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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웅]마루타 1-18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09|조회수32 목록 댓글 1

어머니-- .
  그건 미신입니다. 몸에 지니긴
하겠습니다만 이건 하나의 쇠붙이에
불과합니다.-- 아니다, 얘야. 우리
조상들이 이 부적으로 생명을 건진 사람이
많았다고 너의 할아버님이 말씀하셨다.
너는 나하고 약속해야 해. 알겠니? -- 네,
어머니 하지요. 결코 몸에서 떼지
않겠습니다. 이 동그란 쇠붙이가 효염이
있든 없든, 그리고 상평통보(常平通寶)가
것이니까 몸에 지니겠습니다.
  그래, 어쩌면 이 부적 때문에 나는
이시이와의 결투에서 이길지도 모른다.
조상들이 이것으로 효염을 보았다고 하니
나도 기대해 보아야지. 요시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었다. 그는 권총을
집어넣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후미코의 얼굴이 떠올랐다. 총각이
처녀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그녀의 동그랗고 큰 눈이며,
이슬방울이 맺힌 오똑한 콧등이 반짝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움직이는 인형을 사고
몸을 흔들며 좋아하던 모습, 그러나 독신자
관사 앞에서 이시이와 결투하지 말라고
흐느껴 우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요시다는
결투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그날밤 요시다는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자정이 훨씬 넘어서 잠들었다. 꿈속에서
후미코와 만났다. 후미코와 함께 코스모스
앞쪽의 길을 걸어갔다. 그때 말을 타고
이시이 대위가 달려 오더니 그녀를 나꿔
채어 달려갔다. 이시이 대위는 그녀를
한팔로 감고 세차게 말을 달려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요시다는 그 뒤를 따라가며
후미코를 소리쳐 불렀다. 뛰어가려고
했으나 발이 땅에 붙어 뭄이 움직이지
않았다. 절망감이 온몸에 휩싸였다. 그는
그녀를 소리쳐 부르다가 잠에서 깨었다.
이른 새벽이였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고, 안개가 가득한 밤이었다. 그는
창밖을 내려다보다가 운동복으로 옷을
  새벽의 공기는 축축했다. 안개가 부대
전체를 휩싸고 있어 본부 건물 쪽이며 대원
관사 쪽의 불빛이 뿌연 구름 속에 갇혀
있었다. 그는 연못과 급전소(給電所)
사이의 빈터에서 검도를 연마했다. 새롭게
잡아 보는 칼이었으나 학창시절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뛰어난 검술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한동안 연마하자 온몸에 땀이
흘렀다. 매일 새벽에 나와 한두 시간
검도를 익히면 자신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시간 정도 검도를
연마하고 나니 기분이 한결 상쾌했다. 날이
밝아 왔으나 안개에 휩싸여 조금 떨어진
곳도 보이지 않았다. 날이 밝기 전보다
안개는 더욱 짙게 깔려 가까이 있는 관사의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이른 아침에 조깅을
들렸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요시다는 숙소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군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는 일찍 나가
판임관(判任官)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본부 사무실로 들어갔다. 처음으로 제일
먼저 출근한 것이다. 조금 있다가 여자
군속 다야마 누마몬(田山沼門)이 들어오고,
뒤이어 모리가와(森川梅園) 중위가
출근했다. 요시다는 모리가와 중위를
가까이 오라고 불렀다.
  "자네 검도 잘하나?"
  "네, 남보다는 나은 편이라고 자부하지만
이시이 대위님보다는 못합니다."
  "자네는 이시이 대위 밑에 있었지. 그
사람 어는 정도 잘하지?"
  "우리 부대에서 제일 잘할 것입니다."
  "글쎄요. 가을이 되면 대원 친목을 위한
운동회를 하는데, 그때 검도시합도 합니다.
항상 이시이 대위님이 최우승자가 됩니다.
그 다음 잘하시는 분은 동상연구팀
반장님인 요시무라(吉村光由)
기사(의사)님입니다. 그분은 젊기도
하지만, 교토 제대 의학부에서 최고였다고
합니다."
  "그 다음 누가 잘하나?"
  "접니다. 반장님이 왜 갑자기 그걸
물으시죠? 반장님도 잘하시는 모양이지요?"
  "아닐세. 오늘 아침에 운동 삼아 연습을
해 봤지. 며칠 안에 나하고 한번 대결해
보겠나?"
