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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룡] 절대쌍교(絶代雙嬌)5권 71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23|조회수37 목록 댓글 1


헌원삼광과 강옥랑의 도박 
 
 
 철평고는 비록 강호의 경험이 많은 여자였지만 이런 어둠 속에
서 소어아와 같은 남자의 품에 안기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철평고는 남자와는 전혀 접촉이 없었던 데다가 그녀는
청춘의 화염을 너무 오랫동안 억누르고 있었다. 이러한 생사의 기
로에서 가장 폭발하기 쉬운 것이 바로 감정이었다.
 철평고는 사실 자기 자신도 소어아의 품속으로 안길 줄은 몰랐
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아무런 후회도 없었다.
 그녀는 소어아의 손이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만지는 것을 느꼈
다.
 철평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업을 열었다.
 "인생, 인생은 정말 교묘해요. 나는 지금에야 알겠어요.......
이삼일 전까지도 당신을 몰랐었는데 그러나 지금...... 지금
은......"
 이때 소어아가 불쑥 말을 꺼냈다.
 "내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줄 아오?"
 "몰라요."
 "나는 지금 정말 당신의 얼굴이 보고 싶은데."
 "싫어요...... 제발 그것 만은 싫어요......."
 그러나 불이 어느새 밝혀졌다.
 철평고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워 했다. 그러면서도 그
녀는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불씨......가 다 없어 지는데........"
 "불씨도 귀중하지만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어떤 진귀한
물건을 없애도 괜찮소."
 철평고는 얼굴을 가렸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정말이에요?"
 "안타깝게도 여기에는 거울이 없소. 거울이 있다면 지금 당신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고 싶은데 말이오."
 "정말 나가지 못 하게 되어도 나를 원망하지 않겠어요?"
 "당신을 원망한다고? 내가 왜 당신을 원망하지?"
 "거기에 있었으면 죽지는 않았을 탠데, 그러나 지금은.......
."
 "그렇게 말하자면 당신이 나를 원망해야지. 내가 아니었더라면
당신이 이렇게 고생을 하겠소?"
 "고생이....... 아니에요.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기뻐본 적이
없었어요."
 그녀는 그윽한 눈빛으로 소어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미치도록 고독할 때면 많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다투고
웃고 화내는 그런 꿈을 꾸었어요. 그런 꿈이 평생 동안 실현되지
못 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세상 사람들이 나를 여자로 취
급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왜?"
 "나 자신까지도 나를 여자로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남들은 나
를 선녀로 생각하거나 심지어는 마녀로 보기도 하겠지만 절대로
나를 여자로 취급하지를 않을 거예요."
 "당신은 분명히 여자야. 나는 일천 가지의 방법으로 증명을 할
수 있지."
 "이제는 알겠어요. 나는 지금 죽어도 좋아요."
 "누가 네가 죽는다고 말했어...... 우리는 꼭 나갈 길을 찾을
거야!"
 철평고는 미소를 보이면서 고개를 숙였다.
 "나는 알아요....... 나는 알아요...... 당신이 나를 속이지는
못 해요."
 그들이 들고 있는 횃불은 이제 겨우 콩알만한 불씨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철평고는 그 화염을 주시했다. 그녀는 눈동자가 점점 무거워지
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도 알고 있어요. 당신이 이렇게 나를 대하는 것이 진정 나를
좋아해서가 아니고 다만 위로하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나에게 기
쁨을 주기 위해서죠?"
 소어아는 크게 웃었다.
 "당신...... 당신은 생각이 너무 많아. 그것도 쓸데없는 생각이
야."
 그러나 철평고는 입가에 미소를 띠우면서 가볍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당신에 대해서 정말 감격했어요. 나는  다
만........ 다만 정말 피곤해요. 부탁이에요. 나를 좀 자게 해주
세요. 이대로 잠들어서 영원히 깨지 않아도  나는  만족해
요......."
 
 소어아는 철평고가 눈을 감는 것을 보고 탄식을 금치 못 했다.
 바로 이때 돌연 '스르륵' 하는 소리가 나면서 수많은 쥐들이 그
들 앞을 지나갔다.
 철평고는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소어아는 만면에 회색을 띠우며 큰소리로 말했다.
 "잘 필요가 없게 됐어. 이제 우린 살았어 "
 "그러나 이것들은 다만 쥐들에 불과한데요?"
