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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웅]마루타1-14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05|조회수57 목록 댓글 2


고등관들은 졸린 눈으로 이시이 부대장을
바라보며 잠자코 있었다. 이시이 중장의
기분이 무척 들떠 있다는 것을 간부들도
발표할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것이
세균전에 관계된 전술이든, 새로운
신병기이든 전에 없던 것이 틀림없으리라.
  "지금 기록 영화에서 보았지만 우리는
상당히 많은 양의 세균을 중국 시가지에
투하했는데도 목적한 것 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겨우 2천 명이 감염되어
70%에 해당하는 일천오백여 명이 죽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투하한
세균으로는 일억 이상 살상시킬 수 있는
양이었습니다. 일억의 살상용으로는 병기에
문제점이 있었던 것입니다. 즉 용기가
폭약으로 폭발할 때 그 화력으로 많은 양의
세균이 공중에서 이미 죽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인데 그 용기의
폭발력을 현저히 감소시켜 공중에서 죽는
  이시이 중장이 열을 내면서 연설을 하고
있을 때 고등관이 앉아있는 자리 한쪽에서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앉아 있다가 깜박
잠이 든 것이다. 그러나 열에 들뜬 이시이
부대장은 그 코고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열심히 지껄였다.
  "내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도기(陶器)
폭탄입니다. 도기폭탄, 폭발할 때
쇠붙이보다 얼마나 깨지기 쉽겠습니까.
약간의 화력만 가지고도 폭발하게 되니까
그 열로 죽이는 세균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시이 중장은 자기의 아이디어에
간부들이 감탄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 위해
잠깐 말을 끊고, 가슴이 벅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코고는 소리를 들었다.
높아졌다. 이시이 중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회의실은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했다. 그러자 코고는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코고는 간부는 오오타니
요시모토(大谷義元) 자재부장이었다. 그의
옆에 있던 나가야미 아에미쓰(永山家光)
대좌가 팔을 잡아 흔들어 깨웠다.
  "응, 여보 물좀-- ."
  오오타니 소장은 잠에서 깨며 지껄였다.
아마 집인 것으로 알고 아내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러자 조용하던 회의실에
웃음이 터졌다. 긴장이 감돌던 회의실에
웃음이 폭팔하면서 간부들은 의자가
흔들리도록 웃어댔다. 다른 쪽에서 졸고
있던 간부들도 따라서 웃었다. 오오타니
소장은 자신이 졸았다는 사실을 알고
이시이 부대장은 웃지 않고 약이 바싹 오른
표정으로 고등관들을 쏘아보았다. 문 옆에
서 있던 요시다도 웃다가 밖으로 나왔다.
웃음이 그치고 이시이 부대장이 다시
도기폭탄에 대해 이야기 하는 목소리를 등
뒤로 들으면서 요시다는 층계를 내려와
고전압 토담에 둘러싸인 본부를 나왔다.
  정문에 있는 위병소에서는 세 명의
헌병들이 앉아 화투를 하다가 요시다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보자 화투판을 얼른
감추었다. 왼쪽에 있는 석탄 야적장 넘어
보일러실은 불빛이 환하게 켜 있고, 공무반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
왔다.
  요시다가 본부를 나와 독신자 관사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동안 왼쪽 대원 관사
떨어져 있었으나 요시다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개가 짖어 댔다. 밤은 후덥지근하고
하늘에는 별이 있었다. 발에 밟히는 땅은
푸석푸석 먼지가 일어났다.
  요시다는 십여 분 걸어 독신자 관사가
있는 입구에 닿았다. 맞은편에 식물연구소
건물과 농장이 불빛에 비쳤다. 그 옆의
가족 진료소 건물도 나무 사이로 비쳤다.
  요시다가 관사 쪽으로 가려고 할 때 길
건너 신사(神社)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왔다. 동향신사(東鄕神社) 바로 뒤는
옥수수 밭과 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옥수수
반은 농장 쪽으로 뼉쳐 있고, 나무는 키
작은 묘목과 중키의 소나무들이 운동장과
경계를 두면서 심어져 있었다.
