다.
 "이 화살표들이 나갈 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란 말예요?"
 "화살표는 분명히 길을 가리키지만 그러나 동 선생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길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야."
 "그것을 어떻게 알죠?"
 "이 화살표는 필시 옛날의 중들이 그렸을 거요. 그렇지 않소?"
 "그렇겠군요."
 "그들은 길을 잃고 여기에 갇히게 될까봐 화살표를 그려 놓았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그들은 도적놈들을 피하기 위해서 이곳에 숨었지, 도적놈들이
떠난 후에 그들이 어디로 갔을 것 같소?"
 "당연히 절간으로 되돌아 갔겠죠."
 그녀는 이런 말을 한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바가 있었다.
 "그래요. 이 화살표는 절간으로 돌아가는 길이에요. 다만 여기
에 잠시 숨었을 뿐인데 나갈 길을 찾았겠어요"
 소어아는 박수를 치면서 한바탕 웃었다.
 "내가 벌써 말을 했잖아. 당신이 영리한 여자라고 말이오. 결국
알고 말았군. 내가 보기엔 방금 모른다고 했던 것도 그저 장난을
한 것 같아."
 철평고는 그의 칭찬을 듣자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갔다.
 그녀는 갑자기 불씨를 소어아에게 건네주며 말머리를 돌렸다.
 "당신...... 당신이 길을 안내하세요."
 "영리한 여자일수록 머리가 나별 척 하면서 남자에게 많은 힘을
쓰게 하지........."
 철평고는 발을 내어 딛으면서 대답했다.
 "이 일은 당신이 맡는다 해도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잖아요?"
 소어아는 웃으면서 큰걸음으로 앞장서서 걸어나갔다.
 "얼굴을 붉히고 화를 내니 비로소 여자 같이 느껴지는군."
 "나의 얼굴이 정말 빨개졌나요? 언제 얼굴이 붉어졌는지도 모르
겠어요. 아마 이것이 평생 처음일 걸요........"
 
 소어아는 화살표가 앞을 가리키면 후퇴하고, 화살표가 왼쪽을
가리키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는 화살표를 지날 때마다
화살표를 지워 없애버렸다. 철평고는 그를 따라 한동안 걷다가 돌
연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요?"
 "나로서도 나갈 수 있는지는 모르겠소. 그러나 이렇게 하면 그
절간과는 멀어지지 않겠소?"
 통로가 점점 좁아졌다. 때때로 걸어가기가 곤란할 정도였다. 가
리키는 화살표는 이미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소어아는 탄식했다.
 "이젠 우리의 운수를 알아봐야겠소. 눈을 감고 걸어 봅시다."
 그는 말을 하면서 불을 꺼버렸다.
 "왜 길을 찾지 않고......."
 소어아는 그녀의 물음을 막아버렸다.
 "그 중들은 절대로 이런 곳으로 피신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그
러니 여기에 화살표를 그릴 필요도 없었겠지. 우리도 찾을 필요가
없소."
 철평고는 아무소리 하지 않고 소어아의 손을 잡았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굴이 붉게
타올라 땅 속으로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소어아는 유유자
적했다.
 "하는 수 없지."
 "뭐가....... 뭐가 하는 수 없다는 거예요."
 "사람의 가슴이 뛰는 것은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소."
 철평고는 그의 팔을 꼬집어 뜯으려다가 돌연 무슨 생각에서인지
걸음을 멈추고 넋을 잃은 듯 서 있었다. 그녀는 돌연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자기가 여자라는 것을 느꼈다. 처음으로 자기가 뜨거운
피와 살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감정은 그녀를 즐겁게 했고 현재의 상황을 돌아보지 못 할
정도로 아련하게 했다.
 극히 좁은 굴이라 걸음을 옮기기가 어려웠고, 심지어는 기어가
야 하기도 했다. 어둠 속에서 그런 길을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철평고는 옷이 찢어졌고 몸에 상처가 나 피가 흐르기도 했으나
조금도 아픔을 느끼지 못 했다. 마치 구름에 떠 있는 것 같은 느
낌을 가졌을 뿐이었다.
 가끔 소어아는 불을 켜서 사방을 살펴보았다. 불길은 갈수록 약
해졌다.
 소어아는 불을 되도록 아껴쓰려고 했다. 이런 곳에서 불이 없어
 지면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어둠 속에서 얼마를 걸었는지 모른다. 하루 이틀이 지난 것 같
기도 했고 한두 달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철평고는 발걸음
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온 몸이 아팠고 허기가 지고 목
이 말라서 현기증을 느꼈다.
 그녀는 약물로 자란 소어아의 몸과 같지 않았다. 고생을 견디기
가 어려웠다. 만약에 소어아가 그녀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
녀는 더 이상 움직이지를 못 했을 것이다.
 사실 소어아 자신도 상당히 지쳐 있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환경 속에서 적어도 미치지는 않
는다 해도 짜증을 냈을 것이다.
 그러나 소어아의 성질이 워낙 이상해서 결코 짜증을 내거나 화
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철평고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우리 좀 쉬어요."
 소어아는 무거운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받았다.
 "절대로 쉴 수는 없소. 쉬게 되면 그만이오."
 "그러나 저는...... 저는 지금 이미......"
 "생각을 좀 해봐요. 태고 이래로 어떤 사람이 이런 신비스러운
동굴에서 손을 잡고 산책을 해봤겠소.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낭
만적인 일이오. 이런 기회를 맞이하고도 왜 즐거워 하지 않지?"
 "애석하게도..... 나는...... 나는 당신의 마음 속의 사람이 아
니에요."
 "누가 아니라고 했소? 지금 이곳에 당신 외에 누가 나에게 있다
는 말이오?"
 철평고는 소어아의 품속에 안겼다. 그녀의 얼굴은 불덩어리 같
았다. 이 불은 그녀의 가슴 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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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23 즐감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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