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정현웅]마루타1-23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15|조회수29 목록 댓글 2

프자덴에서 중궁인 거리는 더욱 혼잡했고
빈민들이 많았다. 그곳에는 누더기를
걸치고 길가에 쭈구리고 앉아있는 걸인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 골목에서
한동안 들어가자 아파트가 있는 도시 속의
집단 촌락이 나왔다. 나무들이 우거지고
앞쪽에 조그만 하천이 흘러갔다.
하천에서는 물이 썩는 냄새가 났으나,
그곳에서 빨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은 목욕을 하였다. 깊은밤에
보안등 불빛을 받으며 빨래하는 중국인
여자들의 모습은 요시다에게 색다른
풍경으로 보였다.
만주인 소녀 한 명하고 같이 지내요. 그
애는 프자덴의 고추상점에서 일하는
점원이에요."
  "지금 집에 있겠군?"
  "예, 잠깐 외출하라고 하면 돼요."
  "이 밤중에 외출을?"
  "여기 나와서 목욕을 하래죠."
  "물이 더러워 보이는데 목욕을 할 수
있나?"
  "냄새는 나지만 그렇게 더럽지는
않아요."
  아파트는 빨간 벽돌로 쌓아 올린 3층
건물로써 여러 개의 동이 있었다. 한때
러시아인 주택가였던 인상을 풍겼다.
프자덴 지역으로써는 독특한 구역이기도
했다. 요시다는 손진영의 안내를 받아
  "여긴 다른 데보다 지대가 조금 높아요.
저 뒤쪽 하천의 줄기가 있는 곳이
산이에요. 그래서 수도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사람들은 하천에 나가서 빨래를 해요.
물은 뒤쪽 우물에 가서 떠올 경우가
많아요. 며칠씩이고 수도물이 올라오지
않을 때가 있어요."
  손진영은 시범을 보이듯이 거실 옆
주방의 수도꼭지를 틀어 보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물이 쏟아졌다. 그러자 그녀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어머, 이젠 잘 나오네. 이젠 고쳤나
봐요. 이렇게 세차게 쏟아지는 건
처음이에요."
  물은 소리를 내며 쏟아졌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그년가 말하던
만주인 소녀는 방 안에서 잠이들었다가
인기척을 듣고 거실로 나왔다. 손진영이
그녀에게 눈짓을 했다. 옷을 입고 나가라는
것이었다.
  "놔둬. 밤이 깊었는데 어디로 가나? 난
가봐야 돼. 그러니 그 꼬마는 그냥 있게
해."
  요시다가 말렸으나 만주 소녀는 옷을
갈아 입고 나갔다. 십오륙 세로 보이는 그
소녀는 나가기 전에 눈을 깜박이며
요시다를 쳐다보았다.
  "왜 내보내나? 남자가 들어오면 저렇게
나가도록 되어 있나?"
  "오해 마세요. 이 방에 젊은 남자가
들어오기는 선생님이 처음이에요. 믿으실지
  "영광이로군."
  "물이 나오니까. 몸을 씻을 수 있겠네요.
방에 들어가 계시겠어요?"
  욕조가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거실과
같이 있었다. 요시다는 방 안으로 들어가
시계를 보았다. 자정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이제 곧 밖으로 나가 프자덴의
동태를 살펴야 했다. 그러나 새벼녘이 되기
전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을 것이다.
전염병이란 순식간에 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손진영의 방은 여러가지 빛깔의 천으로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일본 말을 배우기
위해서인지 일본어 교본이 두어 권 있었고,
일본 잡지가 있었으며, 어렸을 때 그녀의
모습은 더욱 순박하고 천진한 소녀의
  방 문이 열리며 손진영이 들어왔다.
그녀는 샤워를 했는지 머리가 젖어 있었고,
어깨에 물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커다란
타올로 몸을 감았는데, 옷을 전혀 입지
않은 모양이었다. 요시다는 약간
멈칫하면서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방이 누추해서 어쩌죠?"
  "무슨 말이야. 깨끗하고 아름다운데?
여러가지 빛깔의 천으로 장식을 해 놓아
궁궐 같아."
