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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웅]마루타 1-20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11|조회수40 목록 댓글 2

 "하이."
  "그런데 아까부터 술 냄새인가?"
  이시이 중장은 코를 킁킁거렸다.
요시다는 가슴이 철렁하였다. 그는 말
고삐를 당기며 말의 입을 보았다.
  "술 냄새가 난다는데 왜 말의 입을 보나?
  "아닙니다. 각하."
  "술 냄새는 말의 주둥이가 아니라 자네
주둥이에서 나고 있다."
  "......"
  요시다는 막 고삐를 당겨 뒤로 조금
물러섰다.
  "냄새 뿐만 아니라 자네 얼굴도 벌겋게
붉어 있다. 요시다 대위."
  "하이."
  "술은 밤에 마시는 것이다. 밤에 따뜻한
다다미 방에서 계집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마시는 것이다 낮부터 술을 마시면 부대
근무는 언제 하니?"
  "시정하겠습니다, 각하."
  "근무중 취한 사실만으로도 귀관을 징계
면직할 수 있고, 군법회의에 회부할 수도
  "......"
  "그러나 그대는 육군성에서 특별히 보낸
실력있는 장교이기에 용납하겠다."
  "하이, 감사합니다. 요시다 다카부미
대위, 부대장님께 임무 마치고
물러갑니다."
  요시다는 부대장에게 경례를 하고 말을
돌렸다. 그의 등에 식은 땀이 배었다.
아침에 안개가 끼고 비로 축축하던 땅은
햇빛이 비치자 마르기 시작했다.
  오후가 되면서 햇빛은 따갑게
내리쪼였다. 비 온 후의 햇살은 더욱
강렬했다. 요시다 대위는 말에서 내려
마장을 떠났다.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던
모리가와 중위는 요시다 대위가 부대장과
별다른 탈없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안심을
  "괜찮습니까, 반장님?"
  모리가와 중위가 물었다.
  "괜찮아. 각하 말씀이 술은 밤에 다다미
방에서 계집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마시는
것이라고 하더군."
  "하하하, 전 몰랐습니다. 한가지
배웠군요."
  "숙소에 가서 한잠 자겠네."
  "그러시죠."
  "무슨 일이 있으면 관사 숙소로 와서
깨워."
  "네, 그러죠."
  "그리고, 그 사진 --."
  "네?"
  "마루타 누드 사진."
  "예."
  "판임관 이하 군속의 책상 서랍을 열고
찾아냈지만...... 고등관 서랍만은......"
  "그래도 부대 방침이니 달라고 해. 불쑥
서랍을 열지 말고 달라고 해. 없다고 하면
열어서 확인시켜 달라고 해."
  "그 사진들은 독신자 관사 집에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수색할 수도
없잖습니까?"
  "공고문을 써 붙여. 부대장실 부관하고
상의해서 부대장의 명이라고 하고, 누드
사진을 보다가 적발되는 사람은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징계조치 한다고 해."
  "예, 알았습니다. 그런데 반장님."
  "뭐야?"
  "지금 숙소에 가서 혼자 주무실
것이지요?"
  "그럼 압수한 사진 중에 기찬 게 있는데
드릴까요? 중국인 여교사 마루타인데요.
엎드리게 해서 엉덩이 뒤쪽으로 찍었지요.
그게 벌름 벌어진 게....."
  "야 --."
  요시다 대위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지나가던 군속들이 그들을 힐끗 보았다.
바로 앞에서 지나거던 군속 고원(雇員)
사내는 요시다에게 경례를 하다가 기겁을
하고 놀랬다.
  "모리가와 중위, 우리가 지금 장난치고
있나?"
  "죄송합니다, 반장님. 농담으로 해본
말입니다. 심심하실 것 같아서......"
  "회수한 누드 사진은 모두 소각시켜."
  "하이."
쉬겠네."
  "네, 그러시죠."
  "내 얼굴이 빨갛게 보이나?"
  "네, 그러시죠."
  "아니, 내 얼굴이 빨갛느냐구?"
  "네, 좀 불그스름한 것이......"
  "알았네, 이 얼굴로 일할 수는 없지.
자야겠어."
  "네, 그러시죠."
  "예."
  "좀 자겠네."
  요시다는 취기가 많이 퍼져서
횡설수설하였다. 본부 앞에서 헤어지면서
모리가와는 요시다가 제대로 숙소로 갈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서서 요시다가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잘
지나치는 하급자군속과 군인들에게 경례를
빠뜨리지 않고 잘 받아 주었다. 그의
뒷모습이 멀리 보일 때까지 모리가와
중위는 서서 바라보았다.
  요시다 대위는 독신자 관사 숙소로
들어가 옷을 벗고 샤워를 하였다. 욕조의
물이 지나치게 차가워 온수를 틀어 약간
섞었다. 너무 뜨거운 물이 나와서 냉수
수도꼭지를 틀었다. 물의 온도를 맞추다가
요시다는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바닥에 오물을 토했다. 몇 번 토하고
나자 속이 후련했으나 취기가 완전히 깬
것은 아니었다. 그는 샤워를 하고 타올로
몸을 감고 침대에 가서 쓰러졌다. 침대에
엎드려 있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가 잠에서 깬 것은 밤이었다. 침대에
보니 자정이 넘은 3시 30분이었다.