 철평고도 이 말을 듣자 눈앞이 훤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이 쥐들은 산 밖에서 들어 왔을까요?"
 "그렇지. 여기는 분명히 산등성이에 접근하는 곳이야. 쥐들이
온 쪽으로 가보면 나갈 길이 이 부근에 있을지도 모르지."
 그는 말을 하면서 쥐들이 몰려온 쪽으로 걸음을 옮겨놓았다.
 다행히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의 크지도 않
고 작지도 않은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l 동굴 밖에서 빛이
비춰 들어오고 있었다.
 이 빛은 햇빛도 아니었고 불빛도 아니었다. 담담한 은빛일 뿐이
었다. 그러나 소어아는 눈이 부셔 오랫동안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그는 철평고를 이끌어 작은 동굴로 들어섰다.
 그 밖 역시 하나의 동굴이었다. 그 동굴 안에는 금은 보석들이
 상자에 가득 담겨 쌓여있었다.
 소어아는 놀랐다.
 (나는 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은 보물들을
발견하게 된 것일까?)
 철평고는 상자를 하나 집어 들더니 돌연 소리쳤다.
 "이 상자들은 여기에 옮긴 지 얼마 안 되었어요. 아직도 먼지가
묻지 않았는데요."
 소어아도 손을 뻗어 만져보았다. 과연 먼지가 묻어나지 않았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참으로 영리한 여자군.)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한 귀퉁이의 상자에 빨간 쪽지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쪽지에는 '단합비장'이라는 네 글자가 씌
여 있었다.
 소어아는 크게 놀랐다.
 이 재물들은 필시 강별학 부자가 각처에서 강탈해 온 것들로 강
옥랑이 여기에 감춘 모양이었다. 그는 이곳을 매우 비밀스러운 곳
으로 생각했겠으나 공교롭게도 소어아에게 들키고만 셈이었다. 소
어아는 기쁨을 감추지 못 해 탄성을 발했다.
 이때 철평고가 다가오면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밖에 사람이 있어요!"
 동굴 벽에 하나의 문이 나 있었고 조금 열린 틈새로 은은하게
불빛이 비춰 들어오고 있었다. 소어아는 가만히 다가서서 안을 살
펴 보았다. 과연 그는 하나의 큰돌 옆에 두 사람이 앉아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안쪽으로 안색이 창백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강옥랑이었다. 강
옥랑의 맞은 편에는 몸집이 큰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 큰돌 옆에는 많은 술과 고기가 놓여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
은 음식을 먹지 않고 다만 정신을 집중해서 눈앞의 큰돌을 바라볼
뿐이었다.
 강옥랑은 이미 극도로 피곤해 보였다. 그는 머리가 헝클어져 있
었고 얼굴도 때가 잔뜩 끼어 있어 오랫동안 세수를 하지 않은 사
람 같았다. 그렇지만 두 개의 눈동자만은 생기가 흐르고 있었다.
 철평고가 또다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저 돌이 뭐 볼 것이 있다고 저 두 사람은 저토록 정신이 나간
듯 바라보고 있죠! 혹시 미친 것이 아니에요?"
 소어아는 군침을 삼키면서 탄식했다.
 "내가 보기에 저 녀석은 미치지도 않았을 생더러 역시 여전히
영리해 보이는데."
 "그이를 아세요?"
 소어아는 계속해서 돌 옆에 놓여 있는 고기를 주시했다.
 "음!"
 "그럼 왜 저 돌을 저렇게 쳐다보고 있을까요?"
 "어쩌면 저 돌에서 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지도 모르지."
 그의 눈은 시종 술과 고기를 떠나지 않고 있다가 이윽고 두 사
람이 바라보고 있는 돌쪽으로 서서히 옮겨졌다.
 그 돌은 네모 골로 되어 있었는데 별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다만 돌 중간에 줄이 그어져 있었고 줄의 좌우 양쪽으로
각각 한 조각의 고기가 놓여져 있을 뿐이었다.
 소어아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씁쓸히 웃으며 속삭
이 듯 중얼거렸다.
 "내가 알기로는 분명 저 자식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소. 하지만
지금은 모르지. 어쩌면 저 놈은 고기를 입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먹는 줄로 알게된 모양인지 모르지."
 철평고는 군침을 삼키며 조용히 웃었다.
 "당신이 나가서 고기를 입으로 먹는다는 것을 좀 가르쳐 주지
그러세요?"
