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직속상관과 같이 놀려고 하나?" "죄송합니다. 반장님. 주의하겠습니다." "아니, 그렇게 굳어질 필요없어 성과를 바라네. 난 세균을 제조하는 공장을 답사해 봐야겠어. 아직 한 번도 안 들어가 보았거든." "조심하십시오. 감염되면 치명적입니다." "알고 있네." 요시다는 모리가와 중위의 등을 툭 치고 빙긋 웃었다. 모리가와는 부동자세를 취하고 굳어 있다가 요시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자 몸을 풀었다. 세균 제조는 제4부장 가와시마 나가마사(川島長政) 소장이 관할하는 가라사와(柄澤一秀) 소좌가 담당반장으로 실무를 맡고 있었다. 세균제조는 특별반이 관리하는 동물사(動物舍)와도 관계 있었다. 제조된 세균이 토끼, 모르모트(GUINEA PIG), 벼룩, 쥐 등의 동물에 이식되어 보존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요시다는 가라사와 소좌를 찾아갔다. 그는 이미 세균이 유출되어 가족들이 쓰러졌다는 보고를 받고 있었다. "야스데 집을 모두 소독해서 더 이상 번지지 않게 했지." "누가 소독을 하라고 했습니까?" 요시다는 낭패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사건 현장을 없애면 어떻게 단서를 잡아낼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지시했지요." 군의정(軍醫正)이 된 그는 모든 일에 자신만만하였다. "무엇을 먹고 그랬지요?" "아침 식사 후, 가족 네 명이 모두 복통과 두통을 하며 고열이었지." "나타난 세균은 페스트입니까?" "페스트, 콜레라 모두 나왔소." "그렇다면 그밖에 다른 것도 있을지 모릅니다. 집안을 모두 소독했다는 것은 큰 실수입니다." "요시다 대위." "예." "수사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다른 가족들을 보호하는 일일세." "......" 그 점에 대해서 요시다는 할 말이 도덕적이었다. 그런데도 마루타를 다루는 태도와 세균으로 적을 살상하는 점, 아니 적이라기보다는 기록영화에 나왔듯이 중국 시가에 세균을 뿌려 양민들을 1천5백여명 살상시키는 일에 대해서는 조금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있었다. 그 사실을 이해하기는 요시다로서 불가능하였다. "세균 제조공장을 보고 싶습니다." "요시다 대위,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거야." "반원 이외에 출입할 수 없다는 건 압니다만......" "나와 함께 들어갑시다. 그러나 들어가서는 말을 하지 마시오. 공기로 전염되는 건 아니지만 세균이 튀어서 입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소." 반장 집무실에서 나와 제조실로 들어갔다. 제조실은 마루타 특설감옥이 있는 건물이었다. 그런 특설감옥과는 잔디가 있는 중정(中庭)이 가로 놓여 있는 별도의 건물이었다." "옷에 묻은 다른 세균을 옮기면 안 되기 때문에 목욕을 하고 소독된 옷을 갈아 입어야 하오." 가라사와 소좌는 욕조시설이 있는 방으로 가면서 설명했다. "우리는 주로 페스트 균을 많이 생산해 내지요. 페스트의 가장 유력한 매개물은 벼룩이오. 벼룩을 대량으로 생산해서 이것을 세균에 오염시킨 후 적의 전선에 뿌리면 짧은 기간 안에 페스트를 발연시킬 수 있지요. 이시이 각하는 페스트 균이 안에 균이 적절하게 보호되고, 또 왕성하게 번식해 가는 이상적인 사이클을 발견했지요. 페스트에 대한 연구는 이시이 각하께서 3등 군의정 시절부터 여러 조수를 데리고 연구했던 분야요. 사실 그 발견은 의학계에 대단한 물의를 주었지요. 이시이 각하의 공적입니다. 그분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벼룩과 페스트 연구자라고 볼 수 있을 거요. 노벨 과학상을 받을 인물이지요" 가라사와 소좌가 이시이 중장에 대해 맹종하다시피 따르는 것을 알고 요시다는 적이나 놀라와했다. 