  "선생님, 옆에 앉아도 돼요?"
  "옆에? 아가씨 방인데 나한테 물어볼
필요가 있나?"
  "아이, 참. 멍텅구리에 바보."
  "뭐? 내가 바보라구?"
  "그래요."
  "그래서 더 좋아요."
  여자는 요시다 옆에 털썩 앉았다. 그녀가
감았던 타올 자락 밑으로 무릎과 다리가
드러났다. 희미한 불빛에 비쳐 그녀의
다리는 무척 곱고 반질거렸다. 요시다는
고개를 들며 기침을 하였다.
  "옷을 입고 들어오지......"
  "선생님, 저 싫으세요?"
  "실지는 않지만...... 난 말야,
아직......"
  "어머, 아직 숫총각이란 뜻인가요?"
  "뭐, 그렇기도 하고...... 또, 잘 몰라.
그리고, 난 이상한 고집이 있어서 결혼할
여자가 아니면 잠자리를 같이 할 생각은
없어. 별거 아니지만 지키고 싶어, 나
자신에게."
감히 말하지는 않을께요. 전 솔직하게
말해서 아무 남자에게도 몸을 주곤 했어요.
그러나, 지금 심정은 그게 아니예요.
선생님이 무조건 좋기 때문에 안기고
싶어요. 그리고 미치도록 울고 싶어요."
  여자가 그의 몸에 몸을 기댔다. 여자가
잡고 있던 타올의 한쪽을 놓았기 때문에
타올이 흘러내려 그녀의 유방이 드러났다.
요시다는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두 팔이 요시다의 목을 감쌌다.
그녀의 몸은 이미 뜨거워져 있었다. 가까이
있는 입에서도 뜨거운 냄새가 풍겼다.
요시다의 머리 속에는 작전이 떠올랐고,
작전중에 계획도 없는 댄서의 집에서
그녀와 정사를 벌이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벌떡 일어섰다.
아가씨 같다. 더구나 스파이도 아니라고
믿는다."
  "아니라고 믿으면 왜 경계하시나요?
선생님은 일본군 장교시죠? 사복을 하고
다니시고...... 특무기관원이 아니시면
그와 유사한 장교 같아요. 제가 적의
스파이여서 장교님을 유혹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세요?"
  "천만에, 그렇지는 않아. 더구나 카투사
댄스 홀에 적의 스파이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난 다른 일이 있어 이만 가야겠어.
오늘밤 고마웠어."
  "가신다고요?"
  "응, 잘 있어. 다음에 다시 만나지."
  "돌아서서 인사하지 말고 절 보세요.
몸을 가렸어요."
그녀는 타올을 추켜 들어 다시 몸을
감쌌다.
  "그래, 잘 있어."
  "프자덴의 거리를 조심하세요. 잘못하면
미로를 헤매게 돼요. 날이 새도록 헤매게
돼요."
  "잘 찾아 나가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하세요.
그게 제일 좋아요."
  "그러지."
  "가능하면 제가 모셔다 드릴께요."
  "아냐, 난 어린애가 아니니까 찾아 나갈
수 있을 거야."
  요시다는 문을 닫기 전에 거실에 서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 눈물 때문에 그녀의
않았다. 그렇다고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신분으로 의심을 완전히
풀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요시다는 그녀의
집 문을 닫고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그는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시커먼 물체를 보고 움찔하며
긴장했다. 그러나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어둠 속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은 조금
전에 손진영이 나가라고 해서 내보낸
만주인 소녀였다. 요시다는 그 소녀 앞을
지나 내려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소녀에게 손짓하며 방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내가 나왔으니 이제 들어가도 좋다는
몸짓을 했으나 소녀는 그대로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쪼그리고 앉아 있는 소녀의
모습에서 요시다는 어떤 슬픔 같은 것을
슬픔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며, 부질없는 감상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소녀의 슬픔이 자기에게
책임있는 것 같은 강박관념이 밀려왔다.
그래서 그는 소녀의 시선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빠른 걸음으로 층계를
내려왔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규돌짱 | 작성시간 26.06.15 고맙습니다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15 즐감 하고 갑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