 "내가 왜 고기 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지 않겠소? 다만 지
금 나가면 아마 그가 내 고기를 먹으려할 것이오. 그는 나를 미워
하고 있소!"
 "음, 그럼 다른 한 사람은?"
 "저 사람이 누군지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소어아의 말이 채 골나기도 전에 한 마리의 쥐가 어둠 속에서
나타나더니 돌 위로 올라가 그 사나이 앞에 놓인 고기를 물고 급
 히 달아나버렸다. 강옥랑은 안색이 변하며 쓴웃음을 보였다.
 "좋아, 이번에도 당신이 이겼소!"
 그 사나이는 크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지금 너는 나에게 백삼십만 냥을 빚지고 있어. 이제는 너의 물
건을 다 잃었겠지!"
 강옥랑은 얼굴이 싸늘해졌다.
 "안심하시오. 아직 많으니까!"
 "나는 신경을 써서 도박을 하는데 넌 너무 싱겁게 잃어버리는구
나. 너를 혼내줄 테다."
 그는 크게 웃으며 다시 고기를 잘라 돌위에 놓았다.
 철평고는그때서야 깨닫고 웃었다.
 "알고 보니 저 두 사람은 도박을 하고 있었군요. 자기 앞의 고
기가 쥐에게 물려가면 이기는 것이지요. 이런 도박 방법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그러나 이런 도박은 누구도 속임수를 쓸 수 없소."
 "만약 쥐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죠?"
 "마냥 기다려야지. 그건 그렇고 당신은 우리를 등지고 있는 사
람이 누구인 줄 아시오?"
 "아는 사람이에요?"
 "비록 얼굴을 보지는 못 했지만 말소리로 알겠어."
 "누구죠?"
 "그가 바로 악도귀 헌원삼광이오! 전부 따거나 완전히 잃을 때
까진 절대로 일어서지를 않지."
 "악도귀? 십대악인 중의.....?"
 "그렇지. 당신도 심대악인을 알고 있군."
 철평고는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돌연 물었다.
 "당신은 그 십대악인이 누구 누구인지 아세요?"
 "잘 물었어. 세상에 나처럼 십대악인을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얼
마 없을 걸."
 그는 잠시 숨을 돌리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십대악인은 바로 혈수 두살, 소리장도 합함아, 불남불녀 도교
교,반인반귀 음구유, 불휼인두 이대취......"
 철평고는 몸을 떨면서 안색이. 변했다. 그러나 소어아는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고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광사 철전, 미사인불베명 소미미, 악도귀 헌원삼광, 손
인불이기 백개심, 그리고 구양정, 구양당 형제이지."
 "당신의 말대로 하면 열한 사람이 아니에요?"
 "구양 형제는 서로 떨어질 수가 없어서 한 사람으로 칠 수밖에
없었소."
 철평고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면서 다시 물었다.
 "그 사람들이 정말 악독해요?"
 소어아는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그들보다 더욱 악독한 사람들도 많지. 그러나 그 사람들
은 일을 할 때 병적인 점이 많아서 그런 칭호를 받는 것이오."
 "그 말이 무슨 뜻이지요?"
 "예를 들어 불홀인두 이대취의 경우 평시에는 매우 온순하고 문
무를 겸비한 사람인데, 발작을 하면 자기의 마누라까지 잡아먹어
버려 막상 그를 본 사람은 어느 누구도 그가 그런 일을 할 것이라
고 짐작할 수가 없소."
 이대취라는 이름을 듣자 철평고는 몸을 떨며 한참 동안 넋을 잃
은 듯 서있다가 다시 물었다.
 "당신도 그들 중 한 사람이 아네요?"
 "흠! 나는 그들을 알 뿐이오. 사실 나는 그들의 손에 자랐소."
 철평고는 다시 놀랐다.
 "그들이..... 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아마 귀산 일대에 있을 거야....."
 그는 돌연 말소리를 그치더니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왜 그리 자세히 묻는 것이오?"
 철평고가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다만 호기심 때문에 그래요, 세상에 그런 이상한 사람들이 있
다니...... "
 이때 돌연 강옥랑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일곱 여덟 주야를 도박했는데도 결판이 나지 않으니 귀찮
지 않으시오?"
  헌원삼광이 말을 받았다.
 "귀찮지 않아. 삼 년 반을 더해도 귀찮지는 않을 것이야."