세균전을 준비하는 부대장이 노벨 과학상을 받을 인물이라고 찬양하는 가라사와 소좌의 의식을 요시다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세균 제조공장은 본부건물 12호동 1층 지하라고 불리우는 복도에 있었다. 가라사와 소좌와 요시다 대위는 소독조(消毒槽)와 탈의실이 있는 방으로 가서 목욕을 하고 소독된 옷을 갈아입었다. 알몸이 되어 흰 작업복에 가제 여덟 장을 겹쳐 마스크를 하고 흰 모자를 썼다. 그리고 고무로 된 앞치마를 두르고 무릎까지 오는 고무장화를 신었으며, 특별제품의 안경을 쓰고, 손에는 고무장갑을 끼었다. 그렇게 입고 다시 석탄산액이 들어 있는 목욕탕에 들어가 무릎까지 올라오는 목욕탕을 지나서 걸어가는 것이었다. 무릎 아래는 무균이 된다. 복도 왼쪽에 배양실이 있었다. 놓여 있었고, 증기솥으로 우무를 녹여 배양기에 넣은 것을 중앙 복도 오른쪽에 있는 고압솥에 넣는 것이었다. 고압솥에서는 250℃까지 고온으로 녹인 우무를 완전히 멸균시키는 일을 하였다. 중앙 복도 가운데 있는 제일로 우수한 우무나 배양한 세균들을 담은 특수용기를 사륜차에 싣고 밀어 격납고로 운반하는 반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멸균을 끝낸 배양기와 우무를 냉각실에 넣어 굳혔다. 냉각실은 배양기실 옆에 나란히 있었다. 굳은 우무를 배양기와 함께 무균실에 넣어 우무 위에 피(被) 배양균을 바르고 있었다. 무균실은 유리방으로 되어 있어 가라사와 소좌와 요시다 대위는 들어가지 않고 복도에서 들여다보았다. 멸균실을 지나서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다. 멸균실을 지나면 천장과 사방에서 소독액이 분무되었다. 균은 면봉(綿棒)으로 심었는데, 면봉은 듀랄루민제의 길이 50Cm 연필 굵기만한 나무를 가리켰다. 면봉 끝에는 솜을 말아 붙여서 그 끝의 솜에 생균을 듬뿍 칠해 우무 배양기에 바르는 것이었다. 대원들은 숙련공처럼 도포(塗布)에 균을 잔뜩 발라 두번 손대지 않고 단 한번에 처리했다. 생균을 마시지 않기 위해 그들은 말을 하지 않았고, 의사 전달은 손짓과 몸짓으로 했다. 균심기가 끝난 것은 옆에 있는 배양실로 옮겨졌다. 배양실은 안을 모두 동판으로 깔았고, 천장에는 전등이 2개 있었으나, 온도 조절과 어둡기를 조절했다. "여기서는 말을 해도 괜찮소."하고 가라사와 소좌가 마스크를 벗으며 입을 열었다. "균에 따라서는 하루에 번식하는 것도 있지만 일 주일 걸리는 것도 있고 여러가지요. 균이 늘어나면 뭉클거리는 액이 생기는데, 반원들이 들어가 용기에 긁어 담지요. 저쪽에 보이는 것이 특수 용기인데, 지름이 10센티, 높이가 30센티지. 용기 밑에 가라앉은 생균이 멸균해서 얼핏보면 감주의 소주같지. 하하하." 가라사와 소좌는 즐겁게 웃었다. "여기서 제조하는 균은 무엇들입니까?" "균이라면 모두 다 만들지. 콜레라, 장티푸스, 옴까지도." "지금 저렇게 작업하는 반원들이 위험하지는 않습니까?" "위험하지요. 가끔 세균에 감염되어 죽는 대원이 있소." "이 생균들을 마루타에게 주사하여 반응을 보는 것이겠군요?" "그건 내 관할이 아니오. 난 만들기만 할 뿐이지." "여기서 균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은 배양된 저 균이 격납고로 가는 도중이겠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그러나 잘못 가지고 나가다가는 자기 자신이 감염되기 때문에 가지고 나간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오. 다만, 세균 연구팀에서 쓰기 위해 "세균 연구팀이라면 기쿠치(菊地五郞) 소장님 휘하의 14개 반을 뜻합니까?" "그렇소. 그러니까, 세균을 유출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대원은 수백 명이 되는 거요." "......"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요시다는 세균 제조공장에서 나오며 온몸을 소독했지만, 웬지 생균이 몸에 기생하는 듯한 착각이 일어나곤 했다. 그는 대강당 2층의 판임관 식당에서 모리가와 중위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도 음식물에 균이 들어 있을 것 같은 강박관념이 생겼다. 