  깊은 밤에 들리는 인기척이었기 때문에
있는 권총을 뽑아 들고 신사 쪽으로
다가갔다. 요시다는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소리는 더욱
확실하게 들렸다. 그 소리는 신사 건물
뒤쪽에서 들려왔다. 요시다는 신사 벽을
돌아 가까이 다가섰다. 소리나는 물체를
찾기도 전에 옥수수 밭에서 들리는 그
소리는 남녀의 신음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럴 수가 있을까.
  물론, 고향을 떠나 멎리 타국 만주의
벌판에서 생활하다 보면 젊은이들에게는
감정을 달랠 특별한 안식이 없어 탈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군인인지,
군속인지, 아니면 가족들 중에 젊은이인지
알 수 없었으나 요시다는 이해하려고 했다.
그래서 돌아서려고 했다. 그러나 여자가
신경이 거슬려 누구일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요시다는 좀더 접근해서
옥수수 밭이랑 사이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알 수 없었다.
옥수수를 부러뜨려 밑에다 깔고 발가벗은
채 엉켜 있었으나 얼굴을 알아 볼 수
없었다. 요시다는 돌아서서 나갔다. 발자국
소리를 죽이지 않고 신사 건물 옆에 깔아
놓은 자갈을 밟고 가자, 그 소리가 커서
야외에서 정사를 즐기던 그들이 알아
차리고 우뚝 멈추었다. 신음 소리가 멈춘
것으로 보아 정지한 듯했다. 요시다는 더욱
크게 자갈 소리를 내며 독신자 관사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릴과 관사 사이에 있는 물없는 연못가
바위에 걸터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보니 식물연구소 앞쪽으로 한 사내가
웅크리고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오십여
미터 떨어져 있었으나 길가에 새워 둔
보안등 불에 비쳐 그 사내가 나카에
간이치(中江貫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병리연구 담당 오카모토(岡本雅郞)
기사(의사)의 군속으로 조수로 있는
고원(雇員)이었다. 25세의 핸섬한 청년으로
장래 산부인과 의사가 되겠다고 미래의
꿈을 얘기하던 청년이었다. 나카에는
마루타 해부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해부는 주로 병리연구
담당반인 오카모토 팀과
이시가와(石川秋成) 팀이 맡고 있는데,
반장은 특별한 흥미를 끄는 마루타가
아니고는 메스를 들지 않았고, 그 밑의
결국 초보자인 젊은 조수(雇傭)들이 맡아서
했다. 살아 있는 마루타에 메스를 대지만
실패와 성공이 문제가 아니었고, 매일 두세
명씩 하는 해부 수술이라 그들은 병원의
베테랑 외과의사보다 더 수술을 잘했다.
나카에는 어떤 여자와 정사를 벌이다가
몸을 피하는 것일까. 나카에는 관사 쪽으로
사라지고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요시다가 피우던 담배가 거의 타들어
갔을 때 검은 운동북을 입은 여자가 나무
사이로해서 고등관 관사 쪽으로 걸어갔다.
어둠 속에서 뒷모습만을 보아 누구인지 알
수 없었으나, 신사 건물에서 고등관 관사로
걸어가는 것을 보면 좀전에 야외 정사를
벌이던 여자임이 틀림없었다. 누구일까?
고등관 관사로 가는 것을 보면 간부의 딸일
고등관들에게는 성숙한 딸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그녀들 가운데 더러는 군속으로
부대에 근무하기도 했지만, 하얼빈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몸을 웅크리고 나무 사이로
걸어가던 여자는 고등관 관사로 이어진
길로 나오면서 뒤를 힐끗 돌아 보았다.
보는 사람이 없는지 살피는 눈치였다.
길가에 있는 보안등 불빛에 돌아보는
여자의 얼굴이 비쳤다. 그녀의 얼굴을 보자
요시다는 '앗'하는 비명을 지를 만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요시다는 연못 아래로 내려온 위치에
나무로 가려 여자가 볼 수는 없었으나
요시다의 눈에 여자의 얼굴을 뚜렷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곤충연구
담당반장 다나카 후미오(田中文夫) 소좌의
군의정(軍醫正)으로 35세의 젊은 장교였다.