  "그러시니까 제가 겁이 납니다.
좋습니다. 그러나 목검으로 하는
자르시려는 건 아니겠지요?"
  "목검이든 실제 칼이든 한 번 겨루어
보자구."
  "왜 갑작스럽게......"
  "운동 삼아서 말일세."
  방첩반의 군속들이 들어오고 있어서
그들은 이야기를 마쳤다. 방첩반으로 경비
전화가 걸려 왔다. 총무부장
오오다(大田高利) 대좌가 요시다를
호출하는 전화였다. 요시다가 거울에 옷을
비춰 보고 모자를 쓴 다음 방을 나갔다.
  "이거 본 일 있나?"
  오오다 대좌가 책상 위에 있는 사진 여러
장을 집어 요시다 앞으로 밀었다. 요시다
대위가 그 사진들을 집어들고 보았다.
발가벗은 여자들의 나체 사진들이었는데
모두 이상한 위치에서 찍은 것이었다.
요시다가 얼굴을 붉혔다.
  "본 일 있어?"
  "지금 처음 봅니다."
  "이 사진이 부대 내에 나돌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나?"
  "네, 지금 알았습니다."
  "이런 종류의 사진 수십 장이 위로는
고등관들부터 아래로는 하급 군속들,
심지어 열대여섯 살 되는 소년대원에게까지
나돌고 있어. 이래도 되나?"
  "안 됩니다."
  "그래. 안 되지. 부대의 체면 문제가
아닌가? 더구나 이 사진들을 얼마씩 주고
팔고 사는 모양인데, 방첩반에서 잡아내."
  "네, 시행하겠습니다."
  "이 사진이 누구인지 아나?"
들여다보았다. 사진속의 여자들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는데 살결이
희고 매끈해 보였다. 통통하게 살이 쪄
있었다. 다리를 벌린 엉덩이라든지, 다리를
아래에서 위로 치켜들어 음부가 확대된
것이라든지 가슴을 클로즈업시킨 사진 등
모두 특이한 포즈를 취하게 하고 찍은
것들이였다.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여자 마루타들이다. 이 사진의 모델이
하얼빈 프자덴의 창녀라면 그런대로
모른척할 수 있겠지만 이건 부대 기밀에
해당하는 여자 마루타이다. 사진반 놈들
짓이야. 사진반 반장을 불러 진상을
밝히라고 하려다가, 그놈도 한 패일
것이니까, 자네를 불렀어. 이건 물론
돌대가리여서 믿을 수 없지. 조사해서 오늘
안으로 보고해."
  "하이, 시행하겠습니다."
  "이 사진 가져 가."
  "하이."
  요시다 대위는 누드 사진들을 모두 집어
들었다. 경례를 하고 물러가려고 하자
오오다 대좌는 자기의 서랍을 열더니 다른
사진 여러 장을 마저 주었다. 그는 누드
사진들을 볼 만큼 보다가 실증이 나서
막으라고 지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사무실로 들어온 요시다 대위는 모리가와
중위와 군속들을 불러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그것을 보자 히죽히죽 웃으며 이미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자네들은 알고 있었나?"
  "지금부터 이 사진이 돌지 못하게 막고,
구조를 파악해서 보고해. 누구의 손에 의해
찍히고 팔고 있으며 어느 정도 퍼져 있는지
말이야. 부대의 방침이라고 하고
고등관이라고 할지라도 가지고 있으면
압수해."
  "반장님, 담당 기사(의사)들이
연구용이라고 하면 어떻게 압수하죠?"
  "뭐, 연구용?"
  "네. 여자를 좋아하는 요시무라(吉村)
기사님이나 우치우미(丙海) 기사님은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많이 가지고 있다고?"
  "요시무라 기사님은 동상연구 담당인데,
동상 연구를 한다고 --."
  "음부에도 동상이 걸리나?"
붉히고 있던 여자 군속 다야마
누마몬(田山沼門)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나가자 군속
고원(雇員)들이 웃었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총무부장님의
지시니까 모두 회수해."
  요시다는 지시하고 곧 사진반으로 갔다.
사진반 사무실은 아래층 오른쪽에 있었다.