 "하지만 나는 싫증이 나는데요."
 헌원삼광이 두 눈을 부릅뜨더니 큰소리로 지껄였다.
 "귀찮다고? 그래도 계속 도박을 해야 돼."
 "나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좀 크게 벌
이자는 것이오."
 "그래? 난 항상 큰 도박을 좋아 하지. 크게 한 판 해보겠느냐?"
 "각하가 지닌 물건이 칠팔십만 냥 정도이고 내가 백삼심만 냥을
빚졌으니 이번에는 이백만 냥 짜리로 합시다."
 헌원삼광이 손바닥을 매만지면서 말을 받았다.
 "한번에 결판을 내는 것도 좋지. 다만......."
 그는 돌연 웃음을 멈추더니 큰소리를 쳤다.
 "나는 벌써 저 동굴 안을 살펴보았다. 나에게 빚진 것을 제하면
백만 냥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네가 무슨 돈으로 나와 도박을
벌이겠다는 것인가?"
 "일백만 냥은 사람으로 하겠소."
 헌원삼광이 미친 듯이 웃어제꼈다.
 "네가 백만 냥의 가치가 있다는 말이냐?"
 강옥랑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나왔다.
 "나는 비록 백만 냥이 못 되지만 백만 냥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
있소."
 "어디에?"
 "각하께서는 우선 값을 확실히 계산해 보자는 것입니까?"
 헌원삼광은 눈을 치떴다.
 "물론 값을 계산해 봐야지, 아버지하고 아들이 도박을 해도 계
산을 할 것은 해야 돼."
 강옥랑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 그렇다면 제가 그녀를 데리고 오죠."
 헌원삼광의 몸 뒤로 튀어나온 암석이 있었다. 강옥랑은 그 위에
올려져있던 등불을 들더니 큰걸음으로 걸어 나가면서 말했다.
 "각하, 안심하고 계십시오. 제가 금방 갔다 올 테니!"
 "물론 안심을 하지. 네가 날 이겨보려고 가는 것인데 설마 안
돌아 오겠어?"
 그는 닭다리를 한 입 뜯더니 술을 들이켰다. 넋을 잃고 쳐다보
던 철평고가 돌연 탄식을 했다.
 "저 사람들은 무슨 돈을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고 또 왜 여기에
숨겨 놓았을까요?"
 "물론 훔쳐온 돈이지."
 "비록 훔쳐온 것이라도 한꺼번에 잃으면 아까울 텐데요."
 "돈이란 들어올 때는 어렵고 나갈 때는 쉬운 것이오. 더군다나
도박을 하는 사람은 마누라를 잃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소."
 그는 웃으면서 다시 말을 계속했다."다만 내가 생각을 못 했지.
저 강옥랑 녀석은 사람까지 담보로 잡힐려고 하다니 !"
 "그가 자기의 마누라를 잡히고 도박을 할 작정인가요?"
 "그에게 마누라가 있다해도 백만 냥은 못 돼. 저 자식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나도 모르겠는데. 백만 냥의 가치나 나가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데?"
 이때 강옥랑이 한 사람을 골고 들어왔다. 그가 골고 온 사람은
몸이 날씬한 여자였는데 얼굴을 천으로 가려서 잘 볼 수가 없었
다.
 헌원삼광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어찌 여자를 데리고 왔지?"
 강옥랑은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물론 여자죠. 남자라면 그만한 가치가 없잖소."
 헌원삼광은 크게 웃었다.
 "하지만 너 같은 자식이 가져온 물건은 별 가치가 없어."
 "이 아가씨가 비록 나를 따라 며칠을 다녔지만 나는 그녀를 건
드리지도 않았소."
 "너 이 자식아,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은가?"
 "각하께서 믿지 못 하겠다면 시험을 해보면 알 것 아니오."
 그는 말을 하며 등롱을 돌 위에 놓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헌원
삼광의 몸 뒤에 놓은 것이 아니라 자기의 몸 뒤에 놓았다. 불빛은
그의 어깨를 넘어 헌원삼광의 앞을 비춰 주었다.
  소어아는 그것을 보자 곰곰히 무슨 생각엔가 잠겼다.
 그 여인은 시종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강옥랑이 그녀의
망사를 제쳤다. 헌원삼광은 눈앞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소어아는 이 얼굴을 보자 움찔 하며 놀랐다.
 '모용구매' 그 여인는 모용구매였다.