그에게는 열 살 먹은 아들이 있었다. 그의
아내 다나카 가츠코(田中會子)는 32세로
마루타 해부실에 근무하는 간호장교
대위였다.
  요시다는 다른 담배에 불을 붙여 물며
배신감을 느꼈다. 그들이 자신과 무관한
사이였지만 웬지 배신당한 느낌이었다.
나카에는 해부실에 살다시피 하는 젊은
군속이었고, 간호장교 가츠코 대위는
해부실 담당 간호장교 책임자였다.
그렇다면 뭔가 말이 되는 게 아닐까.
  요시다는 그릴에서 몇 번 본 일이 있는
가츠코의 얼굴을 떠 올렸다. 그녀는 인텔리
여성으로 고전 음악을 좋아하고 커피를
즐겨 마셨다. 얼굴이 마주치면 우아한
반짝반짝 빛나고 볼우물이 깊게 패인데다
광대뼈가 튕겨져 나와서 색광으로 보일
때도 있었다. 요시다에게, 교토 제대에서
무엇을 전공했느냐고 묻던 날 그녀는
여러번 자신의 입술을 혀로 추기며
눈웃음을 지었는데, 그 모습이 짜릿하도록
색정적이었던 경험을 했다. 그때는
요시다로서 그 느낌이 자신의 불순한 감정
탓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녀는 군복
차림이었으나 가슴이 불룩하고 엉덩이가
무척 컸다. 그렇게 넓은 엉덩이를 가진
여자는 731부대의 여자 모두를 찾아보아도
없을 것이다. 요시다가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가츠코는 고등관 관사로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남편이 심야의 회의에
참석한 사이에 재미를 보려다 발자국 소리
터졌다. 그러나 요시다는 웃지 않았다.
웬지 서글픈 생각이 치밀었다. 그는
바위에서 일어섰다.
  나무 사이로 저편에 가족 진료소 건물
안의 불빛이 보였다. 건물의 창에서도
불빛이 새어 나왔다. 후미코(永山美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처럼 순박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악마의 상징 같은 이시이
나가데 대위와 결혼한다니 웬일인가.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답답함
때문에 요시다는 크게 호흡을 하였다.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 악취가 확 풍겼다.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본부 건물 시체 소각
굴뚝을 보았다. 굴뚝에 연기가 나오는지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그 악취는
문득문득 코를 찌르는 것이었다.
  요시다는 일어나서 시계를 보았다. 아침
7시 35분이었다. 8시에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그는 급히 세수를 하고 제복을
입었다. 군도를 차고 모자를 쓴 후 거실을
나갔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은 PX에 가야 구할 수 있었으나,
그곳까지 가는 것이 본부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 거리였다.
  비는 굵게 쏟아지지 않았다. 비를 맞은
채 그는 본부로 들어가 사무실로 올라갔다.
앞서 출근한 장교와 군속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요시다에게 경례를 올렸다.
  "요시다 반장님."하고
모리가와(森川海園) 중위가 말했다.
  "오오다(大田高利) 대좌가 불렀나? 무슨
일인가?"
  "사고 같습니다."
  "사고?"
  "예."하고 모리가와는 다른 군속들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확실한 것은 모르겠습니다만 세균이
밖으로 유출되어 가족이 먹고 위험한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뭐라구?"
  요시다는 격앙된 어조로 물었다.
  "가족들은 죽었나?"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는데 결과는
모르겠습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오늘 아침입니다."
군속들은 책상 위에 쌓여 있는 편지와
사진들을 검열하고 있었다. 어떠한 사진도
부대의 전경이나 본부 건물을 촬영할 수
없었다. 건물이 나온 사진은 그 배경을
지워야 했다. 편지는 모두 검열되었다.