반장은 보이지 않았고 군속들이 찍은
사진들을 추리거나 카메라를 만지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군속
고원(雇員)들이었다. 다만 반장
미요시(三吉) 대위만이 장교였지만, 그는
사진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고 흥미를
느끼지도 않았다.
  "미요시 대위 어디 갔나?"
  "자네들이 누드 사진 찍어서 돌리고
있지?"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요시다 대위님?"
  사진반 군속들은 시치밀 뗐다. 그들과
이야기를 해도 별로 소득이 없을 것 같아
요시다는 사진반을 나와 특설감옥으로
갔다. 마루타 특설감옥의 2층 8동이 여자
마루타 전용 감옥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그는 특별반을 지나
중정(中庭)잔디로 나갔다. 특별반 당직사령
다나카 나가미즈(田中永水)
판임관(判任官)이 웃으며 인사를 했다.
  "요시다 대위님 웬일이십니까?"
  "여자 마루타실로 안내해 주시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누드 사진이 돌고 있는데 대관절 어디서
  "8동 특설감옥에 가면 옆에 처치실이
있습니다. 사진반들이 자료를 촬영해야
한다면서 찍지요."
  "누드가 무슨 자료요?"
  "하하하......"
  요시다 대위는 중정 잔디밭을 지나 8동
입구로 들어가서 층계를 올라갔다.
요시다와 다나카가 층계를 올라가고 있을
때 위에서 흰 가운을 걸친 고등관 두 명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반장들은
아니었으나 기사들이었고 손에는 카드들이
들려 있었다. 혈액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기사중에 키가 큰 사내가
경례를 받으며 내려갔고, 다른 사내는
카드의 기록을 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8동 2층 마루타 복도에 한 사람의 특별반
  "여기가 여자 마루타 특설감옥입니다. 뭘
보시겠습니까?"
  "여자 마루타들이 모두 몇 명입니까?"
  "숫자야 유동성이 있지요. 현재는 이십
명입니다."
  요시다는 처치실 옆에 있는 12호실의
철문 중간에 있는 창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은 독방이었는데
깔끔하게 생긴 중국 여자가 푸른 수의를
입은 채 마루에 우두커니 앉아 종이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다.
  "저 여잔 누구요?"
  "여기선 누군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국인 여선생인데, 정치범으로
잡혀 들어왔습니다. 종이를 말아서 신을
만들고 있습니다. 본인이 원해서 종이를
  요시다가 조그만 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자
그녀는 고개를 들고 요시다를 바라보았다.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인지 그녀는
얼굴이 창백했다. 음식은 충분히
공급하였기 때문에 살이 쪄 있었다. 그러나
비대하게 살이 찐 것은 아니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수의 가슴에는 755란 숫자가
쓰여 있었다. 그녀는 다만 755번일
뿐이었다. 이름은 없이 다만 755번이
그녀의 전부였다. 여자와 시선이 마주치자
요시다는 전기에라도 감전된 기분으로
찔끔하였다. 그녀의 시선에는 조금의
불안도 없었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운명을
기다리는 고요함마저 있었다. 그 중국
여자가 무척 아름다웠기 때문에 요시다
대위의 느낌은 더욱 강하게 와 닿았다.
것 같군. 그렇습니까, 다나카 씨?"
  "예, 저 여자는 시키는 대로 묵묵히
해요."
  "자기가 생체 실험으로 죽을 것을 알고
있습니까?"
  "예, 아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모르지만
와서 오래 있는 마루타는 눈치채요. 특히
일본말을 아는 마루타는 빨리 알아채지요.
왜냐하면 기사(의사)들이 왔다갔다하면서
주고 받는 말을 들으니까요."
  요시다는 그 다음 11호 감옥을
들여다보았다. 그곳도 두 평 정도의
자그마한 독방이었고, 키가 큰 러시아
여자가 있었다. 드러난 팔이며 그녀의
얼굴에는 반점과 부스럼이 많았다. 약간
괴로운 표정을 짓고 앉아 있다가 발자국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다홍색이었다.
불빛에 비친 여자의 눈은 빨갛게 빛나는
듯했다. 그녀의 번호는 211번이었다.
  "211번은 무슨 실험을 하고 있기에
얼굴이며 피부에 부스럼과 반점이
생겼습니까?"
  요시다의 질문에 다나카는 빙그레 웃으며
어깨를 추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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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09 즐감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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