욕조에서 물소리가 나서 들어가 보니
그때까지도 샤워물이 잠기지 않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 물을 잠그지 않았던 것이다.
충분히 잠을 자고 나자 머리는 깨끗해졌다.
그러나 취중에 실수를 한 것은 없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았으나 떠오르지 않았다.
마장(馬場)에서 말을 타고 부대장을 만난
기억이 났으나 무슨 대화를 했는지
뚜렷하게 생각나지 않았다. 모리가와
중위와 본부 앞에서 헤어진 것까지
기억났다. 그러나 별다른 일은 생각나지
않았고, 실수를 할 만큼 취중에 다닌
기억이 없었다. 그는 옷을 입고 창문을
열어 밖을 보았다.
  계속 구름에 덮여 있던 밤하늘에 달이
반짝였다. 유성이 별의 사이로 지나가며
사라지는 게 보였다. 나무에 가려 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밭이며, 나무가지,
연못가의 바위를 비친 달빛은 강하게
빛났다. 나뭇잎이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요시다는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운동복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연못가에 가서 주위를 둘러보니 달빛을
받은 풍경은 아름다웠다. 본부 건물의
창에서는 불빛이 환하게 비치고 있었고
보안등에는 밤벌레가 모여들었다. 보안등
불빛보다도 둥근달의 빛으로 나무 그림자가
더욱 선명하였다. 그러나 한가닥의 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심한 악취가
풍겼다. 석탄 야적장이 있는 보일러 굴뚝과
사체(死體)소각장이 있는 굴뚝에서
보였다. 사체 소각은 주로 깊은 밤에 하고
있었다. 그래서 밤의 악취가 더욱 심했다.
  요시다는 며칠 후 이시이
나가데(石田永手) 대위와의 결투에 체력을
키워야 될 것을 생각하고 연병장 쪽으로
나갔다. 연못에서 그릴 앞길을 건너 고등관
관사로 향한 길로 나가다가 숲을 지나면
대운동장이 있었다. 전 부대원이 점호를 할
때 모이는 곳이었다. 대운장은
동향신사(東鄕神社) 건물과 농장 옥수수밭
옆에 펼쳐져 있었다. 연병장 뒤쪽으로는
콩밭이 있었고, 철망을 둘러친 그 너머는
황량한 벌판이었다. 벌판 가운데 조그만
하천과 버드나무들이 서 있었으나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요시다는 연병장을 돌기
시작했다. 얼마나 뛸 수 있을까 그는
  본래 운동장의 땅은 진흙이었으나 하천의
모래를 실어다 땅에 부었기 때문에
운동장은 모래밭이었다. 모래가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뛰고 있는 요시다의
그림자가 모래 위에서 움직였다. 연병장을
두 바퀴 돌고 나자 땀이 나기 시작했고, 열
바퀴 돌자 온몸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지난날 술을 마시며 점심과 저녁식사를
거른 탓으로 공복을 느꼈다. 잠에서 깨었을
때는 몰랐으나 연병장을 돌자 공복은
심하게 느껴졌다. 그 공복과 함께 기운이
탈진되고 있었다. 연병장을 스물다섯 바퀴
돌면서 그의 다리는 떨리기 시작했다.
바닥에 있는 자갈에 미끄러져 그는
나동그라졌다. 피가 거꾸로 쏟아지는 것
같은 충격이 왔다. 그는 다시 일어나
이제는 발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고 앞을 노려보며 다리를 움직였다.
이시이 나가데, 나는 너에게 지지 않겠다.
그는 어둠 속에서 그렇게 말하며 앞을
노려보았다.
  다시 연병장을 한 바퀴 돌고 독신자 관사
쪽으로 갔다. 그는 연못가 바위에 앉아
땀을 식혔다. 심한 갈증과 공복이 밀려
왔다.
  요시다 대위는 숙소로 들어가 물을
마시고 샤워를 하였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 시계를 보니 5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아래층 끝에
있는 모리가와 중위의 숙소로 갔다.
  문에서 벨을 눌러도 모리가와는 쉽게
요시다는 포기하고 돌아서려고 했다.
그러자 문 안으로부터 퉁명한 어투의
모리가와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요? 지금이 몇 신데 깨우지?"
  "나 요시다 대위다."
  "하이."
  문 안에서 부동자세를 취하며 대답하는
모리가와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현관문이 열렸다. 잠옷 차림의 모리가와
중위가 서 있었다. 그는 푸석푸석한 얼굴로
요시다 대위를 쳐다보며 물었다.
  "반장님, 웬일이십니까?"
  "잠을 깨워 미안하다."
  "술은 다 깨었습니까?"
  "덕분에 잘 쉬었다."
  "뭘요. 그런데 이 밤에 웬일이십니까?"
  "대련......?"