 그녀는 삼소저에게 쫓겨난 후 길에서 방황을 했었다. 어두운 밤
그녀를 돌보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꿈꾸듯이 성내를
빠져나왔을 때 조향영의 장원에서 빠져나와 동정을 살피고 있던
옥랑의 눈에 띠었다. 그녀는 강옥랑을 알아보지 못 했지만 그는
즉시 모용구매를 알아보았다. 이미 화무결이나 철심난과 함께 다
니는 것을 만나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정신이 없는 모용
구매가 실종되어 버려 철심난이 무척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언젠가는 소용이 될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데리
고 다니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녀가 이 비밀 보물창고를 누설할
걱정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그녀를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이
었다. 하지만 동굴 안에는 이미 헌원삼광이 그가 발견한 보물의
주인과 도박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헌원삼광은 모용구매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넋을 잃는 사람처럼 초점을 잃었다.
 "미녀, 과연 신비스러울 정도의 미녀로군.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이십여 년 간 어떤 미녀에게도 흥미를 느껴보지를 못 했어.
그러니 그녀를 데리고 가라!"
 강옥랑은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띠운 채 조용히 말했다.
 "이 아가씨의 가치는 얼굴에 있는 것이 아니오."
 "뭐, 그럼 어디냐?"
 "그것은 바로 그녀의 신분이오."
 헌원삼광이 크게 웃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공주라도 된단 말인가?"
 "비록 공주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하죠."
 헌원삼광은 강옥랑이 자기를 놀리는 줄 알고 분노를 참지 못 했
다.
 "도대체 이 여자가 누구냐? 너 이 자식아, 수작을 부리지 마
라."
 "이 여자는 바로 구수산장의 모용구매 아가씨요."
 "뭐라고? 무윈영의 구 아가씨란 말이냐? 그런데 어찌 너의 손에
들어왔지?"
 "이 아가씨는 누구에겐가 해를 입고 제정신을 잃고 말았소. 모
용집의 사람들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수배했지만 찾지 못 했는
데 나의 운이 좋아서인지 내가 우연히 만나게 되었소."
 강옥랑은 헌원삼광의 반짝이는 눈빛을 살펴가며 말을 이었다.
 "생각을 해보시오. 만약 그녀를 그녀의 언니나 형부에게 데려다
주면 진검, 남궁유 등은 필시 크게 보상할 것이오."
 헌원삼광은 한동안 생각을 하더니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좋다. 그렇다면 우리 도박을 벌여보자!"
 이때 돌연 한 사람의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박을 해선 안 돼 !"
 소어아가 소리를 치자 헌원삼광과 강옥랑이 놀랐을 뿐만 아니라
철평고도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누구냐?"
 소어아는 우선 철평고의 귀에다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나를 따라 나가거든 우선 먹고 심은 것을 사양하지 말고 먹어
요. 나는 저 자식을 상대할 방법을 생각해야 돼."
 그는 말을 끝낸 후 문을 열고 걸어나갔다.
 "똥통에 숨어서 똥을 먹던 친구야! 벌써 나를 잊었느냐?"
 강옥랑은 소어아를 보자 귀신을 본 것 보다도 더욱 놀라서 뒤로
걸음이나 물러섰다.
 ".......네가 네가 어떻게 여기에 나타났지?"
 "아직 죽지 않았으니 당연히 너를 따라 다녀야지."
 헌원삼광은 반가와 그의 어깨를 치며 크게 웃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여기에 불쑥 나타났다면 우리도 크게 놀랐겠
지만 네가 나타난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지."
 그는 크게 웃으면서 말을 계속했다.
 "온 천하에 네가 못 할 일이란 없는 것 같군. 하하!"
 "누가 감히 그런 말을 믿겠소? 나는 알을 낳지도 못 하는데."
  그 말을 듣고 헌원삼광은 더욱 더 웃어제꼈다. 진정 거짓없는
기쁨의 웃음이었다. 소어아는 어느 사이에 먹을 것을 집어 들고
먹기 시작했다. 모용구매는 마치 그를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강옥랑은 소어아의 몸 뒤에 서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그녀도 소
어아처럼 급히 음식을 먹었다. 그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바
라볼 뿐 어찌 할 바를 몰랐다. 헌원삼광이 웃음을 그치고 말했다.
 "이봐, 나는 한평생 도박을 했는데 이번엔 왜 못 한다고 소리쳤
지?"