엄청난 양의 생균을 제조하는 광경을 본 이후로 그는 입맛까지 떨어졌다. "왜 식사를 안하세요, 요시다 반장님." 굵은 빗방울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저편으로 비행장의 넓은 활주로가 내다보였다. "아침을 안 먹었는데도 밥맛이 없는데......" "반장님, 혹시......" "뭔가?" "아닙니다." "뭘 말하려다가 중지하나?" "결례가 될 것 같아서입니다." "나에 관한 일이라면 괜찮으니 얘기하게." "반장님 일이 아니고, 가라사와 반장님 얘깁니다." "오늘 함께 세균 제조공장에 들어가 보았지." 뒤집어 놓았더군요. 음식물도 모두 하수구에 쓸어 넣어 버리고 집안의 구석구석을 소독해 버려서 단서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알고 있네." "야스데 가족이 뭘 먹고 쓰러졌는지 의식이 깨어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혹시 그렇게 단서를 없앤 가라사와 반장님의 짓이 아닐까요?" "뭐? 그분이 무슨 이유로?" "실험을 해 본 것이죠. 생균의 효력을......" "예끼, 이 사람...... 마루타가 있지 않은가?" "마루타로는 부족하니까 했겠죠. 이를테면 일반 가정에 투여했을 때 어떤 "그건 세균 연구팀의 일이지 제조팀인 가라사와 반장의 소관이 아니야. 모리가와 중위 엉뚱한 생각하지 말게." "알겠습니다. 그냥 생각해 본 것입니다." "모리가와, 그릴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같이 가겠나?" "여기도 커피 나옵니다." "음악을 듣고 싶어서이네." "그러죠. 요시다 대위님은 상당히 낭만이 있으십니다." "낭만? 만주 제일의 청결한 부대니까 낭만도 찾아야지." "하하하......" 요시다가 야유하는 말을 알아듣고 모리가와 중위는 킬킬거리며 웃었다. 두 사람은 우산을 받쳐들고 독신자 관사가 우산을 썼으나 비는 옷을 적시었다. "생균이 들어 있는 만두를 먹은 것이 아닐까요? 우연히 본부에서 가지고 나온 것을 아침식사로 먹다가 당한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죽으면 해부해서 위를 열고 검사해 보면 밝혀지겠지만 말씀입니다. 야스데와 그의 부인이 원한 살만한 일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호인이라고 모두 좋아하고 소년대 애들도 좋아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세균에 감염되었다는 말을 듣고 우는 소년대원도 있었습니다." "방금 뭐라고 했나? 만두라고 했나?" 비바람이 불어서 잘 알아듣지 못한 요시다 대위가 우산을 옆으로 젖히며 모리가와 쪽으로 귀를 대었다. "만두입니다. 반장님은 부대에 오신지 만두를 먹고 페스트에 걸렸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소년대원이 한 명 있었습니다. 페스트 연구반에 들렀다가 선반에 있는 실험용 만두를 하나 슬쩍 먹은 것이지요?" "실험용 만두?" "예. 페스트 연구팀들이 마루타에게 속이고 만두에 균을 넣어 먹이거든요. 그건 널리 알려진 일입니다." "그런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어떡하나." "물론 우리들 사이에서죠." "그렇다면 야스데가 연구반에 들렀다가 실험용 만두를 집으로 가져가서 아침에 먹었다는 말이 되는군?" "그렇죠." "그 전날 야스데가 연구반에 들른 일이 조사해 보게. 오래된 일이 아니니까 왔다면 기억할 거야. 그런데......" "반장님, 왜요?" "생균이 든 실험용 만두를 손에도 닿기 쉽게 방치하는 게 어디 있나?" "의식적으로 줬는지도 모르죠. 연구팀 놈들은 실험에만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때는 마루타이고 대원 가족이고 가리지 않습니다. 반장님도 서명했겠지만, 우리도 죽으면 해부하기로 되어 있잖습니까. 해부, 실험, 이것만이 전부인 것입니다." "......"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