  모리가와의 입에서 하 -- 하는
웃음소리가 나오려다가 멈추었다. 그는 흰
이를 드러내며 소리없이 웃더니 말했다.
  "어쨌든 잠깐 들어오십시오."
  요시다가 모리가와의 거실로 들어섰다.
처음 들어와 보는 방은 아니었지만 무척
정갈한 인상을 주는 방이었다. 거실의
가구나 물건은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었고,
방안도 깨끗하고 아담했다. 욕실의 타올을
예쁘게 정돈해 놓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모리가와의 여자 친구가 출입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모리가와의 정갈한 성격
때문이었다. 그는 직접 모든 것을 깨끗하고
질서 있게 정돈해 놓는 버릇이 있었다.
  모리가와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그럴까. 지금 난 공복이니까 약하게
타서 주게."
  "샤워를 하셨나요. 땀을 흘리신
것입니까?"
  "연병장을 좀 돌았지."
  "기합을 받으셨군요."
  모리가와 중위는 주방 쪽에서 석유
램프로 그릇에 물을 넣고 끓였다. 쟁반에
잔을 두 개 올려놓고 깨끗한 스푼을 다시
두 개 씻어서 커피잔 옆에 놓았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요시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는 장가 가면 아내가 질투하겠군."
  "무슨 말씀입니까?"
  "부엌 일도 너무 깔끔하게 잘해서
  "깔끔하게 하는 건 이 부대에 와서 더
심해졌습니다. 여긴 언제 어디서 세균이
침투될지 모르는 곳입니다."
  "그 말은 맞군."
  "그런데 반장님, 왜 갑자기 검도에
신경을 쓰십니까?"
  "운동을 하고 싶어서네."
  "그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누구하고
결투 약속이라도 했습니까?"
  "그래."
  "누굽니까?"
  모리가와가 요시다를 돌아보았다. 잠옷을
입은 모리가와는 홍안의 소년처럼 젊고
미남으로 보였다.
  "이시이 나가데와 한판 승부를 내기로
했네. 자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게."
  모리가와의 목소리가 켜지며 눈이
동그래졌다.
  "아, 그래서 아침에 이시이 대위님의
검도에 대해서 물어 보셨군요? 목검으로
하실 겁니까?"
  "아니야, 군도로 한다."
  "그럼 피를 볼지도 모르잖습니까?"
  "아마, 둘 중에 하나가 죽을 거야."
  "......"
  모리가와의 눈이 더욱 놀라는 빛이었다.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석유 램프
위에 올려 놓은 그릇의 물이 김을 내며
끓기 시작했다. 물이 끓자 양은그릇이
흔들렸다.
  "반장님, 위험합니다. 이시이 대위님은
우리 부대의 챔피언입니다."
  "당해 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반장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내 실력은 별 거 아니야. 그래서 자네와
대련을 해보고 싶네."
  "저는 이시이 대위님의 상대가 못
됩니다. 저와 비교하시면 안 됩니다."
  "싸워 보지도 않고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싸움은 없네."
  "그런데 반장님, 왜 두 분이 군도로 피를
보시려고 하십니까? 다투셨나요?"
  "그런 건 자네가 몰라도 되네. 커피나 좀
마시고 함께 나가세."
  "네. 그러시죠. 뭐."
  모리가와 중위는 석유 램프의 불을 끄고
양은그릇을 행주로 싸들고 커피가 들어
탁자 위에 올려 놓은 다음 요시다 옆에
앉았다. 소퍼는 의자가 한쪽으로만 길게
뻗쳐 있어 마주보며 앉을 수는 없었다.
모리가와가 요시다의 잔에 있는 커피물을
스푼으로 저어 주었다.
  "설탕은 어느 정도 넣을까요?"
  "이리 줘."
  요시다는 모리가와의 손에서 스푼을
받아들고 설탕을 두 스푼 넣고 저었다.
  "지금 몇 시죠?" 하고 모리가와가
말했다.
  "반장님, 이렇게 깊은 밤에 함께 차를
마시다니 뜻밖입니다. 반장님은 저의
직속상관이면서도 어느 때는 친구 같기도
하고 형님 같기도 합니다. 전에 이시이
대위님 밑에서 헌병대에 있을 때는 너무
j싇덯?V?F?V僊  ? 쉸?
저는 이시이 대위님을 2년간 모셨지만
2주일 모신 요시다 대위님이 더 오랫동안
모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고맙군. 그렇게 생각해줘서."
  "진담입니다."
  "누가 농담이라고 했나? 자네 사귀는
여자 있나?"
  "저요?"
  모리가와는 씨익 웃더니 말했다.
  "없습니다. 이상하게 없어요."
  "이상할 거야 없지. 없을 수도
있으니까."
  "일본 동경에 여자 친구는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편지가 오더니 근래에는
안 와요. 아마 다른 남자가 생겼나봐요."
  "편지가 오다가 안 오면 그런 경우인가?"
  요시다는 다 마신 커피 잔을 내려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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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11 즐감 하고 갑니다
  • 작성자규돌짱 | 작성시간 26.06.11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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