 소어아는 입 속으로 계속 고기를 집어넣으면서 말을 했다.
 "당신이 도박을 하게 되면 필시 속고 말 것이오."
 "나는 늙은 도박꾼이지. 저 자식은 아직도 어리고. 그가 어떻게
나를 속일 수 있겠어? 이번 도박은 공평한 방법이야."
 그는 말을 하면서 껄껄거리며 한바탕 웃었다.
 소어아는 그가 웃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말을 이었
다.
 "이 도박에서 당신은 지금까지 많이 이겼겠지요?"
 "그렇지."
 "당신이 어떻게 해서 이겼는지 아시오?"
 "이틀 동안의 운이 좋았겠지."
 "아니오."
 "그렇다면 다른 원인이 있단 말인가?"
 "그것은......."
 그는 일부러 강옥랑을 한 번 바라본 뒤 즉시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소."
 "왜 말을 못 한다는 거냐?"
 "한 이틀 간 굶었더니 체력이 떨어져서 저 자식의 공격을 받아
낼 수가 없소."
 "저 자식이 너를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내가 죽여버리고 말 테
다."
 "내가 강옥랑과 싸우게 되면 나를 돕겠소?"
 "물론이지."
 "좋아요. 그렇다면 안심을 할 수 있겠군."
 그는 히죽 웃으면서 말을 계속했다.
 "당신도 알겠지만 쥐는 밝은 것을 싫어하오. 그래서 밤이 돼서
야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오. 물론 불이 켜지면 그들은 맥을 못 되
는 것이고."
 "네가 쥐새끼에 대해서도 연구가 그렇게 깊을 줄은 몰랐는데."
 "물고기와 쥐새끼는 고양이를 보면 골치가 아프오, 내가 그들을
이해 못 하면 어찌하겠소?"
 "그러나...... 이 도박과.......그것이 무슨 관계가 있지?"
 "쥐들은 식량이 없어서 미치도록 배가 고프거나 아주 안심을 하
기 전에는 결코 이 돌 위의 고기를 먹지는 않을 것이오."
 "그래서 우리는 움직이지 않았지. 만약 우리가 참지 못 했다면
말한대로 쥐들이 결코 이 돌 위의 고기를 먹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당신은 한 가지 사실을 잊었소, 방금까지는 저 불이 당
신의 몸 뒤에 있었기 때문에 당신의 그림자에 가려 그 고기가 어
둠속에 파묻혀 있었소. 쥐는 밝은 것을 싫어하오. 그래서 당신이
계속 이긴 것이오."
 헌원삼광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 박수를 쳤다.
 "과연 그렇군, 너는 정말로 영리해, 그런 것까지 생각을 해내다
니 말이야."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 사람이 꼭 나 뿐만은 아니오."
 헌원삼광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그 말을 받았다.
 "그렇다면 저 자식도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런데 왜 계속 당하
기만 했지?"
 "그도 자기 대로의 생각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오."
 "이제야 알겠다. 저 자식은 애초부터 등불의 위치를 바꿔 놓을
생각으로 도박을 크게 하자는 것이었구나!"
 "그렇소. 하지만 이제는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어버렸소. 지금
은 비단 은을 빼앗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를 이길 수도 있
소."
 "네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내가 질뻔 했군."
 소어아는 강옥랑을 바라보면서 빙긋이 웃었다.
  "어때? 내 말이 맞지?"
 강옥랑의 안색이 변해갔다.
 "네가 정 그렇게 훼방을 놓는다면 나도 하는 수 없다."
 소어아는 크게 웃었다.
 "강옥랑, 네가 무슨 수작을 쓰려는지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내
앞에서는 아예 허튼 수작을 마라."
 "흥! 내가 운이 나빠서 또 너를 만나게 되었구나."
 "그렇지, 네가 나를 만난 것은 일평생 최대의 악이다. 이제 장
물(臟物)과 사람을 모두 발견했으니 나를 따라서 단합비에게로 가
볼까? 거기서 나머지 이야기를 하자."
 강옥랑은 소어아와 헌원삼광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고개를 떨구
었다.
 "일이 이렇게 됐으니 나도 할 말은 없다. 다만......"
 그는 갑자기 모용구매의 뒤로 돌아가 그녀의 팔을 잡더니 득의
에 찬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다만 너희들은 이 모용 아가씨의 목숨을 내어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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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23 즐감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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