편지 가운데는 부대의 가족 관사에서 젊은
청년이 이웃집 여학생에게 보낸 연애
편지도 있었고, 일본 고향의 어느 병사의
편지를 검열하던 여자 군속 다야마
누마몬(田山沼門)은 그 내용이 슬퍼서
훌쩍거리고 울기도 했다. 그녀 역시 고향에
있는 어머니가 생각났던 것이다.
  "부르셨습니까. 오오다 대좌님."
  오오다 앞에서 요시다는 부동자세를
취하고 경례를 붙였다. 그는 안경을 통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신경이 곤두서
제2부장직을 겸하고 있었으며 제1부의
비탈저(脾脫疽) 연구 담당반장을 겸했다.
여러가지 직책을 맡을 만큼 실력있는
군의관 출신 장교였으며, 이시이 부대장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총애를 받는다는 것은
후에 밝혀지지만 부대장과 짜고 공금을
유용하는데 손발이 맞았던 것이다.
  "세균이 본부 밖으로 유출되어 일가족이
먹고 몰살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사관 출신
고원(高員)의 가족 4명이 모두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살 가망은 없다."
  "극약입니까, 세균입니까?"
  "세균이다. 원한 관계에 의한 세균 투척
같은 예감이 든다. 아니면 우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세균이 본부 밖으로 흘러
나갔다는 사실이야. 요시다가 수사해서
헌병대에서 했지만 그쪽은 돌대가리들만
있어 우리 총무부에서 맡기로 했다.
정보장교로서 수사 경험있나?"
  "예, 기본적인 것은 배웠고 경험이
있습니다만....., 접근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뭐야? 접근하기 어렵다는 게 무슨
말이야?"
  "여긴 통제가 너무 많아서 출입조차
못하는 경우....."
  "이봐, 요시다.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고 있나? 자네 마루타 특설 감옥에도
들락거렸다면서? 거기보다 더 통제하는
데는 없는데 어딜 못 들어간다는 거야?"
  "알겠습니다. 곧 수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48시간의 여유를 주겠다."
  "아이쿠, 그렇게 짧게 주시면 --."
  "지금은 전시야. 한 달, 두 달 그 일만
붙들고 있을 건가?"
  "알았습니다. 시행하겠습니다. 오오다
대좌님."
  총무부장 앞을 물러 나온 요시다는
난감한 기분이었다. 부대에는 장성에서부터
사병, 군속들까지 모두 3천6백 명이 있고,
그밖에 중국인 노동자와 심부름하는
아이들을 비롯한 가족들이 5천여 명 살고
있었다. 8천 명에서 1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모두 조사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수사의 방법론을 따라 원인과 결과의
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추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연히 유출될 세균을 먹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밝혀야 했다. 요시다는
모리가와 중위에게 야스데의 주변을
탐색하도록 지시했다.
  "야스데에 대해서 아는가?"
  "예, 소년대 교육반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성격은 어때?"
  "좋은 편입니다. 원한을 살 사람은
아닙니다."
  "남이 모르는 점도 있으니까 조사해
보도록 하고......, 특히 부인쪽의 경우도
알아보고, 치정문제도 살피도록......"
  "하이."
  "여긴 이상한 일이 많아서......"
  "연애사건 같은 거 말이네."
  "하하하,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반장님."
  "내가 무슨 뜻으로 말했는데 넘겨짚는
거야, 중위?"
  "쳐녀 총각 뿐만이 아니라 고등관하고
처녀 군속들이 좋아지내는 거....."
  "그런 경우도 있나? 난 반대로
생각했는데."
  "반대라면요?"
  "고등관 부인하고 젊은 장교나 군속들
말일세. 자네같은 젊은 장교를 고등관
부인이 좋아할 걸세."
  "요시다 대위님도 젊고 미남인 청년
장교이십니다. 피차 일반이지요."
  "이봐, 모리가와 중위."
  요시다의 억양이 높아지자 모리가와는
부동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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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05 즐감 하고 갑니다
  • 작성자규돌짱 | 작성시간 26.06.05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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